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48
광마전생 (148)
30장
무호제의 첫 경기.
시작부터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왜냐하면 첫 경기에 오른 두 사람이 바로 하북팽가의 가주인 팽여운과 진가장의 가주인 진도석이었기 때문이다.
하북팽가의 가주에 비해 진가장의 가주가 볼품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진가장의 가주인 진도석은 사실 엄청난 인물이었다.
그는 오로지 실력만으로 무림에 이름을 날린 인물로 작은 표국의 표사로 시작하여 마인(魔人) 세 명과 혈교의 장로를 쓰러뜨리며 당당하게 고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더니 자신의 성씨를 따 진가장(秦家莊)을 세운 인물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첫 경기부터 이렇게 들끓는 이유는 팽여운과 진도석이 붙는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둘은 짧게 말하자면 악연이었다.
연배가 비슷한 둘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마주쳤고 그 결과는 매번 엎치락뒤치락이었지만 진도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팽여운이 진도석을 이기고 올라갔을 때 항상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규정을 어겼다며 진도석은 주최 즉의 말도 안 되는 억지로 대회에서 떨어지기 일쑤였고 그리고 그때마다 상대는 팽여운이었다.
당연히 진도석이 팽여운에게 갖는 감정은 좋을 리가 없었다.
항상 그와 마주할 때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이건 절대 우연이라고 볼 수 없었으니까.
무대에 오른 팽여운과 진도석.
하북팽가의 가주다운 엄청난 덩치를 가진 팽여운에 비해 진도석의 몸은 참으로 허약해 보였다.
하지만 무림인은 덩치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는 법.
진도석의 몸은 왜소했지만, 그가 몸에서 내뿜는 기운만큼은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강렬했다.
“이렇게 또 만나는군, 진도석.”
“미안하지만 난 더러운 돼지랑은 말을 섞지 않아서 말이야.”
“그 피해 의식은 여전하군.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인정할 때도 되지 않았나?”
“그렇게 당당한 걸 보니 오늘도 무슨 짓을 해 놓은 건가? 무호제라는 이런 큰 대회에서 그런 짓을 벌이긴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무호제의 진행자가 같은 팽가더군. 이미 손을 써 놨다 이건가?”
“크크. 좋을 대로 생각해. 망상은 네 자유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말해 두지. 진도석, 넌 오늘 이 연무장을 기어서 나가게 될 거야.”
팽여운의 말에 진도석은 기가 찼다.
왜냐하면 팽여운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진도석을 쓰러뜨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를 팽여운의 선언에 진도석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기어서 나가게 되는 놈은 네놈이다. 그 더러운 입에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게 철저하게 박살 내 주마.”
“자, 두 분 거리를 벌려 서 주십시오.”
진도석의 말처럼 이번 무호제의 심판과 진행을 맡게 된 이는 팽노악이었다.
그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둘 사이의 거리를 벌리게 하고 공성 대사가 있는 상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더니 곧바로 진행을 했다.
온갖 미사여구가 붙은 소개와 함께 팽노악은 신나게 둘 사이를 설명하기 시작했지만 팽여운과 진도석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응시하며 팽노악의 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라가는 팽노악의 손.
“그럼 무호제의 첫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팽노악의 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스릉!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뽑혀 나오는 두 개의 도.
공교롭게도 팽여운과 진도석은 둘 다 검(劍)이 아닌 도(刀)를 익힌 무인이었다.
쾅!
첫 충돌에 단순히 무기가 부딪쳤다기엔 어마무시한 굉음이 울려 퍼졌고 이에 사람들은 더욱더 환호했다.
“이번에야말로 눌러 버려라! 진도석!”
“삼궁격도(三弓擊刀)! 삼궁격도! 삼궁격도!”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놀랍게도 진도석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들이 연호하는 삼궁격도(三弓擊刀)는 진도석의 별호였다.
관중 역시 오랜 기간 봐 왔던 것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진도석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팽여운을 응원하는 소리는 오로지 팽가 쪽에서만 터져 나왔다.
한 번의 커다란 충돌 이후 평범하게 검을 나누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팽여운과 진도석.
그 고착 상태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바로 진도석이었다.
팽여운의 옆으로 파고들며 마치 활처럼 휘어지는 진도석의 도.
그건 실제로 도가 휘어진 것은 아니었다.
팽여운의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가 패도적인 도법을 자랑한다면 진도석의 독문 무공인 유역도(流逆刀)는 눈을 홀리는 환도(幻刀)였다.
삼궁격도라는 별호가 붙은 것도 세 갈래로 갈라진 그의 도가 마치 활처럼 휘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도라고 해서 그 위력이 약한 것도 아니었다.
도가 휘어져 보일 정도로 빠른 그의 초식이 절대 약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카앙!
팽여운이 몸을 뒤틀며 진도석의 도를 막아 냈지만 그 엄청난 힘에 그의 몸은 무려 이 장이나 밀려났다.
“큭.”
자신이 힘에서 밀렸다는 것에 혀를 차는 팽여운과 그와 반대로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진도석.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한 진도석은 팽여운이 움직이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먼저 그를 향해 뛰어간 진도석은 자신의 유역도를 마음껏 펼쳤고 이에 팽여운 역시 열심히 도를 휘두르며 그의 공격을 방어했다.
진도석의 일방적인 공격과 그에 겨우 따라가며 힘겹게 막아 내는 팽여운.
그 모습에 사람들은 이번 비무의 승패가 이미 갈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이상했다.
팽여운과 진도석은 둘 다 화경의 고수답게 도에 도강을 씌운 채 전력으로 맞부딪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팽여운은 진도석의 도강이 점점 얇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는 사실이었고 진도석 역시 느끼고 있었다.
‘뭐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금세 지치는 것 같지?’
그렇게 생각하며 진도석이 자신을 돌아봤을 때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무복이 온통 땀으로 절어 있을 정도로 자신이 엄청난 땀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태껏 이런 적이 없었기에 크게 당황한 진도석이 주춤거리는 그때 마치 그 순간을 노렸다는 듯 팽여운의 도가 맹렬한 기를 내뿜으며 찔러 들어왔다.
쾅!
“크윽!”
진도석은 그 공격을 간신히 막아 내긴 했지만 바닥을 크게 구르며 큰 내상을 입고 말았다.
입가로 흐르는 한 줄기의 피.
하지만 진도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 피를 닦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식……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무슨 짓이라니?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러는 건가?”
입안 가득 비웃음을 머금고 대답하는 팽여운의 목소리에 진도석은 손을 펼쳐 땀이 가득한 손바닥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
“지금 이 땀이 네 눈엔 정상적으로 보이는 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왜 네놈의 체력이 부족한 걸 내 탓을 하는 거지? 무슨 증거라도 있는 건가?”
“이 자식이…….”
진도석은 주먹을 으스러뜨릴 것처럼 주먹을 쥐었지만 팽여운의 말대로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자신의 차례라며 도를 들어 올리는 팽여운의 모습은 너무나도 건재했다.
족히 자신과 백여 합을 나누었고 그 모든 공격엔 각자의 도강과 내기가 실려 있어 분명 엄청난 내기를 소진했을 팽여운이었다.
그런데도 팽여운은 이제 막 비무를 시작한 사람처럼 생생했고 그의 피부엔 땀 한 방울도 보이지 않았다.
진도석의 현 상태와는 완전 정반대였던 것이다.
슈악!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다가온 팽여운은 진도석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증거 있으면 가지고 와. 그럼 인정할 테니까.”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함께 진도석의 복부를 향해 휘둘러 오는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콰앙!
벼락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 매서운 도격에 진도석의 몸은 무려 이 장이나 허공에 떠올랐다.
만일 팽여운이 칼등으로 치지 않았다면 진도석의 몸은 반 토막이 났을지도 모르는 일격이었다.
“쿨럭!”
바닥에 떨어진 진도석은 피를 한 움큼 토하며 고통스러워했다.
방금 전 팽여운의 그 일격.
진도석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기력이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며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자신의 도를 둘러싼 도강 역시도 사라져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는 지금 더 이상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젠……장…….”
팽여운이 또 무슨 짓을 벌였다는 것은 확실했다.
매일 단련하던 그의 몸이 갑자기 이렇게 될 리가 없었고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팽여운의 저 비꼬는 듯한 목소리와 말투.
그것은 팽여운이 비겁하게 자신을 대회에서 탈락시켰을 때마다 나오는 특유의 목소리였다.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 보라는 듯한 그 말투는 진도석에게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진도석은 팽여운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언젠가 반드시 복수하고 말 거라 다짐하며.
* * *
첫날 첫 경기의 결과는 중원이 들썩일 정도로 그 파급이 컸다.
진가장의 진도석을 일격으로 쓰러뜨린 하북팽가의 팽여운.
이는 하북팽가의 도가 진가장의 도를 넘어섰다는 증명이기도 했고 여태껏 석연치 않은 승리로 기억되던 팽여운의 실력을 명확하게 증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하북팽가는 이를 더 널리 퍼뜨리려 이 일화를 과장되게 소문내기 시작했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팽여운은 ‘천하제일도(天下第一刀)’가 되어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팽가에서 퍼뜨렸다는 것 역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팽여운이 실력을 입증했다 정도로만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용진 역시 그날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겨우 하루 만에 천하제일도 팽여운이라는 말까지 들려오자 그는 코웃음을 쳤다.
“미치겠군. 고작 그딴 놈에게 천하제일도라니…….”
모용진은 그날 경기를 보며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 경기는 정상적인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의 진기라는 것이 그렇게 단숨에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용진이 보기에도 진도석의 몸의 진기는 어느 순간 비정상적으로 빠져나갔고 마지막에 결국 그가 정신을 잃게 된 것도 팽여운의 일격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진도석은 그 일격에 당해 쓰러진 것이 아닌 몸 안의 진기가 모두 빠져나가 혼절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번에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챈 모용진도 팽여운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알지 못했다.
독이라고 하기엔 증상이 전혀 없었고 팽여운이 딱히 마공을 사용한 느낌도 없었기 때문이다.
후에 슬쩍 무대에 올라가 혹시 진법이 있는지 확인까지 한 모용진이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왜 팽가를 까먹고 있었을까. 팽이종이…… 그 왕원장이 날 농락한 곳인데 말이야.”
“팽가에도 무슨 연이 있었어요?”
“뭐 별것 아냐. 그냥 뒤통수를 좀 거하게 처맞았을 뿐이지.”
모용진이 뒤통수를 처맞았다는 말에 흑련이 크게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자 모용진이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진가장에 팽가라……. 거기다가 곤륜에 제갈세가에 산동악가도 있고 북해빙궁도 있네. 나 왜 이렇게 할 게 많은 것 같지?”
“북해빙궁은 또 왜요? 그때 다 정리된 것 아니었어요?”
흑련의 물음에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이 모용진이 머리를 만지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게나 말이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 공주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