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6
광마전생 (216)
철컥, 끼이익.
스산한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그리고 인영이 안으로 들어오더니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햇살에 그들의 얼굴이 드러났다.
“여기가 네가 말한 비고인가?”
“예, 대협. 이쪽으로 오시지요.”
염적곤이 앞장을 서자 모용진은 그 뒤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렇게 염적곤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방의 맨 안쪽이었고 그곳엔 고급스러운 탁자와 온갖 귀중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즐비했다.
“여기 이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염적곤이 들어 올려 보인 것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불상이었다.
“이거라고?”
“예. 이 불상은 사실 소림사에 있던 보물 중 하나입니다. 어떠한 도적이 이것을 소림사에서 훔쳐 냈고 저희가 이것을 사들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소림사가 이 사실을 알고 무림맹을 통해 압박을…….”
물론 이는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말이었다.
불상은 소림사의 것이 맞았지만 무림맹을 통한 압박은 전혀 없었다.
소림사에서는 그저 부주의에 유실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
그런데 지금 염적곤이 이런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모용진을 속이기 위해서였다.
“이것 때문에 나를 무림맹에서 온 자라고 생각하여 과하게 방어를 했다? 이깟 불상이 그렇게 큰 가치가 있나?”
“어휴.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소림사의 황금 불상입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지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쉬이 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 그럼 내가 이렇게 한다면?”
모용진이 염적곤의 손에서 불상을 빼앗아 들자 그는 매우 당황한 듯 땀을 뻘뻘 흘렸다.
“대협, 왜 그러십니까. 도적질이나 하실 분은 아니시지 않습니까. 하하.”
“이걸 들고 있으면 무림맹에서 계속 너희를 쫓을 거 아냐? 내가 그 골칫덩어리를 해결해 주겠다는데 문제 있어?”
“아니, 그건…….”
모용진의 말에 염적곤은 무척이나 당황한 듯 진땀을 흘렸지만 이는 놀랍게도 모두 다 연기였다.
사실 모용진의 말대로 이 불상은 그에게 있어서 골칫덩어리가 맞았다.
어디다 내다 팔고 싶어도 소림사의 것이기에 사려는 사람이 없었고 녹여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그 값어치가 아까웠다.
그렇다고 모용진에게 선뜻 내줄 만큼 가벼운 것도 아니었지만 자신의 목숨값보다는 싸다고 생각하는 염적곤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를 들키지 않으려면 적당히 무림맹에 관련된 무언가를 내주어야 했는데 그 무언가가 바로 이 불상뿐이었다.
“내가 이 불상을 가져가는 대신 무림맹과 염적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해결해 주지. 어떤가? 딱히 나쁜 제안은 아닌 것 같은데.”
“예? 하지만…….”
“불만이라도 있나?”
“하아……. 없습니다.”
포기한 듯이 긴 한숨을 내쉬는 염적곤이었지만 속으로 그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게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만 가시지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이곳만 나가면 끝이라는 생각에 염적곤은 적절하게 모용진을 재촉했고 이에 모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뒤를 따라오자 염적곤의 다리는 한층 더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염적곤이 문을 나가려는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그는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 이상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왜냐하면 모용진이 그를 따라오는 걸 멈추고 비고의 중간에 멈춰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협…… 안 오시고 거기 서서 뭐 하고 계십니까?”
염적곤의 말에 모용진이 턱을 쓰다듬으며 피식 웃었다.
“아니, 이대로 나가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워서 말이야.”
‘양아치 같은 새끼! 또 다른 걸 내달라는 건가?!’
모용진의 말에 염적곤이 이를 악무는 그때.
그의 눈을 경악케 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모용진이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염적곤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그의 목이 모용진의 손에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어. 이 정도는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네가 놀라야 하는 쪽은 저쪽 아닐까?”
모용진이 손을 뻗어 가리킨 곳.
그곳은 바로 철창에 갇힌 아이가 있는 곳이었다.
“켁……! 저건…… 그냥 저희 애들이 빚을 갚지 못한 이에게서 아이를 노예로 대신 데려온 것입니다…….”
“음? 이 와중에도 거짓말을 하네. 저 아이의 아버지가 빚을 갚지 못했다고? 그럴 수가 없을 텐데 말이야.”
사실 모용진은 이 비고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소녀의 존재를 알아챘다.
그리고 솔직하게 그는 후회했다.
이 비고에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 철창에 갇혀 있는 아이를 못 본 척할 수도 없었다.
“크윽……. 설마…… 대협께서 아는 분입니까?”
“이걸 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할지, 참……. 그리고 너 설마 이 아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납치를 해 온 것인가?”
모용진의 말에 염적곤은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는 무언의 수긍과도 마찬가지였다.
“허허……. 아무리 청해가 외지라고 하나 이 정도로 모를 줄이야. 너는 지금 네 아버지의 따님을 납치한 것이다.”
“내 아버지……?”
“중원인 모두에게 아버지가 되는 그분 말이다.”
그 말에 염적곤의 두 눈은 찢어질 듯이 커졌다.
모용진의 말에 담긴 의미.
그것은 바로 저기 저 철창의 소녀가 황제의 딸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모용진도 확신하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저 소녀가 입은 옷이 황녀가 입는 옷일 뿐.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에 진짜 황녀인지는 모르니까.
하지만 옷에 금빛 테두리에 갇힌 황금룡의 자수를 놓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황제와 그 직계 후손뿐이었다.
그래서 모용진은 이 비고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 것이었다.
이미 납치당한 소녀를 본 이상 그냥 나갈 수는 없었고 만일 그녀를 구하게 된다면 어떻게든 황실과 연이 생겨 버리기 때문이었다.
완벽한 외통수에 걸려 버리고 만 모용진.
하지만 이는 자업자득이었다.
염적문에서 깽판을 친 것도 이곳에 들어온 것도 모두 모용진의 선택이었으니까.
모용진은 들고 있던 염적곤을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치더니 ‘뚜둑’ 소리를 내며 손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일단 맞자.”
“예? 자…… 잠시만, 대협!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 정말로 저 아이가 황실의 사람인 줄 몰랐단 말입니다!”
“응? 저 아이가 황실의 사람이건 황녀건 나는 전혀 상관없어.”
“예?”
“네가 맞는 이유는 그냥 아이를 납치해 이런 곳에 가두어 두었기 때문이야. 게다가 동물도 아닌데 저런 작은 철창 속에 가둬 두다니. 이는 가중처벌감이지.”
모용진의 양손에 불꽃이 피어오르자 화들짝 놀란 염적곤이 뒤로 기어가더니 이내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듯 그가 허리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덤벼라, 이 괴물아! 이래 봬도 이 몸은 염적문의 수장 염적곤! 절정의 고수의 반열에 오른 자! 내 목을 내어 주는 일이 있어도 네 팔 하나 정도는 가지고 가 주마!”
“그래? 나는 얼마 전까지 화경이었는데 알고 보니 현경이라고 하더라고. 어쩐지 좀 이상하더니 말이야.”
“예……?”
화경이니 현경이니 믿기지 않는 모용진의 말에 염적곤이 저도 모르게 높임말을 내뱉은 그 순간.
모용진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어느새 염적곤의 뒤에 서 있었다.
“검을 뽑았다는 건 죽여도 된다는 말이겠지?”
파바바바박!
뒤늦게 퍼져 나가는 타격음과 함께 춤을 추듯 마구 흔들리는 염적곤의 몸.
그는 자신이 어떤 것에 당했는지 보지도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으어…….”
전신에서 전해져 오는 끔찍한 고통과 어질어질한 머리 그리고 흐려지기 시작한 시야.
그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한 염적곤이 의식을 놓으려는 그때.
퍽!
복부에 강한 고통이 전해져 오더니 그의 정신이 다시 멀쩡하게 돌아왔다.
“커억…….”
“어딜 벌써 쓰려지려고?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렇게 말한 모용진은 염적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혹시 기린구타권법(氣璘毆打拳法)이라고 들어 봤나?”
“크윽!”
염적곤은 대답 대신 곧바로 손에 쥔 검을 휘둘렀지만 모용진은 그것을 맨손으로 가볍게 잡아 냈다.
“약풍(弱風)과 중풍(中風) 그리고 강풍(强風). 이 세 가지 종류가 존재하는 무공으로 내가 직접 만들어 냈지. 참고로 이 무공은 적을 죽이기보단 살려 놓기 위한 무공이라 그 어떤 형식이든 죽지는 않아.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네겐 지옥과도 같지 않을까? 죽기 직전까지 처맞아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한 모용진의 주먹은 어느새 염적곤의 옆구리와 오른쪽 뺨 그리고 다리와 팔을 거의 동시에 타격하고 있었다.
“축하해. 아마도 네가 이번 생의 첫 강풍 대상자가 된 것 같으니까 말이야.”
* * *
유화은.
그녀는 중원을 다스리는 황제의 막내딸이자 이 나라의 황녀였다.
황제가 승하하고 그녀는 황궁의 법도를 따라 북경에서 산서에 있는 태원을 향했다.
태원에는 역대 황제들을 모시고 있는 작은 신단이 존재했고 황제가 승하할 시 자식 중 한 명이 그곳에 가 홀로 제를 올려야 했는데, 막내딸인 유화은이 그 일을 맡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곳에서 납치를 당하게 되었고 이는 황제의 자식이 한 달간 제를 올릴 때 혼자 있어야 한다는 법도 때문이었다.
당시 염적곤은 수하들과 함께 태원에 볼일이 있어 들르고 있었는데 황녀를 지키는 병사들이 근무 교대를 하는 동안 우연히 그 신단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녀를 보자마자 엄청난 부자의 여식인 줄 알고 납치를 강행했고 너무나도 쉽게 성공했다.
이는 모두 믿을 수 없는 우연과 근무를 서던 병사들의 태만이 만들어 낸 일이었다.
애초부터 신단은 허락받지 않은 자가 그곳에 들어서면 천벌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어 누구도 발을 들이지 않는 곳이었는데, 청해에서 온 시골뜨기인 염적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근무 교대를 하던 병사들 역시 교대 중 벌어지고 있는 마을 축제에 저도 모르게 정신을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기막힌 우연과 불행으로 염적곤에게 납치된 황녀.
그리고 지금 그녀는 기막힌 우연으로 모용진에게 구해지고 있었다.
“아바마마…….”
꿈에서 본 황제의 얼굴에 눈물을 흘리며 눈을 뜬 유화은.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난데없는 돌풍에 우선 깜짝 놀랐고, 그 돌풍이 불어오는 곳을 바라보며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인간의 움직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며 주먹을 휘두르는 사내.
유화은에게 그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그에게 얻어터지고 있는 사람은 아주 잘 알고 있는 자였다.
그녀가 살면서 만나 본 이들 중 가장 무서운 자.
자신을 납치한 그 염적곤이 낯선 사내에게 어마어마하게 얻어터지고 있었다.
퍼버버버버벅!
끔찍한 구타 소리에 두려움을 느낀 그녀는 손으로 귀를 막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황실의 한 떨기 꽃으로 살아온 그녀에겐 지금 이 모든 일들이 공포 그 자체였으니까.
그렇게 구석에서 귀를 막고 웅크린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 때.
카가가각!
바로 앞에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는 철창이 무지막지한 힘에 의해 뜯겨 나가는 소리였다.
이에 유화은은 더욱더 귀를 틀어막으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런 그녀의 귓속으로 부드러운 음성이 파고들었다.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저.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