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51
광마전생 (251)
“황태자 전하 납시오!”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파도처럼 양쪽으로 갈라지는 병사들.
“오……. 저분이 황태자님이신가 보군.”
갈라진 병사들 사이로 들어온 황태자의 용모를 본 모용진은 솔직하게 감탄사를 흘렸다.
왜냐하면 황태자 유역경은 누가 봐도 황태자라는 이름에 어울릴 법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생긴 건 두말할 것도 없고 곧게 뻗은 눈썹과 오뚝한 콧날 그리고 강직해 보이는 눈과 무거운 입까지.
유역경의 외모는 거의 완벽한 군주의 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오늘 처음 보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모용진은 그의 말이라면 신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황태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기 저자가 침입자인가?”
“예, 그렇습니다.”
“침입자가 저렇게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서 있다니……. 게다가 그의 용모에서 풍기는 기상이 엄청나구나. 우리 대장군들에게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기개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을 자신한다는 뜻일 겁니다.”
“강현, 네가 보기엔 어떤가? 그대는 잘 알 것 아닌가. 그가 얼마나 강한지 말이야.”
황태자의 질문에 강현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제가 여기서 볼 땐 그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거리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럼 저자의 무공이 별것 아니라는 뜻 아니냐?”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저은 강현은 안력을 키워 모용진을 훑어보았으나 그럼에도 전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그럼 금의위가 그를 제압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저자는 제가 이 눈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고수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대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고수라니…….”
“전하 이제부터 말을 삼가시지요. 우리의 대화를 엿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엿들을 가능성이 있다는 강현의 말에 황태자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모용진과 그들 사이의 거리는 못해도 최소 백 장은 넘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의위를 포함한 수많은 병사까지 포진해 있었기에 설령 일부러 크게 말한다고 해도 그 작은 소음들에 묻혀 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정말 들리는 건가? 무림의 고수라면?’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황태자가 의문을 가지는 그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해 준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모용진이었다.
“굳이 엿들을 생각은 없으니 빨리 오시기나 하시죠, 황태자님 그리고 누군지 모를 호위 무사님도요. 제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놀랍게도 모용진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분하고 부드러웠음에도 불구하고 황태자의 귓속에 정확하게 들어왔다.
마치 자신의 앞에서 말하는 듯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황태자가 멈칫거리자 강현이 그의 앞을 막아 서며 허리춤에 있는 검을 쥐었다.
“무례하다! 지금 네놈 앞에 계신 분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것이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강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금의위들이 일순 반응하며 흠칫거리더니 모용진을 향해 일제히 날카로운 살기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용진은 이에 머리를 내저으며 목 뒤를 만지작거리더니 강현의 두 눈을 쳐다보며 한 걸음 내디뎠다.
“좋은 기세이긴 한데. 그 검 뽑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뭐라?”
“그 검을 뽑는 순간 나와 황태자님은 서로 ‘적대’하는 사이가 될 테니까 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용진은 한 걸음 더 발을 내디뎠고 강현에게 있어서 그 발소리는 묘하게 크게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강현이 정신을 차렸을 때, 모용진은 어느새 그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깜짝 놀란 강현이 저도 모르게 검을 내뽑으려 했지만 어느새 모용진의 손이 먼저 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적대……하려고?”
“큭, 나는 황태자님을 모시는 자. 황태자님의 앞에서 무례를 범하는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현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이에 반응하듯 모용진의 몸에서도 살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강현의 살기를 집어삼켜 버렸다.
“뭐, 그러든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황태자님과 대화를 해야겠으니 말이야.”
둘 사이에서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에 온 병사들이 긴장하는 그때.
쿵.
돌연 발을 크게 구르며 시선을 끄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황태자 유역경이었다.
“그만! 외주부는 당장 물러나거라!”
“태자 전하!”
“물러나라!”
갑작스러운 황태자의 말에 강현은 물러날 수 없다는 듯이 검을 더 세게 쥐었지만 한 번 더 황태자의 입에서 나온 명령에 강현은 어쩔 수 없이 검에서 손을 뗼 수밖에 없었다.
강현이 뒤로 한 발 빠지며 물러나자 황태자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섰고 모용진과 마주했다.
“대화를 원한다고 했느냐?”
“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것이냐?”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넌 모르고 있다. 지금 네가 벌인 일이 어떠한 일인지 말이야.”
“그럼 황태자님도 모르고 계시겠군요. 제가 어떤 일을 벌이려고 이곳에 왔는지.”
“뭐라?”
자신의 말에 말장난까지 섞어 가며 당당하게 대답하는 모용진의 모습에 황태자는 솔직히 말해 묘한 이끌림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의 말에서 오랫동안 학문에 정진한 학자들이 내뿜는 현기(現氣)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재밌는 놈이구나. 좋다. 말해 보거라. 짐과 대체 무슨 대화가 하고 싶은 것이냐.”
“여기서도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괜찮다는 거지?”
“지금 이 수많은 사람 중에 태자 전하의 적이 없냐는 말입니다.”
“적? 이 황궁에서 누가 감히…….”
“이 자리에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 태자 전하의 적이 없을 리가 없겠지요. 그러니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제가 무얼 할 수 있고 이 입에서 나온 말이 어떠한 형태로 황태자님의 옥체에 위협을 안겨다 줄지를 말입니다.”
황태자는 기가 차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황태자인 자신의 말을 끊은 것도 모자라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는 모용진의 모습에.
하지만 황태자는 그런 모용진에게 이상하리만치 끌리고 있었다.
“크큭……. 그대는 내가 처음 보는 종류의 사람이군. 대체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그럼 저에게 일각만 주시지요.”
“일각?”
“태자 전하와 제가 이 자리에서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그 순간 황태자는 온몸에 소림이 쫙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모용진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일각 안에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황태자를 향한 모용진의 곧은 시선은 그 말이 절대 빈말이 아님을 알려 주고 있었다.
“재미있군, 재밌어. 하지만 그대가 바라는 둘만의 독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 나라의 황태자이자 곧 황제에 오를 몸. 그대가 짐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어찌 단둘이서 독대를 한단 말인가.”
황태자의 말에 모용진은 대답 대신 갑자기 허리띠를 풀더니 허리띠에 매여 있는 파천검(破天劍)을 검집 채로 빼 들었다.
“거기, 외주부라고 했나?”
강현을 부른 모용진은 그에게 파천검을 던져 버리더니 황태자를 향해 허리띠를 내밀었다.
“뭐 하는 짓이지?”
“이걸로 제 양손을 묶어도 좋습니다. 수갑이 있다면 그걸 채워도 상관없고 제 검을 들고 있는 저자가 대화를 나눌 때 제 등 뒤에서 검을 들고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짐을 능멸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이 자리에서는 저자가 태자 전하께서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황태자는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의 손은 모용진에게서 허리띠를 받고 있었다.
“태자 전하!”
“강현, 이리 와서 나 대신 묶어 주게. 단단히 묶는 건 자신이 없어서 말이야.”
“하지만 전하, 위험하옵니다! 그는…….”
“황명(皇銘)일세.”
* * *
황태자의 명이 떨어지고 강현은 어쩔 수 없이 모용진의 손을 묶었지만 금의위와 장군들까지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들은 모용진의 손이 묶이자마자 태자 전하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그럴 수 없다고 소리치며 당장 모용진을 하옥해야 한다 주장했다.
하지만 황태자는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 태자궁을 향했고 강현 이외에는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물러나진 않았지만, 태자궁 안까지 따라올 수는 없었다. 결국 병사들은 태자궁 밖에서 진을 쳤고 금의위 역시 그들과 함께했다.
손이 묶인 채 가장 앞장서서 걸어가는 모용진과 그 등에 검을 댄 채 뒤따라 걷는 강현.
그리고 그들을 보며 조금 떨어져서 걸어오는 황태자.
묘한 분위기 속에서 태자궁의 중문을 넘는 그 순간 여태껏 아무런 말도 없던 황태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무림인들은 원래 모두 그런가?”
“무림인들이 모두 그랬다면 지금 이 황궁의 주인은 옛적에 바뀌었을 겁니다.”
“무엄하도다! 감히 태자 전하의 앞에서……!”
“강현.”
황태자가 강현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듯 그의 이름을 낮게 읊조리자 강현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제게 묻지 않아도 아시지 않습니까?”
모용진은 정확히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은 강현을 향해 있었고 이에 황태자는 피식 웃었다.
“그럼 자네만 아는 걸 물어봐도 되겠는가?”
“물어보시지요.”
“아까 전에 모두의 앞에서 나에게 했던 말, 그것도 진심인가?”
“태자 전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사람이 내뱉는 말에는 ‘진심’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럼 다시 물어보지. 우리가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데 일각만 있다면 충분하다는 말 그 말은 진심인가?”
황태자의 질문에 모용진은 살짝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진심은 아닙니다.”
“그렇군.”
그의 대답에 황태자는 솔직히 조금 안심했다.
왜냐하면 그가 정말로 그 정도의 실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와 대화를 나눌 때 자신은 완전히 불리한 입장에 서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안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반의 반 각.”
“음?”
“그거면 충분합니다. 제가 ‘진심’으로 마음을 먹는다면.”
모용진의 말에 황태자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멈춰 서고 말았고 이를 눈치챈 모용진 역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태자 전하의 대답 여하에 따라 제 진심은 그쪽을 향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대화합시다. 제 진심과 태자 전하의 진심이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