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06
광마전생 (206)
아쉬움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
모용진의 말에 천마는 순간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정말로 자신이 모용진의 아쉬움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했는지 그게 표정으로 나타난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이 들었다는 것에 천마는 생각했다.
충분히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후우…….”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 천마는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은 함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과 자신을 이곳에 끌어내어 일대일의 상황을 만들려는 적의 간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그 두 개의 생각 모두 아니라는 것을 천마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한 여인을 빼앗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고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천마 본인이었다.
더 이상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선택.
그것은 바로 죽을 힘을 다해 눈앞의 사내를 이기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겼기에 목숨을 건 도박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본 좌의 이름은 건고경이다, 당가와 곤륜을 거느린 사내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천마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모용진을 향해 이름을 묻자 모용진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대답했다.
“내 이름을 듣는 순간 널 살려 둘 순 없게 되는데 말이지.”
“어차피 죽인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이름 정도는 알려 줄 수 있지 않나?”
“그렇긴 하지만 듣는 귀가 워낙 많아서 말이야. 쉽게 말해선 안 될 이름이거든. 그러니 네놈의 명줄이 끊어져 갈 때쯤 이야기해 주지.”
천마가 전음으로 알려 주면 되지 않냐고 대답하려는 그 순간 강렬한 파공음과 함께 날카로운 창날이 천마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모용진의 급습으로 갑자기 시작된 결투.
하지만 모용진의 창은 애초부터 그를 맞출 생각이 없었고 먼저 선공을 내어 주겠다는 듯이 일부러 빗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에 천마의 머릿속도 차갑게 분노했다.
대놓고 자신을 봐주는 듯한 모용진의 행동.
이는 천마에게 있어서 엄청난 수모였기에 그는 곧바로 발을 구르며 검을 휘둘렀다.
천마신공을 이용하여 내력을 끌어 올린 그의 검 끝엔 묵빛의 검강이 둘러져 있었고 강하게 내디딘 발에서는 천마군림보의 힘을 실은 지진이 일어나 모용진의 몸을 뒤흔들었다.
발로 적의 중심을 흔들고 손에 든 검으로 적을 베는 완벽한 합공.
그의 검은 정확하게 모용진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지만 모용진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창대로 그것을 받아 냈다.
창대는 나무로 되어 있었지만 모용진의 강기로 둘러싸여 있었기에 검에 베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마의 공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검과 창대가 부딪치기 무섭게 모용진을 향해 날아오는 열한 자루의 검들.
천마는 이미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기에 모용진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놀랍게도 그는 방어조차 하지 않고 그 공격을 모두 받아 냈다.
모용진의 온몸에 박히는 검들.
순간 여기저기서 탄식의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놀랍게도 모용진은 멀쩡했다.
왜냐하면 모용진이 몸에 휘두른 호신강기가 그 모든 공격을 막아 냈기 때문이다.
“크윽!”
자신의 이기어검을 호신강기를 이용해 그대로 막아 내는 모용진을 본 천마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모용진의 창대를 밀어내며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왠지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이라도 공격을 멈추면 모용진이 쥔 저 창날이 자신의 목을 꿰뚫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예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쒜에엑!
계속해서 몰아치며 파상공격을 이어 가던 천마가 잠시 멈칫하는 그 순간 모용진의 창이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기 때문이다.
절제가 있으면서도 곧은 그 찌르기엔 어떠한 초식도 담겨 있지 않았다.
단지 강기가 휘둘러져 있을 뿐.
그 찌르기는 아주 평범했는데도 불구하고 천마를 삼 장이나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는 모용진의 찌르기가 어떠한 힘을 가지고 그를 밀어낸 게 아니라 천마가 스스로 물러난 것이었다.
모용진은 그런 천마의 두 눈에서 ‘두려움’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쫄기는.”
한번 천마가 물러나자 순식간에 공세는 모용진 쪽으로 바뀌었다.
거침없이 창을 휘두르며 천마를 압박하기 시작한 모용진의 동작은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였다.
하지만 천마는 그 평범을 이겨 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조금씩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다.
그의 물러남에는 어떠한 계략이나 꼼수 따위도 없었다.
그저 모용진의 공격이 너무나도 정확하고 재빨랐기에 모두 막아 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천마가 스스로 물러난 것이었다.
천마는 다시 한 번 공세를 찾아오기 위해 이기어검과 천마신검을 동시에 운용하며 검을 휘둘렀지만 모용진도 물러서지 않았다.
모용진은 한 자루의 창으로 열두 개나 되는 검을 모조리 막아 내며 천마의 몸 군데군데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각!
그들의 창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커다란 파공음과 함께 바닥이 들썩거렸고 이미 그들의 주변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화경의 고수와 화경의 고수의 싸움.
그 싸움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끼어들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끼어들 수 없었다.
지금 이곳에서 모용진과 천마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당철삼 역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라 마인들 역시 천마가 다치고 있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천이 흔들리고 고막을 뒤흔드는 파공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결투.
가히 신들의 싸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지만 누가 더 우세한지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멀쩡한 모용진의 모습에 비해 점점 몸에 피 칠갑을 하고 있는 천마.
놀랍게도 천마는 이미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올려 사용하고 있었고 그가 내뻗고 있는 초식은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천마신검의 초식이었다.
하지만 천마신공과 천마신검 그리고 파천검까지, 그 어느 것도 모용진의 몸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고 결국 허벅지를 먼저 크게 내어 주고 말았다.
허벅지를 꿰뚫고 지나가는 창에 천마는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고 무플을 꿇은 그의 목젖 앞에는 어느새 모용진의 창날이 번뜩이고 있었다.
“끝났군.”
모용진의 그 말에 천마는 너무나도 허무했다.
그는 후계자 출신도 아니었기에 천마에 오르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했었다.
무공 수련은 하루도 게을리 한 적이 없었고 죽을 뻔한 위기도 몇 번이나 넘기며 자신을 죽이려 했던 모든 이들을 죽였다.
그리고 결국 천마의 자리에 올랐고 그 자리에 오르고 나서도 천마는 계속해서 노력했다.
왜냐하면 죽기 싫었으니까.
그의 삶은 오로지 ‘생존’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이 가능할 정도였고 그만큼 살고 싶었기에 그는 강해지는 것에 집착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 집착이 지금 이 순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모용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괴물의 등장으로.
같은 화경의 고수임에도 확연하게 느껴지는 격차.
천마에게 이 격차는 단순한 차이의 영역을 뛰어넘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창을 하나하나 받아 낼 때마다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었고 무릎을 꿇은 종국에는 그 격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라도 있나, 천마?”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냐는 모용진의 질문에 천마는 문득 옛날에 어떤 노파가 지나가듯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여자에게 홀려 단명할 상이군.”
그리고 그 말은 지금 놀랍게도 들어맞고 있었다.
“내가 단명할 상이었다니…….”
“그게 단가? 약속은 약속이니……. 내 이름은 모용진이다. 통합무림과 공성 대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흑천파라는 문파를 만들었지. 그러니 누구를 탓하려거든 통합무림을 탓해라. 만일 통합무림이 아니었다면 내가 마교에 관심을 두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모용진의 말에 천마는 피식 웃고 말았다.
뭔가 마지막에 엄청난 내용을 하나 들어 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하나 정도는 마음에 드는군. 그 공성 대사도 너를 마주하게 된다는 뜻이니까.”
“그건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빠른 시일 내에 네 곁으로 보내 주지.”
모용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창에서 강렬한 내기가 느껴졌고 천마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쭈글쭈글한 노파의 얼굴.
그 노파는 바로 자신에게 단명할 상이라고 말한 사람이었고 주마등에 왜 그녀가 보이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천마였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구나 이 아이는 내가 공들인 녀석이라 말이야.”
그 순간 천마는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예의 그 노파의 목소리가 진짜 생생하게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환청 따위가 아니었다.
노파는 진짜로 천마의 앞에 나타나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모용진의 창을 막아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맨손’으로.
너무나도 놀란 천마만큼 모용진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노파의 개입.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노파가 내뿜는 마기였다.
흉악하다 못해 끔찍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수준의 그 마기는 당대의 천마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지독했다.
“노파께선 누구십니까. 누구시기에 갑자기 저희의 결투를 방해하시는지요.”
“에잉, 몹쓸 것. 이게 어딜 봐서 결투냐? 일방적인 폭행이지. 외사(外史)면 외사답게 굴어야지. 어디 아이들이 노는 곳에서 손찌검을 하고 있어? 그것도 내가 점찍어 둔 아이에게 말이야. 감히 천용현 선사께서 하신 말씀을 어기는 것이냐?!”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외사? 천용현? 설마 약선 천용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으응?”
모용진의 말에 노파가 오히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모용진을 뚫어지게 쳐다봤고 잠시 후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외사가 아니더냐?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 것 같지만 현경(玄境)의 경지에 오른 자가 외사가 아니라고?”
“전 외사가 뭔지도 모르고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보아하니 뒤에 있는 천마 놈도 모르는 눈치인데 이만 비켜 주시죠. 저는 지금 저자를 죽여야 합니다.”
“이 아이는 내 것이래도? 외사도 모르는 걸 보아하니 본 녀가 무림의 선배일진대. 얌전히 물러나는 게 좋을 것이야.”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 녀석을 살려 두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렸거든요.”
“에잉, 버릇없는 놈. 그러다가 제 명에 못 살 것이다.”
“그건 노파께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닙니다.”
모용진이 노파의 손에서 창날을 빼내려 하자 노파는 잡고 있던 창날을 강하게 거머쥐었고 그와 동시에 창대가 마구 갈라지며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창대를 통해져 오는 강렬한 마기.
하지만 모용진은 창대를 놓지 않고 더 세게 거머쥐었다.
그 순간 백색의 강기가 모용진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놀랍게도 마기로 갈라지던 창대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 놓기 시작했다.
노파가 창대를 터뜨리기 위해 창대 내부에 마기를 넣은 것처럼 모용진은 그보다 더 강한 강기로 창대가 박살 나지 못하게 외부에서 눌러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모용진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인물의 이름을 그 노파의 입에서 듣게 되었다.
“그것은…… 금왕(金王)의…….”
금왕.
정말로 특이한 이 이름을 가진 이 중에 모용진도 알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창천신검(猖天神劍)과 천야심결(天夜心訣)을 천기린에게 전수해 준 스승이었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눈빛이 바뀐 모용진은 노파에게서 창을 뺏어 허공에 던졌고 두 개의 힘에서 벗어난 창은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이젠 제가 노파께도 용무가 생긴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