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47
광마전생 (147)
쿵쿵쿵!
바닥을 울리는 성난 발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그 발소리의 주인공은 화산파의 장문인 청화 진인이었고 그가 향한 곳은 바로 공성 대사가 머무르고 있는 방이었다.
“맹주님! 어찌하여 그런 명을 내리셨습니까! 우리 화산파의 제자가 다쳤는데 그것도 단순히 다친 수준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시정잡배와 같은 놈을 감싸시는 겁니까!”
청화 진인의 노호가 방안을 쩌렁쩌렁 울렸지만 공성 대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조용히 차를 들어 홀짝거렸다.
“무슨 말씀이라도 해 주시지요! 맹주!”
“일단 침착하고 앉으시죠. 청화 진인. 떼쓰는 아이처럼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지금 뭐라고 했소?”
“앉으라고 했습니다. 설마 분노에 귀까지 멀어 버린 건 아니겠지요?”
그 순간 둘 사이에 매서운 기운과 함께 날카로운 눈빛이 오갔지만 결국 청화 진인이 먼저 한 수 접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청화 진인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자 공성 대사는 잠시 차의 향을 음미하며 뜸을 들이더니 청화 진인에게도 차 한 잔을 따라 내밀었다.
“저도 들었습니다. 오늘 무호제의 참가 등록을 확인하는 곳에서 화산파와 이여립이 맞붙었다는 것은…….”
“그런데도 이여립을 건들지 말라는 명을 내리신 겁니까? 아니, 대체…….”
“그거야 명분이 없기 때문이지요.”
“명분이야 만들…….”
“만들다니요. 대체 어떤 명분을 만드실 겁니까? 듣자 하니 먼저 시비를 건 것도 화산신검과 매화검수들이었고 심지어 화산신검은 이여립에게 살령을 내리기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면 전 이여립이 충분히 참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살아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요.”
“아니, 지금 그것을 말씀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화산신검입니다! 그것도 장차 화산을 이끌어 나갈…….”
청화 진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그 순간, 공성 대사가 들고 있던 잔을 집어던졌고 찻잔은 정확하게 청화 진인의 귀를 스치고 지나가 깨어졌다.
쨍그랑!
“청화 진인, 지금 저에게 대체 뭘 바라시는 겁니까? 이건 다 청화 진인의 부주의 아닙니까? 먼저 잘못한 것은 그쪽의 아이들이고 이여립은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한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여립이 아직도 그 백호학관의 이여립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생각을 좀 하십시오. 그는 화경의 고수입니다! 그것도 약관 정도밖에 되지 않는 화경의 고수! 게다가 사신무에서 우승했고 오늘은 단신으로 시비를 걸던 매화검수들과 화산신검을 때려잡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가장 공정해야 할 무호제의 개최자이자 무림맹주인 저에게 그에게 누명을 씌워서라도 제재를 가하란 말씀이십니까?”
공성 대사의 말에 청화 진인은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청화 진인의 모습에 공성 대사가 살짝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이번 일은 나도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시오. 보는 눈도 많고 이미 본 눈도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화산의 제자가 화산신검만 있는 건 아니지 않소. 더 뛰어난 아이들도 있으니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 보시오. 오늘 안에 알려 준다면 내가 직접 등록해 둘 터이니.”
공성 대사의 그냥 넘어가란 말에 청화 진인은 분노에 몸을 떨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머리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해 줄 터이니 이만 돌아가시지요. 청화 진인. 푹 쉬고 내일 봅시다.”
공성 대사의 축객령에 청화 진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문을 닫고 방을 나갔다.
“나무아미타불.”
홀로 남은 공성 대사가 불호를 외우며 잠시 눈을 반쯤 감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뜨며 청화 진인이 나간 자리를 노려보았다.
“제자 하나도 간수하지 못해서 이렇게 찾아오는 꼴하고는…… 후우…….”
한숨을 내쉰 그는 새로운 찻잔을 꺼내 들며 조심스럽게 받침대 위에 얹었다.
“그런데 이 자식은 또 내 호출을 거절했단 말이지…….”
공성 대사가 말하는 자식은 바로 모용진이었다.
사신무가 끝난 후 공성 대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호출했었다.
하지만 모용진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거절했고 오늘의 호출 역시 거절했는데, 거절하면서 보낸 서신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무호제에서 우승한 다음 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무호제에서 우승을 할 때까지 찾아오지 않겠다는 뜻이었고 이는 공성 대사를 웃게 만들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진짜로 무호제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이여립이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고 하지만 공성 대사는 그가 절대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고 해도 ‘경험’이라는 것은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여립은 무호제 역사상 최연소 도전자였고 그만큼 경험이 부족한 방면 다른 출전자들은 대부분 경험도 많고 특히 그들 중엔 이여립처럼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초절정의 고수가 평범해 보일 정도로 능력자가 많은 대회가 바로 무호제였다.
그렇게 공성 대사가 모용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그 시각.
모용진은 제갈궁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음, 그렇군. 권각술이라……. 나쁘지 않겠군.”
“제가 제갈세가에게 받은 만큼 열심히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내가 대협에게 뭘 해 준 게 있다고. 나야말로 고맙네.”
둘은 제갈세가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고 어쩌다 보니 제갈궁이 모용진에게 부탁을 하는 자리가 되어 있었다.
물론 이는 정말로 어쩌다 보니 생긴 일이 아니었고 모두 제갈궁의 입담이 유도한 것이었다.
제갈궁은 평소 무뚝뚝하여 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그의 진가는 바로 ‘혀’였다.
세 치의 혀로 제갈세가를 손에 넣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화술은 무척이나 뛰어났고 모용진도 어느새 말려들어 갔다.
솔직히 이는 모용진도 살짝 감탄할 정도였다.
왜냐하면 모용진은 그런 약속을 할 필요도 의도도 전혀 없었는데 그런 약속을 하게 된 것이었으니까.
제갈궁의 화술에 모용진이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는 그때.
제갈적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대협! 이여립 대협님!”
“무슨 일이냐? 그리도 급하게.”
“무호제의 첫 상대가 정해졌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군요. 제 상대는 누구라고 합니까?”
모용진의 물음에 제갈적이 침을 한 번 꼴깍 삼키더니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그게…… 곤륜의 파성룡! 해인 도장이시랍니다!”
해인 도장이라는 말에 제갈궁은 물론 모용진의 두 눈도 크게 떠졌다.
“곤륜의 파성룡이라면…… 지금 곤륜파의 장문인보다도 훨씬 윗배인 무림의 원로 아니신가? 그분이 살아 계시다고?”
“예!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무호제는 심상치가 않습니다.”
“또 누가 있습니까?”
“그게 점창파와 공동파의 부문주가 무호제에 참가했고 하북팽가의 가주인 팽여운 님도 참가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기대주들과 중소 방파의 문주들도 대거 참여했는데 지금 그들보다 더 놀라운 이들이 이번 무호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총관은 대체 언제까지 뜸을 들일 텐가? 해인 도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측하고 있던 이들이니 빨리 그 놀라운 이들이 누군지 보고하게.”
제갈궁의 말에 제갈적이 눈치를 보며 살짝 심호흡을 하더니 이내 진정이 된 듯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게 사파입니다.”
“뭐?”
혹시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제갈궁이 다시 묻자 제갈적은 또박또박 대답했다.
“사파(邪派) 그놈들이 이번 무호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사실 모용진은 해인 도사가 참여했다는 소식에는 그리 놀라지 않았었다.
그냥 놀란 척만 했을 뿐.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무호제에 사파가 참여하다니.
이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통합무림이라고 하여도 사신기제에서 이어진 무호제라는 큰 행사에 사파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파가 어떻게 참여했다는 것이냐? 무림맹에서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을 텐데?”
“그게 원칙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무림맹에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그들이 무호제 도중 사람을 해하지 않겠다고 서약서를 썼다고 해도 이를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모용진은 사파가 참여했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제갈궁과 제갈적의 대화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통합무림과 손을 잡은 이들이고 당연히 통합무림이 사파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 의심했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정말로 놀라는 중이었다.
“그래서 사파에선 누가 참여한다는 겁니까?”
“그게 배교(拜敎)의 교주인 서서희와 혈교(血敎)의 장로인 중각자 그리고 천마신교(天魔神敎)의 권결장로가 참여한다고 합니다.”
“뭣?”
제갈적의 말에 크게 놀라는 제갈궁.
확실히 그 이름과 직책은 사파에서도 보통이 아닌 자들이었다.
무림에 나타났다는 소문만 나도 무림맹이 직접 움직여야 할 정도로 하나하나 거대한 인물들.
그런데 유독 모용진의 관심이 쏠린 곳이 있었으니.
바로 천마신교의 권결장로였다.
“천마신교의 권결장로라……. 그게 누구입니까?”
왜냐하면 몇 년 전 호북 무안에서 암남파(暗濫派)와 함께 쓰러뜨린 인물.
그가 바로 천마신교의 권결장로인 광진동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사실 권결장로라는 것만 알고 이렇다 할 정보가 없습니다. 전대 권결장로였던 광진동이 그 자리에서 내려온 후 다른 이가 차지했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아직 무림에 등장한 적이 없었습니다.”
“흐음…….”
“혹. 대협이 그자와 무슨 연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제갈적의 질문에 모용진은 강하게 부인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제가 그 멀리 떨어져 있는 마교와 무슨 연이 있겠습니까.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다른 이들은 이름이 있는데 홀로 이름이 없어 궁금해서 물어본 것입니다.”
“그렇군요. 대협이 궁금하시다면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굳이 번거롭게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지금 제가 집중해야 할 상대는 사파가 아니라 곤륜의 해인 도장님 아닙니까.”
모용진의 말에 제갈궁과 제갈적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대협이십니다. 상대가 해인 도장님이라는 사실에 크게 놀라지 않으셨나 보군요.”
“사실 저도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 해인 도장님 같은 분이 무호제의 첫 상대가 될 줄은 요만큼도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흠.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아무리 대협이라도 그분은 쉽지 않을걸세. 아무리 원로라고 하여도 한때 화경에 오른 고수로 중원을 뒤흔들던 분들 중 한 명이시니까.”
제갈궁의 말에 모용진은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저는 상대가 누구든 오직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리고 제 실력에 자신도 있으니 두 분은 걱정 마시고 편안히 기다리고 계십시오. 제가 제갈세가를 위해 이 몸 하나 불살라 무호제의 첫 승리를 가지고 올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