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00
광마전생 (100)
공성 대사의 분노에 내기가 마구 요동치며 주변의 물건들을 날려 버리기 시작했고 이를 본 무림맹의 총관이 황급히 그를 저지했다.
“참으십시오! 맹주님!”
총관의 이름은 원불.
그는 소림사의 팔대호원(八大護院)중 한 명으로 방장의 호위를 맡았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무림맹으로 내려와 무림맹의 총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원불, 지금 이 상황에서도 내가 분노를 참아야 하는 것이냐!”
“참아야 합니다. 맹주께서는 큰일을 도모해야 하는 분이지 않습니까. 마음을 추스르고 불호를 외우십시오.”
원불의 말에 공성 대사는 잠시 눈을 감더니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완전히 진정된 그가 눈을 뜨자 황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고 이를 갈무리하듯 공성 대사의 내기가 한차례 회오리치며 퍼져 나갔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같이 불호를 외운 두 사람은 잠시 침묵하더니 공성 대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대화를 종용하심이 제일 좋다고 봅니다.”
“지금 사천당가가 배신을 했는데 대화라니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들이 통합무림을 배신하고 빠져나간 것이지만 세간은 이를 모릅니다. 고작 무림맹을 탈퇴한 것으로 그들을 치기엔 명분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허허. 명분이 필요합니까? 그까짓 것 어떻게든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을.”
공성 대사의 말에 그가 간단히는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 여긴 원불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공성 대사를 향해 엎드려 고개를 숙였다.
“당가는 쉬울 수 있으나 그들이 있는 사천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천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흔드는 것이 바로 당가이기에 지금 명분을 만들어 내 그들을 친다고 해도 결국 중원은 무림맹을 욕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간을 흔든 대가로 무림맹과 통합무림이 입을 피해는 너무나도 큽니다. 관아에서도 직접 개입할 거라고 사료됩니다.”
원불의 진심 어린 조언에 공성 대사는 조금씩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혀를 차며 한바탕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많이 진정된 공성 대사가 원불을 향해 물었다.
“그럼 원불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까?”
“우선은 대화가 우선입니다. 다시 그들을 살살 달래 돌아오게 하는 것이 제일이옵고 그게 먹히지 않는다면 천천히 말려 죽이는 게 좋습니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흐음…… 어쩔 수 없이 그 계획도 미뤄야겠군요.”
“예. 지금 당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잠시 멈추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쓰으으읍…… 하아아아.”
속을 달래듯 크게 숨을 내쉰 공성 대사가 창문 밖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저잣거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무림맹에 자릿세를 납부하거나 기부를 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들고 온 물건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공성 대사의 눈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벼룩을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순 없지요. 하지만 그래도 문제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아. 그것들은 크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어차피 그들은 독문이기에 대부분 사용할 수도 없을뿐더러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다면 곧바로 눈치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된다면 저희에게 명분을 주는 것이기에 당가도 머리가 있다면 얌전히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애초에 우리가 당가를 그곳으로 지정한 이유도 같은 것이었으니……. 하지만 철저하게 감시하고 당장 반환할 것을 고지하십시오. 그 보물들을 버릴 수 없으니.”
“그리하겠습니다.”
공성 대사가 말한 보물.
그 보물은 바로 엄청난 숫자의 영약들이었다.
통합무림에서는 독과 약재들의 관리를 모조리 사천당가에 맡겼고 그중엔 당연히 영약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귀중한 것들을 왜 당가에 모두 맡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당가는 독문으로서 영약을 필요로 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곳이었다.
당가는 직접 가문에서 독굴(毒窟)과 독연(毒淵) 등을 만들어 독기를 충당했고 독기를 내공으로 삼는 그들에게 영약이란 쓸모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 중 대부분은 독기를 태워 버리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독과 약은 서로 비슷하지만 상반된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모용진이었다.
“여긴가?”
“예. 따라오십시오.”
당철삼의 안내에 천천히 뒤따라 가는 모용진.
지금 그들은 당가에서도 깊숙이 숨겨져 있던 창고의 지하를 걷고 있었다.
당철삼이 어두컴컴한 지하에 등불을 밝히며 걸어가자 잠시 후 모용진의 눈앞에 거대한 책장들로 가득한 공간이 나왔다.
“오오!”
그곳을 본 모용진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진정한 보물고와 다름이 없었으니까.
문파별로 쫙 정리되어 있는 거대한 책장들에는 엄청난 숫자의 보관함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다 내공을 증진시켜 주는 영약들이었다.
“정파의 모든 영약들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통합무림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쓸어 모은 것들을 이곳에 저장해 뒀지요.”
그렇게 말한 당철삼이 선반 가장 위의 보관함을 꺼내더니 모용진의 앞에서 열었다.
황금빛으로 둘러싸여 빛을 내는 듯한 노란 구슬.
그 작은 구슬에서 진한 내공의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소림의 대환단이군.”
“맞습니다. 역시 스승님은 안목이 남다르시군요.”
“옛날에 많이 훔쳐 먹었으니까. 맛은 소환단이 좀 더 좋아.”
영약의 맛까지 품평하며 미소를 지은 모용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러니까 내가 그렇게 찾아도 영약이 없었지. 몹쓸 것들이 다 쓸어 담고 말이야. 나눠 먹을 줄도 알아야지”
“그럼 이것들을 나눠 주실 생각이십니까?”
당철삼의 질문에 모용진은 피식 웃더니 당철삼의 손에 들린 대환단을 뺏어 한입에 씹어 먹었다.
“뭐 하러? 놈들이 베풀지 않았으니 나도 그럴 필요가 없지.”
사실 모용진은 이곳 사천당가에 영약이 모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통합무림 내에서도 기밀에 가까운 이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할 수 있지만 모용진은 그 정보 자체를 통합무림에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모용진은 그동안 부족한 내공을 보충하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 누구보다도 눈에 불을 켜고 영약을 찾아다녔다.
녹림과 장강이 손에 들어와 있었고 사업 수단도 모용진의 방식으로 크게 키웠기에 수중에 돈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많은 돈으로도 손에 들어오는 영약은 쥐꼬리만 했고 어쩔 수 없이 직접 중소 방파를 털어 본 적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영약이란 먹으면 사라져도 언젠가는 또 생기는 것들.
무림에 이렇게나 영약이 없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그는 시장의 흐름을 조사했고, 오랜 조사 결과 그 흐름의 끝에 사천당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통합무림이 사천당가를 영약의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모용진은 사천당가를 손에 넣을 계획을 세웠다.
자신이 정략결혼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계획은 무림의 급변하는 상황에 계속 바뀌어 갔고 점점 모용진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갔다.
통합무림이 잘나가던 사천당가를 하문(下門)으로 내렸고 이는 당가의 사람들에게 반발심을 심어 주었다.
그 덕에 당철삼은 조금 더 쉽게 당가를 설득할 수 있었고 이는 모용진에게 큰 이득이었다.
불필요한 피해 없이 완전한 당가를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사실 이는 은월령의 덕도 조금 있었다.
은월령의 홍련이 찾아오는 바람에 모용진이 자신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무언가를 끄집어낼 수 있었으니까.
‘무아’를 비롯한 여러 깨달음.
홍련을 통해 그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모용진에게 자신감과 새로운 영역을 불어넣어 줬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모용진은 당철삼에게 이길 수 있었다.
만일 은월령이, 그것도 홍련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쯤 모용진은 당철삼의 여식과 혼인을 치르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무튼 결국 모용진은 이곳까지 도달했고 여러 창고들을 털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이렇게 많은 영약들을 확보하게 되었다.
“날 위해서 이렇게 많은 양의 영약들을 모아 주다니. 이걸 활용하지 않으면 통합무림에서 많이 섭섭해하겠지?”
“그렇지요. 스승님의 대업을 위해서라도 이것들은 올바르게 쓰여야 합니다.”
당철삼은 품에서 작은 열쇠를 꺼내 모용진의 손에 건네주었다.
“이 열쇠를 지닌 자와 동행한 사람만이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저희 당가에는 쓸모없는 것들이니 스승님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고맙군. 내가 잘 쓰도록 하지.”
간식 먹듯 대환단을 하나 더 꺼내 입에 넣은 모용진은 이만 나가자며 밖으로 이동했고 그 이동하는 사이에 당철삼은 이곳을 열쇠 없이 들어오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한마디로 화경의 고수라도 쉽게 살아남을 수는 없다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창고의 밖으로 나온 모용진은 슬쩍 자신의 눈치를 보는 당철삼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건 자신이 이런 엄청난 선물을 내주었으니 자신에게 무언가를 달라는 무언의 항명이었다.
“네가 내게 선물을 주었으니 나도 조촐한 선물 하나를 주지.”
모용진이 품에서 손안에 숨겨질 만큼 작은 도자기를 하나 꺼내더니 당철삼에게 내밀었다.
“이건 무엇입니까?”
“단류오공(短類蜈蚣). 그리고 그것의 씨다.”
단류오공이라는 말에 당철삼의 눈이 크게 뜨이더니 황급히 천으로 된 뚜껑을 열어 내부를 확인했다.
그러자 천천히 기어 나오는 아주 작은 지네 한 마리.
그리고 그 도자기 안은 아주 작은 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당철삼은 그게 진짜 단류오공과 그 알들이라는 것을 단숨에 눈치챌 수 있었다.
“아니…… 이 귀한 것을 어떻게?!”
모용진은 단약에 단류오공을 넣어 고독이랍시고 마구 사용했는데 사실 이는 엄청나게 구하기 힘든 영물에 가까운 것이었다.
다른 고독들과 성능은 비슷하지만 엄청난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크기였는데, 보통의 고독들은 단약 속에 숨길 만큼 작지 못했고 그것을 삼키게 하려면 크고 징그러운 독물들을 씹지 않고 삼키게 만들어야 했기에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단류오공은 작으면서도 많은 독을 흡수할 수 있었기에 독문에서는 웬만한 영물보다 더 귀하게 취급하고 있었고, 구하기도 매우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모용진은 그런 단류오공과 수많은 씨알을 당철삼에게 내민 것이다.
“혈교. 원래 이것은 혈교 놈들이 술병 속에 키우고 있던 놈들이었어. 그런데 하필 그걸 죽엽청 속에 키우고 있었고 나는 우연히 숨어든 혈교의 비밀 창고에서 몇몇 서적들과 죽엽청을 발견했지. 아, 그런데 그곳에 죽엽청이 있는데 어떻게 참나. 그것도 몇 년 묵어서 더 맛있을지도 모르는 죽엽청을. 내가 영약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죽엽청은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