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97
광마전생 (197)
그 후 유미옥과 류성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움직였다.
왜냐하면 이번 작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어둠이 내린 지금 이 시간이 적기였기 때문이다.
유미옥은 자신이 이끄는 부대와 류성아가 이끄는 부대로 반반 나누어 각각 흑룡파와 사문방으로 움직이게 했는데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오늘 아침 한발 뒤늦게 흑천파의 지원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 지원자로 온 인물은 바로 가야허와 악노였다.
그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약한 유미옥 쪽을 돕기로 했고 유미옥과 류성아는 안휘와 강서가 갈리는 갈림길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그럼 명운을 빕니다. 부군사님.”
“장로님도 몸조심하십시오. 그럼 황산에서 뵙겠습니다.”
그렇게 무리는 두 갈래로 갈라졌고 유미옥은 발걸음을 재촉하듯 경공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날이 새기 전에 포양호에 도착해야 하니 서두릅시다.”
포양호는 강서에 있는 유명한 호수였다.
흑룡파의 본거지는 그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거대한 난민촌에 있었고 그 난민촌 역시 실제 난민이 사는 것이 아닌 흑룡파가 자신들을 숨기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둔 곳이었다.
가야허와 악노는 유미옥의 말에 군말 없이 따랐고 또 그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누가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들은 묘한 거리감을 두고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에 유미옥은 더욱더 확실하게 느꼈다.
자신이 이번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그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왜냐하면 유미옥은 흑천파 내에서 유일하게 실패를 겪은 인물이었고 지금 이 순간 역시 모용진에게 시험을 받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침묵이 그녀에게는 다행이었다.
괜히 가야허와 악노가 그녀를 걱정해 따뜻한 말을 건네주었다면 역으로 그 때문에 무너졌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가야허 님과 악노 님은 흑룡파의 용전소를 상대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흑룡파의 실질적인 수장인 주모적이 있을지도 모르니 최대한 빠르게 용전소를 제거하는 게 이번 작전의 핵심입니다.”
전력을 다해 포양호를 향해 달려가는 유미옥과 사자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이에 지쳐 가는 이는 유미옥 한 명뿐이었다.
기본적으로 은월령의 사자들은 매우 뛰어난 경공 실력과 체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가야허와 악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유미옥이 간신히 그들의 뒤꽁무니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녀가 점점 기력이 다해 힘이 풀릴 때쯤 그들은 포양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군사님은 좀 더 수련에 정진하셔야겠습니다.”
가야허가 지나치듯 한 말이었지만 유미옥에게 그 말은 조금 날카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유미옥은 이를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숨이 조금 돌아오자 상세한 작전을 읊기 시작했다.
유미옥은 조를 세 개로 나누었다.
흑룡파의 우두머리인 용전소를 암살할 잠입조와 그 뒤를 봐주는 경계조.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소란을 일으킬 대기조까지.
체력 문제로 대기조를 맡은 유미옥이 사자들을 포양호 근처 난민촌에 잠입시키자 잠입조를 맡은 악노와 경계조를 맡은 가야허가 곧바로 그들의 흑룡파의 거주지에 침입했다.
놀랍게도 흑룡파가 거주하고 있는 것은 거대한 장원이나 가옥이 아닌 바로 객잔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여러 객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듯한 모습.
하지만 이는 모두 눈속임일 뿐, 난민촌에 둘러싸인 그 객잔들과 거리는 모두 흑룡파의 구역이었다.
흑룡파의 구역 여기저기에는 그곳을 지키는 보초들이 서 있었지만 지금 그 누구도 사자들이 잠입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은월령의 사자들과 흑천파는 기본적으로 은월신보를 익히고 있었기에 제아무리 고수가 보초를 서고 있다고 해도 그들을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 흑룡파의 보초를 서고 있는 이들은 모두 잘 쳐줘도 삼류.
사자들에게 있어 지금 이곳은 안방보다 더 드나들기 쉬운 곳이었다.
그렇게 잠입조가 들어간 지 일다경도 채 되지 않았을 때.
한 객잔에서 불꽃이 올라왔고 이는 유미옥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악노가 용전소를 제거했다는 신호.
그 후 객잔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터져 나오고 이에 여기저기서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도화.”
“예. 부군사님.”
“사자들에게 신호를 보내세요.”
신호를 보내라는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저기 난민촌에서 일어나는 불길들.
유미옥이 세운 작전.
그것은 바로 화공이었다.
적은 인원으로 가장 확실하게 흑룡파를 쓸어버릴 수 있는 방법이었고 근처에 포양호가 있으니 큰불로 번져 민가에 피해가 갈 일도 없었다.
“불! 불이야!”
여기저기서 불을 외치며 튀어나오는 흑룡파의 문도들.
하지만 그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날카로운 검에 심장을 관통당해야만 했다.
“크억!”
“살…… 살려 줘!”
불을 외쳤던 목소리들은 어느새 비명이 되었고 잠시 후 유미옥의 곁엔 악노와 가야허가 돌아와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작전을 시작한 지 한 식경도 되지 않아 맡은 임무를 마치고 유미옥에게 돌아온 것이었다.
그 말인즉.
흑도 중에서도 손에 꼽는 문파 중 하나인 흑룡파(黑龍派)를 단 한 식경 만에 무림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이름난 문파 하나를 순식간에 없애 버리는 압도적인 무력.
그게 지금 흑천파가 가진 힘이었다.
그리고 이에 크게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유미옥이었다.
그녀는 작전을 마무리하는 데까지 최소 두 시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자신의 생각보다 흑천파의 수준이 아득히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흑천의 주모적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없었습니다. 용전소는 확실하게 제거했고 이 정도면 마무리된 듯싶은데, 이제 저희는 뭘 하면 됩니까?”
곧바로 다음 지령을 내려달라는 말에 유미옥은 잠시 고민했다.
“제 생각보다 빨리 정리되었으니 시간이 된다면 류성아 장로님을 도우러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제 생각엔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
류성아를 도우러 가자는 자신의 말에 악노가 그럴 필요가 없다며 반대하자 유미옥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장로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우리보다 일찍 끝났으면 끝났지 늦으실 분은 아니니까요.”
“저희가 만나기로 했던 황산으로 돌아가면 아마 먼저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가야허까지 악노의 말에 공감하듯 말을 보탰는데 놀랍게도 이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유미옥이 포양호에 도착하기 대략 반 시진 전.
류성아와 류성아가 이끄는 사자들은 먼저 사문방(死門房)의 대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사문방이 자리한 작은 마을이 포양호보다 더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반 시진이나 더 빨리 도착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은 시작부터 사문방의 앞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왔으니까.
유미옥은 간신히 사자들의 뒤꽁무니를 따라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사자들과 가야허들의 배려였다.
사문방 앞에 도착한 류성아는 곧바로 문을 박살 내며 사문방으로 진입했다.
이는 유미옥이 짜 준 은밀한 작전과는 정반대되는 일이었지만 사문방에 도착한 그녀가 스스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도 아무런 무리가 없고 오히려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다.
사문방에는 은월령의 령주와 사자들의 야간 습격을 막아 낼 만한 위인이 없었다.
폐쇄된 구조로 되어 있는 사문방의 장원은 오히려 그들에게 악재였고 류성아는 순식간에 사문방의 수장인 허무도가 있는 본관까지 치고 들어갔다.
그래도 제법 시간이 걸렸는지 허무도는 잠에서 깨어나 본관 아래로 내려와 있었고 그의 앞에는 허무도를 지키는 호위들이 잔뜩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류성아를 막을 순 없었다.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모르는 이가 태반이었다.
“커헉!”
정신을 차려 보니 류성아는 허무도의 가슴을 찌르고 있었고 허무도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그것이 흑도의 몇 안 되는 화경의 고수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바닥에 쓰러지며 죽음을 맞이한 허무도.
그 광경에 호위를 서고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성아를 향해 달려들려 했지만 그들 역시 반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쓰러져야만 했다.
푸악!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피가 솟구치는 섬뜩한 소리.
마치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검을 뽑아낸 사자들은 어느새 다시 성아의 앞에 열을 맞추어 서 있었다.
“전영.”
“예. 령주님.”
“네가 두 명만 데리고 마무리하도록. 깔끔하게 할 필요는 없어.”
“알겠습니다.”
성아가 사문방을 없애는 데 걸린 시간은 놀랍게도 일다경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애초부터 그녀들이 이렇게 강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부터 이렇게 강했다면 그녀들이 도원영을 피해 도망 다닐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
류성아도 은월령의 사자들도 모두 흑천파에서 지내면서 강해진 것이었다.
흑천파에서는 누구나 흑천파의 무공을 배울 수 있었고 십대제자와 십대제자에 오르려고 노력하는 뛰어난 선생들도 많았다.
원래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암살의 기술과 흑천파의 무공이 합쳐져 그들은 이렇게나 강해졌다.
류성아 역시 처음 흑천파에 발을 들였을 때와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같은 화경의 고수이자 장로인 조종려에게 여러 조언을 받기도 했고 바쁜 와중에도 모용진이 틈틈이 그녀에게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그녀는 수련 도중 막히는 것이 있으면 그때마다 모용진에게 쪽지를 써서 보냈는데, 모용진은 그 쪽지에 항상 정성껏 대답해 주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귀찮을 법도 한 일이었지만 놀랍게도 그는 말로 담기 힘든 것이라면 그림을 그려서 보낼 정도로 성심을 다해 답변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류성아는 화경 초입 단계의 벽을 허물고 지금 조종려와 함께 중간 단계로 올라서 있는 상태였다.
그런 류성아에겐 은월령의 암살의 기술까지 있었으니.
그녀를 일대일로 이길 자는 중원에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물론 그녀가 암살을 한다는 가정하에.
“저, 정말이잖아……?”
악노 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곧바로 황산에 도착한 유미옥은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말대로 류성아가 먼저 황산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모자라 막사까지 펼쳐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임무를 완수한 것을 확인한 유미옥과 류성아는 다시 지도를 펼쳐 들었고 돌로 위치를 하나씩 지정했다.
안휘의 중앙과 포양호 그리고 절강의 서쪽 끝에 놓인 돌들.
하지만 이내 안휘와 포양호의 돌은 치워졌고 이제 남은 것은 절강의 서쪽 끝에 놓인 돌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유미옥이 손에 돌 두 개를 쥐더니 갑자기 강소와 절강 사이에 두 개의 돌을 나란히 놓았다.
“음? 이 두 개의 돌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또 제거해야 할 대상이 있다는 뜻입니까?”
“사실 이 두 개의 돌은 흑천과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돌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지금 신경 써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 아닙니까?”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사실 저는 흑제께서 흑천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을 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로 흑제께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흑천의 범위가 어디까지 포함이 되어 있는 건지 말입니다.”
“흑천의 범위…….”
유미옥의 말에 가야허 역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졌고 이에 유미옥은 자신이 놓은 두 개의 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는 흑제 님이 말씀하신 흑천에 이 두 개의 돌도 포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약전(毒藥殿)과 시귀(屍鬼), 그들 역시 ‘흑천파’가 아닌 흑천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