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30
광마전생 (230)
은월령이 흑천을 완전히 제압하고 제갈영과 함께 하북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 시각.
상해 인근 지역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큰 전투에 난리가 났었다.
왜냐하면 흑천과 은월령은 모두 무림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던 이들이었는데 그런 이들이 대낮에 큰 전투를 벌인 것도 모자라 그 일대를 박살 내 놨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여러 무림 세력들은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각자 조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는 의외의 정보를 중원 전체에 퍼뜨리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절강과 강소 그리고 호남과 중경에 퍼져 있는 ‘흑도’들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었다.
사실 다른 흑도들이 사라진 지는 꽤 되었지만 흑천이 뒤로 이에 대한 정보를 막아 내고 있었는데 흑천이 사라지니 일사천리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림맹은 곧바로 움직였다.
귀주에 내려간 공성 대사 대신 임시로 무림맹주를 대리하고 있는 청화 진인이 이에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는데 그것은 바로 중원 내에 퍼져 있는 녹림채와 장강수로채들이 모조리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산적과 수적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녹림이 아닌 산적과 동정수로채와 황하강에 인근에 거주하는 수적들은 여전히 있었고 녹림과 장강에 포함되는 이들만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흑도’중 진짜 ‘흑도’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소식에 중원 사람들의 반응은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그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다며 걱정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의로운 사자들이 그들을 모두 처리했다며 앓던 이가 빠져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 두 번째의 반응에서 나오는 ‘정의로운 사자’란 다름 아닌 은월령을 뜻하는 말이었다.
어쩌다 보니 소문이 이리저리 와전되어 퍼져 나간 것도 있었지만 일부 목격자들과 결국 죽은 채로 발견된 시귀 독진 때문에 그날 양당호 근처에서 싸운 것이 흑도와 정의로운 사자들이었고 그 사자들이 모든 흑도들을 없앴다는 소문이 퍼져 나간 것이었다.
놀랍게도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은 이 소문을 믿었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무림은 항상 그래 왔었고 중원인들의 뇌리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무림에 관한 소문이라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게 무림이라는 곳이었기에 걱정하기보다는 맘 편히 수긍하며 살아가는 중원인들이 많았다.
“그래서……? 은월령이 정의로운 사자라 불린다고? 칭호가 사자인 건 어떻게 안 걸까?”
“아무래도 대낮에 벌어진 일이라 대화를 들은 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용진의 물음에 답하는 이는 홍련이었고 그들은 지금 고서가 잔뜩 박혀 있는 곳에서 책장 하나를 두고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긴, 그게 제일 가능성이 크겠지.”
모용진은 들고 있던 고서를 책장에 넣더니 그 옆의 또 다른 고서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흑제 님.”
“응?”
“대체 언제까지 여기에 계실 겁니까? 여기 머무신 지 벌써 한 달은 지난 것 같습니다.”
“글쎄. 워낙 기록이 많아서 말이지.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한 달.
그것은 놀랍게도 모용진이 이곳에 박혀 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있는 이곳은 다름 아닌 소림의 숭산 아래에 있는 무림맹의 본관이었다.
정확하게는 석산우를 이용해 들어온 무림맹의 기록관.
모용진은 무려 한 달 전에 이곳에 들어왔는데 아직도 이곳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군사님도 장로님들도 그리고 설백 님도 모두 걱정하고 계십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황녀까지 껴안고 있는데 이런 중한 시기에 흑제 님이 없으시…….”
그 순간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지자 홍련은 황급히 입을 닫으며 몸을 숨겼고 잠시 후 그 인기척의 주인이 책장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순한 얼굴과 단정한 옷차림을 한 그는 바로 기록관 삼 층을 관리하는 서기관이었다.
“오늘도 여기 계시는군요, 이여립 대협님.”
“아, 오셨군요. 제갈하 서기관님.”
“하하. 출근하는 저보다 항상 일찍 이곳에 오시니 이거 원, 제가 송구스러워서……. 오늘도 미리 정리를 다 해 두셨더군요.”
“기록을 읽는 김에 정리한 겁니다. 그러니 크게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다음에 제가 크게 한턱 낼 테니 꼭 자리해 주십시오.”
“시간이 난다면 그러지요.”
대화는 끝났지만 뭔가 말할 게 있는 듯 제갈하는 자리를 뜨지 않았고 이에 모용진이 서책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보았다.
“혹 무슨 용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면 제가 너무 오래 머물러서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닙니다. 설령 석가장에 문제가 생겨 이곳에 계실 권한을 잃으시더라도 저희 제갈세가에서 대협님을 보증해 주면 되는 일이라 아마 절대 걱정하실 만한 일은 없으실 겁니다. 다만…….”
“다만?”
“그게, 말씀드리긴 송구하오나 저희 제갈세가의 가주님이신 제갈궁께서 꼭 감사 인사와 보답을 해 드리고 싶다고, 이번 세가의 잔칫날에 잠시 들러 주실 순 없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셨습니다.”
“음……. 제가 드린 초열신권이 제값을 톡톡히 하고 있나 보군요.”
“예! 그 이미 그 초열신권을 통해 세가에서 무려 세 명의 절정 고수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일류에만 머무르던 자들인데 초열신권을 익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벽을 허물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모용진이 제갈세가에 준 초열신권은 그 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초열권을 거짓을 반쯤 섞어 초열신권으로 팔아넘겼지만 일단 그 초열권 역시 모용진의 손을 한번 타고 넘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직접 초열권 비급을 만들어 내면서 모용진만의 노하우도 조금씩 들어가 있었기에 다른 비급에 비하여 그 효용성은 상당했다.
물론 이는 무의식적으로 한 것이었지만 결과론적으로 그 덕분에 제갈세가를 완벽하게 속여 넘길 수 있었다.
‘결국 신(神)이 붙을 만한 무공이 아니란 것을 알아채긴 하겠지만 초절정의 고수를 만들어 내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다.’
벌써 초열권을 이용해 절정의 고수를 배출했다는 말에 살짝 놀라긴 했던 모용진이었지만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조금 빨랐지만 어차피 초열신권이 거짓이라는 걸 알아냈을 때쯤엔 제갈세가 역시 우리 손에 들어와 있을 테니…….’
“아. 그런데 대협, 이건 개인적인 물음인데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예. 말씀하시지요.”
“첫날부터 궁금하긴 했었는데 혹시 실례되는 질문일까 하여 참고 있었습니다만…… 그, 항주에서…….”
“아. 그것에 대해서는 해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딱 잘라 거부하는 모용진의 말에 제갈하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금세 괜찮다며 웃었다.
“하하. 그렇군요. 단순한 제 궁금증이었습니다. 다른 의도나 생각은 없으니 어떤 것이라도 오해는 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협.”
“괜찮습니다.”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모용진에게서 은연히 풍겨 나오는 분위기에 그것이 축객령이라는 것을 깨달은 제갈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더니 자리를 떠나갔다.
제갈하가 떠나고 다시 조용해진 서고.
기척으로 그가 멀리 갔다는 것을 확인한 모용진은 작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흑천파의 집결은 모두 마무리됐어? 이번 주 안으로 마무리될 것 같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모용진의 말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홍련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장 먼 곳에 있던 운남녹림채도 며칠 전에 도착하여 소오태산 근처에 자리했습니다.”
“남호성은?”
“그곳은 실질적으론 완전한 석가장의 영역이라 아직 자리 잡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군사님과 부군사님이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남호성만 해결하면 하북 전체를 감쌀 수 있겠군.”
“일부 지역은 관의 영역이라 함부로 침범하기가 힘들지만…… 대체적으로 그렇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황태자는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나?”
모용진은 황녀에 관하여 무척이나 대담하게 움직였다.
모용진의 명에 제갈영이 목 뒤를 붙잡았을 정도로 대담한 움직임이란 바로 흑천파의 이름을 걸고 곧바로 황태자와 마주 보기로 한 것이었다.
“아마도 황실 내에서 중간에 차단하는 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황녀가 황태자에게도 버림을 받았다는 것인데…….”
“그건 아니길 빌어야지.”
“하나 소문엔 황태자가 황녀를 찾고 있다고 하니…….”
“흐음…….”
흑천파의 이름을 걸고 황태자와 마주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모용진이 흑천파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익명으로 황녀에 대한 정보가 있음을 황실에 알리고 황녀가 납치당한 태원에서 보자고 서신을 보냈는데 황실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만일 황태자가 황녀를 버린 게 아니라면 접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텐데……. 일단 계속해서 서신을 보내도록. 그리고 은월령에 그 서신에 관련된 것이라면 어떠한 것이든 알아내라고 전하고.”
“그 말씀은…… 여기에 좀 더 머무시겠다는 뜻입니까?”
홍련의 물음에 모용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들고 있던 서책을 놓고 또 다른 서책을 꺼내 펼쳤다.
“아직 볼 게 많아. 홍련.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 들어 봤나?”
“손자병법이라면 저도 읽어 봤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 그게 지금 내가 이 고서들을 붙들고 있는 이유야.”
“적의 정보라면…… 여기 기록보단 은월령에 쌓인 정보들이 더 좋지 않습니까? 제가 보기에 지금 읽고 계신 것들은 옛날부터 전해져 오던 무림의 무용담들을 필사해 둔 것들인 듯합니다만…….”
“맞아. 그런데 우연히 내가 찾아 버렸거든.”
“뭘 찾으셨습니까?”
“적. 아니, 적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
모용진의 말에 홍련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모용진은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넘겼다.
“열흘. 딱 열흘 후엔 돌아갈 테니 모두에게 걱정 말고 기다려 달라고 전해 줘.”
“저야 흑제 님의 명예 무조건 따르겠으나…… 설백 님이 크게 화내실지도 모릅니다.”
“설백에겐 특별히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전해 줘.”
“차이가 있습니까……?”
“특별히를 붙였잖아?”
모용진의 말에 홍련은 또 한 번 크게 날뛸 것 같은 설백을 떠올리며 옅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목에 감고 있던 복면을 끌어 올렸다.
“아 참. 가기 전에 물을 게 하나 있는데, 유미옥은 어때? 좀 괜찮나?”
“몸을 말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홍련의 물음에 모용진이 살짝 고개를 내젓자 홍련이 알겠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켜본 바로는 크게 문제가 없는 듯합니다. 군사님의 말로는 오히려 전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하오문에 대한 미련 같은 건?”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모용진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홍련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인 뒤 그대로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다시 혼자가 된 모용진.
홍련과 대화하는 동안에도 내내 서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그는 또 한 권을 다 읽은 듯 그 서책을 책장에 밀어 넣었다.
“천용현에 대한 구담은 이게 전부인가? 절악명이 사람 이름이었을 줄이야. 구절의 명칭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