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9
광마전생 (19)
수련이란.
심신을 다스리며 다루는 병기와 자신이 하나가 되는 것.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더 높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를 정진하는 것이었지만 모용진에게 깨달음이란 큰 의미가 없었다.
깨달음의 벽은 이미 모두 허물어져 있는 상태.
이제 모용진이 해야 할 것은 내공을 쌓고 육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구양절맥에서 음양활강지체가 되었지만 육체의 질은 여전히 구양절맥을 앓던 모용진의 것.
창천신검(猖天神劍)을 다시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완벽한 육체가 필요했다.
토대가 되는 하체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마보와 달리기를 쉼 없이 반복했고 하체가 지치면 잡을 곳 하나 없는 절벽을 오직 손가락의 힘으로만 타고 오르며 상체를 단련했다.
창천신검을 익히기 위해서는 두껍고 보기 좋은 튼실한 근육보다는 유연성이 매우 뛰어나고 끈끈한 근육이 필요했다.
물론 ‘힘(力)’은 기본으로 받쳐 줘야 하고 그 힘을 사용하는 데에 근육이 걸리적거리면 아니 된다.
이러한 근육을 만드는 데는 절벽을 타는 것만큼 좋은 훈련이 없었던 것이다.
모용학관 시절에도 그가 오로지 절벽만 오른 것도 모두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후우…….”
천야심결(天夜心訣) 덕분에 내공을 쌓기 위한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양이었다.
아무리 천야심결이 엄청나게 효율이 좋고 뛰어난 내공심법이라 하여도 결국 영약의 효율을 따라가지 못한다.
무림의 젊은 피들인 후기지수도 이름을 날리려면 일 갑자 정도의 내공은 지니고 있어야 하는 시대다.
일 갑자는 곧 육십 년 치의 내공.
천야심결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일 갑자의 내공을 모으는 데는 족히 오 년 가까이의 시간이 걸리기에 영약은 무림인에 있어서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것이었다.
그래서 모용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숲을 샅샅이 뒤져 보기 시작했다.
이곳은 사람의 손이 아예 닿지 않은 곳이었기에 정말 운이 좋다면 삼이나 하수오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기연 따위는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살아온 생물들은 많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살아왔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영약이 되진 않는 것이다.
물론 영약이 없어도 그런 것에 연연할 모용진이 아니었다.
“없으면 나중에 나가서 훔치면 그만이야.”
그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익혀 왔던 무공 외에도 많은 정보가 있었다.
내공의 증진은 여기서 충분히 몸과 마음을 갈고 닦은 뒤 밖으로 나가서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게 모용진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몸을 단련하고 혹사시키는 모용진.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고 하늘에서 굵은 눈발이 내리는 겨울이 와도 그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모용진은 잠자는 시간까지 아끼기 위해 마보를 한 채 잠을 자는 기이한 묘기까지 보였다.
마보를 한 채 잠을 자는 모용진의 몸 위로 두껍게 쌓이는 눈.
차갑고 힘든 환경에서 충분히 깰 만도 했지만 그는 그 상황에서 억지로 잠을 자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신체를 단련하는 이유는 단 하나.
오직 창천신검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놀랍게도 창천신검은 모용진이 스스로 만든 외공이 아니었다.
그가 천기린이었던 시절 먹고살기 위해 왈패로 거리를 누비고 다녔었는데 그때 우연히 만난 스승이 그에게 전수해 준 무공이었다.
사실 그는 스승의 이름도 모른다.
그저 생존할 수 있는 음식을 주었고 잘 수 있는 공간을 주었기에 그에게서 창천신검을 익히기 위한 수련을 했을 뿐이었다.
이름도 모를 스승은 본인도 익히지 못한 이 창천신검을 천기린에게 전수하기 위해 그를 죽일 듯이 훈련시켰고 마침내 그 뜻을 이루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창천신검의 비급을 넘기고 사망했다.
사실 천기린이 무공을 마구잡이로 알아내려 한 것도 이 창천신검 때문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의 스승의 이름은 알고 싶었기에 창천신검을 만들어 낸 사문이 어딘지 알아내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무림맹주가 되어서도 그 꿈은 이루지 못했고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사망했다.
하여튼 천기린에게 있어서 창천신검(猖天神劍)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공이었고 이를 무림맹주가 되어 증명하였다.
비록 이젠 모용진이 되었지만 그래도 사문과 스승의 이름을 찾고 싶다는 마음은 아직도 그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창천신검의 일성.
총 열두 단계의 성취가 있었지만 모용진은 일성을 완벽히 터득하는 순간 모용진은 이곳을 빠져나갈 것이다.
천기린이 죽기 전까지 달성한 창천신검의 성취는 칠성.
내공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창천신검의 일성을 달성하면 웬만한 중소 방파 정도는 혼자서 날려 버릴 수 있었기에 모용진이 정한 목표였다.
오직 창천신검을 수련하겠다고 다짐한 지 칠 개월.
차디찬 겨울이 지났고 어느새 풀들이 다시 자라나는 봄이 찾아왔다.
싱그러운 봄이 찾아오고 꽃이 피어나는 그때.
모용진은 왜 이곳에 인적이 없었는지 깨달았다.
“어쩐지, 붉은 꽃들이 왠지 익숙하다고 느꼈었는데…….”
쉬이이익!
“여기 독사굴이었구나?”
독사굴(毒巳窟).
말 그대로 독사들이 가득 모이는 굴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이곳은 따스한 봄이 되면 번식을 위해 뱀들이 찾아오는 일종의 산란장이었다.
지금 여기저기 만개한 저 사인화(巳引花)가 이 주변 일대의 모든 뱀들을 끌어모으는 것이었다.
뱀들의 종류는 정말로 다양했다.
평범한 독사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구렁이까지.
산란 중의 뱀들은 극도로 예민하다.
그래서 그런지 엄청난 공격성을 띠고 있었으며 당연히 그 대상은 모용진이 되었다.
절벽 위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며 맹독을 품고 끊임없이 공격해 오는 뱀들.
이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모용진은 놀랍게도 웃고 있었다.
“한 번쯤 사천에 있는 독혈곡(毒血谷)에도 다녀오려고 했었는데 오히려 좋아.”
자신을 물기 위해 날아오는 독사를 향해 모용진은 일부러 팔을 내주었다.
콰작!
독니가 살을 파고들고 싸한 느낌이 들며 독 기운이 팔을 통해 퍼져 왔지만 모용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팔을 들어 그대로 뱀을 이로 씹었다.
콰드득!
기괴한 소리와 함께 으깨지는 뱀의 몸통.
모용진은 놀랍게도 그 뱀을 그대로 먹기 시작했다.
“산란기라서 그런가, 독기가 가득하군. 좋아.”
지금 그가 하는 것은 독공을 습득하는 방법 중에서도 가장 무식한 방법으로 알려진 독물섭취(毒物攝取)였다.
먼저 그 생물의 독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독물을 씹어 삼킴으로써 면역을 가지게 되는 방법.
물론 독의 위력에 따라 그 위험도가 어마어마했지만 천기린인 그가 스승에게 배운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물론 독이 강하면 죽을 위험도 컸지만 천기린에겐 극양지체가 있었고 모용진에겐 음양활강지체와 천야심결이 있었다.
그의 몸에 들어온 독기는 오히려 몸 안을 일주천하며 활기와 섞여 들어갔고 이는 곧 모용진의 내기가 되었다.
한마디로 모용진은 독에 대한 내성을 얻으면서도 내공은 증진하는 어마어마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절대 뱀을 피하지 않았다.
수련을 하는 와중에도 뱀이 다가오면 물게 놔두었고 그것들은 모두 모용진의 내공과 식량이 되어 사라졌다.
“만독불침(萬毒不侵)까지는 되지 못해도 천독불침(千毒不侵)까지는 될 수 있겠구나.”
만독불침이란 천하의 그 어떤 독도 침범하지 못하는 신체를 뜻하는 것이었고 천독불침은 그 아래의 단계였다.
만독불침이 되려면 최소 독각사나 독각화망 혹은 인면지주와 같은 독 영물을 여럿 섭취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뱀들은 영물은커녕 잘 쳐줘도 금선사(金線巳)의 아래였기에 천독불침(千毒不侵)만 되어도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뱀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자 이젠 뱀들이 슬슬 모용진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충만하게 차오른 독기 때문인지 아님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모용진을 천적처럼 여기며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히려 주객이 전도된 상황.
이제 다가오는 뱀이 없자 모용진은 오히려 뱀을 잡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한 방울의 독도 놓칠 수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뱀들이 무참히 죽어 가는 그때.
모용진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본능적으로 느껴진 강한 자의 기운.
그 기운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전신은 거대한 그늘에 가려지고 있었다.
쿠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낙하한 거대한 생물.
정확하게 모용진의 머리 위로 떨어진 그 생물은 거대한 나무 세 그루를 박살 내며 대지에 안착했다.
“우왓……! 깔릴 뻔했네.”
간신히 몸을 던져 피한 모용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실로 거대한 두 마리의 뱀이었다.
독각사(毒角巳).
뱀인데 머리에 거대한 뿔을 가지고 있는 뱀.
그 몸 길이는 무려 오 장에 달하고 두께도 일 장이 넘는 이 괴물의 정체는 바로 영물이었다.
사천의 독혈곡(毒血谷)에서도 십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영물인 독각사의 등장에 모용진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
놀랍게도 그 영물들은 산란을 위해 이곳을 찾은 듯했다.
순간 여기가 독혈곡인가 하는 생각이 든 모용진이었지만 예전에 독혈곡을 몇 번이나 방문했던 그였기에 독혈곡이 이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하. 독혈곡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뭐 어때. 내 앞에 영물이 두 마리나 날아들었는데 말이지. 덩치를 보아하니 꽤나 묵은 영물들인 것 같은데 당연히 내단도 그 덩칫값을 하겠지?”
이미 모용진의 눈에 저 두 영물은 거대한 내단 두 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필요로 하던 차에 하늘에서 떨어진 그들은 모용진에게 있어서 하늘이 준 선물과도 같았다.
츠으으으.
자신을 보고 천천히 다가오는 독각사를 보며 모용진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독각사? 영물? 하지만 지금은 내 내단일 뿐입죠!”
* * *
사천당문(四川唐門).
흔히 사천당가라고 불리는 이 세가는 중원에서 독으로는 최강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파에도 독을 연구하는 독곡(毒谷)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사천당가에는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천당가는 독에 대해서는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그 위세가 남궁세가를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 이유는 바로 무림맹이 통합무림을 목표로 삼고 세력이 큰 정파와 사파를 합친 뒤 영물과 영약에 대한 관리를 모두 사천당가에 일임했기 때문이다.
무림에 있어서 영약과 영물의 중요성은 엄청났기에 사천당문의 어깨는 당연히 승천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가 이젠 ‘약문’까지 합병한다는 소식이 나돌고 있을 정도였으니 사실상 무림맹에서 천마신교 다음으로 강한 권력을 지니게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철삼의 얼굴은 요즘 미소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 소자 당하경입니다.”
“안으로 들라.”
당철삼의 허락에 시비들의 손에 문은 자동으로 열렸고 당하경은 고개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무슨 일로 왔느냐, 아들아.”
“천마께서 보내 주신 두 마리의 독각사가 성공적으로 중경의 사굴(巳窟)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오오, 유도에 성공한 것이냐?”
“예. 아미파(峨嵋派)의 도움을 받아 큰 문제 없이 작업이 진행되었고 독곡(毒谷)의 자문에 따르면 그곳의 사굴이 워낙 터가 좋아 이 년 후엔 수십 마리가 넘는 독각사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수십 마리의 독각사라는 말에 안 그래도 승천해 있던 당철삼의 입꼬리가 더 높게 하늘을 향했다.
“그래? 그것참 좋은 소식이구나. 그런데 그런 곳에 수십 마리의 독각사가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느냐? 서로 잡아먹는다거나…….”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곳엔 매년 수만 송이의 사인화(巳引花)가 만개하여 수많은 뱀들이 그곳을 향한다고 하니 그들이 먹이가 되어 줄 것이며, 그곳은 매년 많은 독사가 집결하는 곳이라 인근한 사람들조차 그곳엔 절대 발을 들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오, 그렇구나! 내 이 일은 우리 사천당가의 자랑이자 내 첫째 아들인 독조인(毒照人) 당하경에게 모두 일임할 터이니. 앞으로 우리 당가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하도록. 아마 이 일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너는 내 뒤를 이어 훗날 독왕(毒王)이 될 계단을 밟을 수 있게 될 것이야.”
독왕(毒王)이라는 단어에 당하경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크게 숙였다.
고개를 숙인 당하경은 지금 그 누구보다 밝게 웃고 있었다.
이건 이미 결과가 정해진 아주 쉬운 일.
아주 적은 확률로 천재지변이 일어나 그곳이 붕괴되지 않는 이상 자신이 차기 독왕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이미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독조인 당하경도 독왕 당철삼도 이땐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일어날 리 없는 천재지변이 지금 사굴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