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66
광마전생 (266)
모용진의 예상대로 방풍은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감정 또한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상태.
일이 매우 쉽게 풀릴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놈이 아무리 협조적이라고 해도 통합무림 그리고 공성 대사의 개로 살며 무림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땐 단순히 정보를 손쉽게 얻기 위해서 개방을 들락거렸지. 무공 수련도 겸해서 말이야. 그런데 그곳의 분타주였던 네놈이 용두방주가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흠……. 그렇게 생각해 보니 어쩌면 전부 내 덕이 아닐까? 내가 수련겸 네놈의 분타에 들른 덕택에 네놈도 저절로 실력이 오른 거 아냐?”
“미친 새끼…….”
“그걸 이제 알았어? 그럼 애초에 건들질 말았어야지. 하긴 내가 살아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겠군. 그런데 어쩌나. 이렇게 살아 돌아와 버렸는데.”
“…….”
퍼버버버버벅!
익숙한 손맛.
방풍이 젊었을 적 그 찰지던 손맛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지만 지금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이 드는 모용진이었다.
“이제 슬슬 부는 게 어때? 공성 대사 그놈이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말이야. 어차피 불게 될 건데 괜히 입 닫고 있으면 너만 손해야.”
“크큭……. 차라리 죽이거라.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것 같으냐?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절대로…….”
“그래?”
차라리 죽이라는 말에 모용진이 주먹을 멈추자 방풍은 저절로 꿇어진 무릎에 죽음을 기다리며 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다가온 모용진의 손에 검은 쥐어져 있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검 대신 다른 것이 쥐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모래였다.
“백리강, 가야허.”
모용진의 부름에 재빠르게 달려온 둘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자 모용진이 턱으로 방풍을 가리켰다.
“예?”
“백리강이 잡아. 가야허는 저놈 눈 좀 벌려 주고.”
모용진의 말에 가야허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하니 서 있었지만 백리강은 빠르게 그의 양팔을 붙잡았다.
“사제.”
백리강의 부름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가야허는 헐레벌떡 그녀의 곁에 다가가더니 방풍의 닫힌 두 눈을 손으로 강제로 뜨게 만들었다.
죽을 줄로만 알았던 방풍은 강제로 두 눈이 뜨이자 눈앞에 보이는 모용진의 모습에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무…… 무슨 짓이냐! 죽이라고 하지 않았나! 네놈을 위해 말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죽이란 말이다!”
“누구 좋으라고? 그리고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야. 정말로 두 눈에 흙이 들어가도 입을 열지 않을까 하는?”
“이런 미친 자식아!”
“몇 번이나 말해 줘야 돼? 나 미친놈 맞다니깐? 그래서 너네가 광마(狂魔)라는 이름도 붙여 줬잖아?”
방풍에게 천천히 다가간 그는 방풍의 두 눈을 바라보더니 그의 눈가에 살짝 바람을 불어넣었다.
“가야허, 꽉 잡거라. 놈이 발버둥 칠 수 없게 말이야.”
“옙!”
모용진의 살기 어린 말에 가야허는 깜짝 놀라며 손에 꽉 힘을 주었고 이에 방풍은 온 힘을 다해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몸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힘이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온몸에 힘이 전달되고 있고 내공도 아직 건재했다.
그런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몸.
사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를 붙잡고 있는 백리강과 가야허의 완력이 그보다 강했고 내공조차 방풍의 내공을 가볍게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십대제자부터 일급제자들까지는 대부분 흑천파에서 엄청난 혜택을 보고 있었고 그중 가장 큰 혜택은 사천당가에서 들고 온 영약을 다룰 수 있는 만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십대제자들은 내공 양으로만 따지만 한 명 한 명이 괴물 그 이상이었다.
그러니 백리강은 둘째 치더라도 아직 화경에 오르지도 못한 가야허 역시 순수 완력과 내공만큼은 방풍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 참, 이건 미리 사과할게 주변에 흙이 보이지 않길래 모래를 가지고 왔거든. 이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지?”
“으아아악!”
다가오는 모용진의 손에 방풍은 발악하며 있는 힘껏 호신강기를 펼치려 했으나 모용진의 손이 이를 가볍게 뚫고 들어와 그의 턱을 붙잡았다.
“내 복수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스르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모래들.
모용진은 일부러 모래를 아주 조금씩 흩뿌렸고 흩날리는 모래 알갱이가 방풍의 두 눈에 닿는 그 순간 그의 입에서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끄아아악!”
붉게 충혈되는 두 눈.
그 끔찍한 비명에도 모용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표정한 두 눈으로 천천히 모래를 흩뿌렸다.
비명과 함께 그의 두 눈에 쌓이는 모래들.
차라리 그 모래가 눈을 가득 메웠다면 고통이 덜했을지도 모르지만 모용진은 아주 천천히 모래를 흩뿌리면서도 그의 눈에 쌓이는 모래를 바람으로 조금씩 걷어 내고 있었다.
“미친 새끼야아아아악!”
간단하면서도 무시무시한 그 고문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되었다.
모래 알갱이에 긁혀 방풍의 눈에서 피가 흐르고 그 피와 모래가 섞여 얼굴을 타고 흐른 지 일다경쯤 흘렀을 때 드디어 모용진의 손길은 멈추었다.
고작 일다경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방풍에겐 그 순간이 마치 한 시진과도 같았고 이는 그를 붙잡고 있는 가야허와 백리강도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말하지 않는구나? 생각보다 나에 대한 골이 깊은 건가? 아니면 공성 대사에 대한 충성심이 그만큼 깊은 걸까?”
“끄으윽……. 내 귀신이 되어서도 네놈을 저주하리! 네가 저지른 죄와 모든 업보를 고스란히 돌려받게 될 것이다!”
“음. 잘 아네. 한번 그렇게 해 봐. 나도 지금 네가 한 말처럼 하는 중이니까 말이야. 나는 너희들에게 죽임을 당해서 살아 돌아왔고 새로 생긴 가족과 친우들도 모두 네놈들에게 죽었지. 고작 내가 천기린의 영혼을 가졌다는 이유로 말이야. 그러니까 나는 지금 네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먼저 선보이고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한 모용진은 웃으며 방풍의 입안에 손을 넣더니 곧바로 이빨 하나를 그대로 뽑아 던져 버렸다.
“컥!”
“그러니까 너도 할 수 있으면 해 봐. 하지만 알고 있겠지? 나도 얌전히 당해 주지 않으리란 것을.”
“끄윽……. 끄으아아아아아!”
“거참 시끄럽네. 그러니까 누가 먼저 시작하래? 시작한 놈들은 전부 너희들이잖아. 나는 사실 복수엔 딱히 관심 없었어. 그냥 못 해 본 것이나 해 보며 살아가려고 했지. 그런데 이것들이 어떻게 알고 내 영혼을 찾아내서 내 주변 사람들을 모두 죽이네? 그것도 죄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그래서 나도 그대로 갚아 주려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갑자기 조용해진 주변.
눈앞이 깜깜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르는 방풍은 갑작스레 찾아온 두려움에 소리를 질렀다.
“뭘 하려고 그러는 것이냐! 대체 뭘!”
“크윽!”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목소리에 방풍의 머릿속엔 한 인물의 모습이 떠올랐다.
“방인!”
“크헉, 방주…….”
방인.
그는 개방의 장로 중의 한 명으로 방풍과 방대를 제외하고는 가장 실력이 좋은 이였다.
그리고 방풍과 일생을 함께 보낸 오랜 벗 중 한 명이었다.
“방인! 방인!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광마!”
“읍읍…….”
아무리 불러도 방인은 대답하지 않았고 아주 작은 ‘읍읍’ 하는 소리만이 겨우 그의 귓가에 들어왔다.
“뭘 또 물어? 말했잖아? 그대로 갚아 주겠다고 말이야.”
서걱!
모용진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허공에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검의 파공음.
“으으읍!”
그 순간 들리지 않았던 방인의 목소리가 비명이 되어 방풍의 귀에 꽂혔다.
“방인!”
“거참 시끄럽네. 시끄러울까 봐 내가 이놈의 입에 재갈을 물려 놨는데 말이야. 네가 더 시끄러우면 어쩌자는 거야?”
“이 개만도 못한 자식아! 대체 무슨 짓을 벌이는 것이냐! 그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 나를 죽이란 말이다!”
방풍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
그 외침에 되돌아온 것은 너무나도 평온한 모용진의 목소리였다.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알아.”
“그럼 어째서 이런 악귀와도 같은 짓을…….”
“그럼 내 가족과 친우 그리고 제자들과 동네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죽은 것이지? 내가 분명 두 번이나 말했잖아? 그대로 되갚아 준다. 이젠 이해했지?”
서걱!
“으으읍!”
또 한 번 들려오는 절삭음과 비명.
방풍은 어떠한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모용진의 말에 반박할 말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아, 그리고 걱정 마. 네가 그렇게 걱정하는 방인은 아직 죽지 않았어. 그저 오른손을 잘라 냈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얌전히 듣고 있어. 이놈이 죽을 때까지 말이야.”
서걱!
“불쌍하네. 하필 방풍 네놈이 방주라니. 공성 대사에게 협조하고 내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간 네놈만 아니었어도 이자는 이렇게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진 않았을 테니까.”
서걱!
“으읍…….”
점점 더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절삭음과 점점 더 작아지는 신음 소리.
아무 말도 못하던 방풍이 입을 열게 된 것은 그 신음 소리가 들려오지 않게 된 이후였다.
“그만…….”
“응?”
“그만둬…….”
“내가 왜?”
“그만두란 말이다! 이 괴물 같은……!”
“다음.”
그 순간 모용진의 입에서 튀어나온 ‘다음’이라는 한마디.
그 한마디에 방풍은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쉽네. 네놈의 후개인 방대라는 놈이 살아 있었으면 더 좋게 반응을 했을 텐데. 아쉽게도 이미 죽어 버려서 말이지.”
쓰으윽, 쓰으윽.
누군가가 끌려 들어오는 듯한 소리.
그리고 그 소리의 끝에 들려온 것은 또 다른 장로의 목소리였다.
“큭!”
“호오……. 이놈은 널 부르지 않네? 충성심이 꽤나 강한 거지새낀가 본데?”
“그만…….”
“그나마 다행이네. 널 생각하는 놈들도 있고 후개 놈이 먼저 죽어 버린 것은 아쉽지만 인질로 붙잡은 놈들은 아직 많으니까.”
“뭐……?”
“우리 애들이 워낙 뛰어나서 말이야. 죽인 놈들보다 살린 놈들이 더 많더라고. 그래서 널 죽일 때까진 좀 더 걸릴 것 같아. 너는 마지막에 죽일 거거든.”
“다…… 죽인다고……?”
“아직도 미련이 남았어? 너희들도 다 죽였잖아? 왜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해.”
그 순간 날카로운 파공음이 방풍의 귓속을 파고들었고 이에 그는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크게 울부짖었다.
“그마안! 그만!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어! 내 잘못이다. 그러니 제발 내 이야기를 들어 다오!”
“쩝. 짧게 끝내 줄래?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내, 내가 다 말하겠다. 공성 대사의 위치는 물론 통합무림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하여 말이야! 원한다면 내가 앞장서서 안내하고 네 앞에서 개처럼 빌며 기어 다니겠다. 그러니 제발 멈추어 다오! 그들은 아무런 죄가 없단 말이다!”
방풍의 진심이 담긴 절규.
그 절규가 먹힌 것인지 모용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잠시 후 천천히 방풍을 향해 다가갔다.
모용진이 다가옴을 느끼며 방풍은 안도했는지 피가 섞인 눈물을 흘렸다.
그에게 있어 지금 상황은 너무나도 비극적이었지만 아직 한 줄기 희망이 남아 있는 듯했다.
“좋아. 그럼 네가 아는 것에 대해 모두 말해 봐. 통합무림에 관한 것이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