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25
광마전생 (125)
모용진이 흑련에게 부탁한 것.
그것은 화산파 출신의 장로를 찾는 것이었다.
그의 이름은 구길이었고 현 화산파의 장로이자 부문주로 화산파에서 두 번째 가는 인물이었다.
“객잔은?”
“객잔의 이름이 없어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위치는 파악해 뒀습니다.”
모용진이 곧바로 안내해 달라는 듯 손짓하자 흑련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중심가에서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한 작은 객잔이었다.
“저긴가?”
“네. 구길이 들른 곳은 여기뿐이었습니다. 끝까지 확인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고했어.”
이만 가 보라는 모용진의 손짓에 흑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그냥 가라고요?”
“그래. 숙소에 가서 쉬고 있어.”
“만일을 위해서 저도 함께…….”
“이 안에 있는 놈들에겐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것 같아서 말이야.”
한마디로 흑련이 같이 들어가게 되면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놀라웠다.
그 모용진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을 처음 보기도 했고 이 객잔에 얼마나 강한 사람이 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명령이야.”
하지만 흑련은 모용진의 명령이라는 말에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서로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있지만 상하의 관계는 또렷하게 인식하고 있는 그녀였다.
흑련이 물러나고 혼자가 된 모용진은 손에든 죽엽청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꿀꺽꿀꺽.
한 모금도 남김없이 술병을 비운 그는 객잔의 주변을 조금 살피더니 마치 취한 사람처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객잔의 문 앞에 도착한 그 순간.
검은 인영이 모용진의 앞을 막아서더니 그의 양어깨를 붙잡았다.
“여긴 출입 금지다. 목숨이 아깝다면 썩 물러가거라.”
모용진을 향해 거침없이 내뱉는 협박투.
하지만 그 말투 때문에 모용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에 그놈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참. 한 좐만 더 할게요, 따아악 환좐만.”
“하. 곱게 돌아가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을……. 네놈이 검을 뽑게 만드는구나.”
모용진의 앞을 가로막은 남자.
그는 바로 무림맹 소속의 창월단(彰月團) 단주 악비였다.
악비는 지금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얼마 전에도 무림맹의 명령으로 창월단은 술자리의 경호를 맡았었는데 오늘 또 내려온 임무가 술자리의 경호였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확 엎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의 손엔 산동악가의 명운이 달려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만약 공성 대사가 바닥을 기어가라고 하면 기어가야 했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스릉.
악비는 그를 빨리 쫓아내기 위해 정말로 검을 뽑아 올리려 했지만 도중에 무언가에게 막혀 검이 뽑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모용진이 들고 있던 술병이었다.
“뽑게? 딸꾹. 그러지 않는 걸 추천하는데.”
우연이라기엔 모용진의 동작이 너무나도 깔끔했고 악비는 그 정도의 눈썰미는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빠르게 물러나며 재빠르게 검을 뽑았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끄윽……. 나? 그건 내가 궁금한데? 나는 그저 술을 마시러 가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 설마 저 객잔엔 내가 보아서는 안 될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그 순간 악비를 비롯한 다섯 개의 인영이 동시에 모용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순식간에 모용진을 둘러싼 형태로 접근하는 창월단.
하지만 모용진은 태평하게 술을 들이켜는 척 술병을 기울이더니 이내 그 술병을 엄청난 속도로 휘둘렀다.
챙그랑!
빠악!
술병이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울려 퍼지는 청아한 소리.
그 소리는 모용진에게 가장 먼저 도달한 단원의 것이었고 곧바로 연이어 두 번의 소리가 울려 퍼지며 두 명의 단원이 또 쓰러졌다.
두 사람은 마치 취권을 하듯 괴상한 자세를 취한 모용진의 주먹과 발차기에 턱을 가격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모용진은 놀랍게도 그 자세로 단주인 악비와 부단주인 풍하운의 검을 피해 내고 있었다.
“너희 두 명이 젤 강한 놈들이지? 딸꾹……. 어차피 너희로는 나 못 이겨. 그러니까 순순히 비켜 주지 않을래?”
“이놈이 감히!”
자신을 농락하는 듯한 모용진의 말투에 악비가 이를 악물고 내공을 끌어 올리려는 그 순간.
“이게 무슨 소란이더냐!”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객잔의 문이 열렸고 그 문에서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무당파의 장문인인 태허 진인이었다.
“태허 진인님…….”
“창월단 단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요?”
“아, 아닙니다. 취객 하나가 난동을 부리는 듯하여 돌려보내려고 했습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취객?”
태허 진인은 고개를 꺾어 모용진이 있는 곳을 바라봤고 모용진은 그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술에 취해 미쳤나 보군. 큰 소란을 일으키면 곤란하니 적당히 타일러서 돌려보내게.”
“예, 알겠습니……!”
그 순간 악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느새 자신의 앞에 있던 모용진이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어느새 태허 진인의 옆에 서 있었다.
“딸꾹. 미쳤다니. 난 미치지 않았는걸? 객잔에 한잔 더 하러 온 것뿐이라고.”
모용진이 부서진 술병 머리를 태허 진인의 발 앞에 떨어뜨렸고 이에 태허 진인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이것은 명백한 도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태허 진인은 그 화를 참아 내고 있었다.
간신히 머릿속의 열을 식힌 그는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모용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젊은 친구가 많이 취했나 보군.”
한없이 인자한 표정이었지만 그는 모용진에게 한 방 먹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모용진의 몸이 흔들거리더니 태허 진인의 손을 가볍게 피해 버렸다.
“술 한잔 하겠다는데. 왤케 방해꾼이 많아?”
“아닛……?”
자신의 금나수를 그가 피할 줄은 전혀 예측 못 했던 태허 진인이 잠시 놀라고 있는 사이, 모용진은 재빠르게 객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쾅!
시원하게 열리는 문과 함께 드러나는 객잔 안.
놀랍게도 그곳엔 객잔의 주인이나 점소이로 보이는 듯한 인원은 한 명도 없었고 온통 험상궂은 무사들뿐이었다.
그리고 그 무사들이 열과 오를 맞춰 지키고 있는 듯한 거대한 탁상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공성 대사를 비롯한 수많은 정파의 장문인과 가주들.
지금 이 객잔은 평범한 객잔이 아닌 정파의 실세들이 비밀리에 모여 회동을 하고 있는 장소였던 것이다.
물론 모용진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 난리를 피우며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웬 놈이냐!”
“어랏? 객잔이 아니었나?”
“하아……. 창월단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건지.”
한숨을 내쉬며 모용진을 향해 다가온 인물은 점창파의 진요석이었다.
그는 점창파의 문주인 경혼의 호위로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었던 자로서 ‘일초검수(一招劍手)’라는 별호도 가지고 있는 고수였다.
‘좋아. 내 실력을 보여 줄 기회군.’
진요석은 오히려 지금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거수자를 화려하게 제압한다면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목을 살 것이며 그러면 자신의 이름이 조금 더 널리 알려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그 혼자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동파의 호위 중 한 명인 상손 역시 재빠르게 튀어나왔다.
상손이 갑작스레 끼어들자 진요석이 그를 죽일 듯 노려봤고 상손 역시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눈을 부라렸다.
[얌전히 들어가시지?] [이런 기회를 너 혼자 누리게 놔둘 것 같으냐?]전음까지 나누며 기 싸움을 하는 진요석과 상손.
그런 그들을 보며 모용진은 피식 웃더니 마치 취한 사람처럼 그들을 향해 쓰러졌다.
“어이쿠우!”
모용진은 쓰러지면서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진요석과 상손이 그런 어설픈 손놀림을 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둘은 동시에 몸을 뒤로 빼는 것으로 모용진의 손을 피했는데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진요석과 상손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바닥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검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놈들이 함부로 검을 뽑으면 쓰나. 딸꾹.”
들려오는 모용진의 목소리에 그들은 황급히 자신의 혁대를 살펴봤지만 검이 있어야 할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놀랍게도 그들의 검은 모용진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모용진은 이내 그것들을 등 뒤로 던져 버렸다.
검수가 검을 뺏긴 것도 치욕스러운 일인데 그것마저 모용진이 던져 버리자 화가 잔뜩 난 상손과 진요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으나 그보다 모용진의 발길질이 더 빨랐다.
모용진이 단숨에 그들을 벽으로 날려 버렸지만 그 대가는 수십 개의 검이었다.
순식간에 모용진의 주변을 감싸며 검을 내민 수십 명의 검수들.
각 가주와 문주들을 지키는 그들은 모두 이름이 있는 고수였고 이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모용진을 찌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용진은 빈손이었고 이렇다 할 살기조차 뿜어내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곳은 정파의 비밀스러운 회동자리였기에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 자리를 피로 물들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 명이 모용진을 알아본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검을 내렸다.
“이여립 대협?”
대협이라는 말에 다른 이들이 놀라며 목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자 그곳에는 제갈세가의 훈련 교관이었던 제갈중이 서 있었다.
“이여립?”
“그 이여립 말인가?”
그 목소리에 놀란 것은 검수들만이 아니었다.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궁은 물론 아미파의 장문인인 현월 사태와 종남파의 장문인인 종소유까지.
몇몇 인물들을 빼고는 대부분 그 이름을 들어 본 듯이 깜짝 놀라고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제갈궁이 모용진을 향해 다가가자 공성 대사가 청화 진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고 청화 진인은 곁에 있는 현월 사태를 불렀다.
“아. 제가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백호학관에서 선출된 백호군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미검문(峨嵋劍門)의 한 아이가 백호학관의 사신무 출전자이온데, 그 아이의 말로는 이여립이라는 관도가 고강한 내력과 실력을 지녔으며 이번 사신무의 우승자는 그가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현월 사태의 설명에 공성 대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여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갈궁과 제갈중에게 잡혀 있는 이여립의 얼굴.
호쾌하면서도 반반한 호상의 얼굴이기는 했지만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공성 대사는 그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아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
얼굴과 몸을 보면 분명 이성은 모른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묘하게 자꾸 낯이 익은 느낌이었다.
잠시 후 제갈궁이 나서서 사태를 정리하더니 모용진 대신 사과하며 그를 모두에게 소개시켰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여기 대협은 저희 제갈세가의 지원을 받는 백호학관의 관도로 현 백호학관의 백호군이자 사신무 출전자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저희 제갈세가와 회식이 있다고 들었는데 많이 취한 듯합니다. 그의 잘못은 저희 제갈세가가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하니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갈궁은 이여립을 대신해서 사과하는 것과 동시에 이여립을 그들에게 똑똑히 각인시켰다.
그의 어투에는 이여립은 자신의 사람이니 사신무가 끝난 뒤에도 넘보지 말라는 듯한 느낌이 잔뜩 묻어나고 있었다.
사실 이여립이 등장과 동시에 모두의 관심을 끈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별호가 있는 호위 무사가 둘.
그런 이들을 이여립은 맨손으로 제압했으니까.
그때 공성 대사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모용진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이여립 관도라고 했습니까? 잠시 이쪽으로 오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