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61
광마전생 (261)
“피차일반 아닌가. 누가 누구에게 징그럽다고 하는 것이지?”
얼굴이 제대로 돌아왔는지 확인하듯 손으로 얼굴을 주무른 공성 대사는 곧바로 남궁혁을 향해 장법을 날렸고 이에 남궁혁은 대응하지 않은 채 빠르게 몸을 빼며 회피했다.
그대로 달아나려는 남궁혁을 바라보며 공성 대사는 내기를 끌어 올려 하늘을 향해 손짓했고 잠시 후 커다란 황금빛 손이 남궁혁의 등 뒤로 나타나더니 그대로 남궁혁을 낚아채 바닥으로 내던졌다.
쾅!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가. 나의 불사(不死)의 힘을. 지금 당장 인달을 쫓아가 그 녀석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 이 불사의 힘을 모조리 전수해 주도록 하지.”
하지만 공성 대사의 이러한 말에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모두 죽을 판인데 지금 와서 공성 대사에게 그 힘을 전수받아 봤자 제대로 익힐 수나 있겠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공성 대사가 피식 웃더니 태허 진인을 중심으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잘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무림맹의 맹주이자 소림사의 방장, 공성 대사이다! 설마 내가 고작 유역신이 죽고 역모가 드러난 정도로 생을 포기할 것 같은가? 나는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불사의 존재. 그런 내가 고작 황태자의 몇십만 대군을 두려워할 것 같은가?”
공성 대사의 말은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죽지 않는 화경의 고수.
게다가 그는 현 무림계에서 유일하게 ‘현경(玄境)’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강대한 내공과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그에게는 진심을 다하면 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는 힘이 있었고 이를 통합무림의 수장들도 알고 있었기에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허공을 맴도는 침묵.
그 침묵을 가장 먼저 깨고 움직인 것은 바로 태허 진인이었다.
황급히 장도준을 불러 무당파를 움직인 그는 곧바로 인달을 뒤쫓기 시작했고 이에 다른 장문인들도 하나같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맹주께선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원불의 질문에 공성 대사는 주먹을 꽉 쥐고 있던 손을 펼치더니 하늘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나는 남궁혁을 뒤쫓을 것이다. 놈은 지금 여기서 처리해야 한다.”
하늘 위에 수놓아지는 수십 개의 금빛 손바닥들.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손바닥들은 잠시 후 굉음과 함께 대지를 향해 떨어졌고 남궁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그 충격파를 뚫고 날아가듯 질주한 공성 대사가 초토화가 된 지점에 도착했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푸른색의 검기였다.
스아아악!
엄청난 바람 소리와 함께 대지를 갈라 버리는 날카로운 검기.
그 검기의 끝에는 한쪽 팔이 짓뭉개져 있는 남궁혁이 서 있었다.
“운 좋게 빗맞았나 보군.”
“큭…….”
“그러니 이번에는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펄럭이는 공성 대사의 소매와 함께 금빛 장법이 허공을 수놓기 시작했다.
파바바박!
곧바로 시작된 공성 대사의 맹공.
하지만 남궁혁 역시 쉽게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한쪽 팔이 뭉개졌음에도 한 손에 든 검으로 공성 대사의 장법을 모조리 쳐 내더니 거기에 한술 더 떠 날카로운 검기를 만들어 내어 공성 대사를 향해 역으로 쏘아 냈다.
서걱!
검성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깔끔한 검격.
남궁혁이 쏘아 보낸 검기는 나무를 통째로 베어 내고 바위를 가를 정도로 강력했지만 공성 대사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내가 말했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뒤에서 들려오는 공성 대사의 목소리에 남궁혁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지만 그땐 이미 공성 대사의 손이 그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커헉…….”
“천외천의 늙은이들에게 가서 전해라. 네놈들이 원하는 대로는 절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성 대사의 손에는 남궁혁의 심장이 쥐어져 있었고 놀랍게도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아직도 뛰고 있었다.
“아버님…….”
콰작!
짧은 유언을 마지막으로 공성 대사의 손에 쥐어진 심장은 폭발하듯 터져 나갔고 그와 동시에 남궁혁의 몸도 힘을 잃은 듯 그대로 쓰러졌다.
* * *
털썩.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동 안.
누군가가 쓰러지던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푸른 빛이 일렁이며 마구 솟구쳤다.
그 푸른 빛은 누군가의 몸에서 일어나는 불꽃 같은 것이었고 놀랍게도 그 불꽃을 내뿜고 있는 이는 방금 막 공성 대사에게 죽은 남궁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크으읍……. 공성 대사, 감히 네놈이……!”
굵은 눈물을 흘리며 이빨을 부서질 듯이 꽉 깨문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벽을 향해 손을 내뻗었고 이에 황금빛의 검이 벽을 박살 내며 나타나더니 그의 손에 빨려 들어갔다.
“네놈 따위가 감히 내 아들을 죽이다니……. 절대로……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그가 한 발을 앞으로 내딛자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하며 동굴 내부를 부수기 시작하더니 그의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박살이 나며 바깥세상이 훤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절벽 끝에서 그 파편을 온몸으로 튕겨 내며 바깥을 향해 걸어가는 남성.
남궁혁과 놀랍도록 똑같은 그의 이름은 남궁혁.
이름까지 똑같은 이유는 그들이 한 몸이라거나 하는 비밀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남궁세가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이 하나 있었는데, 그 전통이란 바로 가주가 ‘혁’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 이름에는 단순히 불리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고 특이한 능력이 함께 부여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남궁세가의 초대 검성이라 불리는 남궁혁의 의지를 받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덕에 남궁혁은 도원에서 폐관 수련에 정진하면서도 가주들의 눈을 통해 바깥세상을 볼 수 있었고 천외천에 헌신하게 하여 천외천의 외적인 일들을 담당하며 가문을 크게 키워 나갈 수 있었다.
남궁혁은 자신의 의지를 받든 가문의 후계자들을 ‘아들’이라고 불렀고 남궁세가의 가주가 되어 남궁혁의 이름을 받은 후계자들은 그 의지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으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포효가 도원의 하늘을 가로질렀고 이는 자연스레 천용현의 귀에도 들어갔다.
“스승님, 아무래도 공성 대사 그놈이 사고를 친 모양입니다.”
“응? 사고라니?”
“남궁혁이 폐관을 뚫고 나왔습니다. 그의 절규가 지금 도원의 하늘을 울리고 있습니다.”
“폐관이라면……. 그 남궁혁이 깨어났단 말이냐?”
절악명의 물음에 천용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혁이 깨어나다니요? 무슨 말씀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둘 사이에 갑작스럽게 끼어들어 질문을 던지는 자.
그녀는 바로 명교의 교주인 현초월이었다.
나란히 상석에 앉은 절악명과 천용현과 그 아래 아주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있는 현초월.
이는 명교가 그들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현 가주가 아닌 진짜 검성이 눈을 떴다.”
“진짜 검성이라면 몇백 년 전의 그 초대 검성 남궁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도 도원에 있었지.”
절악명은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대답했지만 이를 듣는 현초월은 정말 까무러치게 놀랐다.
그 검성이 아직까지 살아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분은 천마손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강합니까? 아니면…….”
“허허. 초월이가 알고 싶은 게 아주 많나 보구나.”
절악명이 웃으며 내뱉은 말이었지만 현초월의 안색은 급격하게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고개를 바닥에 찧으며 사죄의 말을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천외천이신 두 분의 앞에서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자애로운 마음으로 본 녀를 용서해 주십시오.”
“어차피 우리가 알려 주지 않아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말이야.”
그렇게 대답해 준 천용현은 손에 든 찻잔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작게 읊조렸다.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구나.”
* * *
“현초월, 감히 네가 날 배신해?”
왕원장의 얼굴을 곱씹으며 공성 대사는 빠르게 그를 뒤쫓고 있었다.
장문인들을 모두 보내긴 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기에 그도 움직인 것이었다.
공성 대사가 인달을 쫓는 이유는 사실 정말로 현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계획이 모두 틀어졌고 이 상황에서 황궁을 친다 한들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더 이상 통합무림을 단단하게 뭉치게 만들 힘도 없고 황태자의 군세를 막아 낼 방법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인달을 제거하려는 것은 일종의 마지막 발버둥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마지막 발버둥조차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전 무림맹이 움직였으나 왕원장과 인달은 귀신처럼 사라졌고 끝내 찾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림맹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관군과 중원의 수많은 백성들이었다.
“반역을 도모한 역적의 무리들을 모조리 처단하라!”
“처단하라! 처단하라!”
하루가 더 지난 지금 황태자가 내건 방은 중원 전체에 퍼져 나갔고 황태자의 명을 받든 관군과 성난 백성들이 무림맹을 점거했다.
수많은 백성들과 관군을 맞이한 공성 대사.
이러한 사태에 그가 내린 결정은 바로 도주였다.
그는 관군을 모조리 죽인 채 도망쳤고 그와 함께 있던 각 문파의 장문인들도 뿔뿔이 흩어져 사라졌다.
이에 분노한 백성들은 무림맹의 성벽을 무너뜨리며 안쪽으로 진입해 왔고 아무리 무림맹을 지키는 이들이 고수라고 해도 그 엄청난 인해전술을 당해 낼 수 없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림맹에서는 불꽃이 피어올랐다.
타오르는 무림맹.
그 시점을 기점으로 전 무림은 초비상 사태가 되었다.
무림이 역모를 꾀한 것에 크게 분노한 백성들은 각 지역 중소 방파는 물론 세가나 구파일방에 몰려들었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문파와 세가에선 이를 쉽게 막아 낼 수 있었지만 규모가 작은 소문파들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렇게 붙잡힌 무림인들은 모두 심한 매질을 당해 죽은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은 관아에 넘겨졌다.
이에 황태자는 아무런 죄가 없는 문파들까지 함께 몰아가면 안 된다며 진정서를 내렸고 무림의 각 문파에도 제각기 서신을 보냈다.
“네가 말한 대로 서신은 보냈다. 하나 정말 괜찮겠는가?”
“무엇이 말입니까?”
“그대도 무림인이 아닌가. 이번 일로 무림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겠지. 일부 무림인들은 이유도 없이 백성들에게 뭇매를 맞고 천대를 당할지도 모르지. 역사적으로 한번 시작된 박해는 짧게 끝나는 일이 없어. 한쪽이 모두 사라지거나 아니면 순화될 때까지 끝나지 않지.”
황태자의 말에 모용진은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황태자 전하의 생각처럼 그들이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실질적인 힘이 있으니 말이죠. 오히려 그들은 힘을 모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끝까지 가 보자는 식으로.”
모용진의 말에 황태자는 움찔거리며 놀라더니 헛기침을 내뱉었다.
“큼…….”
“그러니 전 황태자 전하께서 알아서 잘 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