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46
광마전생 (246)
47장
제갈영은 모용진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가 폭죽통이고 뭐가 폭죽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뒷말에 제갈영은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 쉽게 말해 줘? 만일 내가 진짜 ‘천재’라면, 어째서 난 내 의견을 밀고 나가지 않고 네가 반대를 하자마자 그 말에 순순히 따랐을까? 내가 너를 뛰어넘는 두뇌를 가진 천재라면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절대 굽히지 않았을 건데 말이야.”
“어…….”
제갈영은 순간 할 말을 잃은 채 모용진의 두 눈을 쳐다봤고 그는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태껏 네 의견에 순순히 따른 것과 네게 흑천파에 관한 모든 것을 일임한 것은 네가 내 친우라고 할 수 있는 제갈벽운의 딸이라서 그런 게 아냐. 나는 진심으로 너의 그 뛰어난 두뇌를 존중하고 있기에 그 능력을 믿고 그 자리에 앉힌 것이야. 설마 내가 한낱 감정 따위로 널 그 자리에 올려놨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이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두 눈에서 방울져 내리는 눈물.
갑작스러운 제갈영의 눈물에 모용진이 당황하는 그 순간.
드르륵!
“가가, 지금 뭐 하시는 거죠?”
문 쪽에서 강렬하게 퍼져 나오는 살기.
그 살기의 주인공은 바로 설백이었다.
그녀의 두 눈에 들어온 모용진과 제갈영의 모습은 이러했다.
모용진의 두 손은 곧게 뻗은 채 제갈영을 향해 있고 제갈영은 그런 모용진의 두 손을 필사적으로 막은 채 봉두난발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제갈영의 두 눈에 흐르고 있는 눈물까지.
이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못해 흘러넘칠 지경이었다.
“여, 여보?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잠…… 잠깐만!”
빠각!
* * *
다행이도 설백의 오해는 금방 풀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용진의 부풀어 오른 뺨이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기에 모용진도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설백의 불만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꼭 그래야겠어?”
“응, 그래야겠어. 애초에 내가 가가와 결혼한 이유도 이거였는걸?”
“하지만 난 곧 황궁에 들어가서…….”
“그러니까 더더욱 해야지. 앞으로 더 시간이 없을 거 아냐?”
그렇게 말하며 설백이 들어 올린 것은 북해검(北海劍)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 주듯 내기를 끌어 올리더니 북해검의 검날을 만들어 내며 모용진을 향해 들어 올렸고 이에 그는 어쩔 수 없이 파천검을 손에 쥐었다.
“오늘은 진심으로 간다!”
“항상 진심이었으면서!”
설백과 모용진의 비무.
이 소식은 순식간에 흑천파 내로 퍼져 나갔으며 이 소식을 들은 이들은 하던 수련을 내팽개치고 본관의 연무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소식에 몰려온 것은 본관의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조종려 장로님, 류성아 장로님, 두 분도 와 계셨군요.”
“물론이지요. 스승님의 무공은 단순한 식견으로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오셨습니까, 당철삼 장로님.”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연무장의 앞쪽으로 가 자리했고 그런 그들의 곁에는 십대제자들과 비사, 지사 그리고 당가의 실력자들도 모여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진유혼과 청인 도장까지 모이면서 어쩌다 보니 거의 모든 중진들이 자리한 곳이 되었다.
“와아…….”
“크으…….”
모용진과 설백의 비무.
그 광경을 본 자들의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화려하게 얽히는 검과 번갈아 터져 나오는 냉기와 불꽃.
거기다가 온몸을 짜릿하게 만드는 충격파와 파공음까지.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들의 신형과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오는 불똥은 어렸을 때 한 번쯤 꿈꿔 본 이상적인 무림인의 멋진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모습에 환호하며 감탄하고 있을 때 정반대로 입을 꾹 다문 채 진지하게 이를 쳐다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세 장로와 화경에 이른 자들이었다.
‘저기서 저런 궤적의 검을…….’
‘순간 설백 님의 검이 휘어진 듯해 보였다. 북해검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인가? 아니면…….’
‘지면을 밟는 저 순간 몸이 크게 흔들려도 엄지발가락만은 바닥에 붙어 있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힘을 주고 계신 건가? 그게 아니라면 내공을 이용하여…….’
그들은 진지하게 모용진과 설백의 비무를 분석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약간의 차이점이 있었는데 각자 향하고 있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장로들과 홍련의 경우 주로 모용진의 몸놀림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외의 이들은 모두 설백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모용진과 설백의 비무를 바라보는 그때.
카앙!
검을 서로 맞부딪친 모용진과 설백은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슈우욱!
갑자기 어디선가 불기 시작한 바람.
그 바람은 놀랍게도 누군가를 향하고 있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류성아였다.
조종려와 제갈영 사이에 있던 그녀는 가부좌를 튼 채 두 눈을 감고 있었고 바람은 그러한 류성아의 몸에 빨려 들어가듯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다.
이를 목도한 사람들은 그 바람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아보지 못했지만 단 한 명만은 달랐다.
“조종려! 당철삼! 재빨리 모두를 그녀에게서 떨어뜨리고 호법을 서라! 그 누구도 그녀에게 접근해선 아니 된다!”
모용진의 다급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그들은 재빠르게 호법을 서며 류성아를 보호했고 십대제자들과 은월령 역시 호법을 자처하며 두 개의 벽을 더 만들어 냈다.
“대체 무슨 일이……?”
설백조차 류성아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몰라 의아해하는 그때 모용진이 검을 거두며 설백의 어깨를 토닥였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어.”
“응? 대체 무슨 일이길래…….”
설백의 말에 모용진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 류성아의 몸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바람은 평범한 바람이 아니었다.
그 바람의 정체는 바로 자연의 기(氣).
자연의 기는 내공과는 달라 화경에 오른 이들도 볼 수 없던 것이었다.
“저건 자연의 기(氣)다. 지금 류성아의 몸에는 자연의 기가 마구 모여들고 있어. 그게 무엇을 뜻하는 건진 말하지 않아도 않겠지?”
“서, 설마…….”
“현경(玄境)!”
모용진 대신 정답을 외친 것은 바로 당철삼과 조종려였다.
그 한마디에 연무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이에 모용진이 목소리에 내기를 실어 조용하게 말했다.
[조용히. 지금부터 떠드는 이들은 목을 칠 것이다.]모용진의 말에 장내는 짙은 침묵에 잠겼고 모용진은 가야허를 시켜 호법을 서는 이 외에 모두를 본관에서 나가게 하고 본관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라고 명했다.
“후우…….”
한숨마저 조용히 내쉬는 모용진.
그가 이러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간단했다.
왜냐하면 모용진은 단 한 번도 누군가가 현경에 오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본인이 현경에 오른 것도 모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모용진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류성아를 위해 주변에 방해되는 것은 모두 치운 것이었다.
사실 모용진은 지금 그녀가 겪고 있는 일이 정말로 현경에 오르는 과정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자연의 기가 이토록 충만하게 모여들고 있으니 그렇지 않을까 추측하는 것일 뿐.
그리고 그날을 기점으로 흑천파는 멈췄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모든 것들이.
그 정도로 이 일은 중요한 일이었다.
진짜로 류성아 그녀가 현경에 오르는 것이라면 흑천파에는 어마어마한 인력이 생기는 것과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심지어 그녀는 첩보와 암살의 기술 그리고 음공과 매혹의 기술마저 다루는 이였다.
그녀가 정말로 현경에 오르는 것이라면 이 세상엔 더 이상 그녀의 암살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을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흑천파가 멈추고 류성아가 자연의 기운을 끌어들인 지 삼 일째 되던 아침.
쿵!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퍼져 나간 거대한 진동.
연무장에 있던 이들은 그 누구도 먹지도 자지도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호법을 서고 있었고, 이는 모용진과 설백도 마찬가지였다.
모용진은 류성아의 몸에서 퍼져 나온 거대한 진동에서 진하게 농축된 자연의 기운을 느끼며 그녀가 깨어났음을 눈치챘다.
옅게 빛나는 류성아의 몸.
그 빛은 천천히 뜨기 시작한 그녀의 두 눈에서도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
그 순간 류성아의 입에서 외마디 탄성이 튀어나오더니 그녀의 몸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그녀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을 뜬 류성아가 맨 처음으로 마주친 눈동자는 바로 모용진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순간 류성아는 곧바로 깨달았다.
자신이 그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이는 모용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두 눈을 보자마자 모용진은 너무나도 쉽게 그녀가 현경에 올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용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류성아는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며 자신의 호법을 서고 있는 이들을 둘러보고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군요.”
하지만 그 누구도 류성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오로지 모용진만이 움직여 연무장 위에서 내려왔고 그녀의 앞에 섰다.
“조사님.”
“기분은 어떻지? 어디 불편한 곳은? 속이 메스껍거나 어딘가 아프다거나 하는 증세는 없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아주 멀쩡합니다.”
“다행이군. 그런데 바로 축하를 해도 모자란 지금 이 상황에 우선 질문해야 할 것이 있어.”
“말씀하십시오, 조사님.”
“도원은 어디에 있지?”
모용진의 말에 류성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도원은 분명 중원에 있으나 평범한 방법으로 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저는 도원의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들었을 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곳에 도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류성아의 알 수 없는 말에 모용진은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이해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원의 입구와 도원의 실제 위치는 다르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도원의 입구가 그곳에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나? 아니면…….”
“현경에 올랐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제가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래.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질문하지. 류성아, 너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지?”
모용진의 말에 성아가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모용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는 도원에 가야만 합니다. 지금 당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곧바로 움직이려는 성아의 움직임에 모용진은 재빠르게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지금 당장은 안 돼. 너도 알다시피 지금은 흑천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니까. 나도 나중에 그곳에 볼일이 있을 것 같으니 이번 일이 끝나면 나랑 함께 가는 게 어때? 흑천파에서 또 한 명의 현경이 탄생했으니 거하게 축제도 열어야 할 것 아냐.”
“안 됩니다.”
놀랍게도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모용진의 명이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던 그녀가 그의 명을 거스른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명을 거스른 것도 모자라 지금 모용진이 붙잡은 팔을 강제로 빼려 하고 있었다.
“저는 지금 당장 도원으로 가야 합니다. 설령 조사님이 절 막으신다고 해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