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35
광마전생 (235)
“허어업…….”
천기린.
그 말을 듣는 순간 공호 대사는 온몸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주마등처럼 옛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그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옛날의 나한 공호가 아니었다.
소림사의 떳떳한 대사 중 한 명으로 화경의 경지에 오른 고수 중의 고수였다.
“크크큭. 이여립 대협, 아니…… 이제 대협이라는 호칭조차 부끄러운 아이야. 지금 내 앞에서 그놈의 이름을 사칭하는 것이냐? 나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놈을 알아 왔고 직접 내 두 눈으로 주검 또한 봤던 사람이다. 어디서 함부로 감히 그 이름을 지껄이는 것이냐!”
순식간에 마음을 가라앉힌 공호 대사의 몸에서 거센 기세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대로 모용진을 튕겨 내 버렸다.
“호오……. 사자후도 익혔어?”
“나무아미타불. 이여립, 네가 무슨 생각으로 그놈을 사칭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이제 너는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왜?”
“넌 선을 넘어도 한참 넘고 말았다. 이곳 대웅전에서 계율원의 대사를 폭행했으니 그 죗값은 목숨으로 받아 내어도 모자라지 않지.”
“그래? 근데 스님이 그런 말을 해도 되냐? 생명 존중이나 자비는 어디에다 팔아먹었어?”
“자비는 최소한 널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 주는 것으로 베풀지.”
그렇게 말한 공호 대사는 양발을 크게 벌려 자세를 잡았다.
그의 온몸에서 일어나는 금빛 내기가 순식간에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의 몸을 마치 황금 불상처럼 만들었고 이는 그의 금강불괴신공이 극에 달했다는 뜻이었다.
“이 금강불괴 공호 대사가 진심으로 상대해 주마. 너는 오늘 진정한 부처의 단단함을 느끼게 될 것이야.”
“딱히 느끼고 싶진 않은데. 뭐, 네가 십팔나한진의 문(門)인 듯하니 어쩔 수 없지. 뒤에 있는 놈들을 박살 내려면 너부터 박살 낼 수밖에.”
탁!
모용진의 주먹과 손바닥이 부딪치며 불꽃이 일더니 극양초월권의 불꽃이 그의 팔을 휘감았다.
“아 참. 그리고 나 진짜 천기린이야. 뭐, 어차피 곧 그 몸을 통해 내가 천기린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모용진의 주먹이 갑작스레 공호 대사의 눈앞에 나타났지만 그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아까 전에도 이와 비슷한 보법을 봤고 그가 이형환위(移形換位) 비슷한 것을 쓴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미 금강불괴신공을 극성까지 끌어 올려 뒀으니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가 금강불괴신공의 극성에 달하고 난 뒤 이를 뛰어넘는 공격을 했던 사람은 오직 공성 대사 한 명뿐이었으니까.
아까 전의 옆구리는 조금 방심해서 그런 것이었지만 솔직히 극성의 금강불괴신공은 같은 화경의 고수인 이여립의 공격이라도 쉽게 받아 낼 거라 생각했다.
“억?!”
한 대 처맞기 전까진.
순간 몸이 날아가는 것을 느끼며 공호 대사는 생각했다.
‘이게 뭐지?’라고.
금강불괴신공을 사용할 땐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무게를 늘리는 천근추라는 무공도 함께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당연히 그 어떤 타격에도 몸이 밀려나지 않아야 정상이었는데 어느새 자신의 시야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뭐야, 그 얼빵한 표정은? 설마 이제 시작인데 벌써 끝난 것은 아니겠지?”
모용진의 말에 공호 대사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놀랍게도 모용진은 가볍게 자세를 취하고 있을 뿐 곧바로 공격해 오지 않았다.
“대체 뭘 한 것이냐? 어떻게 금강불괴신공을…….”
“그보다 괜찮아? 코가 그렇게 부풀어 올랐는데. 피도 나고.”
코가 붓고 피가 난다는 말에 공호 대사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피? 크크크. 내 금강불괴신공을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고작 그런 주먹 한 방에 피가 날 리가 없…….”
뚝.
그 순간 자신의 옷 위로 떨어지는 붉은 핏방울 하나.
놀랍게도 그것은 진짜 피였다.
그것도 쌍코피.
저도 모르게 손을 올린 공호 대사는 자신의 코를 만졌고 그 순간 의식하지 않았던 고통이 물씬 올라왔다.
“악?!”
생각지도 못한 고통에 놀란 공호 대사가 코를 부여잡자 피가 더 미친 듯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내 금강불괴신공이……!”
“넌 무슨 금강불괴신공이 만능인 줄 아냐? 말이 금강불괴신공이지 호신강기와 뭔 차이가 있다고? 그저 겉멋만 들어 가지고. 쯔쯔쯧.”
겉멋만 들었다는 모용진의 말에 공호 대사가 분노하며 주먹을 움켜쥐자 그의 주먹에 황금빛 강기가 생겨났다.
“지금 내 금강불괴신공을 겉멋이라 하였느냐?”
“호신강기를 몸에 두른 것과 마찬가지인데 일부로 외공과 섞어서 만든 무공이 겉멋이 아니면 무얼까?”
“네 이놈! 감히 우리 소림사의 비기를 욕되게 하다니, 이 금강불괴신공은 네놈 따위가 그렇게 말할…….”
“아, 거참 말 많네. 입으로만 나불거리지 말고 그럼 한번 막아 봐. 네 몸으로 그 금강불괴신공이 정말 겉멋만 든 무공이 아니란 걸 증명해 보라고.”
모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몸이 사라졌고, 어느새 공호 대사의 코앞까지 다가가 다시 그의 코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공호 대사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용진의 공격을 방어하지 않았다.
자신의 금강불괴신공을 믿고 다시 한 번 내공을 끌어 올린 것이었다.
그는 무의식중에 얼굴에 좀 더 많은 양의 내기를 집중시켰고 이번에는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금강불괴신공이 절대 그의 주먹에 뚫리지 않을 것이라고.
퍽!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모용진의 주먹 한 방에 모조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가볍게 휘두른 모용진의 주먹이 공호 대사의 금강불괴신공을 꿰뚫고 그의 안면을 가격한 것이었다.
“쿨럭!”
“공호 대사님!”
“공호 대사!”
그 일격에 내상까지 입은 듯 공호 대사가 피를 토하자 뒤쪽에 있던 스님들이 일제히 그를 부르며 움직이려 했지만 공호 대사가 재빠르게 손을 들어 올리며 그들을 제지했다.
“오호……. 그래도 이번엔 꼴사납게 넘어지지 않았군.”
“크윽…….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네놈의 주먹이 닿는 순간 그 부위를 감싼 내력이 순식간에 흐트러지며 금강불괴신공이 깨졌다. 이건…….”
“아무리 반갑다지만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 줄 필요가 있을까? 그냥 내 주먹이 네놈의 금강불괴신공을 뚫었고 넌 이제 옛날 나한 시절의 공호처럼 얻어 터지기만 하면 돼.”
모용진이 공호의 금강불괴신공을 뚫은 방법은 실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내공.’
금강불괴신공은 얼핏 보면 외공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공에 더 가까운 무공이다.
왜냐하면 금강불괴신공의 기본이 내기를 이용해 자신의 피부를 극한으로 단련하는 것이니까.
고로 그 단단하게 뭉쳐진 내기를 풀어 주기만 하면 금강불괴신공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물론 단단히 뭉쳐 있는 내공을 그 일순간에 풀어 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용진은 그를 가능케 할 공아(空我)라는 무공을 보유하고 있었고 가까이 있는 상대의 내공을 흩트리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옛말에 이런 말이 있어.”
“……?”
“모르면 맞아야지.”
그 순간 모용진의 주먹이 벼락같이 휘둘러지더니 공호 대사의 복부를 가격했고 이는 천근추를 쓰고 있는 그의 두 발이 잠시 허공에 뜰 정도로 강력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어마어마한 고통에 공호 대사가 정신을 못 차리는 그때.
그의 귓가에 그 고통으로 나가 있던 정신이 다시 되돌아올 정도로 놀라운 단어가 들려왔다.
“기린구타권법(氣璘毆打拳法).”
이에 깜짝 놀란 공호 대사가 눈을 번쩍 떴을 때 모용진의 양팔은 마치 아수라와 같이 퍼져 수십 개의 잔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직도 내가 천기린인 걸 믿지 못하겠지? 하지만 걱정 마. 아까 내가 말한 것처럼 네 몸으로 직접 느끼게 해 줄 테니까.”
* * *
퍼버버버벅!
신명 나는 구타 소리와 함께 아무것도 못 하고 거세게 흔들리기만 하는 공호 대사의 몸뚱어리.
계율원의 스님들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화경의 고수이자 유일하게 금강불괴신공을 극성까지 올려 ‘숭산의 태암’이라는 호칭까지 있는 공호 대사는 스님들에게 있어 소림의 전설과도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공호 대사가 지금 아무것도 못 한 채 젊은 청년에게 마구 얻어 터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호 대사가 결국 바닥에 쓰러졌을 때 그들은 깨닫고 말았다.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는 것을.
공호 대사를 마치 짐짝처럼 내던져 버린 모용진은 스스로 십팔나한진 속으로 들어가더니 나한진이고 나발이고 그냥 힘으로 모두 박살 내 버리기 시작했다.
“다음.”
순식간에 십팔나한진을 박살 낸 모용진은 다음을 외쳤고 이에 계율원의 스님들이 일제히 모용진을 향해 덤벼들었지만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순식간에 대웅전의 앞은 쓰러진 스님들로 가득해져 있었고 대웅전 안에 있던 스님들 역시 모용진을 저지하기 위해 모두 밖으로 빠져나왔기에 대웅전에선 더 이상 불경을 독송하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침묵이 너무나도 어색한 대웅전의 앞에 선 모용진.
그는 팔짱을 낀 채 한동안 대웅전을 바라봤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웅전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귀주에 갔던 공성 대사가 인달을 데리고 숭산에 도착했다.
그는 처음엔 곧장 무림맹을 향하여 기록관을 살펴봤지만 잠시 후 그의 귓가에 들려온 보고에 허겁지겁 숭산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으으윽!”
“크읏…….”
그가 도착한 소림사는 아직도 스님들의 비명으로 가득했고 소림사의 건물들은 의원과 그들에게 치료받는 스님들로 가득해 있었다.
“설마…… 나한들이 전부 당한 것이냐? 방운들도?”
먼저 소림사를 향한 원불을 발견하자 공성 대사는 곧바로 질문을 던졌고 이에 원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뿐만이 아니라니?”
“계율원의 대사들도 모두 당했다고 합니다.”
“뭣?!”
계율원의 대사들까지 모두 당했다는 말에 공성 대사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원불은 사실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바탕 전쟁이라도 벌어진 것 같군요. 소림사란 원래 이런 곳입니까?”
“닥쳐라!”
인달의 비웃음과 공성 대사의 벼락과도 같은 호통.
아무리 급해도 인달을 떼어 둘 수 없었던 공성대사였기에 인달은 강제로 지금 그의 손에 끌려다니고 있었다.
호통을 치는 지금도 공성 대사의 손은 인달의 손을 절대 놓지 않고 있었다.
“공인 대사는? 공호 대사도 있었을 것 아니냐!”
“그게…… 공인 대사는 잠시 자릴 비운 상태였고 공호 대사는 지금…… 딱히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딱히 좋지 못하다니?”
“그게, 침입자를 막아 내다가 큰 치명상을 입어…….”
“공호 대사가 말이냐? 그 금강불괴의 공호 대사가?!”
“하지만 지금 그보다 빨리 가 보셔야 할 곳이 있습니다.”
“어디? 지금 이 난리가 났는데 또 뭐가 더 있다는 말이냐?”
“대웅전입니다.”
대웅전이라는 말에 얼굴을 굳힌 공성 대사가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는 거칠게 불이문(不二門)을 열어젖혔다.
그 순간 공성 대사는 말 그대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멍하니 대웅전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는 그곳에 마땅히 있어야 할 대웅전이 비치지 않았다.
다 무너져 내린 목조 건물의 잔해만이 남아 있을 뿐.
그리고 그 대웅전 계단 아래 바닥에는 붉은 피로 그린 듯한 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歸還」
귀환.
누군가가 돌아왔다는 문자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는 공성 대사.
“크크크.”
그런데 갑자기 그의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인달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었다.
“자옥(自獄)이라, 자옥! 그대가 펼쳐 놓은 업이 혼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돌아올지니, 이곳이 자옥이 아니면 무엇이라 하리. 인과(人果)를 역행한 자여, 그 업의 무게를 짊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