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
광마전생 (2)
“어려도 너무 어려.”
모용진은 바닥에 누워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의 몸은 땀으로 가득 범벅이 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방금 전까지 열심히 외원공을 수련했기 때문이다.
무려 일 분이나.
“내 원래 몸도 구양절맥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진짜!”
모용진의 몸은 정말 심각했다.
어떻게 살아 있는지가 더 신기한 정도로.
비쩍 마른 몸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든 정도였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엄청난 양기가 몸을 짓눌렀다.
숨 쉬는 게 신기할 정도지만 숨만 쉬어도 아픈 몸.
그게 지금 모용진의 몸이었다.
그런데 그런 몸으로 외원공을 한다?
보통사람이라면 가부좌를 트는 것에서부터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용진은 전생에 광마였던 천기린.
하고 싶은 것은 끝내 하고 마는 성미였기에 그 극한의 고통을 견디며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외원공에 도전했다.
“살려면 별수 있나. 계속해야겠지.”
바닥에 드러누운 채 절악명(節握命)의 구결을 외우기 시작했다.
절악명의 구결이란 과거 ‘약선’이라고 불리던 천용현의 심득 중의 하나.
말 그대로 목숨을 붙잡는 마디라는 뜻이었다.
마음속으로 외우기만 해도 몸이 치료되고 치료되는 효과가 배가 되는 구결이었다.
“대체 이런 건 어떻게 만들어 낸 건지 신기하단 말이지……. 약선 그 인간도 정상인은 아닐 거야.”
모용진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구결을 외웠다.
확실히 효과는 있었으니까.
우웅.
구결을 외우자 귓가에 옅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몸속에 숨겨져 있던 내공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공이 너무나도 옅고 모든 경맥이 끊겨 있었기에 내공심법으로 내공을 모은다고 해도 단전이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어떻게든 생존하려고 발버둥 치는 습성이 있기에 설사 단전이 없다고 해도 모은 내공이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
여러 장기에 덕지덕지 붙어 몸 전체에 퍼져 있었는데 이는 선천지기(先天眞氣)가 어떻게든 몸을 살리려고 내공을 붙잡은 결과였다.
그리고 그 덕에 모용진은 몸을 조금씩 회복시킬 수 있었다.
단전이 없어 온몸에 넓게 퍼진 내공 때문에 경맥이 없어 내공을 흘려보내지 못해도 자동으로 전신 치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회복되는 몸이었지만 이는 진짜 아주 조금이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십 여장 거리 밖에 서 있는 사람에게 충격을 주는 정도?
결론적으로 지금 하는 게 몸을 완전히 치유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지 않으면 죽는데.
모용진은 오로지 살기 위해 외원공과 절악명의 구결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놈도 참으로 딱하구만.”
지금 말하는 이놈은 몸의 원래 주인을 뜻한다.
이 몸에는 원래 모용진의 기억도 남아 있었는데 그 기억의 대부분이 산적…… 아니, 아버지인 모용혁의 우는 얼굴이었고 나머지 기억은 지금도 보고 있는 바로 저 천장이었다.
한마디로 일생을 여기 누워서 보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너무나 불쌍하게도.
그래서 모용진은 꼭 살아야만 했다.
이 아이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세상에는 더 많은 볼거리가 있고 할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비록 그의 혼이 남아 있진 않지만 지금 그가 나고 내가 모용진이니.
내 두 눈으로 보면 그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이상한 상념에 빠져 더 깊은 심계로 끌려 들어가려는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예의 그 사람이 등장했다.
“진아!”
아아, 또 시작이군.
눈물을 흘리며 달려오는 산적.
모용진의 아버지 모용혁이다.
그는 어딘가에서 잔뜩 구른 몸을 이끌고 나에게 달려왔고 나는 황급히 구결을 외우던 입을 닫았다.
“우리 아들 오늘은 괜찮고? 어디 아픈 데는 없니? 큽…… 아빠가 미안하다…… 미안해……. 이런, 땀을 많이 흘렸구나. 내가 닦아 주마.”
훌쩍거리며 방구석에 놓여 있던 그릇과 천을 들고 온 모용혁은 물에 적신 천으로 내 몸을 정성스럽게 닦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미안해……. 널 이런 몸으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미안하다…….”
모용진의 몸에 들어온 지 열흘째.
모용혁은 항상 이랬다.
모용진을 보기만 해도 눈물을 흘렸고 입에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부모의 따뜻한 정과 사랑이 느껴지는……은 개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전생의 천기린은 천애 고아였기에 부모의 ‘사랑’을 몰랐다.
하지만 지금에 들어선 그냥 계속 모르고 싶었다.
모용혁이 얼마나 헌신적이고 모용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근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볼 때마다 질질 짜며 미안하다고 하는 모용혁은 그야말로 부담덩어리 그 자체였다.
외모라도 좀 준수해서 그 질질 짜는 모습이 아름다우면 몰라.
산적 두목 얼굴로 매일 저렇게 울고 있으니.
어후…….
한마디 해 주고 싶은데.
진짜 마음 같아선 그만 좀 짜라고 욕을 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모용진이라는 놈이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리다는 것도 있지만 매일을 고통 속에 살아왔기에 모용진은 말을 배우지도 못했다.
물론 천기린은 할 수 있었다.
아까도 혼잣말을 열심히 했으니까.
문제는 저 모용혁이었다.
아픈 아들이 갑자기 너무나도 유창하게 말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그냥 참자. 이상한 의심을 사는 것보단 내가 참는 게 나아. 속으로 욕하면 되니까.’
“아, 진짜 그만 좀 질질 짜라…….”
그 순간 방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실수로 나와 버린 것이다.
그것도 속마음과 말이 반대로…… 아니, 애초에 나와서는 안 되는 거였나?
잣됐다…….
안 그래도 험악한 모용혁의 얼굴은 무척이나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고 한층 더 냉랭해진 방의 분위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는데 그 순간 모용혁의 신형이 움직였다.
젠장! 몸이 이래서는……!
이미 녹초가 된 몸은 당연히 모용혁의 움직임을 피할 수가 없었기에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진아! 진아! 설마 네가 지금 말을 한 것이냐! 진아!”
모용진을 품에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한 모용혁.
그의 품에 안긴 모용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모용혁의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젠장!’
* * *
다행이 의심을 사는 일은 없었다.
가만히 누워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말을 듣다 보니 저절로 말을 익히게 되었다는 변명에 모용혁은 오히려 천재가 아니냐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모용진은 또 고통받아야 했다.
쏟아지는 눈물과 콧물 그리고 모용혁의 뽀뽀 세례.
모용혁의 품에 안겨진 모용진은 사실 이곳이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용혁은 한 식경을 울어 대고는 자신의 눈물로 범벅이 된 모용진의 얼굴을 닦아 주고는 식사를 가지고 왔다.
식사는 매일 그랬듯 보리죽이었다.
보리죽에 잘게 다진 소금에 절인 무.
모용혁은 매번 이런 음식밖에 내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지만 모용진은 오히려 좋았다.
지금 그의 몸에는 보리죽만 한 것이 없었으니까.
소금에 절인 무조차 부담 가는 몸이 바로 모용진의 몸이었다.
“아버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하하하! 우리 아들이 말을 텄으니 이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겠구나. 그래……. 우리 진이가 말을…… 흑…….”
모용혁이 또 울려고 하자 모용진은 황급히 그의 울음을 멈추었다.
“계속 울기만 하신다면 대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큽…… 그래, 미안하다. 못난 아비라 눈물이 자꾸……. 그래, 궁금하단 게 있었지. 말해 보거라. 말이 트이긴 했으나 아직 어려운 말은 힘들 터이니 너무 무리는 하지 않아도 괜찮…….”
“누워 있으면서 이따금 들려오는 말이었는데, 저흰 모용세가가 아닙니까? 제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에도 ‘모용’이 들어가는데 어찌하여 이런 초라한 움막 같은 곳에서 생활 중이신 겁니까. 듣자 하니 모용세가는 한때 무림세가의 중추였다고 하던데…….”
모용진의 청산유수와도 같은 말에 모용혁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런 것까지……. 게다가 말을 너무 잘하는 거 아니냐? 분명 배운 적도 없는 네가 어찌…….”
“누워서 할 거라곤 소리를 주워듣는 것뿐이라서요. 아버지가 이상하게 생각하실까 봐 말은 안 했었지만……. 이제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하렵니다.”
“아…… 그랬군. 그랬어…….”
그냥 완전히 드러내기로 작정한 모용진이었다.
괜히 계속 숨겨 봤자 답답해지는 건 본인이었으니까.
“우리 아들은 진짜 천재였구나! 희대의 문사! 아니, 우리 진아라면 더 나아가 이 세상에 이름을 남길 군자가 될지도 몰라! 흑흑…….”
또 근본 없이 울며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모용혁을 향해 모용진은 밥그릇을 방패 삼아 그를 막아 냈다.
“그만 좀 우시고 제발 이야기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예?!”
밥그릇에 남아 있던 보리죽에 모용혁의 얼굴이 보리죽 범벅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결국 모용진을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아, 씨! 제발 그만 좀 울어!”
* * *
모용혁이 울음을 그친 것은 또 한 식경이 지나고 나서였다.
‘이 새끼 분명 내가 아들이 아닌 걸 알고 이러는 걸 거야.’
눈물, 콧물, 보리죽 삼 연타를 얼굴에 뒤집어쓴 모용진은 모용혁을 한 대 때려 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일단은 이 몸의 아버지이고 그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모용진을 돌봤는지 알고 있으니까.
게다가 지금 이 몸으로 때렸다간 상처를 입는 것은 모용혁이 아닌 스스로가 되리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울음을 그친 모용혁은 모용진의 얼굴을 정성스럽게 닦아 주었다.
“그래서 이제 이야기 좀 해 주시죠. 예?!”
뭔가 살짝 거칠어진 모용진의 말에 모용혁이 움찔했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벌써 반항기가 온 건가! 요즘 아이들이 빠르다고는 하던데 우리 아들은 말을 트자마자 반항기가 왔구나! 역시 우리 아들 대단해! 분명 미래에 큰 사람이…….’
“흑…….”
“아 씨, 또 왜 울려고 하는데! 제발 그만 좀 울어어어어어!”
모용진의 폐가 쪼그라들 것만 같은 일갈로 간신히 모용혁의 울음은 그쳤다.
“큼큼……. 미안하다, 아들아. 휴우……. 아까 궁금하다는 게 뭐였지?”
“모용세가요…….”
이젠 진이 다 빠져 버린 그는 깊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고 모용혁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직 충년(沖年)도 되지 않았지만 우리 진아는 천재니 세가의 일을 알아 둬도 나쁘지 않겠지. 큽, 우리 진아가 벌써……. 세가의 일을 알고 싶어 하고 노력하다니, 크흡…… 못난 아비는 감동 또 감동이구나……. 이 얼마나 감격적인…….”
“아, 쫌! 그만!”
살기마저 피어오르는 모용진의 눈빛에 모용혁은 그제야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크흠……. 그래 네 말대로 우리 모용세가(慕容世家)는 한때 남궁세가(南宮世家)를 누르고 당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적이 있었지. 이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로 이 아비가 너만 한 나이였을 때…….”
이제야 시작한 이야기에 안도를 하며 귀를 기울이는 그때.
갑자기 머리가 살짝 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너무 무리를 했는지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었다.
고작 크게 소리를 내지른 게 전부인데 그걸 버티지 못하는 몸이라니…….
흐려지는 의식 속 아버지가 달려와 끌어안는 게 느껴졌고 곧 얼굴이 축축해지는 것도 느껴졌다.
입으로 느껴지는 더러운 짭짤한 맛에 모용진은 이렇게 생각했다.
‘저번 생에는 부모가 없어서 못 해 봤으니…… 이번 생에 패륜(悖倫)을 저질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분명 저승에 가도 정상참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모용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