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31
광마전생 (231)
45장
귀주(贵州).
사천과 중경 아래에 위치한 이곳은 예로부터 소수민족이 많은 조금 특이한 곳이었다.
마교에서 분리되어 나온 명교가 신강에서 멀리 떨어진 귀주에 자리하게 된 것도 바로 소수민족이 많다는 특이점 때문이었다.
명교는 생과 죽음에 강하게 집착했고 그래서 조금 특별한 이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했는데, 그 특별한 이들이 바로 ‘영안(靈眼)’을 가진 이들이었다.
영안이란 영혼을 보는 눈을 뜻하였고 이는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 것.
즉 영안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서 유일하게 생과 사 모두에 관여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명교는 귀주에 자리했다.
왜냐하면 영안을 소유한 이들은 대부분 중원인이 아닌 소수민족의 사람들이었으니까.
명교는 오랜 시간 동안 영안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이제는 명교의 대부분이 영안을 가진 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연구하면서 명교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영안 말고도 또 다른 특이한 눈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명안(命眼)’.
영혼을 보는 영안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가진 ‘명안’은 놀랍게도 ‘천명(天命)’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어떤 일생을 살게 되며 언제 죽는지에 대한 것까지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눈.
그 외에도 여러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아직 명교 내에서조차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었다.
“왕원장.”
“예, 맹주님.”
“벌써 한 달이야, 한 달.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그것이…… 지랄이 멈춰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맹주님께서도 직접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그 지랄이 대체 언제 끝나냐는 말이다! 지금 한시가 중요한 때에 내가 맹주 자리를 무려 한 달이나 비우고 있는 게 말이 되는가!”
분노가 잔뜩 섞인 공성 대사의 말에 왕원장은 자신도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명교의 안쪽 깊숙이 숨겨져 있는 폐동이었다.
그 폐동의 문만 열고 들어가면 명안을 가진 아이를 만날 수 있었으나 공성 대사는 그러지 못하는 중이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말한 ‘지랄’ 때문이었다.
그것은 지랄병을 일컬을 때의 지랄이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그 아이가 지랄병에 걸린 것은 아니었고 이는 일종의 ‘신병(神病)’에 가까웠다.
“하지만…… 맹주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지랄이 끝나기 전에 그 아이에게 가까이 가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명목으로 죽은 이가 벌써 다섯이 넘어갑니다. 지랄을 하기 전날 밤 아이가 한 달 동안은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고 한 달이 지나면 스스로 나온다고 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왕원장의 말대로 지금 폐동에 들어가려다가 죽은 이들은 다섯이나 되었다.
한 명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폐동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고 쓰러진 그를 부축하려 두 명이 다가갔는데 그 두 명 역시 문 근처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폐동 근처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왕원장이 그물을 이용하여 그들을 끌어왔지만 이미 그들은 숨진 상태였다.
왕원장은 이 사실을 공성 대사에게 알렸지만 한시가 급했던 공성 대사는 기어코 아이를 데리고 나오라며 사람을 보냈다. 하지만 그 역시 죽었고, 기약된 한 달을 기다린 공성 대사가 어제 또 사람을 보냈지만 그도 문 근처에서 사망했다.
“그런데 원래 그 지랄이라는 신병이 이렇게나 강력한 것인가? 여기서 보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다가가는 사람은 족족 죽다니…….”
“이번 아이는 옛날의 그 아이와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그분이 이 사실을 알게 되신다면…….”
“상당히 기뻐하겠지. 하지만 이래 가지고는 써먹기라도 할 수 있을는지……. 갑자기 내 근처에서 지랄이라도 한다면 큰일이 아닌가.”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의 말론 어느 정도는 제어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제어가 가능한데 한 달이 넘도록 저곳에 박혀 있다고? 참…… 웃기지 않는 말이 아닌가, 왕원장?”
공성 대사의 날카로운 말에 왕원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저희가 동태를 살피고 있을 테니 장원에서 잠시 쉬시는 건 어떻습니까? 아이가 밖으로 나온다면 제가 곧장 알려 드리겠습니다.”
“후우…… 쯧. 나무아미타불…….”
긴 한숨을 내쉰 공성 대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불호를 외우며 돌아섰고 그 뒤를 왕원장이 뒤따르려던 그때.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멈춰 섰다.
왜냐하면 갑자기 그들의 뒤쪽에서 바위가 긁히는 듯한 큰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그그그그극!
엄청난 소리와 함께 열리는 폐동의 바위 문.
그리고 놀랍게도 그곳엔 예닐곱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서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녹색빛 눈동자를 가진 그 아이는 놀랍게도 무척이나 멀쩡해 보였다.
분명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을 텐데 왕원장의 눈에는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체격도 커지고 피부도 깔끔해 보였다.
“저…… 아이가 그 아이인가?”
“예.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낸 아이들 중엔 백발에 녹안을 가진 아이는 없었는데?”
“이곳에 오고 의식을 치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안을 개안했는데 그날 하룻밤 사이에 저렇게 변했습니다.”
왕원장이 아이의 흰머리와 녹안에 대해 설명하는 그때 놀랍게도 아이가 먼저 공성 대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까진 공성 대사는 아이에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신묘하게도 그 아이에게서는 작은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내뿜어야 할 생기(生氣)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아이가 공성 대사의 앞에 선 순간, 공성 대사는 살아생전 처음으로 섬뜩함을 느꼈다.
이는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아이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이었는데 그 기운에서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흉악함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이름.”
갑작스러운 아이의 말에 공성 대사가 놀라 자신을 가리켰고 이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얼떨결에 자신의 본명을 이야기했다.
“인달.”
그리고 본명을 말하면서도 공성 대사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 이름은 자신이 떠올리려고 해도 잘 떠오르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진짜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림사에 들어가기 전에 무려 세 번이나 이름을 바꿨고 소림사에 들어간 이후로도 이름을 바꾸어 ‘인달’이라는 본명을 까먹을 정도였는데, 자신의 입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그 이름이 나온 것이었다.
“인달, 당신은 오늘로부터 달이 서른 번 뜨고 지는 밤. 인과(人果)와 과오(過汚)를 무시한 유일무이한 존재에게 죽습니다. 생이지불 역불자옥[生異止佛 亦弗自獄]이라 하니 다음 생은 없고 그 처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으니. 나의 조언을 받는다 한들 그대가 인과에 들 일은 이제 없을 것이요, 아무런 유용(有用)이 없도다.”
아이의 입에서 나올 만한 내용도 아니거니와 문장마다 내뱉어지는 각기 다른 목소리는 그야말로 소름 그 자체였다.
공성 대사는 처음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금세 그 내용을 깨닫고 눈을 크게 뜨며 아이를 노려봤다.
“지금…… 내가 한 달 뒤에 죽는다는 것이냐? 이 공성 대사가?”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제 곧 죽는다.”
경어와 반말이 한데 뒤섞여 나오는 아이의 목소리.
그 기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만 공성 대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 몸이 죽는다라……. 끌끌. 아이야, 지금 넌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그리 말하는 것이냐?”
“전 사실을 말했을 뿐.”
“생이지불 역불자옥 말이냐?”
공성 대사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공성 대사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콧방귀를 내뱉었다.
“불체신장(佛體神掌)의 극성을 이룬 내가 그딴 말 한마디에…….”
“힘은 가지게 된다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선악 그리고 업보의 무게가 달라지고, 그 힘을 가졌다고 해서 완벽해지는 건 아니지. 이미 길을 벗어난 당신은 더 이상의 연줄이 없어.”
아이의 말에 참지 못한 공성 대사가 아이의 목을 향해 손을 내질렀지만 아이는 그 손이 목에 닿기 직전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공성 대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절 죽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공성 대사의 손은 정확히 아이의 목 앞에 멈춰 서 있었다.
“널 죽이진 않는다. 쓸데가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네가 본 것 그리고 내 명운에 관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야겠다.”
간신히 화를 추스르며 손을 거두어들인 공성 대사는 잠시 크게 심호흡하더니 아이를 보며 질문했다.
“인과(人果)와 과오(過汚)를 무시한 유일무이한 존재는 누구지?”
“나는 본 것을 알려 줄 뿐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하나 그대의 주변엔 그러한 이들이 많이 보이는군. 그러니 그들 중 한 명일지도 모릅니다.”
“많이 보인다?”
사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공성 대사는 자연스레 천기린을 떠올렸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러한 이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고 이에 추정되는 몇몇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들이 날 해치려 한단 말인가…….”
“그들은 모르지만 그분은 아니다. 그리고 너는 나를 그에게 데려가 주시겠지요.”
마치 다 꿰뚫어 보는 듯한 아이의 말에 공성 대사는 깜짝 놀라면서도 울렁거리는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려 노력했다.
왜냐하면 눈 앞의 아이가 사실을 꿰뚫어 볼 때마다 자신을 향한 죽음의 선고와도 같은 그 말이 사실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그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래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잠시 동안 둘 사이에서 흐르는 정적.
하지만 그 정적은 공성 대사에게 전혀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후회할 것입니다. 그러니 넌 나를 데리고 가야만 합니다.”
“끄으읍……!”
방법이 없다는 말에 분노하는 공성 대사.
그는 겉으로는 전혀 믿지 않는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으나 그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태였다.
“나무아미타불.”
순간 공성 대사는 강한 살해 욕구에 휘말렸지만 불호를 외우며 이를 버텨 냈다.
그리고 이내 현실을 회피하듯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그에게 ‘죽음’이란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으니까.
놀라운 정신력으로 이를 해낸 그는 이를 악문 채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이름은?”
“이름?”
“네 이름 말이다.”
공성 대사의 말에 아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내젓자 그는 멍하니 서 있는 왕원장을 바라보았고 이에 왕원장은 대답했다.
“아……. 아직 이름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그는 의식을 치르기 전까진 말도 못 하는 벙어리였으니까요.”
아이가 말도 못 하는 벙어리였다는 말에 공성 대사는 조금 놀라면서도 금세 수긍하며 다시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 인달이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나와 함께 그를 마주하게 되겠지.”
“좋습니다. 그에게 데려다주기만 한다면 나는 상관없다.”
이제는 인달이 된 아이의 말에 공성 대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크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아이를 태울 말과 마부를 준비해라! 나는 이 아이와 함께 곧바로 무림맹으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