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5
광마전생 (215)
쾅!
귀를 때리는 강한 폭음에 깜짝 놀란 염적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총관! 이게 무슨 일이냐! 갑자기 웬 폭음이…….”
쾅!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또 한 번의 폭음이 퍼져 나갔고 그 소리는 아까 전 폭음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그는 인질을 붙잡고 있다고 무림맹에 보낼 협박 문서를 작성 중이었는데 폭음이 얼마나 컸으면 그 진동에 연적에 담긴 물이 쏟아질 정도였다.
“총관! 바깥에 아무도 없느냐!”
쾅!
염적곤이 고함을 지르자마자 또 한 번 울려 퍼지는 폭음.
그런데 이번 폭음은 바로 코앞에서 전해져 왔고 누군가가 문을 거칠게 박살 내며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박살 난 문의 파편과 함께 바닥을 구른 그는 바로 염적문의 총관이었다.
“아니, 총관! 이게 대체 무슨…….”
염적곤은 총관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느껴지는 짙은 살기에 저도 모르게 멈춰 서고 말았다.
“여기 있었구나. 네놈이 염적곤이냐?”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와 염적곤을 노려보는 남성.
그는 바로 모용진이었다.
“누구냐! 대체 누구길래 우리 염적문에서 이런 소란을 벌이는 것이냐!”
“뭐지? 그 누군지 물으면서 누구인지 아는 듯한 반응은? 너는 날 몰라야 정상일 텐데. 내가 이름이 크게 알려진 사람도 아니라서 말이야.”
“이, 이곳은 염적문의……!”
“거! 시끄럽게 소리치지 마. 안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짜증이 난 상태니까 말이야. 그 후들거리는 다리, 내가 후들거리지도 못하게 만들어 줘?”
모용진의 말에 염적곤은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고 모용진의 말대로 그의 다리는 마구 떨리고 있었다.
염적곤은 이를 감추려 노력했지만 그의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모용진이 내뿜는 무시무시한 살기에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크윽……. 내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의 살기라니…….’
염적곤은 거친 외모만큼 무공에 있어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자였다.
일류를 넘어 절정의 고수를 바라보고 있는 그였는데 그런 그가 살기 하나로 발이 묶이게 되자 지금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쭈, 대답 안 해?”
“대…… 대체 원하는 게 뭔가. 왜 나에게 갑자기 찾아와 이런…….”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라고 해야지.”
그 순간 염적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멀리 떨어져 있던 모용진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자신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 무공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이형환휘(移形換位)!”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목표로 삼던 경공의 경지.
그 경지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었다.
“어쭈.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는걸?”
“워……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 대협! 말, 말씀만 하시면 뭐든지 대령하겠습니다.”
주먹을 맞부딪치지 않아도 염적곤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는 자기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는 것을.
“대답은 나쁘지 않군. 하지만 자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걸?”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대협.”
모용진의 말에 염적곤은 곧바로 무릎을 꿇으며 자세를 고쳐 앉아 머리를 푹 숙였다.
“좋아. 내가 이래 봬도 좀 바쁜 몸이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묻자.”
“예. 뭐든 말씀하십시오, 대협!”
“밖에 말이야. 왜 날 그렇게 들이지 않으려고 죽자사자 달려든 거지? 무슨 이유라도 있나?”
“하하하.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저 저희 애들이 충심이 강해…….”
화륵!
그 순간 모용진의 손에서 화염이 일어나더니 거칠게 타오르며 손 전체를 휘감았다.
“그…… 그것은 삼매진…….”
“걱정 마. 네 오른손도 곧 쓸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러니 손 좀 내줄래? 확 다 지져 버리게. 누군가가 그러더라? 인간이 가장 고통스럽게 죽는 방법은 불에 타 죽는 거라고.”
모용진이 강제로 염적곤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자 그가 깜짝 놀라며 크게 소리쳤다.
“대협께서 원하시는 거라면 지금 제 비고에 있습니다!”
“응? 내가 원하는 거라니? 비고는 또 뭐고.”
“예…… 예?! 그걸 찾으러 오신 것 아닙니까……?”
“나? 그냥 정보를 좀 알고 싶어서 온 건데?”
“무림맹에서 나오신 분이 아니시고요……?”
“무림맹? 무림맹에서 여길 찾을 이유가 있나?”
말하지 않아도 다 불어 대는 염적곤의 말에 모용진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고 염적곤은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그러니까 지금 대협은 저희 염적문에…….”
“정보가 필요해서 정보를 사러 왔지?”
“예?! 그럼 어째서…….”
“그건 내가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날 필사적으로 막은 건 네놈들이니까 말이야.”
모용진의 말에 염적곤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제길. 그럼 무림맹에서 보낸 고수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럼 우리 애들은……? 대체 피해가 얼마나…….’
“어이, 뭘 그리 생각하고 있어? 대답 안 해?”
“아, 아닙니다! 그게 사실은 제가 지은 죄가 있어 무림맹에서 찾아올 일이 있는데 저희 애들이 대협을 무림맹에서 보낸 사람으로 착각했었나 봅니다. 저 역시도 그렇고요. 하하…… 하하하하.”
“착각했다? 착각한 걸로 그저 정보를 사러 온 선량한 사람을 죽이려 했고 이를 지금 웃음으로 무마하겠다?”
“아, 아닙니다! 웃음으로 무마하다니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든 내드리겠습니다. 내드리고 말고요.”
“그래? 그럼 일단 내가 필요한 것부터 좀 내줄래?”
“알겠습니다. 총관…… 아, 아니지. 총관은 저기 누워 있으니까. 하하하……. 밖에 아무도 없느냐!”
염적곤이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밖에선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냐니까!”
“아, 없으니까 대답을 안 하겠지.”
“예……?”
“오면서 다 쓰러뜨렸거든. 한 놈도 남김없이. 살려는 놨지만 성한 곳이 없어서 아마 당분간 네 부름에 답하긴 힘들걸?”
“설마…… 염적대도…….”
“염적대? 아, 그 붉은 거적때기 같은 걸 휘감은 놈들 말이지? 걔넨 한동안이 아니라 앞으로 쏘다니기 힘들 건데.”
“예?”
“쥐뿔도 없는 놈들이 하도 깝죽거리길래 다리를 모두 분질러 놨거든.”
염적대의 다리를 모두 분질러 놨다는 말에 염적곤은 볼살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염적대는 염적곤이 직접 가르친 백명의 고수로 이루어진 부대로 하나같이 일류 이상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염적곤의 엄청난 노력과 시간 그리고 돈이 들어간 부대였는데, 그 부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 것이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는 엄청났지만 그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모용진이 내뿜는 살기가 그 분노보다 더 짙고 싸늘했으니까.
“하하하……. 아무도 없으면 제가 직접 움직이면 됩니다. 어떤 정보가 필요하십니까?”
“무림맹에 대한 삼 일 이내의 새로운 정보 그리고 절강 근처에서 어떤 소식이 있는지.”
“소식이라면…….”
“사소한 거라도 전부다. 여기까지 전해진 거라면 뭐라도.”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혹 도망갈 생각이라면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널 붙잡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니까.”
“하하. 걱정 마십시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염적곤은 정말로 금방 돌아왔다.
두루마리 세 개와 두 개의 전서구 쪽지를 들고 온 그는 모용진의 앞에 내밀었다.
“여기 두루마리 세 개는 근래 무림맹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모용진은 자리에 앉아 두루마리를 펼쳐 꼼꼼히 읽어 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새로운 것은 없었다.
모용진이 모든 두루마리를 살펴보곤 내려놓자 염적곤이 두 개의 쪽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건 뭐지?”
“하나는 어제 무림맹에서 나온 급보이옵고, 다른 하나는 근래 절강에서 온 서신입니다. 절강 근처의 소식을 원하셨으나 여기서 절강은 너무나도 먼 곳이라 딱히 정보라고 할 게 이것뿐이었습니다.”
모용진은 무림맹에서 나왔다는 급보를 먼저 살펴봤지만 딱히 놀랄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옥에서 풀려난 공성 대사가 다시 무림맹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
이는 모용진이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고 다만 그 시기가 예상보다 조금 빠른 것뿐이었다.
“나쁘지 않군. 그것도 줘.”
“아, 옙. 여기 있습니다.”
절강에서 온 서신.
그것을 받아 든 모용진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지자 염적문이 멋쩍게 웃으며 얼굴을 매만졌다.
“하하……. 그게 내용이 조금 이상합니다. 폭포에 사는 보리가 검은 늑대에게 잡아먹혀 시집을 간다니……. 그런데 저희에게 있는 절강에 관련된 것은 그 서신 하나뿐이라…….”
염적문의 말대로 그 서신에 적힌 내용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폭포에 사는 보리가 검은 늑대에게 잡아먹혀 시집을 간다.」
하지만 이는 당연히 이상하게 보이는 게 맞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은월령만이 알고 있는 은어였으니까.
‘너희들의 적이 령주를 납치했다. 구하고 싶으면 절강으로 와라? 적? 설마 성아와 유미옥이 흑천에게 붙잡힌 건가? 그럴 리가…….’
내용은 그러했지만 이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 성아가 흑천에게 붙잡힌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화경의 고수인 데다가 모용진이 처음 만났을 때보다 지금 훨씬 강해져 있었다.
‘분명 흑천파에서도 내 제자들이 도와주러 갔을 텐데……. 설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도원영이 강한 건가?’
모용진이 서신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놀란 염적문이 살짝 뒷걸음쳤지만 모용진이 이만 가려는 것을 보고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필요하신 정보는 얻으셨습니까, 대협?”
“그래. 이만 가 봐야겠군. 얼마지?”
“아하하.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대협에게 정보값을 받아 내겠습니까. 큰 무례를 저질렀는데 살려 주신 것만 해도 감사히 여겨야지요.”
“그래, 그렇군. 그럼 난 이만…….”
모용진이 자리를 뜨며 문밖으로 나가자 그제야 염적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았다.
“휴. 무슨 저런 괴물 같은 놈이 다 있지? 그래도 다행이다, 멍…….”
“멍? 뭐……?”
“헉!”
나간 줄 알았던 모용진은 어느새 다시 그의 눈앞에 나타나 있었고 이에 염적문의 두 눈을 찢어질 듯이 커졌다.
“아니. 뒷말을 아직 못 들어서 말이야. 멍, 그다음에 뭐라고 하려고 했는데?”
모용진의 말에 염적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멋쩍게 웃었지만 모용진이 손을 들어 올리자 그는 황급히 머리를 굴렸고 재빠르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멍! 멍멍!”
“응?”
“으르르…… 멍! 멍멍! 하하하. 제 취미가 개 흉내를 내는 거라서 말입니다. 많이 놀라셨지요? 하하하하.”
“그래? 이거 완전 개새끼네?”
“하하하. 예, 예, 맞습니다. 개새끼의 흉내를 낸 거지요. 하하하.”
“똑같네. 완전 개새끼야, 개새끼…….”
염적문은 순간 자신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자괴감마저 들었지만 목숨은 소중한 것이었다.
“야.”
“예?”
“그래서, 말 안 해?”
“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인지…….”
염적문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들어 모용진을 쳐다보자 모용진의 손에서 붉은 불꽃이 마구 치솟았다.
“내가 원하는 게 비고인가 뭔가에 있다며? 그래서 그 비고에 뭐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