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46
광마전생 (146)
“유미옥이 도원영의 인정을 받았으니 하오문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런데 삼 개월은 너무한 거 아닌가? 시간적으로.”
“너무 짧은가요? 그럼 하오문에 전서구를 보내서 어떻게든 다시 조정해 보라고…….”
“아니, 그 반대야. 너무 길어. 굳이 도원영을 삼 개월이나 더 살려 둘 이유가 없잖아? 흑련은 어떻게 생각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흑련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 모용진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바로 그 무호제가 열리는 첫날.
장소는 만일장원으로 사신기제가 열린 곳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곳에 몰려드는 이들은 사신무와는 사뭇 달랐다.
왜냐하면 출신에 구애받지 않는 후기지수들의 축제인 사신무와 ‘무영(武永)’이라는 별호를 걸고 싸우는 무호제는 참가 자격부터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무호제의 참가 자격은 최소 절정 이상의 고수만 참여할 수 있었고 그 이름과 명성이 어느 정도 지역에 알려져 있어야 했다.
무림에 널리 이름이 퍼져 있는 절정 이상의 고수라면 상관없었지만 만일 그러지 못하다면 이를 보증해 주는 이가 있어야 하고 보증을 서 주는 이 역시 조건이 까다로웠다.
“어딜 둘러봐도 전부 이름 있는 고수들뿐이네요. 남궁세가부터 소림사에…… 저기 화산파의 화산신검도 있어요. 이름이 청성이었나…….”
“그러게 말이다. 이렇게 많은 고수들이 낙양에 있었는데. 쩝…….”
모용진이 입맛을 다시는 이유는 그가 무호제가 개최되는 동안 아무런 인맥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악비가 있긴 했지만 악비는 자신이 원하던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역시 그날 황보구일에게 갔어야 했나?”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었지만 모용진은 악비에게 간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악비는 모용진이 모르는 천기린의 죽음 이후의 ‘무언가’를 알아낼 귀중한 단서였기 때문이다.
“무슨 대기 줄이 이렇게 길어.”
오늘은 무호제의 첫째 날로 참가 등록 확인을 하는 날이었다.
단순히 참가 등록을 확인하는 자리일 뿐이었지만 사실상 무호제 기간 중 가장 팽팽한 긴장감을 보이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왜냐하면 무호제에 참가하는 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처음 얼굴을 대면하게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최대한 자신의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 몸을 가린 사람도 있었고 반면에 대놓고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용진은 그런 것에 딱히 관심이 없었고 등록만 하고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더니 모용진을 밀쳐 내며 그의 앞에 섰다.
“뭐야?”
어안이 벙벙해진 모용진.
그는 놀랍게도 눈앞에서 새치기를 당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줄의 맨 마지막에 서 있었는데 보란 듯이 그 앞을 파고든 백색 무복의 무리.
그리고 그 가운데 있던 이는 모용진이 방금 전에도 봤던 사람이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줄을 서 있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새치기를 하다니.”
하지만 모용진의 말에도 그들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고 저들끼리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곁에 있던 흑련이 화를 내며 검을 뽑아 들려 했지만 모용진이 이를 막았고 뒤로 물러서 있으라고 명령했다.
“화산의 도사 같은데, 이리 새치기를 해도 되는 겁니까?”
모용진의 앞을 새치기한 자들.
그들은 놀랍게도 아까 전에 본 화산신검과 그의 동료로 보이는 화산파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또 한 번 모용진의 말은 무시당했고 모용진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보시오. 내 말이 들리지 않소?”
맨 뒤에 서 있는 놈의 등을 손으로 쿡쿡 찌르며 소리를 쳤지만 여전히 놈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한 모용진은 놀랍게도 옆으로 빠져나오더니 보란 듯이 그들을 가로질러 앞쪽으로 향했다.
맨 앞에 서 있는 화산파의 사람을 보란 듯이 밀쳐 낸 모용진은 그들의 앞에 당당하게 등을 보이며 섰고 그러자 그제야 화산파 놈들에게서 반응이 튀어나왔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뭐 하긴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 제자리를 찾은 것뿐입니다. 신경 쓰지 마시길.”
모용진은 들려오는 대답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고 이에 뒤쪽에서 분노한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이 질문을 하면 얼굴을 봐야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그럼 그쪽도 사람이 말을 걸면 돌아보셨어야죠. 아. 새치기나 하는 치졸한 새끼들이니 예의가 있을 리가 없지, 참.”
“뭐?”
“그 전에 사람 새끼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연이어지는 모용진의 독설에 뒤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모용진의 어깨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붙잡은 것은 허공이었고 그 사내는 이 시간 이후로 딱딱한 것은 씹지 못하게 될지도 몰랐다.
콰작!
재빠르게 회전한 모용진의 팔꿈치가 그의 앞니를 몽땅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크억!”
“아. 이런! 전 사람이라서 예의를 알기에 돌아보려 했을 뿐인데 미처 거기에 사람 새끼가 아닌 놈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모용진의 말에 화산파 문도들이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일제히 검을 뽑았고 그 중앙에 서 있는 화산신검(華山神劍) 청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죽고 싶은 것이냐? 고작 새치기를 당한 것 가지고 우리 대화산에 시비를 걸다니.”
청성의 말에 모용진은 피식 웃더니 바닥에 쓰러진 화산파 문도의 손을 지그시 밟았다.
“끄아아아악!”
장내에 울려 퍼지는 고통에 가득 찬 비명 소리.
그 비명에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모용진이 입을 열었다.
“화산인지 똥산인지 설사인지는 모르겠고, 말은 제대로 해야지. 시비는 너희가 먼저 걸었고 난 선량한 피해자일 뿐이야.”
“이 개자식이!”
화산파 문도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모용진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그보다 모용진의 손이 더 빨랐다.
“컥!”
순식간에 그의 목젖을 찌른 모용진은 어느새 그가 내지른 검을 빼앗아 손에 들고 있었다.
“보자, 매화청렴(梅華淸廉)이라. 이 검은 화산의 매화검수들만 들 수 있는 검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하여 너희 같은 왈패가 들고 있는 거지? 아, 사람 새끼들이 아니니 도둑질을 한 것이 분명하구나! 예의도 모르는 쓰레기들이 그 화산파의 ‘매화검수’이고 ‘화산신검’일 리가 없으니까 말이지.”
“죽여!”
모용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성의 입에서 살령(殺令)이 떨어졌고 화산파의 문도들이 일제히 모용진을 덮쳐 왔다.
모용진의 주변을 휘감는 은은한 매화 향.
그 매화 향이 그들이 매화검수임을 증명했고 모용진은 이에 너무나도 아쉬웠다.
“이런 뛰어난 무공을 사용하는 이들이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니.”
모용진은 이런 놈들에게 쓰이는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이라는 무공이 너무나 아쉬웠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구원해 줄 수밖에.”
여기서 말한 구원이란 더 이상 그들이 매화검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 의지는 첫 번째로 다가온 매화검수부터 곧바로 실행되었다.
매화처럼 만개하는 어지러운 산검과 환검 속에서 정확히 매화검수의 손을 붙잡은 모용진은 그대로 중지를 붙잡아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어 버렸다.
까득!
“크아악!”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손에서 검을 뺏은 모용진은 그대로 그의 팔을 꺾어 바닥에 넘어뜨리더니 그 팔 역시도 꺾여선 안 될 방향으로 꺾어 버렸다.
“끅!”
비명도 못 지른 채 기절한 매화검수.
하지만 다른 매화검수들은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니 그 이유는 모용진이 그놈의 팔을 꺾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 그들의 검을 막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 하나로 여섯 명의 매화검수의 이십사수매화검법을 막아 내고 있는 모용진.
그 모습에 매화검수들과 청성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낙장불입(落張不入)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미 그들은 빠져나갈 수 없는 판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검을 뽑았고 화산신검인 청성이 먼저 살령(殺令)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한심한 놈들. 비켜라!”
청성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일제히 뒤로 빠지는 매화검수들.
하지만 모용진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청성이 튀어나오든 말든 그를 무시한 모용진은 금나수를 펼쳐 뒤로 빠지던 한 매화검수의 손을 붙잡더니 앞선 이와 마찬가지로 그의 중지를 꺾어 버렸다.
“끄아아악!”
“너희들이 쓰기엔 너무 아까운 무공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검을 잡은 팔까지 꺾어 버린 모용진은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매화검수를 그대로 청성을 향해 던져 버렸다.
이에 청성이 그를 피하려 황급히 몸을 허공에 띄운 순간, 그의 두 눈엔 또 다른 매화검수의 손가락과 팔을 꺾는 모용진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 자식이!”
청성은 곧바로 허공에 검을 휘두르며 모용진을 향해 검기를 쏟아 냈으나 이미 그 자리에 모용진은 없었다.
콰득!
뼈가 나가는 소리와 함께 털썩 하고 쓰러지는 마지막 매화검수의 몸.
청성이 바닥에 착지하여 주변을 돌아봤을 때 서 있는 매화검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요즘 화산에 핀 매화들이 모두 썩어 문드러졌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무래도 사실인가 봐? 매화검수라는 놈들이 이렇게 허약해서 쓰겠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청성은 깜짝 놀라 나려타곤을 펄치며 굴렸다.
나려타곤은 게으른 당나귀가 땅바닥을 구른다는 뜻을 가진 신법으로 한마디로 땅바닥을 뒹구는 무공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쓰는 무공이지만 그 모습이 굉장히 웃기고 체면이 떨어진다고 취급받아 명예를 중요시하는 고수들은 절 때 쓰지 않는 무공이었다.
청성 역시 나려타곤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그건 스스로 생각하고 쓴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모습에 모용진은 놀랍게도 조롱과 비웃음이 아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꼴에 화산신검이라고 완전 멍청한 놈은 아니었구나. 좋은 시도였어. 덕분에…….”
모용진이 말을 하며 들어 올린 것.
그것은 바로 깔끔하게 잘려나간 청성의 팔이었다.
“목숨은 부지했으니까.”
푸화아악!
“끄아아악!”
터져 나오는 핏물과 함께 청성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명.
모용진은 그런 그의 앞에 마치 선물을 던져 주듯이 팔을 되돌려 주었다.
“새치기에 이어 살령까지. 그만큼 했으면 이 정도의 각오는 했을 거 아냐. 응? 너도 무림인이니까.”
모용진이 손에 쥐고 있는 매화검수의 검.
거기에 새겨진 매화청렴(梅華淸廉)이라는 글귀는 청성의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푹!
그 검을 바닥에 던져 꽂아 버린 모용진은 팔이 잘려 죽어 가는 청성의 앞에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돌렸다.
“화산신검은 운이 좋군. 대기 줄이 길어 명줄이 조금 더 길어졌으니.”
그렇게 말한 모용진은 다시 대기 줄의 끝에 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