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72
광마전생 (172)
갑작스러운 친왕의 호출.
이것은 모용진은 물론 공성 대사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무리 모용진이라도 그 상황에서 싫다며 거부할 수 없었기에 친왕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석가장을 빠져나가 도착한 곳은 평범한 장원 같은 곳이었다.
“여긴 내가 임시로 머물고 있는 곳이지. 아늑하고 나쁘지 않아.”
아무리 평범한 장원이라고 해도 장원은 장원인지라 일반 집에 비하면 수십 배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유역신은 그런 장원을 아늑하다며 웃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말.
하지만 모용진은 그의 시선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 주었다.
모용진이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며 전각에 들자 그곳에는 더한 불편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기는 이곳에 내려놓고 가시오.”
모용진의 앞길을 막은 휘황찬란한 금색 갑주를 입은 병사들.
그들이 금의위라는 것을 모용진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순순히 검을 건네주었지만 금의위는 기어코 몸까지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끝까지 모두 검사를 받은 뒤에야 모용진은 안으로 들 수 있었고 그곳엔 먼저 들어간 친왕이 공성 대사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앉게.”
자리를 권하는 친왕의 말에 모용진은 주변을 살짝 둘러본 후 자리에 앉았다.
좌우, 아래위에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
그것은 모용진을 감시하는 자들의 시선이었다.
만일 모용진이 친왕에게 어떠한 짓을 하려 든다면 바로 뛰쳐나와 모용진을 제압할 이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모용진을 제압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없지만.
“내가 그대를 이리 부른 것은 며칠 전 그대가 펼친 비무를 너무나도 인상적으로 봤기 때문이지.”
“미천한 자의 재롱일 뿐입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그래. 난 돌려 말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니 지금 바로 본론부터 꺼내도록 하지. 나는 이여립 그대가 마음에 들었고 곁에 두고 싶어졌어. 그러니 지금 이 순간부터 내 사람이 되게.”
친왕의 사람이 되어 달라는 말에 모용진이 놀라며 고개를 들자 역신이 웃으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내 사람이 되면 그대가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그대 손에 얹어 주겠네. 그 대가로 그대는 나의 검이 되고 충실한 신하가 되는 것이지. 어떤가?”
친왕의 검. 충실한 신하.
이를 뜻하는 것은 황궁의 장군이 되게 해 주겠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친왕 직속의 장군.
이는 평생을 관에 몸을 담은 무관들도 오르기 힘든 자리였고 전장에서 수많은 공훈을 세워야만이 부름을 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모용진에게는 딱히 필요 없는 자리였고 관심도 없는 곳이었기에 모용진은 곧바로 거절하려 입을 열었는데, 그때 역신이 먼저 말을 이어 가며 놀라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림과 관을 따로 나눌 생각이 없다네. 그래서 가장 먼저 깨고자 하는 것도 ‘관무불가침’이라는 원칙이지. 어차피 그대가 이 자리에서 거절한다고 해도 곧 무림은 내 손에 들어오게 될 테니 그대 역시 다시 나의 부름을 받게 되겠지.”
“전하! 그것은……!”
역신의 말에 공성 대사가 당황한 듯 크게 소리치자 역신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어차피 그도 곧 알게 될 일 아닌가? 함부로 입 밖으로 냈다간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그대도 알고 있겠지?”
모용진이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자 역신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나는 친왕이지만 친왕으로 내 삶을 끝낼 생각이 전혀 없어. 조금 늦게 태어났다고 해서 황제에 오르지 못한다니 이는 너무나도 불평등한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실력으로 그 자리에 오르려고 하네. 필요하다면 그대들의 힘을 써서라도 말이야.”
모용진은 대체 친왕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혼돈이 올 정도로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말하는 것은 지금 나라에 역모를 일으키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멍청한 형님 대신 황궁에 날 지지하는 자들과 세력은 많지. 하지만 한가지 부족한 것, 그것은 바로 무력이네. 금의위가 날 위해 이렇게 움직이긴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부족하거든. 그러니 나는 무림의 힘이 필요하다네.”
“…….”
“나는 같은 중원에서 이렇게 강한 힘을 발휘하는 그대들을 관무불가침이라는 말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네. 뛰어난 능력이 있으니 마땅히 그것을 활용하고 그만큼의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황좌에 오른다면 그대들을 신분에 관계없이 능력에 맞는 자리를 내줄 것이야. 무력이 곧 권력이 되는 세상. 어떤가? 그대들에게 참으로 좋은 세상이지 않은가?”
신분에 상관없이 힘만 있다면 권력을 주겠다는 말.
하지만 모용진의 귀에 이것은 다른 의미로 들렸다.
말이 좋아 관무불가침을 깨고 능력에 맞는 권력을 주겠다는 것이지, 이는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무림인에게 목줄을 채우겠다는 말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관무불가침이라는 것은 단순히 관이 무림과 엮이기 싫어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옛날부터 무림의 힘을 활용하고 싶었고 이에 많은 무림인들을 여러 수단으로 꾀어내려 했지만 무림인들이 이를 거세게 거부한 것이었고 그 결과 얻어 낸 것이 바로 관무불가침이라는 다섯 글자의 원칙이었다.
“친왕 전하, 혹시 무림인이라는 말의 뜻을 아십니까?”
갑작스러운 모용진의 질문에 역신이 살짝 움찔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무림인. 말 그대로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자들을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순수하게 무를 숭배하며 오로지 자신의 실력을 기르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노력하는 자. 그것이 바로 무림인입니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거지?”
“이미 저는 제가 할 말을 다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선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죽을 때까지 무림인으로 살고 싶지. 다른 무언가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모용진의 말은 완곡하면서도 완강한 거절의 말이었다.
이에 역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모용진을 노려보며 웃었다.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오늘 들었던 이야기는 모두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이여립!”
모용진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서자 공성 대사의 내기가 담긴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친왕 전하의 앞이다! 예를 갖추지 못할까!”
“스승님이 제게 그러셨습니다. 무를 정진함에 있어 방해되는 것들이 있으면 모두 치워 버리라고. 지금 제가 있는 곳이 그러한 장소인 듯한데 제가 오래 남아 있을 이유가 있습니까?”
“뭐라?!”
모용진의 말에 공성 대사가 분노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역신이 손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여립. 지금 그 자리를 나간다면 그대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 반역죄로 즉결 처분당할지도 모르지.”
“상관없습니다. 물론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지요. 결과적으로는 애꿎은 수하들만 잃게 될 것입니다, 전하. 아, 그리고 깜빡할 뻔했습니다만…… 맹주님, 이제 제가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무호제가 끝나면 한번 뵙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도 없었던 것으로 하지요. 하지만 걱정은 마십시오. 저는 방금 전 말했던 것처럼 이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들은 것으로 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한 모용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어 나가려 했고 이에 호위를 서고 있던 금의위들이 일제히 그를 에워쌌다.
병장기를 든 채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는 금의위들.
이에 모용진 역시 내기를 끌어 올리려는 그때.
뒤에서 역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내 주거라.”
역신의 명령에 금의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살기를 거두더니 병장기 역시 거두어들였고 모용진의 앞에 길을 열어 주었다.
단숨에 전각을 뒤로한 채 장원을 빠져나온 모용진은 저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은 살아남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아니었다.
공성 대사가 나서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서 모용진을 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내쉰 한숨은 말 그대로 속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이었다.
왜냐하면 방금 일순간에 그가 계획한 모든 것들이 어그러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미친 새끼. 무림에 관아의 일을 끌어들여? 저 땡중 놈이 진짜 미쳐 버린 것 아닌가?”
공성 대사가 친왕과 함께 무슨 짓을 벌이려 한다는 것은 통합무림 역시 그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고, 이런 친왕의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이여립은 더 이상 통합무림에 몸을 담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친왕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더 미친 짓이었기에 모용진은 단박에 거절하고 나온 것이었다.
원래 모용진은 통합무림에 파고 들어가 공성 대사의 말 잘 듣는 수하인 척 그 속을 뒤집어 놓고, 이를 이용해 제갈세가와 곤륜의 일을 처리한 뒤 흑천(黑天)을 제거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는데, 그 오랜 시간을 들인 계획이 단 하루 만에 엎어져 버렸다.
한숨과 욕이 나오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모용진은 이를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통합무림에 들어갔다고 하여도 결국은 역신과 엮일 게 분명한 일이었고 그때는 더욱더 곤란한 상황이 되었을 게 분명하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는 말이 있었지. 씁……. 그나저나 무호제도 연기되고 계획도 모두 어그러졌는데…… 이제 어떻게 한다?”
* * *
모용진이 장원을 빠져나간 이후 전각에선 한동안 역신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참 동안 미친 사람처럼 웃던 그는 이내 조금 진정이 된 듯 공성 대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맹주. 원래 무림인이란 저런 놈들인 건가?”
“송구합니다, 전하. 모든 이들이 저런 것은 아닙니다. 이여립 저자는 원체 대쪽 같은 성격이라 그럴 것입니다. 제가 전하께 바로 데리고 오지 못한 이유도 바로 저러한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걱정마십시오. 오늘 일과 상관없이 계획에는 전혀 차질이 없을 겁니다. 어차피 그는 아직 저희 쪽의 사람도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그건 맹주가 알아서 잘 하겠지. 믿고 있어. 하지만 그거 알고 있나, 맹주?”
“예?”
“난 가지고 싶은 것은 꼭 가지고 마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역신은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짓으로 금의위를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금의위, 지금 당장 이여립이라는 자에 대해 빠짐없이 조사하여 내게 가지고 오도록. 그리고 병사들을 붙여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고 내게 보고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나?”
“명을 받들겠습니다.”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라지는 금의위를 보며 공성 대사는 황급히 역신을 불러세웠다.
“전하, 설마 이여립 그자를 또 불러들일 생각이십니까?”
“자네도 들었잖나? 난 가지고 싶은 것은 꼭 가지고 만다고. 이 중원도 곧 내 것이 될 건데 그딴 무림인 하나 가지지 못한다면 이 중원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수 있겠나?”
그렇게 말하는 역신은 한없이 진지했고 공성 대사는 이에 더 이상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역신과 모용진의 만남 그리고 거절.
이는 곧 무림에 휘몰아칠 거대한 폭풍의 전초전이었고 이제 그 폭풍은 마교가 있는 신강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백색의 사막에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 나가는 수십 마리의 말.
잠시 후 그 모래바람이 걷혀 나가며 드러난 것은 수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병사들이었다.
검은색 피풍의로 온몸을 두른 병사들.
그들이 지금 향하는 곳은 바로 신강의 아래에 위치한 청해.
바로 곤륜이었다.
“이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