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0
광마전생 (10)
모용학관의 확장 공사가 끝났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학관을 찾아온 것은 모용진과 모용혁이 아닌 팽이종이었다.
그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학관의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모용학관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들 만큼 변해 있었다.
낡은 건물은 모두 다 허물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이제 멀쩡한 전각이 세워져 있었다.
전각 내부는 수련 생도들이 잘 수 있도록 넓은 방도 있었고 이 층에는 각방으로 쓸 수 있는 개인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창고가 있던 자리는 뒷간이 되었고 그 뒤쪽에는 흘린 땀을 씻겨 낼 수 있는 세신 시설까지 존재했다.
“오……. 이제 진짜 학관 같네…….”
저번에 왔을 땐 연무장의 돌들이 다 박살 나 있을 정도였는데 이젠 마당 전체에 돌이 깔려 있었고 한쪽 편엔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만든 개인 연무장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용학관의 시설이 아주 뛰어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제야 겨우 학관의 차림새를 맞췄다고 할 수 있는 수준.
요즘은 학관도 경쟁 시대이기 때문에 시설이 좋은 학관은 이곳 하북에도 수십 개는 되었다.
팽이종이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는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렸다.
“여어, 오랜만이군. 어떻게 나보다 일찍 알고 왔느냐?”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급히 고갤 돌린 팽이종은 포권을 취하며 머리가 땅에 닿을 듯이 숙였다.
“오셨습니까, 조부님! 옥체 강녕하셨습니까! 공사가 끝나면 바로 연락해 달라고 제가 개인적으로 인부들에게 미리 부탁해 뒀었습니다.”
“그래그래. 안달이 났구나. 그렇게도 빨리 익히고 싶었더냐.”
모용진의 말에 팽이종은 눈을 번쩍이더니 긍정하듯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사실 팽이종이 학관의 공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온 이유는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계속 학관을 운영하기로 한 모용진은 팽이종에게 딱 한 가지 거래를 제안했다.
그것은 바로 팽이종이 자신의 제자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사실 오호단문도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해도 팽이종에게 이 제안은 기연과도 마찬가지였다.
모용진은 그에게 있어 조부인 천지일도(天地日刀) 팽무악이었으니까.
한때 천하제일인의 제자가 된다?
무림인이라면 억만금…… 아니, 혼을 팔아서라도 제자가 되고 싶을 것이다.
당연히 팽이종은 그 자리에서 구배지례(九拜之禮)를 올렸고 모용진의 제자가 되었다.
모용진은 딱 두 가지만 지키면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와 오호단철보(五虎斷徹步)를 가르쳐 주기로 약속했는데.
하나는 모용진의 비밀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문에 큰일이 없는 한 이 학관에서 지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칭호 말이다. 앞으로 학관에 생도들이 찾아오게 되면 나에게 ‘조부님’이라고 부르는 건 문제가 있겠지. 그러니 너는 앞으로 날 편하게 ‘사부’라고 불러라.”
“아니, 조부님……. 제가 어찌 하늘 같은 조부님께…….”
사부(師父).
말 그대로 스승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뒤에 존칭이 붙지 않는 것은 보통 자신보다 어리거나 편한 상대일 때 종종 ‘사부’ 두 글자로 부른다.
딱히 그렇게 하라고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암묵적인 규칙 같은 것이랄까.
이는 스승과 제자 사이지만 서로를 편하게 대한다는 뜻이었다.
팽이종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큰 논란이 생길지도 몰랐기에 호칭 정립은 반드시 필요했다.
“걱정 마. 나도 지금부터 널 제자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할 테니까. 열한 살의 스승이 제자를 대하듯이. 알겠어?”
갑자기 확 어려진 모용진의 말투에 팽이종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팽무악 조부님은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하시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크게 심호흡하며 마음의 준비를 한 팽이종은 용기 있게 말을 내뱉었다.
“알겠습…… 알았어, 사부. 이렇게 하면 돼?”
“어허, 내가 반말까지 하라고 한 적은 없는데……. 쓰읍, 요즘 애들은 이래서 문제야. 풀어 주면 그냥 막, 어? 다 풀어 준 줄 알고, 어휴……. 내가 팽무악 시절엔 말이야, 으이?”
“죄, 죄죄죄송합니다! 사부라고 부르라고 하시기에……. 저, 저도 높임말이 좋습니다! 이게 훨씬 편합니다!”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팽이종이었지만 뚱한 표정을 지은 모용진은 어느새 고개를 돌려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사…… 사부! 죄송합니다! 저저저, 저는 절대로 그런 막돼먹은…….”
뒤에서 들려오는 팽이종의 덜덜 떨리는 목소리에 피식 웃은 모용진이 팽이종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뭐 하냐. 사부가 가는데 따라오지 않고. 오늘은 네가 오호단문도를 익힐 첫날이잖느냐.”
* * *
모용학관의 공사가 끝난 바로 다음 날.
보통은 내부 정리다 뭐다 해서 학관을 다시 여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려야 정상인데 모용진은 그걸 공사가 끝난 어제 하루 만에 끝내 버렸다.
필요한 시간만큼 사람을 사서 단숨에 정리한 것이었다.
무려 서른 명의 인부가 투입된 학관은 하룻밤 사이에 많이 변해 있었다.
공사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깨끗하게 청소되었고 본관 내부엔 취침을 하고 갈아입을 수 있는 이불과 의복이 잔뜩 쟁여져 있었다.
물론 이 어마어마한 인수를 부리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는데 모용진은 이를 팽이종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 해결했다.
“관청에 보낼 공문은 이미 준비가 끝났고……. 아버지, 어제 한 바퀴 다 도셨어요?”
“그래. 한번 등록했던 아이들의 집은 모두 찾아갔단다.”
“몇 명이나 다시 찾아오려나……. 제가 드린 것도 다 나눠 드렸죠?”
“이것 말이냐?”
모용진의 물음에 모용혁이 꺼내 든 것은 한 장의 종이였다.
모용학관이라고 크게 적혀 있는 종이에는 더 이상 팽가의 도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더 강한 내공심법. 더 강한 외공을 가르쳐 준다고 적혀 있었다.
마무리로 ‘당신의 아이를 무림의 이름난 고수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까지.
그 종이를 보며 모용진은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봐도 완벽한 전단지란 말이지.”
하지만 그에 반해 모용혁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들아.”
“예?”
“아비는 솔직히 조금…… 아니, 많이 불안하단다. 그동안은 내가 팽가의 도법을 가르쳤기 때문에 생도의 숫자가 어느 정도…….”
“에이, 걱정 마십시오. 아버지, 제가 누굽니까. 구양절맥에도 내공을 쌓은 살아 있는 기연 모용진 아닙니까. 제가 가진 무공을 가르친다면 아마 우리 학관은 하북 제일…… 아니, 천하제일의 학관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우리 아들은 믿지. 믿는다만…….”
모용혁의 불안.
그리고 그 불안은 잠시 후 현실이 되었다.
“어째서…….”
텅텅 빈 모용학관의 연무장.
이미 첫 개관 시간은 한참 지난 상태.
모용혁이 그렇게 많은 전단지를 정소촌 곳곳에 뿌렸는데도 모용학관의 연무장은 휑했다.
“왜 사람들이 안 오는 거지……? 이럴 리가 없는데?”
그렇다고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팽이종.
모용진의 제자가 된 그만이 홀로 자리하고 있을 뿐.
모용혁은 좌절하는 모용진의 어깨를 조용히 두드려 줬다.
그는 이 사태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
애초에 모용학관에 생도들이 있었던 건 모두 ‘팽가의 도법’을 알려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팽가의 도법’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광고까지 해 버렸으니 아무도 찾아오진 않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그 후로 세 시진이 지났지만 결국 모용학관을 찾는 이는 없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팽이종은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돌아간 상황.
“이럴 수가…….”
개관 첫날.
찾아온 생도 영 명.
끝내 아무도 찾지 않은 연무장에서 모용진은 홀로 좌절했다.
자신의 상상과 현실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에다.
고절한 무공을 수십 개나 알고 있고 모두 잘 가르쳐 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모용진 혼자만 아는 것.
그는 전단지를 통해 아주 잘 나타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부터 모용진은 뼛속부터 무인이었다.
내공과 검을 휘두르고 잘 싸울 줄만 알았지, 그 외에 다른 것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다.
왜 생각 없이 함부로 사업을 하면 안 되는지를 보여 주고 있는 그였다.
그렇게 개관 첫날이 지나고 다음 날.
모용진은 심기일전해서 다시 전단지를 만들고 배포했다.
어찌 됐든 이왕 시작한 거 끝장을 봐야 하는 게 광마 천기린이었으니까.
이제 막 시작했고 어제가 첫날이었을 뿐.
분명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 그였다.
그렇게 삼 일.
사 일.
어느덧 칠 일이 지났고.
모용진은 팽이종과 함께 개인 연무장에 있었다.
“끄으윽…….”
팽이종은 바닥에 엎드린 채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의 호리호리한 몸 위에는 딱 보기에도 무거운 바위가 올려져 있었고 그 바위 위에 모용진이 앉아 있었다.
팽이종이 오호단문도 수련이 아닌 기초적인 체력을 단련하는 이유는 모두 모용진 때문이었다.
모용진은 팽이종에게 오호단문도를 배울 기초적인 신체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칠 일 내내 체력 단련만 시켰다.
첫날에는 진짜 죽을 것만 같았었다.
등에 무거운 바위를 올리고 버티는 것만 해도 힘이 들 정도였는데 거기에다가 팔굽혀 펴기를 시키는 모용진.
물론 가능은 했다.
내공을 운용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모용진은 그가 내공을 사용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모용진은 팽이종이 내공을 사용하기만 하면 귀신같이 눈치채고 곧바로 그의 콧등을 손가락으로 가격했다.
“기초 체력을 단련하는 데 내공을 쓰면 안 되지. 무거워서 자연적으로 내공이 써지는데 어떻게 하냐고? 그걸 조절하는 것도 네 능력이다. 그만큼 넌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야.”
덕분에 팽이종의 콧등은 항상 시뻘게져 있었고 수련이 끝난 뒤엔 마치 술을 잔뜩 마신 듯한 코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칠 일이 지난 지금 팽이종의 코는 멀쩡했다.
단 칠 일 만에 그는 기초 체력 부분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이다.
“배에에엑!”
“열 개만 더.”
“끅……. 백하나아!”
열 개가 더 추가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군말 없이 한 번 더 내려가는 팽이종.
사실 첫날밤 그는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다.
오호단문도는커녕 도를 손에 한 번도 쥐지 못한 채 하루 종일 혹독한 체력 단련만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모용진을 팽무악이라고 알고 있는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음 날도 나갔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삼 일이 지나가 사 일째 되던 날.
그는 자신의 몸이 확연히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아도 근육에는 힘이 넘쳐 났고 등에 얹어진 바위는 점점 가벼워졌다.
바위가 점차 가벼워질수록 모용진에 대한 믿음이 가득 차오르는 팽이종.
그런 팽이종을 보는 모용진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제자를 키우는 보람이라는 건가. 나름 키울 만하네, 제자라는 거.’
사실 고작 칠 일 동안 체력 단련했다고 현실적으로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팽이종이 이토록 큰 변화를 느끼는 이유는 여태껏 그가 자신의 몸의 근육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팽이종은 어려서부터 명문세가의 비호 아래 좋은 내공심법을 통해 무난하게 성장했다.
그렇기에 육체적 근육을 활용하기보다는 내공에 많이 의존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안 그래도 호리호리한 체격이 그대로 유지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무인.
오랜 시간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를 익힌 그에겐 이미 단련된 근육이 준비되어 있었고 모용진은 그걸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준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덕에 지금 팽이종의 몸은 살짝 예전보다 커진 상태였다.
내부에 숨겨져 있던 근육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결과였다.
“어때?”
“배에엑아홉………… 예?”
모용진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올라오던 팽이종은 그대로 멈춰 고개를 돌렸다.
“내 가르침 말이야. 사부로서의 가르침. 나쁘지 않지?”
“예, 사부! 물론입니다!”
팽이종의 대답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이었다.
첫날의 팽이종이면 모를까 지금의 팽이종은 모용진을 맹신하다 못해 신으로 여길 정도였으니까.
원래 있던 근육을 살려 준 것 하나로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평소 왜소한 자신의 모습이 콤플렉스였던 팽이종에게 날마다 변하는 자신의 모습은 감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왜 생도들이 모이지 않는 거지? 홍보를 그렇게 했는데도 말이야……. 대체 뭐가 부족한 걸까?”
모용진의 말에 팽이종은 황급히 입을 닫으며 팔을 굽혔다.
모용학관이 연 지 벌써 칠 일째.
하지만 등록을 하고자 찾아온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모용진에게 있어서 엄청난 스트레스였고 팽이종도 이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입을 닫은 것이다.
괜한 말을 했다간 불똥이 어떻게 튈 줄 몰랐으니까.
“하아……. 생도가 늘어야 돈도 벌고 먹고살텐데 말이야. 쓰읍,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