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10
광마전생 (110)
“뭐, 머머머머…….”
갑작스러운 모용진의 말에 제갈영은 언어 기능을 상실한 듯 같은 말을 내뱉었다.
“물론 지금보단 어렸을 때가 더 귀여웠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모용진의 말에 제갈영은 금세 제정신을 되찾았다.
모용진이 자신을 여자가 아닌 그저 어린아이로 보듯이 말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얏!”
찰싹!
시원한 소리와 함께 제갈영의 손에 들린 수건이 모용진의 등을 강타했고 난데없이 등을 강타당한 모용진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상당히 분노한 듯한 제갈영이 양손으로 수건을 빳빳하게 당기고 있었다.
“어…… 설마 그걸로 날 때리려는 건 아니지?”
“맞는데요?”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제갈영의 손에서 거칠게 휘둘러지는 수건.
물론 모용진의 수준이라면 한 대라도 맞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맞아 주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제풀에 지친 제갈영이 바닥을 뒹굴자 모용진도 바닥에 털썩 누웠다.
“영아.”
“왜요.”
“아무래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예?”
모용진의 말에 누웠던 제갈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모용진은 그대로 눈을 감은 채 말을 이어 갔다.
“아무래도 지금이 적기인 것 같아서.”
“하지만 아직 곤륜에서도…….”
“괜찮아. 놈들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되니까. 그리고 들킬 일도 없을 거야. 그전에 먼저 거기부터 정리할 생각이니까.”
“거기라면…….”
감고 있던 눈을 뜬 모용진이 제갈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일 저녁 식사가 끝나면 네가 직접 청화를 데리고 이곳으로 와. 물론 내용은 설명해 주지 말고.”
* * *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와 다르게 흑천파의 식당에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왜냐하면 모용진이 오늘 사형제대전의 시험을 마저 치르기로 했기에 평소 아침을 거르던 이들도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장로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모용진이 정해 놓은 규칙이었으니까.
조종려 역시 아침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렀고 비교적 가벼운 소면을 받아 와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제발 무슨 일이 없기를.”
그렇게 기도를 하며 소면 한 젓가락을 들어 올리려는 그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소곤거리는 말이 들려왔다.
“어젯밤에 흑제 님이 제갈영 군사님과 동침을 했다고 하던데?”
모용진과 제갈영의 동침.
하지만 조종려는 그렇게 크게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둘이 어떤 사이인지 제일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바로 조종려였기 때문이다.
시답잖은 말이라며 조종려가 한마디 하려는 그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 여성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어제 세안 물을 다시 가지러 간 시녀가 확실하게 들었대. 막 방 안에서 찰싹찰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방문에 비친 군사님이 요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지 뭐야!”
“나도, 나도 들었어. 그 소리가 엄청나서 아래층에 있던 호위 무사들도 다 들었다던데? 군사님이 막 호통도 치고 그랬다고. 아무튼 장난이 아니었대.”
“에그머니나. 둘 다 그럴 순 있다 싶었지만 취향이 보통이 아닌걸?”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조종려가 멍하게 있는 그때.
날카로운 비수 같은 것이 이야기하는 시녀들의 밥상으로 날아오더니 그대로 식탁에 내리꽂혔다.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지 마라. 죽고 싶지 않으면.”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식탁에 꽂힌 것은 바로 나무젓가락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시녀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홍련이었다.
홍련은 콧방귀를 한 번 뀌더니 도망가는 시녀들을 무시한 채 조종려의 앞에 착석했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장로님.”
“물론이지. 은월령의 다른 분들은 같이 식사하러 오지 않았나?”
“아이들이 있어서 보통은 은월령에서 함께 먹습니다. 저는 잠깐 분위기를 보러 나왔을 뿐입니다.”
손님을 대접하던 객원은 이제 완전한 은월령이 되어 버렸다.
모용진이 객원은 딱히 필요 없을 것 같다며 그곳을 완전히 그녀들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분위기라. 어제 그 일 때문인가 보군.”
“예. 주인님이 그렇게 화나신 건 처음 봤습니다.”
“그 점은 안심해도 된다네.”
“예?”
갑작스럽게 안심해도 된다는 말에 홍련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종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진짜 화가 나신 게 아니니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난 진짜 화가 난 스승님을 본 적이 있으니까. 스승님은 진짜 화가 나시면 웃으시거든.”
“웃으신다고요…….”
“그것보다 아까 전의 이야기는 뭔가? 스승님과 제갈영 이야기 말일세.”
조종려가 제갈영의 이야기로 방향을 틀자 갑자기 홍련의 눈빛이 바뀌더니 앉아 있던 상을 손으로 붙잡았다.
“별거 아닙니다. 주인님이 군사님과 동침을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입니다.”
“그런데 자넨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있지?”
“제가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홍련의 손가락은 식탁을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홍련은 왜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가 도는지 모르겠다며 분개하더니 잠시 후 조종려에게 인사를 하곤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종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에도 그러시더니…… 이번에도 여자 꽤나 울리고 다니시는구만.”
소문은 소문이라.
입으로 전해지면 전해질수록 부풀려지기 마련.
모용진이 다음 시험을 내 주기 위해 모두를 불러들였을 땐 이미 흑천파 전체에 소문이 퍼진 뒤였다.
물론 모용진의 귀에도 그 소문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는 딱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떤 소문이 떠돌고 있는지 잘 안다. 하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여기에 있는 너희들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신경 쓸 겨를도 없을 테니까.”
단상에서 내려온 모용진은 손짓으로 제갈영을 불렀고 제갈영은 재빠르게 앞으로 튀어나와 모용진에게 커다란 두루마리를 건넸다.
“네 번째 시험은 내전이다. 지금 같은 부대원끼리 서로 싸우는 것이지. 룰은 간단하다. 여기 두루마리 안에는 어젯밤 군사가 고심하여 만든 대진표가 있다. 이기는 자는 부대에 남게 되며 패배하는 자들은 시험에서 탈락한다.”
모용진의 탈락한다는 말에 모두가 침을 꼴깍 삼켰다.
왜냐하면 그가 탈락은 곧 죽음이라고 하였으니까.
그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모용진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걱정 마라. 패배하였다고 해서 내가 죽이진 않을 테니. 대신 탈락한 자들은 보상을 얻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그 패배자의 보상은 승자에게로 돌아갈 것이며. 만약 이번 시험의 승자들이 최종 우승을 하게 된다면 영약 네 알 그리고 무공 역시 두 개를 얻을 수 있겠지.”
패배한 자의 보상의 가지고 올 수 있다는 말에 죽어 있던 모두의 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영약 네 알.
한 알도 두 알도 아닌 네 알.
그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화경에 오른 조종려와 홍련까지 눈을 빛낼 정도였으니까.
“눈빛을 보니 다음 시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포기할 자는 안 보이는군. 그럼 대진표를 공개하지.”
모용진은 세 개의 깃발에 대진표를 걸었고 모두의 시선은 저절로 그곳을 향했다.
“승부는 한 번. 딱 한 번만 상대를 이기면 생존한다. 무공을 겨루는 자리이기에 두뇌파인 제갈영과 청화는 제외하였다.”
펼쳐진 대진표에는 제갈영과 청화는 물론 대장과 부대장 역시 제외되어 있었다.
“대장과 부대장들 역시 제외하였는데 그 이유는 수준의 차가 너무나도 극심하기 때문이다. 가야허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군.”
모용진의 말에 가야허는 아직 그가 마음이 풀리지 않은 건가 걱정이 되면서도 은근 자신의 실력을 깔보는 듯한 말에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게 문제인 것을 몰랐다.
모용진에게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은 여기 흑천파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참고로 이번 시험 역시 순위가 있다. 가장 빨리 대련이 끝난 부대가 가장 높은 점수를 따 갈 수 있겠지. 그럼 시작.”
예고도 없이 시작을 선언하는 모용진.
그의 말에 부대원들은 잠시 멈칫하며 혼란스러워했지만 이내 빠르게 자신의 상대를 찾아 연무장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흩어지는 부대원들을 바라보며 조종려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와 똑같은 시험이군요. 이번 건.”
“음?”
“암행부 말입니다. 당시 암행부에도 이와 같은 시험을 내셨으니까요.”
“여전히 눈치는 빠르구나. 사실 그래서 너희들을 제외시킨 거야. 불공평해지니까.”
모용진의 말에 조종려는 웃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이번 시험은 단순한 비무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최종적으로 이 시험은 단체전이었다.
빨리 끝나는 쪽이 높은 점수를 얻게 되니 한쪽이 빠른 희생을 하는 게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자신의 욕심으로 자신의 부대를 지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희생으로 부대를 이기게 할지 정하는 시험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직 비무 중인 이들은 물론 대장들마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첫 승자가 나왔을 때 비로소 제갈영과 청화가 눈치를 챈 듯 소리를 질렀다.
“아……!”
“이건…… 협상이 중요한 시험이었구나!”
“역시 흑천파의 군사들이야. 두뇌 회전이 빠른걸.”
그랬다.
이번 시험의 해답은 바로 협상이었다.
협상을 통해 서로 이익을 얻고 한 명이 스스로 패배를 시인한다면 누구도 다치지 않고 빠르게 끝을 낼 수 있는 시험인 것이다.
제갈영은 당장 적군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모용진이 재빠르게 그녀의 앞을 막았다.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면 그건 시험이 아니게 되지.”
“…….”
제갈영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모용진을 바라보며 대체 이 사람이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전에도 그랬다.
여러 사건 속에서 꼭 먼저 해결법을 찾는 것은 바로 모용진이었다.
전생에 광마니 뭐니 해서 무식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뿐이지 실제로 제갈영이 본 그는 누구보다도 명석했다.
“성장에 필요한 과정이다. 물러나.”
물러나라는 말에 제갈영은 하는 수 없이 물러났지만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도 비무는 끝이 나지 않았고 과열된 보상에 대한 집착으로 점차 부상자만 늘어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제갈영이었지만 조종려가 그녀의 어깨를 두들기며 위로했다.
“남이 해답을 찾아 주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찾는 것은 어려운 법이죠. 지금 저들 중 단 한 명만이라도 그 해답을 찾는다면 이번 시험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장로님…….”
“걱정 말고 지켜보시죠. 이 과열된 비무 속에서도 누군가는 해답을 찾아낼 테니.”
그리고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해답을 찾은 이가 나타났다.
그는 놀랍게도 생각이랑은 거리가 한참 있어 보이는 남자인 광천악이었다.
조종찬에게 이기고 쉬고 있던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청군! 말! 그러니까 대화! 대화를 하는 것이다! 어차피 부대가 이겨야 보상도 받을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