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89
광마전생 (189)
팔마곡을 떠난 홍련과 흑련이 향한 곳은 자연이 만들어 낸 팔마곡 같은 요새가 아닌 사람이 만들어 낸 진짜 요새였다.
곡화성(曲和城)이라는 이름처럼 굽이치는 언덕에 지어진 이 요새는 마교가 직접 만들어 낸 요새로 그 옛날 곤륜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만든 곳이었다.
사실상 이곳은 팔마곡보다 조금 더 앞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곳보다 팔마곡을 먼저 점령했냐고 묻는다면 곡화성은 워낙 견고한 성이었기에 팔마곡을 먼저 틀어막아 적의 증원을 막고 물자를 차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진유혼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팔마곡을 틀어막자마자 진유혼과 당철삼은 곡화성을 매섭게 공격했지만 곡화성은 쉽게 틈을 내주지 않았다.
곡화성에 머무는 이들은 마인답지 않게 무척이나 수비적이었고 진법과 활을 활용해 성벽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물론 직접 성벽을 박살 내려고도 해 봤지만 그 두께가 엄청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진유혼과 당철삼은 곡화성의 바로 맞은편에 진지를 쌓고 기다리기로 했다.
물자가 끊기고 증원이 오지 않는다면 결국 저들은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까.
“수고하셨습니다. 홍련 님, 흑련 님.”
막사 내로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맞이하는 진유혼을 보며 흑련은 성벽이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직 뚫리지 않았나 보군요.”
“예. 워낙 성벽이 튼튼한지라…… 그리고 아직 저항도 너무 거셉니다.”
“장로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잠시 주변을 순찰하러 가셨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팔마곡에 마교의 증원이 왔었습니다. 그 숫자는 일백여 명에 달했고 상당한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흑련의 보고에 진유혼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녀는 걱정 말라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걱정하진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여기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 처리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상대는 누구였습니까?”
“급하게 오느라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음공을 사용하는 자와 굽어진 검을 사용하는 자들이었습니다.”
“음공과 굽어진 검이라……. 아마도 그들은 혈여종과 검환종의 사람들일 것입니다. 상당한 고수였을 텐데…… 뭐, 두 분이라면 그리 힘들진 않았을 것 같지만요.”
“그들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힘들었었을 겁니다. 그 무리를 이끈 수장들은 둘 다 화경의 고수로 보였으니까요.”
“화경의 고수라면…… 각 종파의 수장 아닙니까?! 수장이 직접 마인들을 이끌고 팔마곡을 찾았단 말씀이십니까?”
진유혼의 물음에 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 때마침 당철삼이 막사의 문을 열며 등장했다.
그는 곧바로 흑련과 홍련에게 포권을 취했고 이에 그녀들도 포권으로 인사를 받았다.
“방금 그 말이 사실입니까, 홍련 님?”
“예, 장로님. 그들이 종파의 수장인지 정확하게 확인하진 못했으나 둘 다 화경의 고수였습니다.”
“그렇다면 각 종파들이 나서기 시작했다는 뜻인데…….”
홍련의 말에 당철삼은 살짝 심각해진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왜냐하면 제갈영이 짠 계획에서는 마교의 구대종파가 나서기 전에 이곳 곡화성을 손에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구대종파가 나섰다는 것은 천마가 직접 명을 내렸다는 겁니다. 천산에 틀어박혀 있는 그들이 자의적으로 나올 리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는 것은 예상보다 상황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건데…… 진유혼 님 현재 구곡경(九谷境)에서는 소식이 있었습니까?”
“예. 방금 전에 원로분들에게서 서신이 왔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 함락시킬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팔마곡, 곡화성 그리고 구곡경.
이번 전쟁의 핵심은 이 세 곳을 빠르게 손에 넣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곳을 모두 손에 넣는 그 순간, 마교로 서신을 보내 협상을 하자며 협상 자리에 천마를 이끌어 내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였다.
“그쪽은 일이 잘 처리되고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눈앞의 저 곡화성이군요. 아무리 두들겨도 나오지 않으니…….”
분위기가 살짝 심각하게 흘러가던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흑련이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좋은 생각이라기보다는 꼼수 같은 것입니다.”
흑련이 말하는 꼼수, 그것은 바로 곡화성을 이미 점령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곡화성을 점령한 걸로 하자니요……?”
“어차피 저들이 이곳 곡화성을 향하려면 팔마곡과 구곡경 둘 중의 하나를 넘어와야 합니다. 우리가 곡화성에서 나오는 전서구 따위들만 잘 처리한다면 마교가 곡화성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적당히 이곳 곡화성을 둘러싸 나오지 못하게 한 뒤 팔마곡과 구곡경을 철저하게 지켜 낸다면 굳이 곡화성을 손에 넣지 않아도 마교와의 협상에서 곡화성을 팔아넘길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흑련의 계획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만일 곡화성에서 조금이라도 정보가 새어 나간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반대로 그것만 잘 막아 낸다면 확실히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흑련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진 진유혼과 당철삼.
하지만 그들이 서로 눈을 맞추며 결단을 내리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좋습니다. 우리 같이 한번 천마를 속여 봅시다.”
뛰어난 인재들의 활약으로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흑천파와 반대로 손에 대는 일들이 모두 꼬여 가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는 통합무림의 수장인 공성 대사였다.
“이…… 이여립이? 아니, 그는 북해로 갔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째서 이여립이 절강에 있는 것이지?”
“제갈세가에서 전한 말에 의하면 사신무와 무호제에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절강을 찾았다고 합니다.”
“아니, 그럼 휴식만 취하면 될 것을! 왜 나서서 혈강시를 제거하고 다닌단 말이냐!”
원불의 말에 공성 대사는 불같이 화를 냈으나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여립의 성정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공성 대사는 지금 속에 열불이 차올랐지만 이렇다 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여립이 한 일은 정파 무인으로써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여립이 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말? 무슨 말?”
“혈강시를 조종하는 술사를 찾으려다 우연히 혈마와 마주했고 그 혈마를 쓰러뜨렸다고…….”
“혀, 혈마를 어쩌고 저째?”
이여립이 혈마를 죽였다는 말.
하지만 이는 아무리 이여립이라고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설령 정말로 이여립이 혈마를 죽일 수 있다고 해도 혈마가 굳이 절강을 찾아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여립은 그 증거로 혈마가 끼고 있던 반지를 보여 줬다고 합니다.”
“반지?”
반지라고 하니 공성 대사는 묘하게 거슬렸던 혈마의 반지가 떠올랐다.
왼손 중지에 깊숙이 끼워져 있던 그 반지.
왠지 눈이 가던 그 반지를 떠올린 공성 대사는 문득 최근에 혈마와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자리를 박차듯 거세게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젠장!”
그는 기억나고 만 것이었다.
혈마를 절강에 내려보낸 이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는 것을.
그냥 대충 혈마의 눈을 돌리려 한 일이었는데, 그게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눈치채자마자 공성 대사의 얼굴은 한층 더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만일 이 사태가 모두 혈교에 알려진다면 그들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혈마의 죽음.
그것도 무림의 신성인 이여립에게 혈마가 죽었다는 게 알려진다면 혈교는 당장에 통합무림을 나가는 것을 물론 곧바로 혈겁을 일으킬 것이었다.
왜냐하면 공성 대사는 이여립을 데려오기 위해서 통합무림 내에 물밑 작업을 대충 끝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혈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이여립이 혈마를 죽였다는 게 알려진다면 그 불씨가 향할 곳은 바로 공성 대사와 통합무림이었다.
“원불, 그 소식은 누구를 통해 들은 것이지?”
“제갈세가의 제갈중이 가주인 제갈궁에게 서신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외에 알고 있는 사람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그 제갈세가이니 마구 떠들고 다니진 않을 것입니다.”
“이 소식은 절대 혈교에게 전해져서는 아니 된다! 제갈세가에 사람을 보내 철저하게 입단속을 해야 돼. 절대, 절대 소문이 나서는 아니 된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성 대사는 손을 부르르 떨며 애꿎은 탁상을 손으로 내리치더니 다시 원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항주는 지금 항주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일단 계획대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대부분을 항주 밖으로 내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통제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제 혈강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많던 혈강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예. 아무래도 이여립이 혈강시들을 모두 잡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당파와 화산파가 그를 내보내려고도 했지만 화경의 고수인 그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아직 마을 수색을 빌미로 통제를 계속해 가고 있지만…… 혈강시의 시체가 모두 한곳에 모여 있고 항주 안팎으로 이젠 안전하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그리 오래 시간을 끌 수 없을 거라고…….”
콰직!
결국 공성 대사의 주먹을 버티지 못한 탁상은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말았다.
주먹을 쥔 채 온몸을 부르르 떠는 공성 대사.
그의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절대…… 절대 통제를 풀어선 아니 된다. 마교와 곤륜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로 통제를 풀어서는 아니 될 것이야!”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그는 항주에 혈강시를 푸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인간으로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를 자행하면서까지 전쟁에서 눈을 돌리려 한 것이었는데 그 계획이 단 한 명의 손에 의하여 완전히 박살이 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눈여겨보고 있던 인재의 손에.
공성 대사는 절대 통제를 풀어선 아니 된다고 소리쳤지만 항주는 지금 그 통제가 풀리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절강 전역에 항주의 혈강시 사태가 마무리되었다는 소문이 크게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무림인들이 항주를 통제하고 있는 이유가 항주에 남아 있는 재물들을 쓸어 가기 위해 통제를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함께 퍼져 다른 지역으로 피신해 있던 항주의 주민들이 모두 항주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날이 갈수록 항주로 들어가려고 하는 주민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고 이젠 그 숫자가 무림인들이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진 상태였다.
항주의 성벽을 둘러싼 무수히 많은 인파들.
“문을 열어라!”
“내가 내 집으로 들어간다는데 왜 못 가게 말리는 것이냐!”
그들은 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항주로 진입할 기세로 무림인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을 모두 연출한 장본인은 성벽 위에서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저들이 도착했으니 이미 끝난 것 같지만 말이야.”
모용진이 말한 저들이란 바로 군중의 뒤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무리였다.
모두 같은 무구를 착용한 그들은 바로 관아의 관군(官軍)들이었다.
관군이 다가오자 민중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길을 열어 줬고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앞장서서 문에 다가가더니 문을 막고 있는 무림인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본관은 절강성의 부용대 대장 왕겸이오! 지금 당장 무림맹은 빗장을 풀고 관의 명령을 따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