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33
광마전생 (133)
“대협, 식사는 하셨습니까?”
“대협, 여기에 제가 잘 아는 명소가 있는데…….”
“대협, 제갈세가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 중에…….”
“대협, 이제 혼기도 가득 찼을 텐데 제 여식 중에…….”
제갈세가는 친절하다 못해 뭐든 다 모용진에게 내어 주려고 애썼다.
마치 모용진이 뭘 원하든 무엇이든 내줄 사람처럼 말이다.
이제 모용진의 옆에는 총관인 제갈적 대신 가주인 제갈궁이 붙어 있었고 그가 직접 모용진의 호법을 자청했다.
행여라도 다른 가문이나 문파의 접촉을 철저하게 막아 내기 위함이었다.
물론 모용진의 입장에서는 조금 귀찮은 일이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귀찮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제갈세가도 도저히 막아 낼 수 없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공성 대사였다.
공성 대사는 이여립을 은밀히 만나기를 원했고 제갈궁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모용진에게 알렸다.
당연히 모용진은 이를 승낙했고 그는 그날 오후 당당히 공성 대사가 머무르는 숙소를 찾았다.
“어서 오게나. 이쪽으로 앉지.”
공성 대사가 권하는 자리에 모용진이 앉자 공성 대사 역시 그의 맞은편에 자리했고 잠시 둘은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그 침묵이 점점 무거워져 묘한 분위기로 바뀌어 가는 그때. 모용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부르셨으면 용건을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내가 불렀다고 해도, 이래 봬도 난 무림맹을 이끌어 가고 있는 무림맹주다. 무림의 후학으로서 선배에게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는 게 좋지 않나?”
예의를 갖추라는 공성 대사의 말에 모용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제가 지금 반어를 쓰지 않는 것에라도 감사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 일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신다면 제게 공성 대사님은 그저 사파와 손을 잡은 정파의 배신자일 뿐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시주는 두려운 게 없는 것 같소?”
“그런 협박에 흔들릴 만큼 전 나약하지 않습니다. 두려움이 있었다면 그때 제가 나서지 않았겠지요.”
모용진의 말에 공성 대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껄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처음 봤을 때부터 보통내기가 아니라고는 생각했는데, 정말 물건이군, 물건이야.”
“하실 말씀이 없다면 돌아가겠습니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만큼 전 한가하지 않으니까요.”
모용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돌아가려 하자 공성 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모용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가볍게 대협의 인간성을 시험해 본 것입니다. 자리에 다시 앉으시지요.”
“지금 공성 대사께서 다른 이의 인간성을 시험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예. 우선 이 자리에서 사과드리지요. 그것은 제 실수였습니다.”
“실수 말입니까?”
공성 대사의 변명은 이러했다.
자신은 정말 모르는 일이었고 명교의 인물은 기존의 호위 무사를 죽이고 대신 들어온 것이라고.
“이 노구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마인을 곁에 두고도 몰랐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물론 모용진은 모든 게 개뻥임을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조금 괜찮아진 듯 연기를 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그 마인은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무림맹 본부의 지하에 마련된 뇌옥에 갇혀 있습니다.”
왕원장이 뇌옥에 갇혀 있다는 공성 대사의 말에 모용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 새끼는 진짜 입만 열면 거짓말이네.’
이미 모용진은 흑련에게 왕원장의 뒤를 밟도록 지시했고, 그가 이미 하남을 떠나 귀주 방향으로 떠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괘씸한 거짓말에 모용진은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제가 그 마인을 잠깐 볼 수 있겠습니까?”
“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입니다. 제가 직접 붙잡았으니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모용진의 말에 공성 대사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듯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대협. 그 마음은 알겠으나. 무림맹의 뇌동은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곳입니다. 아쉽지만 저희에게 맡겨 주시고 대협은 앞으로 있을 사신무와 무호제에 신경 쓰시지요. 제가 철저하게 놈을 조사하여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 보겠습니다.”
“흠…… 뭐, 알겠습니다. 그럼 맹주님을 한번 믿어 보겠습니다.”
자신에 대한 호칭이 맹주로 바뀌자 공성 대사는 한숨 돌린 듯 표정이 살짝 편해지더니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모용진에게 내밀었다.
“이런, 이런. 제가 정신이 없어 손님을 모셔 두고 차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차는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는 법인데, 제가 큰 실수를 했군요.”
평범하게 차를 내어 주는 것 같지만 이는 사실 모용진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화경을 가장 쉽게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인 삼매진화(三昧眞火)로 찻잔 데우기.
하지만 모용진은 다른 방법으로 화경을 증명했다.
모용진이 손을 뻗자 자연스럽게 허공에 뜨는 찻잔.
그 광경에 공성 대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허공섭물(虛空攝物)?!”
삼매진화가 화경의 기초라고 하면 허공섭물은 화경 중에서도 어느 정도 더 높은 깨달음과 배움이 있어야만 익힐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으니, 그것은 허공에 뜬 찻잔이 모용진의 손에 닿는 그 순간 수증기를 내뿜으며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이화신공과 초열권을 익힌 제게 찻잔을 데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 그대의 사문이 어딘지 물어봐도 되겠나?”
크게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두 눈을 감지 못한 채 질문하는 공성 대사를 보며 모용진은 대충 지어낸 이야기를 했다.
사부는 이름도 잘 모르는 이지만 열화존자의 직계 후손이라고 했고 그에게 이화신공과 초열권을 익혔다고 했다.
모용진이 없는 이야기를 거창하게 지어내던 도중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학관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남궁세가의 남궁도라고 아십니까?”
“백호학관의 선생으로 있는 남궁세가의 서자를 말하는 겁니까?”
“예. 그에게 물으면 제 과거의 일을 좀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그에게 들은 말이 있었군요.”
들은 말이 있었다는 말에 공성 대사가 말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모용진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통합무림.”
모용진의 입에서 나온 네 개의 단어.
하지만 그 단어에 공성 대사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저 눈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지 궁금하긴 했지만 모용진은 대화의 흐름을 뺏기지 않게 자신의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도록 재빨리 말을 붙였다.
“남궁도에게 들었습니다. 이 중원에는 무림맹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그리고 그곳을 이끌고 있는 분 역시 공성 대사님이라고 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모용진의 발언에 공성 대사의 머릿속은 극도로 혼란해져 있었다.
눈앞의 모용진은 사파와 마인을 극도로 꺼려 하는 인물이었고 통합무림은 그런 이들과 정파를 모조리 끌어들여 만든 거대한 단체였으니까.
모용진이 보여 준 심성으로서는 통합무림은 그에게 배제해야 할 단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모용진의 입에서 나온 말에 공성 대사는 극도의 안도감을 느꼈다.
“정파인들을 모아 큰 뜻을 행한다고 들었습니다. 비록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어 가기 위해 만든 단체라고 남궁도가 그러더군요.”
“그…… 그래. 그렇지.”
“혹시 그렇다면 저도 그곳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아무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저는 세상을 위해서 좀 더 제 능력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크흠…….”
모용진의 말에 공성 대사는 갑자기 목기침을 하더니 이내 바깥을 쳐다봤다.
“그것은 일단 조금 생각해 본 뒤에 답변을 드리지요. 제가 가벼이 내릴 판단이 아니니…….”
이여립을 수족으로 부린다면 그만한 인재가 없기는 했으나, 그의 성정을 보았을 때 공성 대사에게 있어서는 큰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여립을 내치자니 너무나도 아깝고 아까웠다.
젊고 강한 화경의 고수.
게다가 심지어는 허공섭물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정도로 깊은 내공과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
이만한 인재는 구하려야 구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모용진이 통합무림에 들어와서 그 힘을 온전히 통합무림을 위해 쓴다면 앞으로의 일이 몇백 배는 더 쉬워질 게 분명했다.
그래서 공성 대사는 일단 답변을 유보한 것이다.
“천천히 답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벌써 이리되었군요. 내일 사신무의 준결승이 있사온데, 이만 가 봐도 되겠습니까?”
“아아, 그러시지요. 멀리 나가진 않겠습니다.”
“예. 그럼.”
모용진이 자리를 뜬 뒤.
공성 대사는 한동안 혼이 빨린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왜냐하면 모용진의 입에서 통합무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달빛에 머리가 반사되어 반짝이는 스님 한 명을 잠 못 이루게 만든 모용진은 웃으며 공성 대사의 숙소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왔다.
“꽤나 머리 아프겠지.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부담이 너무 클 테니.”
하지만 모용진은 공성 대사의 답변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공성 대사가 자신을 분명 쓸 것이고 사파에 대한 것은 모두 철저히 감출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는 모용진이 원하던 바였다.
“대협!”
밖으로 나온 모용진을 기다렸다는 듯이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는 제갈세가의 제갈궁과 제갈적이었다.
그들은 황급히 모용진의 주변을 둘러싸더니 호위 무사들로 층층이 겹을 만들어 호위했다.
“공성 대사님과 무슨 대화를 나누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별것 아니었습니다. 어제 일에 대한 해명을 하셨고 잘 풀렸습니다. 그리고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갑자기 모용진이 제갈궁과 제갈적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저는 이미 제갈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고 제갈세가의 사람이오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협…….”
“크윽…… 감동입니다!”
지금 모용진은 그들에게 있어서 하늘에서 내려 준 황금빛 동아줄과 마찬가지였다.
제갈세가는 애초부터 무력에는 약한 집안이었고 저번의 산적 급습으로 많은 피해를 본 상태였다.
여전히 학문적, 군사적으로 뛰어나긴 했지만 그 사건 이후로 무인들의 발길은 뚝 끊어져 집안의 가세가 기울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화경의 고수인 이여립이 그들에게 온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이여립의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제갈세가에는 이여립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로 북적거릴 것이며 더 많은 무인들이 모여들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미 사신무의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고 무호제도 나간다고 하니 만일 그곳에서 ‘무영’의 별호를 가지고 온다면 더 대박이었다.
그렇게 제갈궁과 제갈적의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때.
모용진의 결정타와도 같은 말이 그들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
“하. 오랫동안 무공만 익혔더니 한쪽 가슴이 휑합니다. 제갈세가에 그렇게 똑똑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인분들이 많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