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8
광마전생 (218)
후루루룹!
황녀는 주문할 때까지 ‘누가 만들었을지도 모른 요리를 먹을 순 없다’는 둥, ‘무슨 짓을 꾸미는 거냐’는 둥 계속해서 거절했지만 막상 소면이 나오고 모용진이 먼저 먹기 시작하자 결국 그녀도 젓가락을 손에 쥐었다.
그래도 황녀가 망설이자 모용진이 ‘안 먹으시면 제가 다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했고 이에 허기가 잔뜩 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입 물었다.
그 뒤로는 계속 이런 상태였다.
후루루루루룹!
거의 소면을 그릇째 삼킬 기세로 먹는 황녀.
놀랍게도 지금 그녀는 무려 여덟 그릇이나 해치운 상태였다.
왜소한 몸임에도 놀라울 정도의 대식가.
모용진은 대체 그녀의 몸 어디로 저 많은 것이 들어가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더 신기한 것은 소면에 들어 있는 양고기를 먹는 모습이었는데, 그녀가 큼직한 고깃덩어리와 뼈를 한입에 넣으면 잠시 후 발골된 뼈만 툭 튀어나왔다. 대체 그 작은 입으로 어떻게 이 큰 코기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것인지 거의 묘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녀의 옆에 그릇과 뼈들이 쌓이면서 객잔의 일부 손님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노골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했으나 모용진의 살기에 되돌아가야만 했다.
“한 그릇 더!”
“…….”
“한 그릇 더 드릴까요?”
“아…… 음, 그래. 가져와.”
그녀의 엄청난 식탐에 잠시 놀랐던 모용진은 말까지 더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젠 그녀가 얼마나 더 먹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유화은은 그 기대에 보답하듯 세 그릇이나 더 먹어 치웠고 총 양육소면 열두 그릇이라는 객잔의 신기록을 세웠다.
말이 소면이지 소면은 양이 적은 것이 아니다. 면이 그저 얇을 뿐.
이곳의 양육소면은 성인 장정이 한 그릇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였고 실제로 모용진도 그러해 국물을 조금 남길 정도였는데, 유화은은 그 작은 몸으로 무려 열두 그릇을 먹은 것이었다.
“끽…….”
어딘가 귀여운 트림 소리와 함께 식사를 마쳤다는 것을 알린 유화은은 부끄러운 듯이 자신의 귓불을 가렸고 이에 모용진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시죠. 이곳 서녕의 관아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모용진은 곧바로 요리의 값을 치렀고 유화은은 최대한 얼굴을 가리며 모용진의 뒤를 따랐다.
“안 드신다더니 생각보다 대식가셨군요.”
“그…… 그게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래서 이제 배는 부르십니까?”
“응…….”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황녀를 보며 모용진은 관아가 있는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쪽으로 쭉 가면 관아가 나온다고 합니다. 가시죠.”
모용진이 앞서가자 유화은은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는데 대낮이라 그런지 시장엔 사람들이 넘쳐 났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아닛…… 저기…….”
사람이 많아 점점 걷기 힘들어지자 곤란해진 유화은이 모용진을 불렀지만 그는 듣지 못한 듯 멀어져 갔고 그 순간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유화은의 앞길을 막으며 부딪쳤다.
“꺅!”
“어이쿠. 아가씨, 조심하셔야지요? 예? 이렇게 길을 가는데 부딪치면 어떡합니까?”
부딪친 다리가 아프다는 듯 만지작거리는 남성은 누가 봐도 왈패였다.
그는 패거리와 지나가다 우연히 걷고 있는 유화은을 보았고 고급스러운 옷과 귀티 흐르는 얼굴에 한몫 얻어 보고자 그녀를 막아선 것이었다.
“네, 네 이놈! 가가가,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호기롭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앞선 일로 많이 기가 죽어 있었던 그녀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밖에 나오지 않았고 이에 왈패의 대장은 크게 웃으며 작은 단검을 뽑았다.
“아씨,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리는뎁쇼? 보아하니 귀한 집 규수인 것 같은데 치료비만 주신다면 험한 꼴은 보지 않을 겁니다. 크크크.”
“히이익…….”
그 단검이 유화은의 턱 아래를 향하는 그때.
갑작스러운 돌풍이 그녀의 주변을 휘감더니 그 단검이 하늘로 튕겨 날아올랐다.
놀랍게도 그 돌풍은 바람이 아닌 모용진이었고 유화은을 품에 안아 올리며 단검을 걷어찬 그는 한 손으로 그녀를 안은 채 다른 손으로 떨어지는 단검을 잡아 냈다.
“거, 그쯤 하고 돌아가지? 오래 살고 싶으면 말이야. 아니지……. 이미 글러 먹었으려나, 오래 사는 건?”
“뭐…… 뭐냐, 네놈은!”
“나? 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네가 지금 어떤 분을 건드렸는지…… 아, 아니다. 됐고, 아무튼 좀 더 오래 살고 싶으면 시비도 사람 잘 보면서 걸고 다녀라, 왈패 놈들아.”
“뭣? 이 새끼가 죽고 싶나!”
모용진의 말에 왈패들은 쌍심지를 켜며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지만 모용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품에 안아 올린 황녀를 쳐다봤다.
“괜찮으십니까?”
“…….”
“잘 따라오고 계신 줄 알았더니……. 함부로 몸에 손을 대는 것도, 같이 걷는 것도 불경스러울까 봐 거리를 두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으으응……. 괘, 괜찮다, 나는…….”
황녀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덜덜 떨렸고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는 상태였다.
“이 자식이, 감히 우리 대장을 무시해?!”
모용진이 왈패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자 화가 난 왈패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을 휘둘러 왔고 이에 모용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
“후우……. 가랄 때 갈 것이지. 하여간 이것들은 살려 줘도 살 생각을 안 한다니까.”
손에 쥔 단검을 위로 던지며 맨손으로 왈패의 검 끝을 잡아 낸 모용진은 그대로 팔을 비틀었다.
이에 왈패는 저항하며 자신의 검을 빼내려 했지만 그가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땐 이미 그의 팔은 심하게 뒤틀려 있는 상태였다.
뿌드득!
“아악! 내 팔! 내 팔이!”
푹!
그리고 동시에 이어지는 칼 꽂히는 소리.
방금 전 모용진이 위로 던진 검이 그대로 떨어져 왈패의 손등을 관통한 것이었다.
“끄아아악!”
묘기에 가까운 것을 보여 준 모용진은 그대로 왈패의 검을 뺏어 들었다.
“황녀님.”
“으응?”
“저와 처음 봤을 때처럼 잠시 눈 좀 감고 계십시오.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닐 테니까요.”
“아…… 알겠다.”
모용진의 말에 황녀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양손으로 모용진의 몸을 꽉 붙잡았고 그녀가 두 눈을 감은 걸 확인한 그는 왈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이대로 간다고 해도 어차피 너네들은 모두 죽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놈들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벌은 받아야겠다.”
순식간에 동료가 당한 모습에 왈패들은 모용진의 눈치를 보며 자신들의 대장을 바라보았고 그 대장 역시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 무척이나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를…….”
모용진이 엄청난 고수라는 것을 깨달은 왈패의 대장이 빠르게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이려 했지만 순식간에 파고든 모용진의 검날이 그의 턱을 들어 올렸다.
“사과하지 마. 이미 너무 늦었으니까. 이분의 앞에서 검을 든 것만으로도 너흰 이미 죽은 목숨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다른 이들이 해결할 일이고 나는 내 몫을 챙기겠다.”
“몫이라고 하시면…….”
“음……. 팔과 다리, 어디가 좋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할 기회는…… 아니다. 그럴 시간도 없지, 참.”
그렇게 말한 모용진의 검은 순식간에 한 줄기 섬광을 그리며 휘둘러졌고 무기를 쥐고 있던 왈패 대장의 팔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크아아악!”
대장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왈패들은 일제히 모용진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싸늘한 섬광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며 왈패들의 팔 한쪽이 일제히 잘려져 날아갔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왈패들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지만 흘러나오는 뜨거운 피와 고통에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내 팔! 으아악!”
“크억……. 사, 살려 줘…….”
“으아아악!”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비명에도 모용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들의 사이를 지나가 처음 팔을 비틀었던 왈패에게 다가가더니 그를 향해 검을 집어 던졌다.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아 참, 검은 잘 썼다.”
푸슉!
던진 검은 정확하게 쓰러져 있는 왈패의 팔을 잘라 내며 바닥에 박혔고 손에 여유가 생긴 모용진은 살포시 황녀의 한쪽 귀를 막아 주었다.
“대충 정리가 끝났습니다. 보는 이도 많고 사람도 많으니 이대로 가도 되겠습니까, 황녀님?”
유화은은 대답 대신 작게 끄덕였고 모용진은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시장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에 모용진은 또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빠르게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어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마침내 시장을 벗어났을 때, 모용진은 다시 한 번 더 황녀에게 내려오겠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의 옷을 꽉 붙잡았고 모용진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관아의 앞까지 걸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커다란 관아의 앞.
관아치고는 꽤나 으리으리한 건물을 보며 모용진은 유화은을 품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그녀는 도통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관아 앞입니다. 이제 여기에 들어가서 신분을 밝히시고 그들의 보호를 받으시면…….”
“아니……. 그들을 믿을 수 없다. 그들이 아까 그 왈패나 문파의 사람들인지 어떻게 아느냐!”
“황녀님, 여기는 관아입니다. 황녀님의 아버지이신 황제 폐하의 녹을 먹고 살아가는 자들이며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움직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어찌 아까의 그 왈패와 같겠습니까?”
“그래도 믿을 수 없다! 싫어!”
싫다며 떨어지기를 극구 거부하며 오히려 품에 더 파고드는 유화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모용진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그녀를 떼어 놓는 것은 모용진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황녀가 다칠지도 몰랐고 이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낼지도 몰랐다.
게다가 이렇게 벌벌 떠는 여자아이를 막 떼어 놓는다는 것은 누구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이 나라의 황녀니까.
“이제 아시다시피 저는 무림인입니다. 황녀님도 아시지요? 관무불가침이라는 말. 한마디로 관부와 무림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저와 이렇게 다니시는 것도 원래는 좋지 않다는…….”
“나는 모른다, 그런 말!”
실은 유화은도 관무불가침에서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황궁에 갇혀 있던 그녀에게 무림이란 엄청나게 흥미로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한때 무림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알아보고 전해지는 소문과 기록에 집착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지금 이렇게 모용진의 몸을 붙잡고 버티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두려워서.’
지금 그녀는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해 준 모용진 이외에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돼 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관아라고 해도 여태 본 사람들처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고 또 자신을 납치한 놈들이랑 한패가 아니라는 확신이 없었기에 지금 그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모용진뿐이었다.
모용진도 이런 그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본인의 상황도 여의치 않았고 더 이상 관아와 연관되는 것도 그의 입장에선 매우 난감한 일이었다.
“하아……. 이걸 어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