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
광마전생 (21)
곧바로 또 하나의 내단을 섭취하고 싶었지만 모용진은 조금 참기로 했다.
이미 그의 단전은 급진적인 성장으로 인해 내공으로 가득 찬 상태였고 지금 독각사의 내단을 섭취하게 된다면 큰 효율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천히 단전을 키워 나가며 육체적인 단련과 창천신검(猖天神劍)의 일성을 달성하게 되면 그때 이 내단을 섭취하기로 했다.
의외로 독각사는 쓸모가 많은 영물이었다.
여태껏 거의 맨몸으로 지내 오던 모용진은 독각사의 가죽으로 대충 옷을 만들어 입었고 독각사의 몸뚱어리에는 독이 그득하여 독 내성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거대한 두 개의 뿔.
독각사의 뿔은 현철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백련정강보다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모용진은 그 뿔을 직접 단련하여 검을 만들 생각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극양초열권(極陽超熱拳)을 사용해서 무식하게 내려치는 게 전부였다.
이는 극양초열권의 수련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였다.
어느 정도 내공이 생긴 모용진은 이제 절정의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절정(絕頂)이란 자유자재로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
내공도 내공이지만 원래라면 외공도 어느 정도 단계가 되어야만 올라갈 수 있는 경지.
하지만 웬만한 무공은 모두 섭렵하고 있는 모용진에겐 외공은 벽이 될 수가 없다.
물론 많은 무공을 섭렵하고 알고 있는 모용진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으로 모든 무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몇몇 신공과 무공은 그 무공이 완전히 몸에 익어 피부와 살 그리고 뼈 온몸의 신경이 모두 익혀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있었으니까.
그 대표적인 무공이 바로 천마의 천마신공(天魔神功)과 천기린의 창천신검(猖天神劍) 같은 것들이었다.
극양초열권 역시 똑같은 계열의 무공으로 독각사를 상대했을 때의 모용진은 그저 따라 했을 뿐 진정한 극양초열권의 위력은 차원이 달랐다.
“역시 은월신보(隱月迅步)가 좋으려나.”
여러 무공을 몸에 익히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내공이 생긴 모용진은 이제 단순한 체력 단련이 아닌 무공들을 이용하여 몸을 단련시키기 시작했다.
권법으로는 남만의 극양초열권極陽超熱拳).
보법으로는 소피두의 은월신보(隱月迅步).
지법으로는 소림사의 탄지공(彈指功).
그 외에도 독각사의 시체를 이용해 만독불침이 되기 위하여 독공도 수련 중이었지만 딱히 독을 공격용으로 쓸 게 아니었기에 독수(毒手) 같은 기술을 익히지는 않았다.
왜 경공을 익히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모용진은 개인적으로 경공을 억지로 익히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경공은 보법의 성취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경공보다는 보법을 선호했다.
그리고 애초에 지금 모용진에게는 경공 자체를 익힌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미 물 위의 부평초를 밟고 강을 넘어가는 등평도수(登萍渡水)는 옛적에 익힌 모용진이었기에 육체만 받쳐 준다면 충분히 구현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온종일을 수련에만 몰두하며 나날을 보내는 모용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무공을 단련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가슴속엔 항상 복수에 대한 열망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열망은 모용진에게 활력이 되어 주었고 쉬지 않고 수련을 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렇게 사 개월 뒤.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아침.
모용진은 평소처럼 마보를 한 채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전신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고 고약한 악취가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일어난 몸의 변화.
하지만 모용진은 이 변화가 무엇인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처음 겪어 본 변화가 아니었기에.
온몸에서 독이 빠지는 이 기현상은 바로 만독불침(萬毒不侵)이 되었다는 증거였다.
몸이 만독불침이 됨으로써 체내에 존재하던 모든 독이 모공을 통해 자연적으로 빠져나가는 증상.
독각사의 살점을 모두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기에 아쉽지만 천독불침으로 만족하려던 모용진이었는데 뒤늦게 찾아온 횡재에 그는 뛸 듯이 기뻐했다.
만독불침과 천독불침은 천지 차이.
이제 그 어떤 독도 그의 몸에는 감히 침투할 수 없었고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림에서는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오죽하면 그 사천당가에서도 만독불침의 신체를 가진 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계 사위나 며느리로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
그렇게 만독불침의 신체를 가지게 된 모용진.
하지만 그날의 경사는 만독불침만이 아니었다.
그날 밤 모용진은 극양초월권의 삼성을 달성했고 동시에 약간의 신체 변화를 느꼈다.
양손으로 이어진 혈도에 양기가 스며들어 굳이 극양초열권을 사용하지 않아도 간단한 내기의 순환으로 손에서 불꽃을 발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화경(化境)에서도 꽤나 높은 심득을 얻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삼매진화(三昧眞火)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철저한 모용진의 계산에서 나온 일이었기에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좋아. 이제 창천신검의 수련을 시작할 수 있겠어.”
모용진의 몸은 아직도 조금 부족한 상태였지만 극양초월권이 삼성에 달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육체의 한계를 뒷받침해 줄 수 있게 되었다.
결단은 빨랐고 모용진은 곧바로 자신이 만들어 둔 검을 손에 쥐었다.
두 개의 독각사의 뿔을 꼬아 하나로 합쳐 만든 뭉툭한 검.
검이라고 부르기엔 그저 몽둥이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손잡이와 날은 구분해 둔 엄연한 검이었다.
모용진은 이 검의 이름을 ‘독각검(毒角劍)’이라고 지었다.
양손으로 검을 손에 쥔 모용진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올렸다.
그 자세가 창천신검 제일초식 천지개벽(天地開闢)의 준비 자세였다.
천지가 뒤집어질 정도의 엄청난 변화를 뜻하는 천지개벽.
하지만 그 엄청난 이름에 반해 창천신검의 일초식은 그저 수직으로 내려 베는 것이 전부였다.
“후읍…….”
너무나도 단순한 초식.
하지만 모용진은 천지개벽의 초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온몸에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창천신검 제일초식, 천지개벽은 일격필살의 기술.
말 그대로 한 방에 모든 것을 쏟아 내는 기술이었다.
흐르는 식은땀은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에 기화되었고 그의 전신에서는 자연스럽게 내공이 흘러나와 독각검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전신의 내기가 그의 검을 향하자 그의 발끝부터 내기의 회오리가 형성되어 몸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고, 모용진은 어느새 하나의 태풍이 되어 있었다.
“창천신검 제일초식, 천지개벽!”
감았던 눈을 뜨며 수직으로 떨어지는 검.
하지만 그 검은 끝까지 떨어지지 못했다.
반절도 내려오지 못했는데 막대한 힘을 버티지 못한 모용진의 손이 풀려 버린 것이었다.
모용진의 손에서 벗어난 검은 하늘 높게 치솟았고 무려 오 장이나 떨어진 곳의 바닥 깊숙이 박혔다.
“왠지 그럴 것 같더니만…….”
검을 놓친 모용진은 그대로 미소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방금 그 일검에 모든 힘과 내기를 쏟아부었기에 그대로 혼절하고 만 것이다.
이것이 창천신검의 제일초식.
모용진이 창천신검의 일성을 목표로 잡은 이유는 바로 이 일초식을 제대로 습득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었기 때문이다.
창천신검의 일초식은 가장 기본이 되는 초식이기도 했지만 총 십이초식인 창천신검의 초식 중에서 최강의 절기였다.
한번 쓰면 기절해야만 하는 이 절기를 가장 먼저 익혀야만 다른 초식을 익힐 수 있었기에 창천신검을 익히는 난이도는 최악 중의 최악이었고 만일 천기린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익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천기린의 스승이 창천신검을 익히지 못한 것도 모두 이 일초식 때문이었다.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창천신검의 일초식.
이제야 그 문 앞에 선 모용진이었지만 혼절한 그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 * *
동쪽으로는 호북과 호남.
서쪽으로는 사천.
남쪽으로는 귀주.
북쪽으로는 섬서.
총 다섯 개의 거대 지역과 맞닿아 있는 ‘중경’.
엄청난 힘을 지닌 지역들이 사방을 둘러싼 중경은 어떻게 보면 표사들에겐 최고의 지름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최악의 지름길이기도 했다.
중경이 표사들에게 있어 최악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중경의 지형.
중경은 높은 산악지대이면서도 깎아지르는 절벽과 장강이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어 물이 많아 산새가 매우 험하고 그에 따라 길도 험했다.
그리고 심심하면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안개까지 있어 까딱하면 길을 헤매기도 쉬웠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중경에 자리 잡기 시작한 흑도(黑道)들 때문이었다.
녹림십팔채(綠林十八寨)와 장강수로십팔채(長江水路十八寨).
그들에게 중경은 좋은 작업장이자 은신처였고 최근엔 두 흑도의 본관이 중경으로 옮겼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한마디로 중경은 산새도 험하고 물도 거칠고 안개도 자주 끼며 산적과 수적이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최악의 지역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표사들은 이를 감수하고도 중경을 넘어야만 했으니.
그 이유는 바로 압도적인 시간과 거리를 단축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인원을 거느리고 여러 지역을 넘나드는 표국에게 있어서 시간은 곧 돈이었고 중경을 무사히 넘기만 한다면 엄청나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중경을 둘러싼 지역들은 대부분 굵직굵직한 세가들과 문파들이 즐비했기에 표국에 들어오는 의뢰도 많았고 그 금액의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표국들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중경을 넘었는데.
지금 여기에도 호북에서 사천을 향하기 위해 중경에 발을 내디딘 한 표국이 있었다.
그 표국의 이름은 백리표국.
검과 미인으로 이름을 떨치는 백리세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표국이었다.
총 열다섯 명의 표사와 열 명의 호위 무사 그리고 네 명의 잡일꾼으로 이루어진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표국……
그들을 통솔하는 이는 바로 무림의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백리강이었다.
미인으로 정평 난 백리세가답게 백리강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미남이었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새하얀 피부와 오뚝한 콧날 그리고 완벽한 비율을 가진 몸 때문에 항상 그의 주변에는 추파를 던지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잠깐 휴식! 안개가 짙으니 여기서 잠시 쉬다 간다!”
“휴식이라고 합니다!”
“휴식이라고 합니다!”
짙은 안개에 서로 말을 전달하며 멈춰서는 표사들.
그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틈을 타 백리강도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았다.
“어……?”
그 순간 그에 눈에 들어온 작은 민들레 하나.
돌담에 피어 있는 작은 민들레는 무척이나 아름다워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고 싶었지만 백리강은 그러지 못했다.
백리강은 백리세가의 일남 오녀의 막내아들로 장차 백리세가를 이을 가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그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것.
지금 남자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은 뛰어난 화장과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한 변장 실력 때문이었다.
흔한 이야기였다.
아들이 태어나지 않아 뒤를 이을 후사가 없으니 딸을 아들로 만들어 버린다는 내용.
그 주인공이 바로 백리강이었고 그녀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여자라는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되었기에 민들레를 관찰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하아……. 꽃 하나도 마음대로 감상할 수 없다니.’
속으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는 그때.
짙게 내려앉았던 안개가 거짓말같이 걷혀 나가기 시작했다.
안개가 물러나는 놀라운 광경에 감탄하던 백리강은 잠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품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그냥 평범한 안개가 아니었구나.”
그렇게 말하는 백리강의 앞에는 안개에 가려졌던 높은 언덕과 그 위에 꽂힌 녹색빛의 깃발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함성과 함께 물밀 듯이 언덕을 타고 내려오는 녹림의 산적들.
선두에 나선 백리강이 검을 들어 올리며 크게 소리쳤다.
“녹림의 산적이다! 모두 전투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