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09
광마전생 (209)
“천마를 풀어 주어라.”
모용진의 명령에 홍련이 천마의 목에 대고 있던 쌍검을 거두었고 당철삼 역시 손을 거두었다.
천마손을 바라본 모용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약속은 지켰습니다. 그러니 노파께서도 약속을 지켜야 할 겁니다.”
“걱정 마라. 본 녀는 귀찮은 것을 싫어하니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놈과 엮이면 귀찮아질 것 같단 뜻이다. 그러니 약조는 반드시 지켜 주마.”
“그건 칭찬입니까?”
“네놈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
그렇게 말한 천마손은 곧바로 천마를 향했다.
여전히 천마는 그녀를 전혀 모른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고 그는 천마손이 바로 앞에 서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내뿜는 마기로 봐서 마교의 사람인 건 확실한데, 대체 누구기에 본 좌를 이리 도와주는 건가?”
“본 녀를 앞에 두고 자신을 본 좌라 칭하다니 건방지구나. 하지만 그 정도의 심력(心力)이 있어야 당대 천마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한 천마손은 순식간에 손날로 천마의 목 뒤를 내려쳐 기절시키더니 혈도를 짚어 그를 완전히 제압했다.
“약속대로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도록 하마.”
그녀는 한 손으로 천마를 들어 올리더니 곧장 자리를 뜨며 사라졌고 이에 천마가 대동했던 마인들이 크게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저들은 어찌할까요, 흑제 님.”
“쟤들도 풀어서 돌려보내 줘.”
“하지만 나중에 후환이 될지도 모르니 지금 제거하시는 것이…….”
“이미 정보를 대가로 살려 보내기로 약조했다. 그리고 그 점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전쟁의 승자는 바로 우리들이니까.”
“예?”
“전쟁은 오늘 이곳에서 우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마교는 당분간 천산에 박혀서 중원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끝났으며 승리했다는 말을 무척이나 담담하게 한 모용진은 당철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오늘 밤 고생한 흑천파 문도들을 위해 연회를 열어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에게 알릴 테니까.”
그날 밤 모용진은 팔마곡과 곡화성 그리고 구곡경에 있는 모든 이들을 불러들였고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는 공식적으로 모두에게 선언했다.
마교가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당분간 천산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약조를 했다고.
그러니 더 이상 이곳에서 머물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연회가 끝나고 내일 아침이 밝는 즉시 우리는 이곳 신강을 떠나 하북으로 향한다. 우리가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흑천파가 하북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당가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이제 남은 것은 곤륜. 곤륜파의 선택뿐이다. 여기에 있는 이들 중 이미 알고 있는 자들도 있겠지만 곤륜은 내 제안을 거절했고 그 일 때문에 여기 있는 곤륜의 원로분들과 내기를 하였다. 내가 파성룡과 유성룡 두 분을 동시에 상대하는 대신 승리자의 의견을 따르기로 말이다.”
내기로 결정을 한다는 말에 곤륜파의 사람들이 웅성거렸지만 이를 보고 있던 진유혼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하라며 손짓을 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물론 곤륜은 승패의 결과와 다르게 개개인이 흑천파를 떠나고 싶다면 그래도 좋다. 내 입장에서도 나를 따르지 않는 자들을 굳이 안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다시 한 번 잘 생각하기 바란다. 단순히 곤륜산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곤륜의 미래를 위해서 곤륜을 잠시 떠나는 것이니까. 곤륜산을 떠나 곤륜파를 부지할지, 아니면 곤륜에 남아 곤륜산과 함께 곤륜도 중원에서 사라지게 할 것인지, 선택은 그대들의 몫이다.”
모용진의 말이 끝나자 곤륜의 이들은 각자 대화를 나누며 심각하게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에 분위기가 조금 처지긴 했지만 연회는 계속되었고 대충 정리하고 단상에서 내려온 모용진은 흑천파의 간부들과 곤륜의 간부를 모조리 호출했다.
당철삼과 당하율, 홍련과 흑련, 곤륜의 두 원로와 진유혼 그리고 설백까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모용진은 먼저 당당하게 곤륜의 두 원로에게 질문했다.
정말로 비무를 하실 생각이냐고.
이에 해인 도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모용진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여기 있는 분들께 한 가지 알려 드릴 것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스갯소리로 들으실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저와 마주했던 그 노파는 놀랍게도 현경의 경지에 오른 분이었습니다.”
현경이라는 말에 모두의 두 눈이 크게 뜨였고 특히 당철삼은 귀를 쫑긋 세우며 모용진의 말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분이 확인해 주셨습니다. 여기에 있는 저 역시 현경의 고수라는 것을 말입니다.”
“혀, 현경?!”
“현경이라니……. 그 경지가 실제로 존재하다니…….”
모두가 모용진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와중 단 한 명만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으니 그는 바로 당철삼이었다.
“스승님 감축드리옵니다! 저는 스승님께서 이미 현경에 오르셨다는 것을 대강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이리도 고강하시고 심계도 깊으신데 저희와 같은 화경의 고수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철삼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모용진을 향해 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고 당하율 역시 아버지를 따라 절을 올렸다.
모용진은 잔뜩 흥분한 당철삼을 겨우 일으켜 세웠고 그 틈을 타 해인 도장에게 넌지시 말했다.
“현 상황이 그렇사온데 계속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상황이 바뀌었다 한들 네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어제의 너와 지금의 네가 같을진대 그 결과가 곤륜을 옳은 곳으로 보내 준다면 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봐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해인 도장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모용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물론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용진과 천마손의 전투를 직접 보고 깨달은 것이었다.
자신들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모용진에겐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들이 지금 모용진과 싸우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것을 곤륜파 모두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그들에게도 곤륜산을 떠나야만 하는 또 하나의 명분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날 밤.
설백과 모용진이 한곳에서 같이 잔다는 것에 술에 취한 흑련의 난동으로 사소한 일이 조금 있었지만 무난하게 지나갔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아왔다.
산등성이 위로 서서히 고개를 내미는 태양.
그 태양이 내뿜은 햇살은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모용진과 두 원로의 비무를 시작하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
모용진은 천마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놔두고 간 파천검을 손에 들었고 해인 도장과 청인 도장은 각자의 검을 빼 들어 모용진을 앞뒤로 둘러쌌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작된 비무.
긴장되는 순간 먼저 움직인 것은 바로 해인 도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움직임의 반 박자 뒤에 움직이는 청인 도장.
순식간에 펼쳐지는 그들의 합격은 무척이나 놀라울 정도였다.
해인 도장이 공격을 하면 반 박자 뒤에 거의 똑같은 청인 도장의 공격이 모용진의 눈앞을 화려하게 수놓았고 모용진이 역으로 공격하려고 하면 귀신같이 서로가 서로를 방어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합격에서도 모용진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용진은 그 짧은 시간 만에 합격의 빈틈을 찾아 혼자서 둘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힘이 아닌 기술로 원로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이는 모용진이 애초부터 힘으로 찍어 누를 거라고 예측한 이들의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는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용진은 해인 도장과 청인 도장을 동시에 무릎 꿇게 만들었다.
힘이 아닌 순수한 기술로.
모용진은 거기에 한술 더 떠 무기에 강기조차 휘감지 않았었고 이렇다 할 초식도 사용하지 않았다.
기본 검술로만 일구어 낸 거의 완벽한 승리.
이에 해인 도장과 청인 도장은 군말 없이 패배를 받아들였고 내기에 졌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쯤, 곤륜의 모든 이들은 떠날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놀랍게도 곤륜산에 남겠다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곤륜산에 남아 있는 물건 따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것은 진유혼이 양양과 함께 해결하기로 했고, 여러 사안이 금세 정리되자마자 흑천파는 곧장 하북으로 출발했다.
“가자. 흑천파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하북으로!”
* * *
끼이익, 쿵!
굵은 철제문이 닫히는 소리.
하지만 이것은 누군가가 철창 속에 갇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누군가가 철창 속에서 빠져나오는 소리였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소림사의 방장이자 통합무림의 수장인 공성 대사였다.
“무림맹의 수뇌가 그 친왕 전하와 연이 있을 줄이야. 운이 좋았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간수의 비아냥에도 불호를 외우며 무시한 공성 대사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일부러 시간을 끌 듯 천천히 밖으로 나온 공성 대사는 간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시주께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공성 대사의 말에 간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의 손목에 찬 쇠사슬을 풀어 주었다.
잠시 후 완전히 옥에서 나온 공성 대사의 앞에는 그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복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원불과 무림맹의 간부라 불리는 무림맹위(武林盟位)들 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보는 공성 대사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원불, 태허 진인과 청화 진인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그게…… 오늘 나오신다는 것을 알렸으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말끝을 흐리는 공성 대사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잔뜩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일단 곧장 무림맹으로 가자. 마차는 준비해 놨겠지?”
“예. 이쪽으로 오십시오.”
공성 대사가 마차에 오르자마자 마차는 바로 출발했고 이제 그의 곁에는 오직 원불만이 남아 있었다.
“원불.”
“예, 맹주님.”
“내가 없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것이…….”
공성 대사의 물음에도 원불은 대답하기를 꺼려 하는 듯 말을 삼켰고 이에 공성 대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숨김없이 고해 보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게…… 마교와 곤륜과의 전쟁이 끝났습니다.”
“오, 그건 좋은 소식이 아니더냐? 그래, 곤륜은 마교의 손에 떨어진 것이냐?”
공성 대사는 웃으며 질문을 던졌지만 원불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뭐지, 그 표정은? 설마 마교가 곤륜에 지기라도 한 것이냐?”
“말하기가 송구스럽지만 그러하옵니다.”
“하하. 그래, 그럴 리가 없…….”
원불의 대답에 순간 말이 턱 막힌 공성 대사는 두 눈을 부릅뜨며 원불을 다시 한 번 쳐다봤지만 원불은 그의 시선에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천마가 직접 전쟁에서 패배하였다며 통합무림에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로 당분간은 봉문을 하고 천산에서 나오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