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34
광마전생 (134)
27장
모용진의 한마디에 그날 이후 제갈세가는 난리가 났다.
화경의 고수인 이여립을 사위로 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일은 없을 테니까.
혹여 모용진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제갈궁의 여식은 물론 방계의 여식까지 모조리 대비시켰고 혼사가 오가던 아이들도 이를 위해 일제히 중단했다.
거기다가 한술 더 떠 아직 혼기가 차지 않은 아이들까지 준비시킬 정도로 제갈세가는 진심이었다.
이 모든 일은 하룻밤 만에 일어났고 제갈궁은 모용진이 무호제를 끝내는 그날 바로 혼사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모용진은 준결승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그는 바로 화산파 출신이자 백호학관의 관도인 백문이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그는 무려 정인 사태와 여동 모두를 이기며 준결승에 올랐다고 했다.
“저…… 음…… 기권하면 되겠습니까?”
예전에 모용진이 했던 말이 떠오른 백문이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자 모용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래도 준결승인데. 네가 얼마나 뛰어난 인재인지 중원에 보여 줘야 할 것 아냐.”
여동과 정인 사태 그리고 백문까지.
백호학관의 그들은 사신무를 준비하며 모용진을 따라가기 위해 가열차게 노력했다.
모용진도 그들의 노력을 알고 있었기에 예전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론 어느 정도 그들을 생각해 배려해 줄 생각이었다.
“그럼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백문의 검이 뽑혀 나오자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매화의 향.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
솔직히 화산파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이 무공만은 모용진도 인정하고 있었다.
환검(幻劍)과 산검(散劍) 그리고 자연의 기를 모두 담고 있는 천재적인 무공이었으니까.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몸에 완벽히 익히기만 한다면 자연의 기를 자연스럽게 운용해 매화의 향을 낼 수 있는 무공.
모용진은 이걸 만들어 낸 사람은 정말 천재이거나 아니면 엄청난 경지에 오른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모용진도 천기린이었을 때 이와 비슷한 걸 만들어 보려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백문을 처음 봤을 때.
그는 검기에 매화 향을 싣진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검을 뽑는 것만으로도 매화 향이 풍겨 나오니 이는 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뜻했다.
모용진은 일부러 그가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사람들은 퍼져 나가는 매화의 향과 화려한 환검과 산검에 환호했고, 그의 검 끝에서 매화가 만개하는 듯한 검화(劍花)가 아름답게 피어났을 때는 그 모습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화산파의 장문인인 청화 진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화산파의 문파원들 역시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는 그때.
모용진은 이만 끝내기로 했다.
다른 건 상관없지만 저 청화 진인이 웃고 있는 꼬라지가 너무 보기 싫었다.
사실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절기라고 일컬어지는 매화만리향(梅花萬里香)까지는 받아 내 주려고 했던 그였지만 청화 진인의 저 미소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만 끝내지.”
모용진의 속삭임에 백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알고 맞는 것과 모르고 맞는 것엔 엄청난 차이가 있었으니까.
화륵!
모용진이 내민 주먹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더니 순식간에 주변의 매화 향을 모조리 불태우기 시작했다.
만개하던 매화에 불이 붙더니 이내 그것은 거대한 겁화가 되어 백문을 덮쳤고 어느새 그의 몸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왜냐하면 큰 충격이나 피해 없이 비무를 끝낼 수 있었다는 안도감 때문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모용진과 백문의 준결승은 박수로 끝이 났고 사람들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준 백문과 그걸 한 방에 날려 버린 모용진을 극찬하며 환호를 날렸다.
준결승이 끝나자마자 모용진은 일부러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성 대사를 찾아갔다.
다음 경기를 기다리고 있던 공성 대사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모용진을 바라봤고 모용진은 그런 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사건, 공성 대사님의 고의가 아님을 알았으니 사죄하는 의미로 이렇게 뵈러 왔습니다.”
“그게 무슨…….”
“공성 대사님께 의문을 제기한 제가 공성 대사님과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거라 생각하십니까?”
모용진의 말에 공성 대사는 눈을 번뜩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이런 계책을 꾸밀 줄도 아는 건가?’
공성 대사는 그를 보면 볼수록 탐이 났다.
그의 눈에 비친 이여립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인재 중의 인재였다.
그렇기에 어젯밤 공성 대사는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제가 말씀드린 건 아직 고민 중이십니까?”
“하하. 물론 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주도 아시다시피 세상일이란 그렇게 쉽게 진행되는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여 연락을 드리겠으니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나무아미타불.”
공성 대사의 말에 모용진은 알았다고 대답하며 곧바로 자리를 떴다.
“생각이 많은 것 같아 보인다만 그래 봤자 넌 나를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공성 대사가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모용진에게는 또 다른 대안도 있었다.
지금 이여립을 가지고 싶어 하는 곳은 많았으니까.
그 조건으로 통합무림에 대한 것을 말한다면 어디든 들어줄 게 뻔했다.
굳이 멀리 찾지 않아도 지금 바로 곁에는 남궁도와 제갈궁이라는 연줄도 있었다.
하지만 모용진이 굳이 공성 대사의 아래로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는 통합무림 내에서 어느 정도 높은 위치를 얻어 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공성 대사의 사람이 되어야만 그를 더 집요하게 괴롭힐 수 있을 테니까.
그 외에도 공성 대사의 ‘생존에 관한 비밀’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사실 두 번째의 이유가 컸다.
공성 대사와 모용진의 악연은 생각보다 더 깊었다.
천기린이 무림맹주일 때도 집요하게 그의 정책을 반대하며 귀찮게 굴었던 이도 공성 대사였고, 그를 죽이고자 사파와 손을 잡고 주도한 이도 공성 대사였다.
다시 모용진으로 되살아난 그를 죽인 것도 공성 대사.
게다가 모용진의 부활과 죽음에 관한 비밀도 그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니 얽히지 않는 곳이 없는 악연 중의 악연이었다.
솔직히 당장 찢어 죽여 버리고 싶은 상대였지만 모용진은 맛있는 것은 아껴 먹는 사람이었다.
물론 아껴 먹기조차 싫은 대상도 있었지만.
“오! 대협!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석산우라고 합니다. 보잘것없지만 석가장이라는 작은 가문을 이끌어 나가고 있지요.”
그리고 그 대상이 바로 모용진의 눈앞에 나타났다.
석산우.
석가장의 장주이며 모용진에게 전악의 목을 진상했고 또 한 번 죽음에 이르게 했던 자.
멀리서 보기만 했을 때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온몸을 가득 채웠었는데 이렇게 눈앞에 그가 나타나자 모용진은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석산우의 가죽을 벗겨 버리고 싶은 모용진이었지만 그는 최대한 마음을 다스리며 석산우의 손을 붙잡았다.
“반갑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좀 바쁘니 다음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아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오래 보면 손이 저절로 나갈 것만 같았기에 모용진은 빠르게 그를 지나쳐 갔다.
그 이후 숙소로 돌아왔지만 모용진의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가 않았다.
공성 대사에 이어 석산우까지 보게 되니 잔잔했던 그의 마음이 거센 폭풍우가 일어난 것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한 그는 흑련을 불렀다.
“중경으로 보낼 전서구를 준비해 줘. 지금 당장.”
* * *
남궁수는 지금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공성 대사의 명령에 어떻게든 장조운을 사신무의 우승자로 만들려고 판을 이미 다 짜 둔 상태였는데 그 대상인 이여립이 어느 날부터 공성 대사와 친하게 말을 주고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궁수는 직접 공성 대사를 찾아가 대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으나 공성 대사의 답변은 너무나도 애매했다.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공성 대사의 말.
하지만 그 아무래도가 이여립을 제거해도 된다는 뜻인지 아니면 예전에 자신에게 내린 명에 관한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질문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고 결국 축객령에 쫓겨나기까지 했다.
이제 남궁수는 스스로 판단을 해야만 했고 결국 그는 결승전이 벌어지는 전날 이여립을 제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왜냐하면 이미 판은 모두 짜여 있는 상태였고 장조운이 잘돼야 자신에게도 이득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무림은 앞길이 창창한 젊은 화경의 고수를 잃게 되겠지만 그건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남궁수는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내린 그 결정이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사실을.
남궁수가 벌여 놓은 판이란 바로 ‘독’이었다.
그는 독약전(毒藥殿)을 통해 금선사(金線蛇)의 독을 구했다.
금선사는 맹독을 가진 독사로, 아무리 심후한 내공을 지닌 자라도 이 독에 중독이 된다면 살아남지 못했다.
게다가 그 금선사의 독에 내공을 흐트러뜨리는 산공독(散功毒)까지 가미하여 혹여나 이여립이 내공으로 독을 밀어내지 못하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제 남은 것은 모용진이 먹을 음식에 독을 타는 것이었고 제갈세가가 삼엄한 경계로 그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여립이 동파육을 즐겨 먹는다는 것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있었고 숙소의 숙수와 점소이를 돈으로 매수하는 것은 남궁수에게 있어서 쉬운 일이었다.
“오늘 저희 숙수께서 준비하신 것은 동파육입니다.”
모용진의 저녁 식사 자리에 올라온 갈색의 탱글탱글한 돼지고기.
무척이나 맛있어 보이는 그 동파육을 바라본 모용진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그릇을 놓고 황급히 돌아가려는 점소이를 보며 모용진은 그를 다시 불렀다.
“처음 보는 점소이군.”
모용진의 말에 점소이는 살짝 당황한 듯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목을 긁적였다.
“하하. 오늘 말구가 아프다고 하여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그래? 그런데 숙수도 바뀐 건가? 어째 동파육 냄새가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말이야.”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음식 문제가 있다면 제가 다른 것으로 바꿔 드릴까요?”
바꿔 주겠다는 점소이의 말에 모용진은 고개를 내젓더니 젓가락으로 동파육의 살코기를 잘라 냈다.
“아니, 괜찮아. 이것도 나름 맛이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모용진은 동파육 한 덩이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고 그 모습에 점소이의 눈빛이 살짝 바뀌었다.
모용진은 순식간에 동파육 한 그릇을 몽땅 비우더니 잘 먹었다는 듯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 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점소이의 머릿속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왜냐하면 금선사의 독을 먹은 모용진이 너무나도 멀쩡해 보였기 때문이다.
‘독이 아직 들지 않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점소이가 모용진의 안색을 살피는 그때.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나. 마치 뭔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처럼.”
갑작스러운 모용진의 말에 깜짝 놀란 점소이가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몸을 내빼려고 했지만 어느새 모용진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요즘 객잔의 점소이들은 무공을 익히는 게 취미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