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2
광마전생 (12)
“크윽, 뭐 하는 놈들이냐! 감히 이 팽노일을 이런 꼴로 만들어?”
“팽노일! 팽노일이라면 설마!”
“크크. 그래, 내가 바로 팽가의…….”
“몰라, 인마. 그게 누군데.”
팽노일의 말을 끊으며 반말까지 툭툭 뱉는 모용진.
누가 봐도 팽노일의 나이가 훨씬 많았고 팽노일은 팽가의 일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네 이놈! 감히 팽가의…….”
“그놈의 팽가, 팽가. 이놈의 팽가는 팽가 말고는 내세울 게 없나 보네.”
까득!
그 순간 팽노일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고 그의 몸이 모용진을 향해 돌진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이 죽고 싶은 게구나!”
그의 허리춤에서 번뜩이며 뽑혀 나오는 도.
하지만 그는 멈춰 서고 말았다.
아까 모용진이 절정의 고수라고 떠벌렸던 팽이종이 그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카앙!
검과 도의 부딪침.
타고난 근골에 힘 하나는 자신 있었던 팽노일이었는데 놀랍게도 모용종이라 불린 눈앞의 사내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자신의 도를 튕겨 냈다.
‘진짜 절정의 고수란 말인가! 모용종? 모용세가는 그 두 놈만 있던 게 아니었던 건가?’
“어른이 아이의 도발에 넘어가면 쓰나. 당신이 이곳 하북소학관의 주인이오?”
“그렇소만, 대체 이게 무슨 무례요! 갑자기 사람을 기습하더니 저 아이는 어른을 농락하지를 않나! 이는 남의 사유지에 발을 들인 자가 할 수 있는 예의가 아니잖소!”
팽노일의 반발에 팽이종은 포권을 취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 점은 미리 사과드리오. 고의가 아니었소, 실수였지. 내 제자가 실언을 한 것도 사과하겠소. 아직 천지 분간하지 못하는 아이라.”
“크흠…… 알겠소. 사과를 받아들이지.”
원래라면 고작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지만 팽노일은 눈앞의 사람이 자신보다 고수라는 것을 단 한 수에 깨달았다.
무림에서는 힘이 곧 법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대체 무슨 일로 온 거요? 저 아이가 당신을 스승이라고 부르는 걸로 보아하니 우리 하부소학관에 입관하려고 온 것은 아닌 것 같소만…….”
팽노일의 말에 팽이종이 검을 밀어 넣으며 대답하려 했으나 모용진이 먼저 툭 튀어나오더니 팽노일을 향해 목검을 내밀었다.
“우리는 모용학관에서 왔다! 이 비열하고 더럽고 치사한 학관을 박살 내기 위해서! 모용종 스승님! 지금 당장 다 박살 내 버리죠! 이 좁은 정소촌에 두 개의 학관은 필요 없습니다!”
* * *
[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뭘.”
[아니, 좋게 해결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흰 그저 비무를 신청하러 온 것이지 않습니까. 이러다가 팽가에 말이라도 들어간다면…….]“걱정 마.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하북소학관이 고작 열한 살의 아이에게 모욕당하고 그 관주인 팽노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모용학관에 당하기만 했다? 그걸 잘도 말하겠다. 그게 팽가의 귀에 들어가면 우리보단 저 녀석이 먼저 박살 날걸?”
[그건…… 그렇겠지요…….]“어차피 내 행동은 어린아이의 치기라고 덮어 버리면 그만이야. 두고 봐. 나에겐 다 생각이 있으니까.”
우리는 지금 하북소학관의 객실에 안내받아 앉아 있었다.
구정물로 몸이 더러워졌던 팽노일이 씻을 시간을 준 것이었다.
잠시 후 팽노일은 방으로 들어왔고 나와 팽이종을 번갈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맞은편에 자리했다.
“그러니까…… 모용학관에서 정식으로 비무를 신청하러 왔다, 이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이유가 뭡니까? 당신도 무림인이라면 알지 않습니까. 어린아이들만 다니는 학관은 불문율로써 도장 깨기가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팽노일은 노골적으로 비무를 피하고 있었다.
이미 팽이종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것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물러설 수 없다니요?”
“하북소학관으로 인해 저희 모용학관은 망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거대한 가문의 폭정이며 이에 항거하는 의미로 비무를 신청하러 온 것입니다. 그리고 정당한 비무를 통해 모용학관의 실력을 알릴 수도 있겠죠.”
“하 참…….”
폭정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던 팽노일이었지만 어차피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기에 팽노일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아무튼 저흰 비무를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소문은 좋을 대로 내셔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그런다고 해서 바뀔 건 없을 것 같으니.”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뜨려고 하는 팽노일.
하지만 그런 그를 놓아줄 모용진이 아니었다.
“쫄았네.”
“뭐?”
쫄았다는 말에 멈춰 서고 만 팽노일.
“처참하게 깨질까 봐 완전 쫄았구만. 팽가라고 해서 뭐 있는 줄 알았는데 쫄보들의 집단이 따로 없어.”
이어지는 모용진의 모독에 팽노일은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말 취소하지 못할까! 감히 우리 대팽가를 모욕하다니 이는 아이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는…….”
“그놈의 팽가, 팽가. 아저씨, 아저씨는 팽가 말고는 뭐 없어요? 뭔 입에 팽가만 달고 있대? 거긴 안 달려 있어? 남자가 무슨 계집애처럼 팽그아 팽기아 거리고 있어.”
도가 넘은 모용진의 도발에 팽노일은 잔뜩 분노한 듯 얼굴이 시뻘게졌고 팽이종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이렇게 가다간 팽가에서 직접 나서서 모용학관을 쓸어버릴지도 모르는 일.
폭탄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
그때 모용진이 팽이종에게 달라붙으며 그의 소매를 끌어당겼다.
“스승님, 스승님.”
“예…… 아니, 응?”
“왜 하북소학관은 저와의 비무를 피하려고 하는 거죠? 그렇게 가르치는 거에 자신감이 없나? 그런데 무슨 하북의 패자니 뭐니. 팽가도 별거 없네요.”
그 말에 곧바로 반응한 것은 놀랍게도 팽노일이었다.
“그럼 비무를 청하려는 게 그쪽이 아니라…….”
“예? 전데요? 제가 여기 아이들에게 비무를 청하러 온 것인데. 에이, 설마 하북팽가라는 명문세가의 소학관이 무림의 불문율에 관해서 모를 리는 없겠죠? 우리 스승님은 뼛속부터 무인이신데 불문율을 어길 리가 없잖아요.”
모용진의 말에 팽노일은 팽이종을 쳐다보았고 팽이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비무를 신청하러 온 것은 제가 아니라 여기 이 아이 모용진입니다. 제 제자인 그가 여기 있는 생도들을 상대로 비무를 청할 겁니다.”
그 순간 팽노일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그 표정은 모용진의 눈에도 들어오고 있었다.
‘멍청한 녀석. 물었구만.’
팽노일은 잠시 고민해 본다며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자신만만한 미소로 돌아온 팽노일.
그는 노골적으로 모용진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소. 아이들의 비무라면 학관끼리의 친선전도 가끔 있는 정도이니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지.”
모용종과 자신이 아닌 아이들끼리의 비무라고 하자 냉큼 받아들인 팽노일.
그 모습이 참으로 찌질해 보였지만 어쨌든 사건은 모용진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팽노일은 준비를 한다며 곧바로 다시 방을 빠져나갔고 그렇게 둘만 남은 객실.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낀 팽이종은 한숨을 내쉬며 축 늘어졌다.
“흐아아…… 진짜 어떻게 되는가 싶었네. 아니, 조부님, 그냥…….”
“전음.”
[조부님, 그냥 처음부터 조부님이 비무를 신청하러 온 거라고 했으면 될 것을 굳이 이런 연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렇게 있는 저도 팽가지만…… 팽가를 들먹거리는 게 굳이 좋은 거 같진 않습니다.]“흐음? 내가 팽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면 누가 뭐라 할 수 있지? 나 팽무악이야.”
[그건…… 그렇긴 하지만…….]모용진의 말에 팽이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팽이종에게 있어 모용진은 팽무악이였기에 세가의 전설인 팽무악이 팽가를 욕한다고 해서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아…… 이종아, 내가 팽노일을 도발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단다. 사람은 코앞의 나무를 보기보단 그 뒤에 숨어 있는 숲을 바라봐야 하는 법. 그러니 너는 얌전히 이 사부의 말을 듣고 따르면 된다.”
위엄이 잔뜩 서려 있는 모용진의 목소리에 팽이종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모용진은 숲을 바라보기는 개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팽가가 욕하고 싶어서 욕했을 뿐이고 팽노일이 쫄았길래 쫄았다고 했을 뿐.
지금 모용진에게 있어 이 하북소학관은 당장 때려 부숴도 모자랄 곳이었기에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무와 숲을 논하면서 팽이종을 납득시킨 모용진은 잠시 후 준비가 끝났다는 시비의 말에 객실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안내받은 곳은 하북소학관의 연무장.
새로 지은 모용학관의 연무장보다 훨씬 크고 깔끔한 연무장엔 수십 명의 아이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팽노일.
팽이종과 모용진이 연무장위에 오르자 팽노일도 어느 아이에게 손짓하더니 그와 함께 연무장에 올랐다.
“이 아이의 이름은 전악이라고 하오. 우리 학관에서 손에 꼽는 영재 중의 한 명이지. 전악아 인사하거라. 저쪽은 모용학관의 모용종 선생과 그의 제자 모용진이란다.”
“안녕하십니까. 전악이라고 합니다.”
포권을 취하며 먼서 인사하는 아이는 무려 열여섯 살은 될 만한 큰 덩치를 가진 남자아이였다.
보통 아이들끼리 비무를 할 때는 나이를 매우 중요시하게 여긴다.
어릴 때는 나이 차이가 곧 힘의 차이였기에 얼마나 몸이 성장했냐에 따라 그 수준이 극명하게 나뉘었기 때문이다.
지금 모용진의 외관은 잘 쳐줘도 열 살 아래.
절벽을 오를 만큼 몸은 단련되어 있었지만 구양절맥을 앓았기에 겉보기엔 실제 나이보다 더 어려 보였다.
한마디로 팽노일은 노골적으로 모용진을 두들겨 패기 위한 아이를 선별했다는 뜻이다.
팽이종은 그런 팽노일이 같은 팽가로서 살짝 부끄러웠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모용진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좋아. 개이득이다.’
웃으며 앞으로 한 발자국 나간 모용진도 포권을 취하며 노골적으로 전악을 향해서만 고개를 숙였다.
“나는 모용학관의 모용진. 앞으로 잘 부탁해.”
“어…… 어. 그, 그래…….”
알 수 없는 미소와 ‘앞으로’라는 이상한 말.
그리고 묘한 압박을 느낀 전악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설 뻔했다.
그의 본능이 모용진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용진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호오……. 기감이 좋은 아이인가. 나쁘지 않겠는걸. 우리 모용학관의 첫 번째 생도로 딱 좋은 느낌이야!’
모용진은 알고 있을까.
지금 포권을 취하고 있는 그의 얼굴이 참으로 흉악하다는 것을.
“모용종 선생께선 괜찮으십니까? 아이들의 체구가 조금 차이가 나는데.”
그래도 양심이 조금 찔리는지 팽노일은 모용종에게 괜찮냐며 질문했다.
당연히 괜찮지 않다고, 팽가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냐며 소리치고 싶었던 그지만 이미 모용진이 이를 받아들였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팽이종에게 있어 어차피 이 비무의 승패는 정해져 있었다.
상대가 아무리 큰 덩치와 근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모용진은 팽무악이었으니까.
자신의 조부인 팽무악이 전악이라는 아이에게 질 확률은 한없이 영에 가까운 것이 아닌 그냥 영이었다.
“아이들의 비무이니 약식으로 진행하겠소. 승점 이 점을 먼저 따는 쪽이 승리하는 것으로 하고 상대방의 엉덩이가 바닥에 닿거나 상대의 몸이 장외로 나가면 일 점을 획득하는 것이오.”
절대 질 리가 없는 싸움.
오히려 팽이종은 모용진이 아닌 상대편인 전악을 위해 기도해 주고 있었다.
[조부님, 살살하셔야 합니다. 최대한 살살! 죽이면 안 됩니다, 절대로!]팽이종에게 날아든 전음에 모용진은 피식 웃으며 목검을 손에 쥐었다.
팽이종이 부탁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
모용진에게 있어서 전악은 이미 모용학관의 첫 생도가 되어 있었으니까.
“그럼 지금부터 하북소학관 대 모용학관. 두 학관의 친선 비무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