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70
광마전생 (170)
“사천당가? 그들이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우리 천금표국을 노렸단 말인가?”
“천금표국을 노릴 이유가 달리 있습니까?”
“돈?”
“그렇지요.”
하지만 모용진의 이러한 대답에 석산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만일 어디서 소문을 주워듣고 이러는 거라면 당장 썩 물러가게! 돈이라니. 그들은 표물을 모조리 불태웠…….”
“정말 불태웠다고 생각합니까?”
석산우의 역정에 모용진은 웃으며 반문을 던졌고 이에 석산우는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만일 습격한 이가 장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온갖 금은보화로 가득한 창고를 불태워 버리시겠습니까? 아니면 불태워 버린 것으로 만들겠습니까?”
“그럼…….”
“아주 간단한 겁니다. 모든 재물을 빼돌린 다음 일부 물건들을 남겨 둔 채 불을 질러 그렇게 보이게 만든 것이지요. 마치 습격자들이 돈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모용진의 말에 석산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의 기준에서 재물에 불을 붙인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사천당가인가? 확신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그럼 제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 자리에 앉아 있겠습니까? 확실한 정보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게 뭔가?”
“무림맹에서 탈퇴한 사천당가는 겉으로 멀쩡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이미 다 문드러진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무림맹과의 단절로 인해 그들 역시 사천에 고립되었기 때문이죠. 사천 내에서 그 모든 걸 쥐어짜 보려 했지만 돈은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거기에다가 사고까지 일어납니다.”
“사고?”
“예. 현 사천당가의 후계자인 당하율이 당가에서 보관하던 귀중한 것들을 모두 쓸어 담아 야반도주를 했다고 하더군요. 이에 사천당가는 지금 당하율을 잡기 위해 몰래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모용진의 말에 석산우가 턱을 쓰다듬더니 그를 살짝 올려다 쳐다봤다.
“그럼 사천당가가 당장 돈이 부족해서 호북까지 찾아와 우리 천금표국을 습격했다는 말인가? 굳이?”
“그 사천당가가 도적질을 하는 건데 중소 방파를 털 리가 없지 않습니까? 거리가 꽤 있는 호북석가장을 선택한 것도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손가락으로 바닥을 툭툭 내리치기 시작한 석산우가 잠시 고민하더니 또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그럼 왜 사천당가는 그 후계자라는 놈을 잡기 위해 몰래 움직이는 거지? 초상화 한 장만 내걸어도 금세…….”
“사천당가니까요. 사천당가는 무림세가입니다. 그 누구보다 명예를 중요시하는 그들이 그런 치부를 바깥에 보이려 하겠습니까?”
모용진의 대답에 석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보려고 했는데 실패한 것이었다.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네. 자네의 그 말. 그 말을 입증할 증거나 증인이 있는가? 말로는 누군들 범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증거를 가지고 오라는 석산우의 말.
이에 모용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품에서 명패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석산우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자리를 박차며 벌떡 일어났다.
“지, 지금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
“보면 아시지 않습니까? 명패입니다.”
모용진의 말에 석산우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지더니 순식간에 모용진을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네놈의 입에서 제대로 된 대답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응? 그렇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 순간 모용진의 몸에서 청아한 내기가 흩뿌려지더니 석산우의 살기를 순식간에 날려 버렸다.
“협박을 하려는 것이라면 상대를 잘못 찾으셨습니다. 설마 제가 당신의 아래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노옴! 감히 어디서!”
이여립이 화경의 고수라고 해도 석산우 역시 화경의 고수였다.
게다가 그에겐 혈교의 무공이 있었으니 당연히 이여립 정도는 쉽게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석산우는 자신의 생각이 이내 곧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 한 수.
따끔하게 혼내 주기 위해 내뻗었던 자신의 손에 석산우는 목숨을 잃어버릴 뻔한 것이었다.
어느새 그의 목젖을 찌르고 있는 모용진의 손 그 끝에는 푸른 강기가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똑같이 손을 뻗었지만 상대적으로 팔이 짧았던 석산우의 손은 허공만을 갈랐을 뿐이었다.
“만일 제가 강기를 뿜었더라면 석산우 장주께선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도 아시겠지요? 저희는 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명패에 대해 설명해라. 만일 설명이 시원찮다면 지금 당장 생사결이 펼쳐질 테니까.”
“생사결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저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보를 알려 드리러 왔을 뿐인데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그 순간 모용진의 전신에서 흉악한 살기가 피어올랐고 그 살기를 마주한 석산우는 자신의 심장에 검이 박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말로만 듣던 심살(心殺)?!’
심살(心殺)이란 말 그대로 마음을 죽이는 것.
살기로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경지를 뜻하는 것이었다.
만일 방금 전의 살기를 석산우가 아닌 일반인이 마주했다면 그는 바로 거품을 물고 그 자리에서 요절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시죠. 생사결. 제가 장주님을 쓰러뜨린 다음 그 귀에 정보를 넣어 드려도 딱히 상관없을 것 같으니까.”
“…….”
“다만 그 이후에 저희의 관계는 지금처럼 수평적이지 못할 겁니다.”
모용진의 경고에 석산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고 잠시 생각하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결국 먼저 고개를 숙인 것은 바로 석산우였다.
“아들의 일이라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네, 대협. 방금 내 언행은 사과하도록 하지.”
먼저 꼬리를 내리며 포권을 취한 석산우를 보며 모용진은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그 역시도 포권을 취했다.
“장주께서 먼저 정중히 사과하시니 후학인 제가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그렇게 잠시 진정의 시간을 가진 둘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모용진은 그 호패를 상위에 얹어 놓았다.
그 호패에 적혀진 글귀.
그것은 바로 석산우의 아들인 석일산의 이름과 낙인이었다.
“제겐 벗이 하나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모용진의 이야기에 석산우가 반응하자 모용진은 길고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조’라는 자였고 어쩌다 보니 당가에 들어가게 된 양자의 이야기였다.
별거 아닌 이야기였지만 모용진은 그와의 우정과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일부러 길게 이야기를 끌어갔다.
“그래서? 그 벗이 이번 일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인가?”
“예. 며칠 전 그가 피투성이가 된 채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제게 내밀더군요. 천금표국을 습격한 것은 사천당가라고 하면서 말이죠.”
“대체 왜? 당가의 양자인 그가 어째서 그런 걸 알려 준 거지?”
“그의 말로는 이번 습격을 하며 내내 고심에 빠졌다고 합니다. 옛날부터 그는 올곧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기에 당가에서 벌인 이번 일을 용납하지 못한 것이었죠. 그래서 제게 이것을 증거로 넘긴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모용진은 호패를 뒤로 뒤집었고 그곳엔 석산우의 두 눈을 크게 뜨이게 만든 무언가가 있었다.
호패에 박혀 있는 짧지만 날카로운 묵침.
그 묵침은 석산우도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묵침이 아닌가?”
“예. 사천당가의 장로 이상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상징적인 암기지요. 당조의 말에 의하면 그 끝에 당가의 독이 발려 있을 테니 확실한 증거가 될 거라고 하였습니다.”
모용진의 말에 석산우가 두 손을 덜덜 떨며 그 호패를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눈앞에 가져갔다.
“사천당가……. 감히 네놈들이 우리 아들과 천금표국을!”
잠시 그렇게 있던 석산우는 조심스럽게 호패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모용진을 향해 크게 절을 올렸다.
“앞선 무례를 용서해 주게, 대협. 내 아들의 죽음에 열이 차올라 은인에게 끔찍한 결례를 보이고 말았다네. 내가 이 정보의 값은 단단히 치르도록 하지. 만일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말을 하게. 내 힘과 재력으로 얻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거라도…….”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정보값은 동파육으로 받겠다고. 정보의 값은 조금 더 오르긴 했지만 남은 동파육을 싸 들고 가는 것으로 만족하지요.”
“정말 그것으로 만족하는가?”
“예. 이 정보의 값으로는 충분합니다.”
다른 게 있다는 듯한 모용진의 말에 석산우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들었고 이에 모용진은 환하게 웃었다.
“값진 정보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도 석산우님께서 아주 탐내실만한 것이지요. 무척 비싼 정보이지만.”
“비싸게? 얼마를 원하는가?”
“금자 백 개.”
모용진의 말에 석산우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지더니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금자 백 개라니! 지금 금자가 얼마나 비싼지 아는가? 황궁에서…….”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은자 서른 개로도 금자 하나를 사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지금 나에게 고작 정보로 금자 백 개를 원한다는 말인가?”
모용진은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주님께서는 석가장의 가치를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대답하지 않으셔도 알고 있습니다. 그 값어치가 돈으로 매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말이죠.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사천당가와 석가장의 가치. 둘 중 어느 게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 * *
“후우…….”
짧은 한숨을 내쉰 석산우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눈앞에 놓여 있는 석일산의 호패와 그 옆에 놓여 있는 두루마리 하나.
그 두루마리를 본 석산우는 한 번 더 몸을 떨어 대더니 간신히 그것을 손에 잡았다.
그 두루마리의 정체는 바로 이여립과의 계약서였다.
정보의 값으로 금자 백 개를 삼 일 이내에 지급하겠다는 약조가 담긴 계약서.
놀랍게도 그는 금자 백 개를 지불하며 모용진에게서 정보를 산 것이었다.
“게 아무도 없느냐!”
석산우의 호통에 시종이 곧바로 달려오자 석산우는 그에게 총관을 불러오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고개를 숙이며 나타난 멀대같이 큰 남자.
그는 바로 석가장 전체를 총괄하고 있는 총관 왕석태였다.
“부르셨습니까, 장주님.”
“지금 당장 사천당가를 조사해라. 단 개방에는 절대 알려져선 안 될 것이야.”
“개방이 안 된다고 하면…… 하오문을 이용하라는 것입니까?”
“차라리 그편이 낫겠지. 그리고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가용 가능한 모든 병력들을 지금 당장 사천 인근에 모집해라.”
석산우의 말에 왕석태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장주님, 설마 사천과 전쟁이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만일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러니 들켜선 안 되겠지? 이게 무슨 말인지는 자네가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하네.”
석산우는 손에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왕석태에게 던져 주더니 나가라는 듯이 손짓했다.
“아. 그리고 이여립, 그자에 대해서도 조사하도록. 최근 동안 누구와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뭘 전달받았는지도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 봐.”
곧바로 떨어진 축객령에 왕석태는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고 다시 내원엔 석산우 혼자만이 남았다.
모용진이 먹다 남긴 죽엽청을 바라보던 석산우는 조용히 한 잔 따르더니 그것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전지광견(錢之狂犬)이라고 불리던 이 석산우가 금자 백 개를 빼앗길 줄이야. 재밌는 놈이군. 앞으로 쓸 만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