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94
광마전생 (194)
절강에서 마교가 있는 천산까지.
이는 거대한 중원을 가로지르는 대장정에 가까웠지만 내가 굳이 설백을 데리고 그곳에 가는 이유는 결국 내가 그곳에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마교와 곤륜의 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열쇠.
그게 바로 나였으니까.
설백은 내가 직접 흑천을 정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내가 판단하기엔 고작 흑천 따위보다는 마교 쪽이 조금 더 중요했다.
그리고 흑천파는 괜히 만들어 뒀겠는가.
내가 혼자서 다 해결할 거면 굳이 필요하지 않지.
이럴 때 써먹으려고 만든 것이 흑천파였다.
물론 조금 찜찜한 것은 있다.
흑천의 수장인 도원영이 원래 은월령의 사사(四司) 중 한 명이라는 것과 배신자라는 점.
그리고 그 배신에 성공했으니 상당한 실력자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나는 성아와 은월령을 믿었다.
그들 역시 흑천파에 들어오게 되면서 더욱더 강해졌으니까.
나는 흑천파의 모두를 성장시키기 위해 아낌없이 모든 것을 풀었다.
사천당가에 쌓아 둔 통합무림의 영약들이 현재 모두 동나 사라진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리고 놀라운 소식도 하나 듣게 되었는데 그것은 백리강과 광천악의 성장이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얼마 전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고 종려가 전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누군가는 고작 두 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평생을 수련해도 오르지 못할 수 있는 경지가 바로 화경이었다.
그런데 그 화경의 고수가 흑천파에서 두 명이나 배출된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짧은 시간 만에.
물론 종려와 성아 그리고 홍련이라는 화경의 고수가 셋이나 있어서 깨달음에 대한 조언을 많이 얻었겠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는 대단한 성과였다.
이제 흑천파에 존재하는 화경의 고수는 다섯.
당가의 당철삼과 곤륜의 해인 도장 그리고 청인 도장을 합치면 여덟 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까지 포함하면 도합 아홉.
그 외의 십대제자들까지 화경에 오른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만 그것은 내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만일 이들이 모두 하북에 모이면 하북에 아홉 명의 화경의 고수가 거주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를 상상하자 나도 모르게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화경의 고수가 한두 명도 아닌 아홉이다.
소림사의 공성 대사와 원불 그리고 공인 대사와 공호 대사.
화산파의 청화 진인과 화산검귀(華山劍鬼) 서경.
무당파의 태허 진인. 무직자(武直自) 장도준, 무적자(武寂自) 장일체.
아미파의 현월 사태.
공동파의 상여지.
점창파의 경혼과 풍이유신(風利流神) 풍호종.
해남파의 건소대.
종남파의 종소유와 종저선.
개방의 방풍과 방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혁까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전부 합쳐도 화경의 고수는 고작 열아홉 명이다.
그래도 배 이상의 숫자 차이가 나지만 그들의 절반이나 되는 숫자의 고수가 흑천파에 있다.
설백을 포함하면 그 숫자가 절반을 넘어서지만 나는 일부러 설백을 전력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지만 원래는 북해빙궁의 공주다.
위험한 곳에 함부로 보낼 수 없고 강하지만 전력으로 사용할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제 내 안사람이기도 하니 굳이 이런 위험한 판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지금 같이 마교가 있는 천산을 향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이 동행하고 있는 것이었고 만일 하북에 흑천파가 자리를 잡게 되면 이렇게 그녀를 데리고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순순히 따라 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우린 곧장 절강을 빠져나와 안휘성에서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에 올라탔다.
종려가 미리 말을 해 둔 것인지 호북장강의 채주인 사공주섭이 직접 마중을 나와 있었고 우리는 편안하게 강을 거슬러 중경까지 단번에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는 중경에 내리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가 사천에 내렸다.
사천에 내린 이유는 굳이 중경에 들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있지만 사천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잘 보이다니. 진짜 높긴 높구나.”
내리자마자 저 멀리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산.
그 산의 이름은 아미산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저곳에는 아미파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볼일이 있는 곳이 아미파라는 건 아니다.
그저 눈에 보일 뿐.
내가 잠시 들르고자 하는 곳은 바로 사천당가가 있는 성도였다.
사천당가가 모두 신강에 있는 지금 시점에서 내가 굳이 사천당가를 향하는 이유는 석산우가 내 말대로 움직였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아미산 남쪽에서 성도까지 향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도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설백과 함께 객잔으로 향했다.
사천당가와 인접한 곳에 위치한 객잔, ‘사천풍류’.
뭐, 이곳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설백이 사천의 매운 음식을 먹어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요기도 때울 겸 유명한 객잔을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딱히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간단하게 소면으로 배를 채웠지만 설백은 마치 작정이라도 하고 온 사람처럼 무려 네 개나 되는 음식을 시켰다.
마파두부에 마라롱샤와 산니백육, 청초육사.
모두 사천에서 유명한 매운 요리들로, 특히 이곳 사천풍류에서 파는 요리들은 다른 곳보다 몇 배는 맵기로 유명했다.
매운 것도 매운 거지만 그렇게 많은 양을 어떻게 혼자 다 먹을지도 걱정이 되었는데,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설백은 그 많은 음식들을 순식간에 해치우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매운 음식들을 눈 깜빡하지 않고 먹어 치우는 그녀를 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마라롱샤의 국물을 손으로 찍어 먹어 봤는데 입안으로 매운 향이 퍼져 나가더니 순식간에 혀를 마비시켜 버렸다.
보통 매운 것이 아닌데도 설백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모두 먹어 치웠고 결국 그 많은 것들은 모두 설백의 뱃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괜찮아……?”
“응? 아, 걱정한 거야? 걱정 마. 우리 북해해선 이것보다 더 매운 것도 먹으니까. 사천 음식이 많이 맵다고 하길래 궁금했는데 우리 북해만은 못하네.”
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 북해는 사람 사는 곳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것보다 매우면 그걸 요리라고 할 수 있는 건지…….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설백의 몸이었다.
저 호리호리한 몸에 그 많은 것들이 대체 어디로 들어간 건지.
이게 말로만 듣던 인체의 신비라는 것인가.
매우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객잔을 나서는 설백.
아마 거울이 있다면 아마 나도 그런 표정을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객잔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공성 대사가 동창에게 잡혀갔다는 소식.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왕겸에게 했던 신고가 너무 잘 먹혀든 것 같았다.
동창에서 나서서 공성 대사를 잡아갈 줄이야.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성 대사가 평생 그곳에서 나오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그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일찍 풀려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의 뒤에는 친왕인 유역신이 붙어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는 매우 좋은 소식이었다.
어찌 됐던 공성 대사는 한동안 움직이기 힘들게 된 것이었으니까.
내 입장에선 굳이 또 다른 일을 벌이지 않아도 시간을 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사천당가의 본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또 한 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아무도 없어야 할 사천당가의 본가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바로 그들은 석가장의 사람들이었다.
놀랍게도 석산우는 병사들로 사천당가를 점령한 것도 모자라 아예 석가장의 깃발을 내걸고선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벌써 이 정도로 장악하고 있다니.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대충 주변을 둘러보며 확인을 끝낸 나는 설백에게 석산우를 만나고 올 테니 잠시 숙소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물론 그녀는 따라가겠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혼자 가야 했기에 다녀오면 오랜만에 비무를 해 주겠다는 약조를 하고 홀로 석가장이 된 사천당가로 들어갔다.
물론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문지기들이 나를 가로막았지만 나는 거리낌 없이 그들을 날려 버리며 장원 내로 들어섰고 이에 더 많은 석가장의 병사들이 나를 에워쌌다.
“뭐 하는 놈이냐! 여기는 석가장의 장원이다! 썩 나가지 못할까!”
“그러니까 말했잖아. 석가장의 장주인 석산우 님을 만나러 왔다고. 그러니까 빨리 비키든가, 안내를 하든가 둘 중 하나만 해. 괜히 막아서다 봉변당하지 말고.”
“장주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그리고 설령 있으시다고 해도 아무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지랄은.”
귀찮기도 했고 급하기도 했던 나는 일일이 그 말을 다 들어 주고 있을 필요가 없다 판단하고 곧바로 대장으로 보이는 놈의 목을 붙잡았다.
“켁……. 이게 무슨…….”
“당장 석산우에게 가서 알려라. 이여립이 여기에 왔다고. 아, 끝내 없다고 잡아떼도 상관은 없어. 하지만 그럴 경우 여기 있는 너희들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지.”
콰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꺾인 병사의 목.
“아, 미안. 실수로 힘 조절을 못 했네.”
물론 이는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일부러 녀석의 목을 부러뜨렸으니까.
집단으로 뭉쳐져 있을 때의 충성심은 혼자 있을 때보다 강한 편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이렇게 누군가가 죽게 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다면 그 충성심도 무너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잠시 후 머뭇거리던 병사 중 한 명이 움직이더니 본관을 향해 뛰쳐나갔고 다행히도 내가 또 한 명의 목숨을 앗아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석산우가 맨발로 이곳까지 달려오는 게 내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여립 대협! 어찌 이런 곳에 제가 있는 줄 아시고 오셨습니까!”
맨발로 뛰쳐나온 그는 놀랍게도 나를 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경공까지 사용하며 단숨에 내 앞에 다가온 석산우는 웃으며 내 손을 꽉 붙잡았다.
“하하. 대협이 이곳 사천에 계신 줄 알았다면 내가 바로 초청했을 텐데.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예. 석산우 님도 잘 지내셨는지요.”
“물론이지요. 아주 잘 지내다마다요.”
“제가 준 정보가 제 값어치를 한 모양이군요.”
“하하. 이제 대협은 우리 석가장의 은공입니다, 은공. 필요하신 게 있다면 뭐든지 말해 주십시오. 이 석산우가 이름 석 자를 걸고 모든 걸 구해 드릴 테니.”
“그것보다 여기에 들어오려다 보니 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내 말에 석산우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쓰러져 있는 병사를 발견했고 이에 괜찮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은공을 몰라뵌 저희 석가장 무사들의 잘못이지요. 괜찮으니 은공께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석산우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주변 병사들에게 눈빛을 날리며 이제 시체가 된 병사를 치우라고 명령하는 듯했다.
“자, 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드시지요, 은공. 제가 은공을 위해 한 잔 따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