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53
광마전생 (253)
“이 녀석은 나를 죽이려 했던 반역자다. 이놈의 목을 성벽에 걸고 반역을 꾀한 자의 말로를 모두에게 보여 주어라!”
황태자의 명에 상의감은 지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반역자가 되어 죽어 있는 외주부 강현의 모습에 상의감은 크게 당황한 듯 보였고 곁에서 이를 바라보던 모용진은 곧바로 눈치챘다.
“상의감이라고 하셨습니까? 저는 그게 무슨 직책인지는 모릅니다만 꽤나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인 것 같군요.”
“황가의 옷을 담당하는 자이다. 환관이라고 하면 알겠느냐?”
“그렇군요. 그런데…… 왜 이리도 땀을 많이 흘리십니까, 상의감님?”
모용진의 말에 상의감은 크게 당황하며 얼굴의 땀을 훔쳐 내려 했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지금 태자 전하 앞에서 이게 무슨…….”
“태자 전하, 상의감을 소개해 준 이는 누구입니까?”
“그는 원래 황궁에서……?!”
순간 모용진의 말속에 숨은 의미를 깨달은 황태자는 눈을 크게 뜨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전하. 아무래도 다른 이를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저는 도통…….”
그 순간 모용진의 손에서 날카로운 섬광이 번뜩였고 고갤 숙이고 있던 상의감의 목이 깔끔하게 잘려 바닥을 나뒹굴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황궁의 보안은 그리 좋지 못한 듯합니다.”
“외주부와 같은 편이 아닐지도 모르지 않나?”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아닙니다.”
그렇게 말한 모용진은 쓰러진 상의감의 시신을 눕히더니 상의를 벗겨 어깻죽지가 드러나게 했다.
“상의감이라는 자 역시 무림인이었습니다. 이 어깨에 새겨진 불로 지진 듯한 흉터를 자세히 보시면 희미하지만 배교(拜敎)를 뜻하는 배(排) 자가 새겨져 있지요. 배교 역시 명교와 마찬가지로 사파 소속이고 통합무림에 속해 있는 단체입니다.”
그렇게 말한 모용진이 그의 허리띠를 풀어내더니 황태자의 앞에 그것을 펼쳐 보였다.
“평범한 허리띠처럼 보이지만 속은 배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병기 중의 하나인 연검입니다. 아무리 검문검색이 엄격한 황궁이라지만 환관의 허리띠 내부까지 들여다보진 못한 듯하군요.”
“모용진, 자네 그거 알고 있나? 지금 난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를 두 명이나 잃었네. 이건…….”
“아닙니다, 전하. 전하가 잃으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잃은 게 없다?”
“황녀님은 저희가 안전하게 보호하는 중이고 황태자라는 그 자리 역시 잘 지키시고 계십니다. 오늘 이 두 사람은 전하께서 잃으신 것들이 아닌 버려야 할 쓰레기들이었습니다. 그걸 뒤늦게 알아챈 것뿐입니다. 그리고 오늘 황태자 전하는 얻으신 게 더 많습니다.”
당당하게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모용진을 보며 황제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정말로 짐이…… 그대를 믿어도 되는 것이냐?”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지금은 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하나 황녀님을 만나신 후에는 저와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셔야 할 겁니다.”
“그래, 확인만 된다면 말이지.”
둘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고 먼저 눈을 피한 것은 모용진이었다.
“내일 진시(辰時) 하북 적성현에 있는 하북팽가에서 뵙겠습니다.”
“내일? 너무 급한 것 아닌가? 그리고 하북팽가라면 무림맹의…….”
“아쉽게도 우리들에겐 여유를 부릴 만한 시간이 없습니다. 내일 오시게 되면 저희의 유능한 군사가 이에 관해서도 설명해 드릴 겁니다. 아 참,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것인데 오실 때…….”
“믿을 만한 사람들만 데리고 오라는 것이냐?”
“아닙니다. 딱히 상관없다고 말씀드리려 했던 것입니다.”
모용진은 굳이 뒷말을 붙이지 않았지만 황태자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알겠다.”
“그럼 전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용진의 모습은 순식간에 황태자의 눈앞에서 사라졌고 방 안에는 황태자와 두 구의 시신만이 남게 되었다.
“벌써부터 궁에 핏물이 흐르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내가 저들의 손에 저런 모습이 되어 있었겠지.”
지금 황태자가 믿어야 하는 자는 무려 황궁을 무력으로 침범한 것도 모자라 태자궁 안에서 살인을 벌인 자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믿을 수밖에 없는 자가 되어 있었고 이를 증명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충복이었던 강현이었다.
“무림. 역신과 손을 잡은 그들의 검이 내 목 끝을 향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렇게까지 내 자리가 탐난 것이냐? 신아…….”
* * *
유역경과 유역신.
그들은 비록 서로 다른 어머니를 가진 이복형제였지만 어릴 적엔 서로를 끔찍이도 아낀 막역한 사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둘의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본격적으로 제왕학을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하나를 보고 열 개를 깨닫는 천재 유역경.
그에 반해 유역신은 하나를 봐도 하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이였다.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가며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졌고 그만큼 둘의 사이도 점점 멀어졌다.
그래도 그런 유역경의 모자람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궁의 환관들이었다.
그에게 다가온 환관들은 황태자가 되게 해 주겠다며 그들의 말을 따를 것을 요구했고 당시 무엇이든 하나라도 유역경에게 이겨 보고 싶었던 유역신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환관들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유역신은 황태자가 되지 못했다
그가 경합에서 패배하자마자 환관들은 유역신을 매몰차게 떠나갔고 결국 그는 황궁에서 누구도 찾지 않는 친왕이 되었다.
이런 그에게도 유역경은 매일 발걸음을 옮기며 좋게 지내려고 노력했으나 이미 그때의 유역신에게 유역경은 완전한 ‘적’이 되어 있었다.
더 이상 궁 내부에 자신을 지지해 줄 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유역신은 궁 바깥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그러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 바로 소림사의 방장 공성 대사였다.
그렇게 시작된 공성 대사와의 친분은 지금까지 이어졌고 결국 친왕 유역신은 완벽한 반역의 길에 오르게 되었다.
“혈교를? 혈교라면 통합무림에 소속된 자들 아닌가?”
“내부의 문제이기에 자세히는 알려 드릴 수 없으나 계획에는 아무런 차질이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평소 유역신이 무림맹에 내려오면 공성 대사가 직접 맞이했으나 지금은 그가 부재인 관계로 다른 이가 유역신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네의 이름은 뭐지? 처음 보는 이 같은데.”
“아!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전하. 저는 임시로 무림맹주의 대리를 맡고 있는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궁이라고 합니다.”
“그 제갈세가인가?”
“예. 그러하옵니다, 전하.”
“천하의 두뇌는 제갈과 사마가 반씩 나눠 가졌다는 말이 있던데…… 어쩐지 그대의 눈에 흐르는 현기가 보통이 아니라 싶더니 제갈가의 가주였군.”
“과분한 말씀이옵니다.”
유역신은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듯 제갈세가에 대해 아는 것을 풀어놓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가더니 이내 이야깃거리가 떨어졌는지 갑자기 다시 공성 대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큼……. 아무튼 그럼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려야 공성 대사를 볼 수 있는 거지?”
“혈교가 그리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닌지라 얼마나 걸릴 것인지에 대하여 소인이 함부로 추측하기엔 무리가 있사옵니다.”
“천하의 제갈세가도 모르는 것이 있군그래.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한다…….”
유역신이 뭔가에 대하여 고민하며 한숨을 내쉬자 이를 보고 있던 제갈궁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혹 무슨 문제라도 생기신 겁니까?”
“문제라면 문제지. 아! 그러고 보니 내 눈앞에 있는 이가 바로 그 제갈세가의 가주가 아닌가? 필시 그대라면 공성 대사보다 좋은 해답을 찾을 수 있겠군!”
“하하. 확신은 못 하겠지만 최대한 노력은 해 보겠나이다.”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유역신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려는 모습에 제갈궁은 그 문제가 별것 아니겠거니 생각했지만 이는 큰 착각이었다.
“예……?”
저도 모르게 친왕에게 반문을 해 버릴 정도로 놀란 제갈궁.
그가 들은 유역신의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황녀가 사라졌다.’
느닷없는 황녀의 이야기는 제갈궁에게 있어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유역신은 궁 밖으로 빠져나온 황녀인 유화은을 인질로 삼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납치를 강행했지만 유역신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 자가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바로 염적문이라는 먼 청해의 왈패와도 같은 집단이었고 그 사실을 안 유역신은 일부로 이를 방치했다.
그는 황녀를 왈패의 손에 맡겨 놓고 필요할 때에 재납치를 해 올 생각이었는데 어느 날 염적문이 누군가에게 습격당하며 황녀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었다.
“태원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아 암살자를 풀어 그녀를 제거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엄청난 고수들이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고 하더군.”
“무림인이 말입니까?”
“그래. 그래서 난 이 자리에 물으러 온 것이다. 설마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몰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말이야.”
그 순간 제갈궁은 깨달았다.
유역신은 단순히 공성 대사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황녀에 관한 일에 대해 추궁을 하러 온 것이란 사실을.
“우선 저는 이 일에 관하여 잘 모르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희는 절대 친왕 전하를 배신하지 않으리란 겁니다.”
“그럼 그 무림인들은 뭐지? 황녀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확실히 무림인이라고 보고를 받았다.”
“그것은…… 무림인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 무림은 전체적으로 통합무림으로 뭉쳐져 공성 대사의 이름 아래 같은 이해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무림인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래? 그럼 지금 황녀를 보호한 이들은 통합무림 세력 내의 무림인이 아니라는 뜻인가?”
“그렇사옵니다.”
제갈궁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유역신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갈궁의 두 눈을 쳐다봤다.
“하긴…… 황녀에 관한 건은 공성 대사가 직접 낸 묘안이었으니 자신이 제안한 계획을 스스로 망칠 리가 없겠지.”
“공성 대사가 직접 제안한 계획이었습니까?”
“그래 황궁 내에선 쓸 만한 비책이 없냐고 묻더군. 그래서 황태자가 몹시 아끼는 황녀가 있다고 알려 줬었지.”
“아무튼 저흰 절대 친왕 전하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단 저희에 관한 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더 이상 깊게 파고 들어가기 싫었던 제갈궁이 대충 상황을 정리하려는 그때.
유역신이 품에서 굵직한 뭔가를 꺼내 제갈궁을 향해 집어던졌다.
“이 이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라면 내가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겠지. 그것은 황녀가 친필로 쓴 서신이다. 황태자에게 보내지는 것을 중간에 가로챈 것이지. 한번 읽어 보거라. 그리고 아마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친왕인 내가 왜 직접 여기까지 달려오게 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