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22
광마전생 (222)
43장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증명을 하란 말입니까?”
“그래 증명을 해야지. 여태껏 보상금을 노리고 몇 명의 아이가 찾아온 줄 아는가?”
“후우…….”
서기관의 말에 모용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모용진이 있는 곳은 바로 태원의 관아.
그것도 여기저기 널려 있는 소관원(小官垣)이 아닌, 태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본관에 딸린 중기관(中記官)이었다.
중기관이란 관아의 기록을 관리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하되 백성들의 민원이나 거리에 내거는 방을 관리하는 곳이기도 했다.
애초에 모용진은 여기에 들어올 생각도 없었다.
원래라면 황녀를 중기관에 들여보내고 곧바로 떠날 생각이었는데 관아의 바로 앞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황녀를 억지로 관아로 들여보낸 그는 왠지 미안하고 불안한 마음에 잠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유화은이 병사들에게 이끌려 쫓겨나듯 밖으로 나왔고 이에 모용진과 설백이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간 것이었다.
왜 끌려 나왔냐는 물음에 유화은은 울면서 관아의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들은 유화은에게 황녀를 사칭하면 엄벌에 처해진다며 거칠게 욕까지 내뱉었고 그 말을 들은 모용진과 설백이 결국 참지 못하고 관아로 뛰어 들어간 것이었다.
“지금 장난합니까? 눈이 달려 있으면 보십시오. 이분은 누가 봐도 황녀님 아니십니까? 예?! 용모파기는 뒀다가 뭐에 쓰시는 겁니까?”
“어허, 이 사람이……. 방금 내가 말하지 않았나! 보상금을 노리고…….”
“우리가 언제 보상금을 받겠다고 한마디라도 했습니까? 애초에 저희가 들어온 것은 황녀님을 혼자 보냈는데도 관아에서 내쫓았기에 들어온 것입니다!”
“크흠……. 아무튼 증명하지 못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네. 이곳은 관아이지 아무 아이나 받아들이는 탁아소가 아니네!”
이만 꺼지라는 듯이 손을 저은 서기관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고 이에 모용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황녀를 보며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왜냐하면 이곳은 관아였기에 괜한 문제를 일으키기 싫었기 때문이다.
“서기관님, 지금 그 말씀에 책임지실 수 있으십니까? 이분이 진짜 황녀님이시라면 지금 당신이 한 모든 말은 황족 모독이니 즉결처분으로 다스리는 건 알고 계시겠지요?”
모용진의 협박에 서기관은 잠시 움찔거리며 반응했지만 그는 오히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모용진을 향해 호통을 쳤다.
“지금 감히 누구에게 협박을 하는 건가! 나는 이곳 태원 중기관의 서…….”
그 순간 서기관의 눈앞에 번뜩이는 날카로운 섬광.
섬광과 함께 뿜어진 살기는 말하고 있던 서기관의 입을 곧바로 닫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놀랍게도 그 살기의 주인은 모용진이 아닌 설백.
모용진의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 든 것이었다.
“네…… 네 이년! 지, 지금 감히 관에서 검을……!”
“한마디만 더 내뱉거라. 지금 당장 네놈의 그 목을 갈라 버릴 테니 말이야. 그리고 방금 ‘년’이라고 했나? 감히 북해빙궁의 공주인 나 설백에게 년이라고 하다니. 네놈이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구나.”
당당하게 북해빙궁의 공주임을 밝히는 설백을 보며 모용진은 잠시 ‘망했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속 시원하게 막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관에서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었고 설백이 검을 빼 들자마자 수십 명의 병사들이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신성한 관아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당장 검을 거두지 못할까!”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호통을 치며 설백에게 다가가자 서기관이 설백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네년이 북해빙궁의 공주라고? 웃기지도 않는군. 그럼 옆에 놈은 친왕이라도 된다는 건가? 크크크.”
병사들이 그들을 둘러싸자 서기관이 곧바로 안심하며 내뱉은 한마디.
하지만 그것은 절대 두지 말아야 할 최악의 악수(惡手)였다.
스걱!
순식간에 서기관의 목을 베어 들어가는 설백의 검.
그녀의 검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커헉!”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곁엔 모용진이 있었고 그는 사태를 더 커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 설백의 검을 손으로 막아 내고 있었다.
그 덕에 서기관은 목이 살짝 베이기만 했을 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 충격으로 인해 혼절하여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왜 막아? 저런 놈들은 한 번쯤 본때를 봐야…….”
“여긴 관아야. 그러니까 제발 화를 거두고…….”
“이 새끼들이! 감히 관아에서 검을 휘두르다니! 쳐라!”
모용진이 설백을 말리는 그 순간 대장으로 보이는 이의 명이 떨어졌고 이에 병사들은 일제히 창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사실 모용진은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설백은 관에 들어와서 관의 사람을 죽이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 창날의 방향이 묘하게 이상하다는 것을 곧바로 눈치챘고 이에 여태껏 참고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왜냐하면 병사들 중 몇몇의 창이 노골적으로 황녀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새끼들이…….”
그리고 그 분노는 날카로운 살기가 되어 퍼져 나갔고 순식간에 모든 병사들의 몸을 옥죄었다.
“커억…….”
“수, 숨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들 정도의 진득한 살기.
무공을 배우지 않아 내력이 없는 병사들에게 이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쿵!
큰 소리를 내며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지는 병사들.
그런데 놀랍게도 이를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병사들의 대장이었다.
하지만 훈련을 받은 그 역시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인지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붙잡은 채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상태였다.
오로지 살기만으로 중기관 내를 장악한 모용진은 내공으로 황녀를 지켜 주고 있는 설백을 바라보며 말했다.
“애초에 이놈들은 우리를 노린 것이 아냐.”
“응?”
“처음부터 황녀를 노린 것이었어.”
“뭐……?”
병사들이 노골적으로 황녀를 노린 것을 보고 모용진은 눈치챌 수 있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황녀를 죽일 생각이었다는 것을.
“황녀를 죽일 거였으면 밖으로 쫓아낼 이유가 없었을 텐데?”
“그거야 관아 안에서 아이가 죽었다는 것만 해도 큰일이니까 아마 밖에서 몰래 처리하려 했겠지. 서기관이 황녀가 아니라고 우긴 것도 모두 그 때문일 거고.”
모용진의 말에 설백은 황급히 황녀의 두 귀를 가렸고 이에 모용진은 유화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설백의 품에 그녀를 안겨 주었다.
“어쩌려고?”
“잠시 나가 있어. 여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그거라면 내가…….”
“안 돼. 넌 이미 이름을 밝혀 버렸으니 혹여라도 문제가 되지 않게 내가 처리할 거야.”
설백은 약간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더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황녀와 함께 중기관을 빠져나갔다.
설백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모용진은 중기관의 문 앞을 지키는 문지기 두 명을 단숨에 제압하더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대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후우…….”
그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전각으로 들어서자 아까 홀로 기절하지 않았던 대장이 옅어진 살기에 정신이 돌아온 듯 검을 뽑아 든 채 서 있었다.
“네…… 네놈! 무림인이구나! 감히 관무불가침의 서약을 깨고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네놈이 지금 어떤 죄를 지었는지 알고 있느냐!”
놀랍게도 그는 검을 뽑아 든 채 의기양양하게 소리치고 있었고 이러한 기개에 모용진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미친 건가, 아니면 이성을 상실한 건가? 아니, 둘 다 같은 건가? 하여튼…… 넌 이름이 뭐냐?”
“나는 이곳 태원중기관의 호위대장 이겸종이다!”
“이겸종이라, 되게 평범한 이름이네. 내가 물어볼 게 있는데, 별로 어렵지 않은 질문이니 대답 좀 해 줄 수 있으려나?”
“이곳의 호위대장인 내가 네놈 같은 침입자의 질문에 대답해 줄 것 같으냐! 지금이라도 당장 무릎을 꿇고 오라를 받아라! 그렇다면 네놈의 목숨만큼은…….”
“음. 역시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그렇게 말한 모용진의 신형은 이겸종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용진이 갑자기 사라지자 당황한 이겸종이 그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는 그 순간, 바로 옆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모용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굳이 싫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 물론 네가 버틸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렇게 말한 모용진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이겸종이 방금 전까지 들고 있던 검이었다.
푸슉!
그 검은 이겸종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오른쪽 허벅지를 관통한 것도 모자라 바닥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크아아악!”
“질문은 딱 하나만 할게. 누가 황녀를 죽이라고 했나? 너희들이 이런 일을 벌일 리는 없고, 중원의 황녀를 처리하려는 걸 보면 꽤나 높으신 분일 텐데 말이야.”
“나는 아무…… 끄아아악!”
이겸종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검을 뽑아 버린 모용진은 검이 빠져나온 그 자리에 다시 한 번 검을 꽃아 넣었다.
“으억……!”
“내가 듣고 싶은 것은 호칭과 이름뿐이야. 그러니까 굳이 다른 말은 안 하는 게 네 신상에 좋을걸?”
모용진은 같은 곳에 검을 다시 박아 넣은 것도 모자라 검에 내기를 불어넣었고 이에 검은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진동은 곧 이겸종의 고통이 되었고 이는 그의 입에서 비명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다.
결국 그 고통에 혼절하고 마는 이겸종.
하지만 모용진은 그를 이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흐억!”
억지로 내기를 불어넣어 이겸종의 정신을 돌아오게 만든 모용진은 그를 향해 또다시 질문했다.
“그래서 누구지?”
“친…… 끄아아악!”
고통을 못 이긴 이겸종의 입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나오려고 했지만 모용진은 또 한 번 그것을 듣기도 전에 검에 내기를 불어넣었고, 이에 이겸종은 또 혼절했다.
그렇게 혼절을 네 번이나 더 반복한 이겸종은 이미 반쯤 실성한 상태가 되어 있었는데 그러한 그의 귓가로 끔찍한 말이 들려왔다.
“자, 오른쪽 허벅지는 끝났고 이제 왼쪽 허벅지 차롄가?”
“황궁의 친왕 전하 중 한 분이신 유역신 전하입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이겸종은 지금이 기회다 싶어 곧바로 답을 내뱉었고 이에 모용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그럴 것 같더니만…….’
사실 이겸종의 입에서 ‘친’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이미 모용진은 반쯤 눈치채고 있었다.
친 자가 들어가는 황궁의 인물이라곤 딱 한 명 알고 있었고 게다가 그는 반역을 꾸미고 있는 인물이었다.
“확실히 그 정도의 입김이라면 태원의 중기관 따위가 거부하기 힘들었겠군.”
“그…… 그렇습니다. 저희는 그저 친왕 전하의 명에 따랐을 뿐입니다. 저희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로 무릎을 꿇은 이겸종은 곧바로 모용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친왕 전하의 명에 따른…….”
“그래? 그럼 그 명에 죽을 뻔한 황녀님은 무슨 죄를 지으셨지? 그리고 그런 황녀님을 모시고 온 우리는 무슨 죄를 지었고?”
그렇게 말한 모용진의 검 끝은 임경종의 왼쪽 허벅지를 향하고 있었다.
“아까 관무불가침이라고 했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아쉽게도 나는 지금 무림인이 아니라 황녀님을 모시는 호위 무사인데 말이야. 너도 호위대장이니 황족을 건들게 되면 그 죗값은 어떻게 치르는지 잘 알고 있겠지?”
“즈…… 즉결처분…….”
“정답.”
그렇게 말한 모용진의 손에서 한 줄기 섬광이 흩뿌려지더니 붉은 피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툭.
얼굴에 튄 핏물을 닦아 낸 모용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쓰러져 있는 병사들과 서기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라의 근간이 되는 아이를 죽이려고 하다니, 그것도 중원의 황녀를 말이야…….”
모용진은 그들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다.
지금 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처분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모용진에게 있어서 최선의 선택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으니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었지. 목격자만 없으면 그것이 바로 암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