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7
광마전생 (217)
42장
“사천당가가 곤륜을 도왔다고?”
공성 대사는 무림맹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마교와 곤륜의 전쟁이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조사했다.
자신의 상식선에서 마교가 곤륜에 진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 그리고 현재 곤륜과 당가 모두 중원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곤륜산과 사천에 밀정을 보냈는데 그 어디에도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곤륜산은 텅텅 빈 상태였고 사천은…….”
보고를 올리던 이가 갑자기 말하기를 망설이자 공성 대사가 왜 그러냐는 듯이 눈을 찌푸렸다.
“왜 말을 하다 마는 것이냐!”
“그게…… 지금 사천당가의 자리를 석가장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석산우가? 석산우가 갑자기 사천당가는 왜?”
“그건 저희도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들리는 소문엔 사천당가가 곤륜을 돕기 위해 사천을 떠나자마자 그 자리를 꿰찼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석가장에 연통은 보냈느냐?”
“예. 무림맹의 이름으로 무슨 연유로 그곳을 차지하고 있는지 연통을 보냈으나 아직 아무런 답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에 크게 한숨을 내쉰 공성 대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참으며 불호를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겨우 마음을 추스른 그는 현 상황을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석산우는 그리 멍청한 인물이 아니니 통합무림의 영약에 손을 대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지금 그곳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천에까지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겠지. 아니, 꼭 그래야만 할 것이다. 원불.”
“예, 맹주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무림맹위(武林盟位)를 모두 불러 모아라. 아무래도 내가 직접 사천으로 내려가야겠다.”
“청화 진인과 태허 진인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들을 부를 필요는 없다. 이는 무림맹의 일이니까. 더군다나 맹주의 출소에도 마중 나오지 않았으니 내가 굳이 챙겨 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정말로 곧바로 움직이겠다는 듯 공성 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보고를 올리던 이가 그를 불러세웠다.
“맹주님! 아직 중요한 보고가 남았습니다.”
“보고가 남았다……? 사천에 관련된 것이냐?”
“아닙니다. 명교에 관련된 것입니다.”
명교에 관련된 보고라고 하자 공성 대사는 그대로 멈춰 서더니 원불에게 눈짓을 보냈고 이에 원불이 주변 사람들을 물리기 시작했다.
호위 무사들까지 모두 물러나고 공성 대사와 원불 그리고 보고자만이 남자 그제야 공성 대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듣지.”
“명교에서 예의 그 인물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 인물이라면…… 설마 천기린을 말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정확히 누군지 알려 주지는 않았고 큰어르신이 부탁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큰어르신이라는 말에 공성 대사의 두 눈이 크게 떠지더니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분명 큰어르신이라고 했느냐?”
“예. 그렇습니다.”
‘천용현 님이 부탁한 것이라면 그 금왕을 찾았다는 것인가?’
통합무림에서 큰어르신이라 부르는 인물은 천용현뿐이었고 그가 통합무림에 부탁한 것이라곤 ‘금왕’을 찾아 달라는 것뿐이었다.
“명교에서 또 달리 말한 것은 없는가?”
“이번 해에 보낸 아이들 중에 명안(命眼)을 가진 아이가 있다고 합니다.”
“명안을 가진 아이가 있다고? 우리가 보낸 아이들 중 말인가?”
“예. 그렇다고 합니다. 명교 쪽에서 곧바로 그곳으로 보낼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해 달라고 했습니다.”
명안.
그것은 말 그대로 목숨을 보는 눈을 뜻한다.
공성 대사는 줄곧 ‘영혼을 보는 눈’인 영안(靈眼)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 명교에 보내는 일을 했다.
그런데 그중에서 지금 명안을 가진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명안은 영안보다 더 희귀한 눈으로, 사실상 단 한 명만이 가지고 있는 눈이었는데 그 눈을 가진 자가 새로이 나타난 것이었다.
“아이는? 건강한가?”
명안을 가진 자는 그 시각적 고통에 오래 살지 못한다.
이는 영안을 가진 자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명안은 그 정도가 심했고 웬만한 심력으로는 버티지 못해 명안이 발(發)한 아이는 수일 내에 죽기 마련이었다.
“아주 건강하다고 합니다. 전혀 괴로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듯하니 태어날 때부터 심살(心殺)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큭……. 그래?”
감옥에서 나온 뒤 처음으로 웃은 공성 대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원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원불, 일단 무림맹위들을 부를 필요는 없을 것 같군.”
“귀주로 내려가실 생각입니까?”
“그래. 명안을 가진 아이가 있다고 하지 않나? 이 사실이 다른 자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 아이를 확보해야지.”
“알겠습니다. 곧바로 채비하겠습니다.”
“자네도 이만 물러나게.”
“옙.”
원불도 보고자도 자리를 뜨자 혼자 남게 된 공성 대사는 굉장히 재밌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띠었다.
“이 시기에 명안을 가진 아이라. 하늘이 나를 버린 줄 알았더니, 이런 선물을 주실 줄이야. 크크크.”
* * *
“그, 그대는 누구인가. 나나나, 나를 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이는 두려움에 말을 마구 더듬었지만 말투에서 그녀가 황녀임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에 모용진은 피식 웃으며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는다니 확실히 황녀님이 맞으시군요.”
“어…… 어떻게 그걸…….”
“죄송하지만 제게도 사정이라는 게 있어 시간이 급박하오니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황녀님.”
그렇게 말한 모용진은 곧바로 황녀의 허리와 다리를 감싸더니 끌어안아 올렸다.
“무, 무슨 짓이냐!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지금…….”
“황녀님 아닙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좀 바쁜 몸이라. 그리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황녀님에게 해를 끼칠 정도로 저는 멍청한 놈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말에 유화은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모용진의 얼굴.
“읏……!”
그녀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고 모용진은 이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조금 험악하게 생겼어도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가 안전한 곳까지 모셔다드릴 테니.”
하지만 모용진의 생각과 다르게 유화은이 고개를 돌린 이유는 모용진의 얼굴이 너무도 그녀의 이상형이었기 때문이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남성스러우면서도 잘생긴 외모.
모용진이 진유혼과 함께 있어서 그렇지, 사실 그 역시 굉장한 미남이었다.
평생 황궁에서 같은 얼굴만 봐 오던 유화은에게 모용진은 처음으로 마주한 그녀의 이상형이었고 또 그에게 안겨 있어 얼굴이 매우 가까웠기에 고개를 돌린 것이었다.
“저…… 저놈은 죽은 건가……?”
유화은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마주한 것.
그것은 바로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염적곤의 몸이었다.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은 그는 마치 시체처럼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뇨. 죽이진 않았습니다. 죽을 만큼 패기는 했지만 아직 살아는 있습니다. 하나 치료받는다고 해도 전처럼 정상인으로 살기는 힘들 겁니다. 그런데 황녀님께선 어찌 이러한 곳에 납치되어 온 것입니까?”
비고를 나오며 묻는 모용진의 말에 유화은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조목조목 다 말했고 모용진은 그 말을 들으며 염적문을 빠져나왔다.
“그렇군요. 그런 일이……. 운이 없으셨군요, 황녀님.”
“그런데 그대는 누군가? 날 구하러 황궁에서 보낸 자인가? 금의위? 아니면 동창? 그것도 아니면…….”
“저는 보시다시피 그저 염적문에 정보를 사러 온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황녀님을 발견했을 뿐이고요. 황녀님이라는 것도 그 문양을 보고 안 것입니다.”
하지만 유화은은 모용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염적문을 빠져나오면서 그녀도 두 눈으로 본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박살 난 건물과 마치 시체처럼 쓰러져 있는 염적문의 사람들.
그리고 허공에 메아리치는 그 사람들의 신음은 마치 지옥에 온 것만 같았다.
게다가 모용진의 주변에 다른 이들도 보이지 않으니 이는 모용진이 혼자서 한 일이라는 뜻이었고 하나의 문파를 박살 낸 모용진이 절대 평범한 사람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황궁에 갇혀 살며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녀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사회적 통념은 알고 있었다.
“그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럼 그대가 무림인이라는 사람인 건가?”
“음……. 이거 들켰으니 어쩔 수 없겠군요. 그럼 이왕 들킨 김에 조금 더 빨리 가도 되겠습니까?”
“빨리 간다니? 그게 무슨…….”
그 순간 유화은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몸이 순식간에 지면과 멀어지더니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놀라 얼굴로만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녀에게 모용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황녀님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일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귓가엔 모용진의 목소리가 닿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면이 빠르게 멀어진 만큼 빠르게 가까워져 왔기에 그 시각적 공포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파의 영역을 벗어나고 양화객잔의 앞에 도착했을 때, 유화은은 비로소 땅에 발이 닿을 수 있었고 그녀는 지면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왠지 힘겨워하는 유화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준 모용진은 잠시 고민하듯 턱을 쓰다듬더니 그녀에게 질문했다.
“황녀님.”
“으으응? 그, 그래 내가 황녀, 아아아니…….”
아직 충격이 덜 가신 듯 오락가락하는 황녀의 어깨를 붙잡은 모용진은 그녀의 몸에 가볍게 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이에 유화은은 난생처음 느껴 보는 청아한 느낌이 깜짝 놀라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빠르게 진정되어 감을 느꼈다.
‘뭔가…… 오묘하면서도 따뜻한 감각…….’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응? 아, 괜찮다.”
“그럼 잠시 객잔에라도 들르시겠습니까?”
“객잔?”
“여길 말하는 겁니다. 평범한 백성들이 끼니를 때우는 곳이지요.”
끼니를 때운다는 말에 유화은은 고개를 돌려 건물 안쪽을 바라봤고 모용진의 말대로 그곳엔 수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먹고 있었다.
“나, 나는 괜찮다. 괜찮으니 그대가…….”
“전혀 괜찮지 않아 보이는데 말이죠.”
“그게 무슨…….”
유화은의 말에 모용진은 대답 대신 그녀의 배를 가리켰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배를 바라본 유화은은 그제야 자신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고 있는 내내 들려와서 말입니다. 사실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차마 그러진 못하겠더군요.”
모용진의 말에 유화은의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귓불까지 빨개졌고 이에 그녀는 자신의 귀를 필사적으로 가리기 시작했다.
“일단 들어가시죠. 저도 마침 끼니를 때울 생각이었으니 소면 정도는 사 드리겠습니다. 전에 잠시 들렀을 때 점소이가 이곳 양육소면(羊肉少麵)을 추천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