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57
광마전생 (157)
북해빙궁의 무공에는 뿌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빙백신공(氷白神功).
빙백신공을 기본으로 하여 빙백신검(氷白神劍), 빙백신권(氷白神拳), 빙백신장(氷白神掌)의 세 갈래로 무공이 나뉘고, 또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무공들이 한빙면장(寒氷綿掌), 빙결쇄권(氷結殺拳), 설녀진검(雪女震劍) 등이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무공들이 북해에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빙백신공을 뿌리로 둔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북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무인들을 보유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어떤 무공을 익혀도 결국 빙백신공이란 뿌리를 두고 있었기에 그 기본을 바탕으로 자유자재로 자신에게 맞는 무공을 찾고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 같은 뿌리를 두고 있으니 모두가 서로 조언을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가 되었기에 북해빙궁은 무공에 있어서는 모두가 한 가족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모용진의 앞에 서 있는 설백은 이러한 혜택을 모두 얻은 자였다.
무공에 대한 끝없는 갈망으로 북해빙궁에 존재하는 모든 무공을 익힌 유일한 사람.
그것이 바로 설백이었다.
검지를 접은 그녀의 손에서 차가운 한기가 몰려들더니 손바닥이 푸른 강기로 물들었다.
북해빙궁 최고의 장법인 한빙면장(寒氷綿掌).
하지만 이를 보는 그 누구도 이것이 한빙면장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왜냐하면 강기를 두른 한빙면장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중원에 나타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차가울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설백의 주변은 이미 얼음으로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매서운 한기는 모용진의 옷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 나는 조금 뜨겁게 만들어 드리지요.”
이에 질세라 모용진의 주먹에서 극양초월권의 불꽃이 거세게 일어났고 엄청난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한기와 열기의 충돌.
그 긴장된 상황에서 둘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뛰어들었다.
쾅!
주먹과 손바닥의 충돌.
하지만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강기와 강기가 만들어 낸 충격파는 관중들에게까지 퍼져 나갔고 이는 평범한 이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친왕 폐하! 위험합니다!”
그 충격파가 터지자마자 공성 대사는 황급히 역신을 향해 뛰어가 그의 앞에 호신강기를 펼쳤다.
“뭐 하느냐! 다들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공성 대사의 불호령에 그제야 호위 무사들이 친왕의 주변을 감쌌다.
난리가 난 것은 친왕 쪽뿐만이 아니었다.
관중석에 있던 이들 역시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힘의 충돌에 깜짝 놀랐고 일부 그 충격파에 기절하는 이까지 나타나자 관중석은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펑! 퍼벙!
하지만 이러한 난리에도 불구하고 모용진과 설백은 계속해서 부딪혔고 이에 엄청난 충격파가 계속해서 관중들을 덮쳤다.
“이…… 이게 정녕 나와 같은 사람이란 말이냐……?”
무림인.
그 존재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역신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검으로 커다란 바위도 베어 버린다는 말도 안 되는 존재들.
하지만 역신은 이를 믿지 않고 있었다.
어찌 사람이 하늘을 날고 바위를 검으로 벤다는 말인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저 보통 사람보다도 무술 수련을 많이 한 인물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용진과 설백의 충돌은 그의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먹에 불꽃을 두른 채 공격하는 남자와 한 손에서 냉기를 내뿜으며 다른 손으로 검을 휘두르는 여자.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을 실제로 눈으로 봤는데 어찌 안 믿을 수가 있을까.
쾅!
불꽃과 얼음이 만들어 낸 또 한 번의 엄청난 폭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모용진과 설백이 딛고 있는 연무장은 정확하게 반으로 갈려 있었다.
불에 그을려 검게 타 버린 곳과 매서운 한기에 얼어붙은 곳.
그리고 그 가운데서 모용진과 설백은 서로 검과 주먹을 나누고 있었다.
카앙!
북해검을 튕겨 내며 모용진의 주먹이 설백의 옆구리를 노렸지만 강기를 두른 한빙면장이 날아와 그의 주먹을 다시 쳐 냈다.
그리고 동시에 맞부딪치는 주먹과 손바닥.
“크윽!”
“흐압!”
둘의 움직임에는 이미 초식 따위는 없었다.
이미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비무에서 초식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초식은 그 무공을 익히는 데도 사용하고 실전에서도 아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움직임을 뜻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만 먹히는 것.
화경과 화경의 고수가 서로 맞부딪칠 때엔 초식이란 잘못하면 상대에게 빈틈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쓰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방금 전 격돌로 인해 살짝 흔들리는 설백의 몸.
모용진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삼초식 대라화염(大喇火炎).’
모용진의 몸에서 엄청난 불꽃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설백의 주변까지 휘감았고 잠시 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그녀를 날려 버렸다.
허공으로 붕 떠오른 설백의 몸.
모용진의 주먹이 바닥을 쓸 듯 낮고 크게 회전하더니 설백의 몸을 향해 엄청난 불꽃이 치솟았다.
‘오초식 화룡승천(火龍昇天).’
대라화염에서 이어지는 화룡승천의 연계기.
완벽한 연계 공격에 모용진이 흡족해하는 그때, 놀랍게도 공격에 당한 설백은 웃고 있었다.
내력을 모두 부어 만든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한 설백은 머리끝 하나 타지 않았고 이에 놀란 모용진은 그제야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벅지까지 세차게 올라오는 얼음 줄기.
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모용진이 온몸에서 불꽃을 일으켰지만 그땐 이미 거대한 얼음 덩어리 네 개가 사방에서 그를 덮친 뒤였다.
콰자자작!
설백이 바닥에 부드럽게 착지하자마자 완벽하게 얼어붙은 모용진의 몸.
마치 조각상처럼 얼어 버린 모용진을 바라보며 설백은 승리의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스릉.
순간 설백은 마무리를 하려 북해검을 들어 올렸지만 이게 서로 생사를 다투는 생사결이 아닌 시합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검을 거두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가 얼음을 깨부수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고 그것은 바로 모용진의 손이었다.
“망설이지 말고 마무리를 했어야죠. 설마 상대가 나라는 걸 잊은 건 아니시겠죠, 공주님?”
콰드드득!
얼음을 깨부수며 빠져나온 모용진은 완전히 상의가 탈의된 상태였다.
옷이 완전히 얼어 얼음을 부수고 나올 때 함께 박살이 나 버린 것이었다.
모용진이 붙잡은 그녀의 손을 이끌며 동시에 주먹을 내뻗었지만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섬광에 동시에 양손을 회수해야만 했다.
스악!
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뒤로 크게 물러난 모용진의 눈에 들어온 건 두 개의 검을 든 설백이었다.
“쌍검류도 가능하신 겁니까?”
“필요하다면 써야지요. 그러니 대협도 이제 그만 검을 쥐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그럴 수가 없어서 말이죠.”
모용진이 주먹을 말아 쥐자 마치 근육을 뽐내듯 팔부터 어깨 그리고 가슴 배까지 근육이 쫙 갈라졌고 이에 덩치 또한 두 배 정도로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축골공(縮骨功)입니까?”
“아뇨, 그럴 리가요. 그냥 힘 좀 준 것뿐입니다. 몸풀기는 끝났단 말이지요.”
그렇게 말한 모용진의 몸에서는 새하얀 수증기가 마구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화신공과 같은 화기를 다루는 무공을 극성까지 이룬 자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신체 변화.
‘화신(火身)’.
말 그대로 불꽃 같은 몸으로 몸에서 엄청난 열기를 방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반응한 설백의 한기가 열기와 만나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는 것이었다.
마치 근육에서 구름을 피워 내는 듯한 모용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화신이었다.
그가 내디딘 발의 열기에 얼었던 연무장이 자연스럽게 녹기 시작했고 주변을 감쌌던 맹렬한 한기가 차츰 약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질세라 설백은 북해검을 꽉 쥐고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한기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제게 북해검이 있는 한 그대에게 더 이상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거 듣던 중 가장 기쁜 말이군요.”
화륵!
모용진의 양팔 전체를 휘감은 거대한 불꽃.
이는 모용진이 극양초월권을 극성까지 끌어올렸다는 뜻이었다.
“갑니다.”
마치 하나의 불꽃이 된 모용진은 엄청난 속도로 설백의 옆으로 파고들었고 이에 설백은 호신강기로 감싼 검으로 그의 주먹을 방어했다.
쿵!
동시에 내뻗어지는 그녀의 북해검.
하지만 북해검 역시 모용진의 주먹에 막혔고 둘은 마치 힘겨루기를 하듯 서로를 밀어내려 애썼다.
결국 그 힘에 밀리고 만 것은 설백이었다.
튕겨 나간 설백과 곧바로 그녀를 따라가는 모용진.
하지만 그런 모용진의 눈앞에 북해검이 나타났고 그것을 방어하려 손을 들어 올리니 갑자기 검날이 사라졌다.
아까 전 모용진의 어깻죽지를 베었던 그 기술.
모용진은 황급히 팔을 뻗어 허리를 방어했고 이에 북해검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갑자기 눈앞에서 없어진다고 해도 검의 궤도까지 비틀기는 힘들었기에 검의 궤적을 따라 예측되는 곳을 곧바로 방어한 것이었다.
“큿…….”
“한 번 본 기술이니 미리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설백의 다리를 붙잡은 모용진은 그녀를 바닥을 향해 크게 내려쳤다.
쾅!
“내력 소모가 커서 자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죠.”
한기를 이용해 만든 얼음으로 생성된 검날.
이것은 절대 간단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보검이라고 해도 사용자의 내공이 들어가는 것은 똑같았기에 얼음으로 검날을 만들려면 엄청난 내공이 들어갈 게 뻔했다.
그런 검날을 무한정으로 다시 만드는 일은 아무리 설백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그걸 이렇게 빠르게 알아차리시다니…….”
놀랍게도 바닥에 내리쳐진 설백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공중에서 몸을 뒤튼 그녀가 양발로 대지를 내디디며 모용진의 공격을 방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완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무리한 내공 운용과 방금 전 충격으로 내상을 입은 느낌이 그녀의 속에서 전해져 왔다.
서로를 바라보며 선 모용진과 설백.
설백은 이미 지친 기색이 만연했고 그와 반대로 모용진은 옷만 찢겨져 사라졌을 뿐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시 설백을 지켜보던 모용진은 한숨 크게 고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서로 지칠 만큼 지친 것 같으니 한 수로 결정 내시죠. 딱 한 수. 그걸로 승부를 보는 겁니다.”
모용진의 말에 설백은 살짝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보기에도 모용진은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공을 겨루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이렇게 배려를 한 남자는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시합 전의 일일 뿐.
이렇게 시합 도중에 배려를 한 남자는 모용진이 처음이었다.
그의 말에 북해빙궁의 최강자인 그녀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날 법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설백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모용진에게 감사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혼신을 담은 일격을 받아 주겠다는 말이었으니까.
그 순간 모용진의 발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싸늘한 한기.
지금 모용진의 눈앞에는 설백이 주변에 흩뿌렸던 모든 한기를 끌어모으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럼 대협의 기대에 부응하여 지금 제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한 수를 이 자리에서 보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