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01
광마전생 (101)
「기다려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그리고 이 서신이 도착할 즈음엔 웬 여성들이 아이들을 대동하고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들을 최대한 친절하게 맞이하고 다친 곳이 있으면 치료해 주고 잘 곳과 먹을 것을 내주어라.」
“이게 무슨 말이야?”
제갈영은 분명 서신에 급한 일이 벌어졌다고 빨리 돌아오셔야 한다는 말과 함께 상세한 상황을 모용진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도착한 그의 답변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었고 뒤에 덧붙인 사족은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성과 아이들? 어디서 마을이라도 구하신 건가.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혹시 숨겨 둔 말이 있나 싶어 제갈영이 서신을 유심히 살펴보는 그때.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군마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사님, 밖으로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제갈영이 문을 열자 그 앞에는 군마전이 수련 도중 뛰어 올라왔는지 흙투성이인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왜 군마전 님이…….”
“아. 정문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는데 사저가 저보고 뛰어 갔다 오라고 해서…….”
“정문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그게, 웬 여성들과 아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여성들과 아이들요? 그럼 일단 들인 후에 이야기를 들어 봐도…….”
“그런데 그게 너무 숫자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아서.”
그 순간 제갈영은 문득 모용진이 보낸 서신이 떠올랐고 얼굴을 가릴 면사포와 흑립을 챙겼다.
“제가 직접 내려가 보겠습니다. 안내해 주십시오, 군마전 님.”
중경녹림의 정문.
옛날에는 대놓고 드러나 있었지만 모용진이 오면서부터 기존의 정문을 폐쇄하고 새로운 정문을 만들었다.
중경관문과는 다르게 숲속에 숨겨져 있는 정문.
그래서 이 정문을 알고 있는 이는 오직 흑천파의 관계자들뿐이었다.
그런 정문 앞에서 아이들과 대기하고 있는 이는 바로 성아와 사자들이었다.
“여기가 정말 맞을까요, 령주님? 여긴 아무리 봐도 녹림…… 그 산적들의 본거지 같은데…….”
“조사님께서 거짓으로 이곳에 보낼 리가 없을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기다리렴.”
어린 사자의 걱정 섞인 말에 성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녀를 다독였지만 사실 성아도 조금 불안하긴 했다.
왜냐하면 이곳 중경이 처음이기도 했고 눈앞에 보이는 녹림의 산채가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도착하자마자 병기를 꺼내어 둘러싼 수십 명의 무사들.
그들은 하나같이 우습게 볼 자들이 아니었고 제대로 무공을 배운 사람이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성아의 마음속 불안감이 점점 커져 가는 그때.
거대한 문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문이 열리더니 흑립과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제갈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등장에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무사들.
그 행동에 성아는 저 여성이 이곳의 주인이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챘다.
“여기 대표가 누구시죠?”
밖으로 빠져나온 제갈영은 깜짝 놀랐다.
군마전에게 많다고 보고를 받기는 했는데 진짜로 많았으니까.
족히 이백 명은 될 법한 사람들.
그들의 대부분은 여성이었고 그중 아이들만 해도 절반 이상이 넘어 보였다.
“제가 이들의 령주입니다.”
사실 성아가 손을 들지 않았어도 제갈영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한눈에 봐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아주 여러 가지 의미로.
성아가 제갈영의 앞에 다가서려고 하자 호위 무사가 도를 뽑아 들며 그녀의 앞을 막았지만 제갈영이 이를 제지했다.
“거두세요. 아마 이분들은 흑제 님이 보내신 분들이실 겁니다.”
흑제라는 말에 호위 무사가 기겁을 하듯 검을 넣더니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제갈영이 먼저 성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저도 방금 막 서신을 받았습니다. 저는 중경녹림의 제갈영이라고 합니다.”
모용진에게 들었던 이름이 바로 나오자 성아도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모용진 조사님께 들었습니다. 흑천파의 총군사시라고 하던데, 그런 높으신 분이 직접 나오시다니…….”
“조사님……이요?”
“예.”
왜 모용진이 조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말하지도 않은 흑천파와 총군사라는 직함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모용진이 보낸 것은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한 제갈영이었다.
“그럼 소저께선 이름이…….”
“아! 죄송합니다. 저는 은월령의 령주 류성아라고 합니다.”
‘은월령?!’
은월령이라는 말에 제갈영은 깜짝 놀랐다.
은월령은 제갈영도 익히 알고 있는 단체였다.
물론 실제로 본 적은 없고 소문으로만 들은 게 전부였지만 무림맹의 가장 은밀한 단체였다가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진 걸로 알고 있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여기까지 오는 데 고생이 많으셨을 테니.”
제갈영이 앞장서서 안내하자 성아는 황급히 사자들에게 아이들을 통솔해 따라오게 하였고 잠시 후 거대한 중경녹림의 정문이 활짝 열렸다.
성아는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압!”
어마어마하게 넓은 연무장에서 일제히 수련을 하고 있는 수백 명에 달하는 무인들.
그들이 지르는 기합엔 절도와 기세가 제대로 자리 잡아 있었고 풍기는 기운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인물들.
족히 열 명은 넘어 보이는 그들은 하나같이 절정을 뛰어넘는 고수들이었다.
멀리서 봐서 잘은 구별하기 힘들었으나 훈련을 시키는 이도 받는 이도 보통이 아니란 것은 그녀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성아는 저 목소리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힘차게 훈련을 하고 있는데 바깥에선 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거지?”
“그건 진법 때문입니다. 여기 중경녹림은 제가 친 진법으로 철저하게 격리된 곳이니까요.”
혼잣말이었음에도 대답해 주는 제갈영의 말에 성아는 고개를 숙였다.
“아, 감사합니다.”
“혹시 머무르시는 동안 수련이 하고 싶으시다면 개인 연무장을 내어 드릴 테니 말씀만 해 주시면 됩니다. 아, 이쪽으로.”
연무장을 지나 옆으로 들어가자 그곳엔 드넓은 정원이 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눈앞이 트이듯 확 바뀌었고 그곳은 어느새 정원에서 커다란 건물이 있는 장원으로 바뀌었다.
“이것도 설마…….”
“예. 우선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가 흑제 님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는 여러분들을 부족함 없이 잘 모셔 달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한 번 더 흑제 님께 확인을 할 때까지는 이곳에서만 있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 제갈영의 말에 성아는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희에게 이런 좋은 공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건물은 저희의 객원으로 사용하는 곳인데 잠시 생활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을 겁니다. 여기 이분들이 안내해 드릴 테니 따라가시면 됩니다.”
제갈영의 말에 언제 따라왔는지 모를 시비들이 앞장서서 움직이더니 객원을 향해 사자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성아 역시 그들을 따라가려고 하자 제갈영은 그녀를 불러 멈춰 세웠다.
“령주님.”
“부르셨습니까?”
“령주님은 잠시 절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아, 네.”
성아의 대답에 사자들이 그녀를 호위하려는 듯 따라붙었으나 성아가 먼저 그녀들을 제지했다.
“다녀올 테니 너흰 아이들을 부탁해. 소란은 피우지 말고.”
단단하게 당부를 한 성아는 제갈영의 뒤를 따라갔고 어느새 또 갑자기 눈앞의 풍경이 확 바뀌었다.
“후우…….”
살짝 놀란 듯 성아가 가슴을 쓸어내리자 제갈영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진법이 익숙하시진 않은가 보네요.”
“아,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런 진법은 처음 봐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렇군요.”
성아를 흘긋 쳐다본 제갈영은 그녀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저 미모로 모용진을 홀린 건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모용진이 그런 것에 당할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제갈영이었다.
“엄청난 고수시네요.”
“예?”
갑작스러운 제갈영의 말에 성아가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이 제갈영도 모용진과 같이 반박귀진에 오른 고수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성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제갈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요. 꼭 아저씨처럼. 저는 진법에 어느 정도 재주는 있지만 무공 실력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돼요.”
“아하……. 그런데 아저씨라면……?”
“아마 당신이 조사라고 부르는 그분이겠죠.”
그렇게 알 듯 말 듯 이상한 대화를 나누던 성아는 어느새 자신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전각의 앞에 도착한 것을 깨달았다.
“녹수각이라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성아가 녹수각에 들어선 그 순간, 그녀는 한 번 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디선가 풍겨 오는 어마어마한 내기.
그녀가 잔뜩 경계하며 돌아본 그곳엔 후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는 스무 명도 채 되지 않는 인물들이 연무장 위에 올라 대련을 벌이고 있었다.
마치 난투와도 같은 대련의 현장.
그 광경을 본 류성아는 그들이 아까 전에 정문 근처에서 본 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저들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남성.
그는 최소 자신과 비슷하거나 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역시 고수답게 눈이 먼저 가시는가 보군요.”
“저들은…….”
“흑제 님의 제자분들입니다. 흑천파의 모든 이들은 그분의 제자이지만 저분들은 조금 특별합니다. 그리고 저분들 뒤에 서 계신 분은 흑천파의 유일한 장로님이십니다. 장강왕이라고 하시면 아실 테죠.”
장강왕 조종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녀는 은월령의 령주이니 당연히 알고 있었다.
흑도 중에 몇 안 되는 화경의 고수였으니까.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성아를 바라보며 제갈영은 다시 그녀를 불렀다.
“일단 나중에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질 테니 지금은 저랑 위에 올라가시죠. 령주님께 여쭤봐야 할 것이 많으니.”
* * *
흑도가 여럿 모이면 그곳엔 반드시 배신자가 존재한다.
이는 세간에 흔히 떠도는 말이었지만 굳이 흑도에게만 국한되는 말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디든 간자는 숨어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이는 사천당가도 마찬가지였다.
통합무림은 그들에게 소속된 문파의 중요 인물들을 몰래 접선해 몇몇 인물들을 세작으로 만들어 두었고.
그들은 대부분 장로이거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가진 이들이었다.
모용진이 사천당가에 머무른 지 육 일째 되는 밤.
그들은 비밀스럽게 사천당가를 빠져나갔다.
검은 무복과 복면으로 몸을 숨긴 그들은 빠르게 사천당가가 있는 성도를 벗어나려 했고 혹시 모르기에 각각 다른 세 방향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너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지금 가는 길이 너무나도 순탄했기 때문이다.
사천당가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다.
아무리 장로급이라고 해도 야밤에 누가 빠져나간다면 단숨에 눈치를 챌 수 있었고 지금쯤 누군가가 꼬리를 물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이내 안심하며 발을 재촉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천당가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를 쫓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심을 하며 서안을 벗어나려는 그때.
섬서를 향해 이동하던 한 복면인의 앞에 벼락과도 같은 섬광이 떨어졌다.
서걱!
하지만 그는 장로급의 고수였고 빠르게 몸을 비틀며 회피한 결과 다행히도 잘려 나간 것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뿐이었다.
그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들어 올린 그때.
그의 귓가에 남성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이었구나? 사천당가에 숨어든 통합무림의 충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