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79
광마전생 (179)
“뭣이? 곤륜이 사천과 함께 신강으로 진격했다고?”
“예. 지금 여러 구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수하의 보고에 잠시 혼이 빠져나간 듯 공성 대사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린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럼 마교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됐지? 서신이 도착한 지금쯤이면 곤륜이 벌써 전멸한 거 아닌가?”
공성 대사의 이러한 생각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곤륜과 마교 사이의 힘의 차이를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곤륜파의 장문인이라 알려져 있는 구영 도장은 사실 통합무림에서 심어 둔 가짜였다.
심지어 그 가짜 구영 도장 역시 아직 낙양에 머물고 있었고 설사 그곳에 있더라도 곤륜을 돕지 않았을 테니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그것은 지금의 곤륜의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수하의 보고는 공성 대사의 생각과 전혀 달랐다.
“그것이…… 놀랍게도 마교가 밀려나고 있는 중이라고 하옵니다.”
“뭣? 곤륜이 마교를 밀어내?”
“정확히 말하자면 곤륜이 아니라 사천의 힘입니다. 확인한 정보에 의하면 지금 교전이 벌어지는 그곳에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철삼은 물론 소가주와 장로 그리고 사천당가가 자랑하는 독선대(毒先隊)까지 모두 투입해 있다고 합니다.”
전장에 당철삼이 있다는 말에 공성 대사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당철삼이…… 그곳에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당철삼이 왜……? 어째서 사천당가가 그들을 그렇게까지 돕는단 말이냐?!”
처음 사천당가가 곤륜과 함께 신강을 향해 전진했다는 말에 공성 대사는 어느 정도 인도적 지원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사천당가는 오랜 기간 동안 곤륜을 뒷받침해 주었고 이에 대한 잔정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통합무림에 대해 어떠한 선전포고를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전력을 다한 도움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공성 대사였다.
“자, 잠깐만…… 그럼 설마 지금 소문이 벌써…….”
“예. 이미 저잣거리엔 마교와 곤륜의 전쟁으로 시끌벅적합니다. 방금 전 무림맹 서기관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왜 무림맹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냐면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크윽…….”
순식간에 어그러져 버린 계획.
그에게 있어 마교와 곤륜의 전쟁은 아직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흑도 쪽에서 먼저 사건이 터진 후 중원인들이 그 걱정에 빗장을 걸어잠구고 있을때에 신속하게 벌어져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전쟁이 먼저 일어났고 오히려 곤륜이 사천을 업고 유리한 전황을 이끌고 나가고 있다고 하니 환장을 할 일이었다.
공성 대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고민은 딱히 마교에 대한 걱정은 아니었다.
설사 지금 조금 밀린다고 해도 공성 대사의 판단으로는 절대 마교가 패할 일은 없었다.
아무리 당철삼과 독선대가 있다 한들 마교에는 그 천마가 있었으니까.
마교는 힘을 절대적 중심으로 여기며 돌아가는 세력으로 오로지 힘만을 추구하기에 뛰어난 강자들이 많았다.
그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 정파 무림에 대적해 올 수 있었던 것도 오로지 힘만을 추구한 고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마교가 적은 숫자임에도 중원을 벌벌 떨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 이 때문이었다.
‘무림맹에서도 경계하는 마교를 고작 곤륜과 사천당가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문제는 소문과 세간의 이목이다. 무림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크나큰 질타를 받겠지…….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순간 마교는 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하며 난동을 부릴지 모른다.’
지금 통합무림에 있어서 마교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공성 대사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근래에 별로 사이가 좋지 못했고 만일 이번에 곤륜과의 전쟁을 또 막아선다면 천마는 가차 없이 등을 돌릴 것만 같았다.
한마디로 지금 공성 대사는 완벽한 외통수에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하오문에서 난리를 피워 봤자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할 테고……. 크윽……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챙그랑!
공성 대사의 신경질적인 발길질에 놓여 있던 상이 뒤집혔고 그릇에 담겨 있던 먹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치 핏물처럼 튀어져 나간 먹물들.
그 광경을 바라보며 공성 대사는 문득 얼마 전 찾아온 혈마가 떠올랐다.
“혈마에게 난동이라도 피워 달라고 부탁을 했어야 했나. 아니, 그 정도로는…… 아?!”
혈마.
그를 떠올린 공성 대사는 문득 처음 혈교가 통합무림에 들어왔을 때 준 선물이 떠올랐다.
엄청난 전력이지만 관리 비용도 많이 들고 귀찮다며 공성 대사에게 떠넘기듯이 준 선물.
하지만 공성 대사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비장의 수로 쓰기 위해 그것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고 아직까지도 열심히 관리하고 있었다.
“원불.”
“예. 맹주님.”
공성 대사의 부름에 원불이 빠르게 그를 향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총관인 그대가 보기엔 어떤가? 지금의 상황이. 내가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가?”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젠 흑천을 움직여 하오문에서 난리가 난다고 해도 결국 세간은 곤륜을 주목할 것입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지. 그럼 이건 어떤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뭔가 새로운 묘수라도 있는 건가 싶어 원불이 귀를 기울이자 공성 대사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불꽃 축제.”
“불꽃 축제……. 지금 이런 상황에서 맹에서 축제를 벌이신다면 사람들이…….”
“진짜 불꽃 축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야. 그저 빗대는 말일 뿐이라네. 원불 자네는 만일 옆 마을의 불꽃 축제가 우리 마을의 불꽃 축제보다 화려하고 크면 어떻게 할 텐가? 그리고 그 불꽃 축제는 마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걸세. 먹고살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지.”
갑작스러운 공성 대사의 질문에 원불은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내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옆 마을에 지지 않도록 더 큰 폭약을 준비할 것 같습니다. 불꽃 축제란 어차피 그 규모와 화려함에 사람들이 홀리는 것이니까요.”
“그렇지. 지금 자네가 이야기한 것이 정답일세. 지금 우리의 상황도 마찬가지고.”
“설마 곤륜과 마교의 전쟁보다 더 큰 소란을 벌이실 생각입니까? 하지만 지금 그럴 만한 방법이 딱히 떠오르진 않습니다만…….”
“하오문이 폭약이고 그보다 더 큰 폭약이 필요하다면 무엇이겠는가?”
하오문보다 더 큰 폭약.
하지만 이러한 공성 대사의 말에도 원불은 딱히 떠오른 것이 없었기에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고 이에 공성 대사가 웃으며 정답을 말해 줬다.
“얼마 전 혈마가 이여립을 찾고 있더군. 그래서 대충 절강으로 갔다고 거짓말을 했지.”
“절강이라면……. 이여립이 간 북해와는 전혀 반대되는 곳 아닙니까?”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아무튼 혈마는 지금 절강을 향하고 있을 테니까. 원불, 우리가 그때 받았던 혈마의 선물이 어디에 묻혀 있지?”
공성 대사의 말에 원불은 뭔가가 떠오른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공성 대사를 바라봤다.
“설마…… 지금 그 혈강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까 전 공성 대사가 혈마를 생각하며 떠올린 선물.
그 선물은 바로 전설로만 내려오던 혈강시였고 그 숫자도 무려 이백 구가 넘었다.
아쉽게도 공성 대사가 직접 확인한 혈강시는 전설과는 조금 달랐다.
풍문에 따르면 혈강시는 모든 독에 내성이 있고 검에 쉽사리 뚫리지 않는 강철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거의 화경에 가까운 무공 실력을 발휘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본 혈강시의 실력은 화경 근처에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혈강시가 절대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실력은 초절정 언저리로 다른 사파에서 만드는 강시들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 이백 구의 혈강시는 절강 항주에 그대로 묻혀 있었다.
무림맹을 절강에서 하남으로 옮길 때 같이 옮기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매몰해 두었기 때문이다.
“후후……. 절강에서 갑작스레 등장한 혈마와 혈강시 군단. 어떤가? 고작 마교와 곤륜의 전쟁보다 더 화려한 불꽃 축제가 될 것 같지 않나?”
* * *
“강시 강시가 나타났다!”
“으아아아아!”
강시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가장 먼저 접한 이는 바로 설백이었다.
하지만 설백은 강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었기에 이를 모용진에게 가볍게 이야기했고 모용진 역시 그것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장난이겠지. 어렸을 때 보통 그런 장난들을 많이 하니까.”
“장난? 장난을 그런 심각한 목소리로 해?”
그때까지만 해도 모용진은 강시가 나타났단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흑천이 어떻게 움직일까에 대해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시진이 지나지도 않은 시각.
모용진은 두 눈으로 직접 강시를 마주하고 말았다.
“뭐야…… 진짜 강시잖아……?”
천기정루를 둘러싼 담벽을 부수고 나타난 강시는 순식간에 화원으로 뛰어들더니 일하고 있던 시종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고 강시의 날카로운 손톱에 그 시종의 목은 하늘로 솟구쳤다.
“뭣……?”
전혀 생각지도 못한 빠른 속도에 모용진은 크게 당황했다.
갑자기 강시가 나타난 것도 놀라웠는데 방금 그 강시의 손톱에서 강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시가 그의 정면으로 향했을 때.
그제야 모용진은 깨달았다.
붉은 손톱과 눈동자 그리고 사기(死氣)에 가려진 맹렬한 붉은 마기까지.
지금 그의 눈앞에 서 있는 강시는 전설로만 내려오던 그 혈강시라는 것을.
크아아아아!
모용진을 앞에 둔 혈강시는 기괴하게 입을 벌리며 괴음(怪音)을 내지르더니 순식간에 그와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단숨에 거리를 좁혀 들어오는 혈강시의 경공은 가히 절정 고수의 것이었고 그 손톱에는 다시 한 번 붉은 강기가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강시의 움직임에 곧바로 반응한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모용진의 옆에 있던 설백이었다.
강시라는 것에 흥미를 가진 설백이 검을 뽑고 혈강시의 정면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매우 직선적인 공격이었기에 설백은 쉽게 혈강시의 손톱을 피하며 허리를 두 동강 낼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는데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카앙!
베어 내려고 했던 혈강시의 피부가 잘려 나가지 않고 마치 쇠를 긁은 듯이 불꽃이 튄 것이었다.
혈강시는 그 힘에 크게 밀려 날아갔지만 놀랍게도 옷만 조금 잘려 나갔을 뿐 불꽃이 튀겼던 그 내부의 속살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저게 진짜 혈강시라면 그냥 평범한 검은 먹히지 않아. 전설로만 내려오는 혈강시의 피부는 강기를 두르지 않는 이상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강기가 아니면 베어지지 않는 피부라고?”
놀랍게도 이러한 모용진의 말에 설백은 당황하기보단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마치 처음 보는 장난감을 마주한 아이 같은 눈빛.
모용진은 그러한 그녀의 눈빛을 보며 입맛을 다시더니 이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저건 양보할게. 난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봐야겠어.”
혈강시를 앞에 두고 너무나도 여유로운 그들의 모습.
이것은 그들이 화경을 넘어선 고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모용진은 그저 처음 본 혈강시에 조금 당황했을 뿐 그의 두 눈에 비치는 혈강시는 그저 귀여운 장난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용진의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혈강시의 등장.
그것은 모용진에게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갑자기 그냥 혈강시가 나타날 리가 없다. 혈강시라면 분명 혈교의 것일 테니……. 대체 이곳 항주에서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냐, 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