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24
광마전생 (224)
“제 생각이 어떻습니까?”
청화 진인이 말을 끝내며 어떻냐고 물었지만 태허 진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들은 것이 진짜 청화 진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 맞는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지……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청화 진인? 아니, 후우……. 제가 방금 귀로 들은 것이 정말로 장문인의 입에서 나온 게 맞는 겁니까?”
“많이 놀라신 듯한데 저는 진지하게 말씀드린 겁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태허 진인.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리 헛된 계획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허허…….”
강하게 부정했지만 솔직히 태허 진인 역시 그의 제안이 매우 솔깃한 상태였다.
저도 모르게 고민에 빠진 태허 진인은 잠시 턱을 괴더니 이내 그래도 안 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화산파와 무당파가 손을 잡는다고 해도 이는 공 성대사가 있는 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만일 화산과 무당 그 둘만이 아니라면 어떻습니까?”
“둘만이 아니다? 설마…….”
“아마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지금 제 의견에 동조하여 함께하기로 한 이는 꽤나 많습니다. 그 대표 격으로 남궁세가가 있지요.”
“남궁세가가……? 그 남궁혁이 동조했다는 말입니까?”
“예. 그 외에도 무림맹 소속의 작은 중소 방파들과 아미파, 종남파까지 설득에 성공했지요.”
어째서 자신에게 제일 먼저 물으러 오지 않았냐고 말하려 했던 태허 진인은 그 말을 다시 목으로 삼켰다.
청화 진인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손을 잡자고 왔다면 태허 진인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어떻습니까, 장문인. 이제 생각이 조금 바뀌셨습니까?”
청화 진인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손을 내밀었고 이에 태허 진인은 그 손을 붙잡았다.
“남궁세가와 화산파가 손을 맞잡았다는데 무당파가 빠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 * *
모용진이 태원에서 무림맹이 있는 소림의 숭산으로 출발했을 때 제갈영은 벌써 절강의 땅을 밟고 있었다.
흑련과 함께 둘이서만 이동한 그녀가 이렇게나 빨리 절강에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야밤을 꼬박 새워 달린 후 이른 아침부터 배를 타 바닷길을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우웁…….”
“괜찮으십니까, 군사님?”
“아, 예. 괜찮습니다. 바닷배가 이리도 거칠 줄은……. 웁…….”
거친 파도에 배는 내내 심하게 흔들렸고 이는 무림인인 제갈영을 구역질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에 흑련이 제갈영의 등을 두드려 주었지만 사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녀 역시 지금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저 자존심 때문이었다.
“잠시 쉬다가 가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닙니다. 성아가 붙잡혀 있다는데 한가로이 쉴 수는 없지요. 저는 괜찮으니 바로 가시지요.”
둘은 곧바로 항궁에서 빠져나와 홍련과 합류하기로 한 객잔을 찾았고 곧바로 그녀와 합류할 수 있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군사님.”
“아닙니다. 한시가 급하니 인사는 이쯤 하고 홍련 님이 알아내신 정보부터 공유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일단 그러면 목적지로 가면서 들으시는 건 어떻습니까.”
“거리가 꽤 되는 곳입니까?”
“애초에 령주님이 계신 곳은 절강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령주님은 강소에 있는 양당호라는 호수 근처에 계십니다.”
“상해 근처에 있는 그 호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혹 알고 있는 곳입니까?”
“진법을 공부하는 이들에겐 꽤나 유명한 곳입니다. 진법이란 지리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요.”
잠시 고민하던 제갈영은 곧바로 객잔을 빠져나왔고 그들은 곧장 북쪽으로 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상해에 내렸으면 좋았을 텐데 연락할 수단이 없었으니…….”
“우선 가면서 제가 알아낸 것부터 먼저 알려 드리겠습니다. 일단 령주는 양당호에 갇혀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흑천의 병사들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대놓고 사람들을 오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숫자는요?”
“경계를 서는 무사들만 최소 사십 명가량이고 주변에 일부 병사들을 매복시켜 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도원영이나 흑천의 수뇌부들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 시귀 역시 찾으려 노력해 봤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은월령이 움직일 것을 예상하고 진법 내부로 들어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본인이 펼친 진법 안에 몸을 숨기는 것은 진법의 기초 중의 기초니까요. 아마 저들은 저희가 경계 중인 무사들을 뚫었을 때 그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항주 근처에서 출발해 양당호까지 도착하는 데는 대략 한 시진 정도 걸렸고 제갈영은 그사이에 계략을 짜 홍련과 흑련 두 사람에게 전했다.
“그런데 군사님 정말 따로 움직이셔도 됩니까? 흑천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제가 이래 봬도 명문정파 제갈세가 출신입니다. 제 몸 하나 건사할 능력은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분만 잘 움직여 주시면 아마 무리 없이 일을 끝마칠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홍련과 흑련은 조용히 어딘가로 사라졌고 그들이 사라지자 제갈영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근슬쩍 사람들 사이로 숨어 들어간 그녀는 양당호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진법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건…… 봉진(封陳)인가?”
봉진이란 말 그대로 주변을 완벽하게 막아 둔 진법으로 만들기 상당히 까다로운 진법 중 하나였다.
봉진의 특징은 진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는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과 생문과 사문을 구별하기 상당히 어렵다는 것 그리고 외부에서 내부를 관찰하기는 쉬우나 내부에서 외부를 관찰할 수는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시귀 독진……. 괜히 명성이 있는 게 아니었어. 이런 거대한 봉진을 이렇게도 완벽하게 치다니…….”
시귀는 특이하게도 진법가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추앙받는다거나 그를 최고로 쳐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실력자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리고 있을 뿐.
그를 넘어서는 진법가는 생각보다 많았는데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제갈영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은월령을 통째로 가둘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시귀가 고작 그 정도의 평가를 받는 이유 역시 바로 제갈영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제갈세가가 진법에 관해서는 꽉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갈세가에서도 진법가로서 가장 뛰어난 게 제갈영이었으니 이런 진법 정도는 매우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곧바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진법을 파훼하려면 우선 생(生)문을 찾아야 하니까.
그리고 이를 흑천에서 가만히 찾게 놔둘 리가 없었다.
“어이, 거기 누구냐?! 여기는 출입 금지 구역이다! 썩 물러나라!”
제갈영을 발견한 흑천의 병사들이 그녀를 내쫓으려 다가오자 그녀는 곧바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괜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홍련과 흑련을 기다리는 편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양당호 근처를 일다경쯤 어슬렁거리며 배회하는 그때.
어디선가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고 잠시 후 거리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진법을 지키던 병사들까지 그곳으로 몰려가기 시작했고 잠시 후 또 다른 방향에서도 소란이 일어났다.
흑련과 홍련이 난동을 피우는 동안 제갈영이 생문을 찾아 진법을 파훼하는 것.
이는 제갈영이 고안한 계략으로 계략이라고 부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간단했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진법에 다가간 제갈영은 진법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를 느끼며 생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갈영은 운 좋게도 생문을 발견했고 이에 곧바로 진법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제갈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뭐…… 뭐야?!”
봉진을 해체하자마자 곧바로 눈앞에 드러나는 또 다른 봉진.
놀랍게도 시귀는 한 장소에 두 개의 봉진을 겹쳐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 첫 번 봉진 안에 흑천의 진짜 전력이 숨어 있던 것이었다.
그 전력은 바로 제갈영이 있는 생문의 앞에 포진해 있었다.
“이렇게 빨리 진법을 해체할 줄이야……. 그런데 넌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잘은 모르겠지만 흑련과 홍련의 기가 느껴지는 걸로 봐선 너도 은월령의 사자인가?”
그 순간 제갈영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같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 흑천의 고수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들의 가장 앞에는 도원영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답이 없군. 보통 무언(無言)은 곧 긍정이라는 말이 있지. 고로 누군진 모르겠지만 잘 가라.”
팅!
도원영이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제갈영의 미간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진 붉은빛 강기.
그것은 바로 혈교의 무공인 오혈지(五血指)의 비철혈지(匕鐵血指)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강기가 제갈영의 미간을 뚫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어딜!”
몰려드는 흑천의 병사들을 따돌리며 동시에 제갈영의 앞을 막아선 홍련과 흑련이 그 강기를 허공에서 베어 버린 것이었다.
“호오……. 날랜 건 여전하군, 홍련. 그새 꽤 많이 컸구나?”
“도원영……. 은월령의 배신자 새끼가 여기에 있었구나.”
“흑련은 여전히 입이 험하고 말이지.”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새끼야.”
흑련은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내며 이빨을 보였지만 도원영은 그러한 그녀의 도발에 여유롭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런데 설마 너희들 고작 세 명으로 날 치러 온 것은 아니겠지?”
“맞다면?”
흑련의 대답에 그제야 도원영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리며 반응했다.
“하하. 농담이지? 고작 세 명으로 날? 하하…… 하하하…….”
갑자기 웃기 시작한 그는 점점 얼굴이 굳어지더니 흑련과 홍련을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지금 장난해……? 고작 세 명이라고?”
“고작 세 명이라니? 배신자 새끼 잡는 덴 세 명도 필요 없어. 나 혼자도 충분하지.”
“뭐……?”
자존심이 많이 상한 듯 도원영의 얼굴이 불그락해지더니 볼에 희미한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설마 내가 누군지 잊은 건 아니겠지? 너네들이 그토록 추앙해 마지않던 당소소를 처리한 게 바로 나 도원영이라고? 내가 그 당소소를…….”
그 순간, 가만히 듣고 있던 홍련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도원영의 바로 눈앞에서 다시 나타났다.
화륵!
타오르는 불길과 함께 휘둘러지는 홍련의 소검.
캉!
전혀 생각지도 못한 홍련의 기습에 도원영은 간신히 그것을 막아 냈지만, 그의 몸은 무려 일 장이나 밀려나 있었다.
“쓰레기가.”
홍련은 딱 그 한마디 외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한마디는 도원영의 얼굴을 눈에 띄게 바꾸고 있었다.
마치 안면 경련이 일어난 듯 얼굴 전체를 덜덜 떠는 도원영.
그의 두 눈은 이미 반쯤 뒤집혀 흰자를 잔뜩 드러내고 있었다.
“흐흐흐……. 이 개 같은 년……. 내 이번엔 기필코 그 아가리를 찢어발겨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