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65
광마전생 (165)
무호제가 다시 개최되는 아침.
이른 아침부터 모용진은 무호제의 새로운 대진표를 확인하기 위해 낙양석가장을 방문했다.
기존에 무호제가 열렸던 만일장원은 수복할 수 없다고 판정되어 낙양석가장으로 옮긴 것이었다.
대진표는 놀라울 정도로 간소화되어 있었는데 이는 모용진과 설백이 펼쳤던 경기의 영향이 컸다.
아무리 명예를 중요시하는 무림인이라고 해도 제 목숨 중요한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권을 던진 사람만 수십에 달했고 이제 남은 인원은 대략 열일곱 명이었다.
애매하게 한 명이 더 붙어 있는 쪽은 공정하게 뽑기로 정했다고 무림맹이 공표했고 어차피 모용진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다음 상대는…… 팽여운인가.”
하북팽가의 가주 팽여운.
모용진은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돈을 내고서라도 두들겨 패고 싶었던 인물이 떡하니 눈앞에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고, 대협. 반갑습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용진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반가운 인물이 서 있었다.
“백두철 관주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아유, 물론이죠. 누구 덕분인데. 그나저나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소식이요?”
백두철이 알려 준 소식이란 무호제의 새로운 진행 방식이었다.
원래라면 한 경기를 치른 후에 하루는 꼭 쉬게 해 주었는데 오늘부터 치러지는 무호제는 휴식 없이 하루에 두 경기씩 치러진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리도 급박하게…….”
“그건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협. 무림맹 측에서 빠르게 무호제를 끝내고 싶어 한다더군요.”
“그럼 바로 내일이면 무호제가 끝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잠시 후 팽노악이 연무장 위에 등장했고 몰려든 사람들 앞에서 이를 공표했다.
백두철이 말해 준 소문이 사실임은 물론 거기에 보태서 한 가지 조항이 더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시합이 펼쳐지는 연무장 밖으로 그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모용진과 설백의 시합으로 인해 새롭게 생긴 규칙.
이러한 규칙에 모용진은 아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쳇. 다 박살 내 버리려고 했는데 말이지…….’
새롭게 시합이 열리는 곳이 낙양석가장이었기에 모용진은 일부러 주변을 초토화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모두 무산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팽노악은 시합이 시작되는 오시에 다시 보자며 연무장을 내려갔고 사람들은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대협은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예?”
“이렇게 사람들이 모두 주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백두철의 말대로 지금 석가장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모용진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말을 걸어 보려는 자도 있었고 신기한 듯이 쳐다보는 이도 있었으며 묘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자들도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주시하고 있는데 대협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 이제 익숙해져서 말입니다. 매일 있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관주님, 아까부터 왜 제게 계속 존대를 하십니까? 아직 저는 관주님의 관도이고 나이도 제가 한참 어리지 않습니까.”
“하하. 그거야 이제 이여립 대협은 두 다리를 쭉 펴고 산맥을 뛰어넘을 영험한 백호가 아니겠습니까. 사신무는 이미 끝이 났고 설령 무호제에서 우승하시지 못한다고 하여도 그 뛰어난 무공을 바탕으로 요직에 오르실 분이니 제가 미리 잘 보여 두려는 것이지요.”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때 제가 백호학관의 관도였다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모용진의 만류에도 백두철은 이게 좋다며 끝까지 존대를 고수했다.
모처럼이니 같이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 둘은 근처 객잔에서 가볍게 소면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자기 남궁도의 이야기가 나왔다.
“남궁도 선생이 말입니까?”
“예. 갑자기 본가에서 그를 불러들였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저는 그게 이여립 대협과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남궁도 선생은 이여립 대협과 친분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했지요.”
“그런 걸 보면 정말 이여립 대협이 무림에 미치는 위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남궁세가가 쫓아냈던 남궁도를 다시 불러들일 정도니까 말입니다.”
남궁도가 세가로 불려갔다는 말에 모용진은 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이유를 모르는 한 아무런 결론도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곤 다시 소면을 먹는 데 집중했다.
백두철은 사신무 이후 사신기는 백호학관의 관주실로 이동되었으며 모용진의 우승 상금 역시 백호학관으로 전달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모용진은 이를 통 크게 백호학관에게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에 백두철은 크게 놀라며 감사 인사를 했지만 지금 모용진에게 그것은 푼돈에 부족했고 여태껏 자신의 안위를 봐준 백두철에 대해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식사가 거의 다 끝나 갈 때쯤.
모용진은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객잔에 앉았을 때부터 묘하게 거슬리는 시선을 주던 인물.
그는 바로 자신의 다음 시합 상대인 팽여운이었다.
팽여운은 팽기문을 비롯한 팽가의 인물들과 함께 모용진의 뒤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밥 먹는 내내 모용진을 노려보다가 마침내 움직인 것이었다.
이를 백두철 역시 눈치챘고 모용진에게 눈빛을 보냈으나 모용진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무림을 떠들썩하게 만든 신성 이여립 대협을 여기서 뵐 줄이야.”
끼이이익.
마치 시비를 거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은근슬쩍 모용진이 앉아 있는 식탁을 밀어 버리는 팽여운.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이에 백두철이 분개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으나 모용진이 그에게 참으라는 듯 손짓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팽여운을 쳐다봤다.
“신성이라니요. 제겐 과분한 호칭입니다. 저에겐…….”
기기기긱!
“무영이라는 별호가 더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어느새 식탁은 모용진의 손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고 놀랍게도 이는 팽여운이 식탁에 손을 얹고 있음에도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팽여운이 힘을 주고 있지 않았다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지만 모용진이 식탁을 당길 때 팽여운은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밀고 있었다.
“무림의 후학이 너무 건방진 것 아닌가? 선배를 앞에 두고 예의가 없군.”
“나이가 많고 권력이 있다고 모두 선배는 아니지요. 어차피 무림은 힘 아니겠습니까?”
밀어내려는 팽여운과 모용진의 힘겨루기는 팽팽하게 이루어졌고 결국은 식탁이 박살이 나고야 말았다.
하지만 식탁이 박살이 날 때까지도 팽여운은 한 치도 밀어내지 못했고 결국 힘겨루기의 승리자는 모용진이 되었다.
이에 팽여운이 부들거리며 박살 난 식탁의 조각을 내던지더니 모용진의 얼굴을 향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곧 한솥밥을 먹게 될 것 아닌가? 그럼 지금 내게 보이는 행동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한솥밥을 먹는다고 누가 정해 둔 것입니까? 설령 같은 곳에 들어간다고 해도 저는 가주님과 한솥밥을 먹을 생각은 없습니다. 고작 별호 하나에 이렇게 밥 먹는 후배를 겁박하는 선배와 누가 식사를 같이하겠습니까?”
“뭐? 지금 뭐라고 한 것이냐?”
팽여운의 몸에서 짙게 피어오르는 살기.
그 살기에 가만히 있던 팽가의 사람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모두 흥분한 팽여운을 말리기 시작했다.
“가주님! 침착하십시오!”
“가주님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그들이 이토록 팽여운을 말리는 이유는 누가 봐도 지금 팽여운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식사를 하던 이여립에게 시비를 건 것도 팽여운이었고 식탁을 박살 낸 것도 팽여운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살기를 흩뿌린 것도 팽여운이었다.
다른 이들의 눈엔 팽여운이 무척이나 호전적이고 흥분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모용진은 지금 그의 얼굴에서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이마에 굵게 튀어나온 핏줄. 설마 마공인가.’
팽여운이 처음 다가왔을 때부터 모용진은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팽여운이 저돌적이라고 하여도 이렇게 대놓고 그에게 시비를 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팽여운은 한 가문의 가주였으니까.
그것도 오대세가 중 하나를 이끄는 이가 이렇게 행동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팽여운의 모습은 그간 알려진 그의 성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놔라, 놔! 지금 저 개자식을 도륙 내 버릴 것이다!”
자신의 사람들에게 붙잡힌 채 발버둥 치는 팽여운의 모습.
그 광기 어린 눈빛에 모용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 정도의 광기면 분명 마공이 맞는 듯한데…… 왜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지? 마공이 아닌 다른 무언가란 말인가?’
그냥 이대로 팽여운이 팽가의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모용진은 확인하고 싶어졌다.
만일 하북팽가의 가주인 팽여운이 마공을 익힌 것이라면 통합무림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는 뜻이었으니까.
팽가의 중재로 갑자기 일어났던 싸움의 불씨가 사그라져 가는 것을 느끼며 백두철이 안도하는 그때.
그의 귓가로 믿을 수 없는 모용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변한 별호도 없는 당신 따위에게 제가 겁이라도 먹을 것 같습니까? 듣자 하니 그 진가장의 가주인 진도석 님에게도 제대로 이겨 본 적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그런 자를 어찌 무림의 선배라고 부르겠습니까? 버러지만도 못한 자를.”
모용진의 말에 객잔의 안에는 순간 적막이 흘렀다.
왜냐하면 이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은 넘은 도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도발에 팽여운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이 새끼가!”
그가 크게 분노한 듯 온몸으로 살기를 흩뿌리며 바닥을 박차더니 자신을 붙잡고 있는 팽가의 사람들을 모두 떨쳐 내며 모용진을 향해 돌진했다.
허리춤에서 도를 빼 든 그의 두 눈은 분노로 뒤집혀 있었고 그가 뿜어내는 짙은 살기는 객잔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팽여운은 썩어도 팽가의 가주였다.
도강을 두른 도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패도적이며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모용진은 여전히 이렇다 할 움직임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콱!
그리고 잠시 후.
모두가 보는 눈앞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왜냐하면 팽여운이 도강을 두른 채 휘두른 검을 모용진이 너무나도 태평한 표정으로 잡아 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맨손으로.
“크윽?!”
그 모습에 팽여운 역시 깜짝 놀란 듯 도를 빼내려 했으나 놀랍게도 자신의 도는 바위에 박힌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광기를 보이면서도 이성은 유지하고 있다……. 신기한걸?”
모용진은 솔직히 지금 크게 놀라고 있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보통 이 정도의 광기를 두르게 할 정도의 마공이라면 마땅히 이성을 잃어야 하는 법인데 놀랍게도 팽여운은 그 광기 속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며 모용진의 손에 잡힌 도를 빼내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모용진은 도를 붙잡고 있는 손에서 이상한 것을 느끼며 황급히 그의 도를 떨쳐 냈다.
갑자기 팽여운의 도에서 뭔가를 빨아들이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빨아들이려는 것이 내공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모용진이 팽여운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 이것 봐라……. 아무래도 무림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 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