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67
광마전생 (267)
모용진의 말에 방풍은 순간적으로 숨이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 활성화되는 그의 두뇌.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머릿속엔 수십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라고 할 줄 알았나?”
모용진의 입에서 들려오는 믿을 수 없는 말 한마디.
“방풍. 너는 내가 긍정적인 말을 내뱉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들었을 거야. 그리고 그 생각 중엔 필시 내게 해가 되는 생각도 있었겠지.”
“그…… 그럴 리가, 나는 절대!”
“아쉽게도 말이야. 나는 이제 너랑 타협 따윈 할 생각이 전혀 없어. 역으로 생각해 봐. 너라면 타협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나는 통합무림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내, 내, 내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야. 너의 복수든, 뭐든! 그러니 제발 다시 생각해 다오…… 아니, 주십시오! 제발! 제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머리를 박을 수만 있다면 방풍은 이미 머리를 박고도 남을 기세였지만 모용진은 그런 그를 보고도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싫은데?”
* * *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천용현이 인달을 보자 내뱉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인달이 한 대답은 이것이었다.
“나도 기다리고 있었다.”
천용현을 향해 자연스럽게 반말을 내뱉는 인달.
하지만 천용현은 이에 대해 전혀 기분 나빠 하지 않았고 이는 절악명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구나.”
“너도 알고 있듯이 명계가 그리 쉬운 곳은 아니라서 말이야. 애를 좀 먹었지.”
“그렇군. 자각은 언제 한 것이냐?”
“얼마 되지 않았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렇군. 조금 쉴 텐가?”
“그래 주면 고맙고. 아무래도 아이의 몸이니 말이야. 피곤이 쉽게 쌓이는군.”
이런 이상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오직 현초월뿐이었다.
그녀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절악명에게 다가가 작게 질문했다.
“절악명 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현초월의 질문에 절악명은 잠시 그녀를 흘겨보더니 조용히 하라며 입에 손을 가져다 댔고 이에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무엇이라고 불러 주면 좋겠나? 그대를 아무렇게나 불러선 아니 되니 말이야.”
“훗. 그냥 인달로 하지. 계속 썼더니 정이 들었나.”
“그럼 천인달이 되겠군.”
“좋을 대로.”
그렇게 대답한 인달은 먼저 쉬러 가 보겠다며 방을 나갔고 천용현은 안내를 해 주겠다며 그 뒤를 따라나섰다.
그렇게 둘이 사라지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절악명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크흠.”
“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두 분의 앞에서 크나큰 실례를…….”
“아니, 그럴 것 없다. 너라면 들을 만한 재주도 있으니 상관없다. 하지만 내 제자의 앞에서 그의 비밀을 알려 줄 순 없으니 말이야.”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흥.”
콧방귀를 뀐 절악명은 등받이에 몸을 뉘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인달은 원래 제자와 한 몸인 자다.”
“예?”
“쉽게 말하자면 내 제자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 제자는 자신의 영혼의 일부를 떼어 명계로 보냈고 그 영혼이 다시 돌아온 것이 바로 저 인달이라는 아이지.”
“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럼 너는 이미 죽은 자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은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절악명의 말에 현초월은 크게 당황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 돌아오는 것은 천륜과 인륜을 거스르는 짓. 한마디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가능케 만든 것이 내 제자 천용현의 업적이고 그 업적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바로 인달이다.”
“인달 그자…… 아니, 천용현 님의 영혼 조각인 그분이 어떻게 가장 큰 공헌을…….”
“영혼의 조각이라, 나쁘지 않군. 뭐, 길게 설명하자면 복잡하고 너도 알아듣지 못할 테니…… 가볍게 말하자면 인달은 명계에서 영혼들을 다시 현세로 보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영혼을 현세로 보냈다니……. 그럼 저분이 그 불사신의…….”
그 순간 현초월은 문득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악명의 말에 따르면 인달 그는 천용현이 불사신을 만드는 데에 있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가 명계에서 현계로 넘어왔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더 이상 불사신이 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벌써부터 내 말에 고민이 많아 보이는군.”
“아닙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하지만 아쉽게도 네 생각이 맞을 것이다. 이제 천용현은 더 이상 불사신을 만들어 낼 수 없게 되었지.”
“예? 그럼 기존에 계시던 분들도…….”
“그건 걱정 말거라. 이미 영혼을 묶어 두었으니 그들의 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여기 중원 놈들에게 일어나겠지.”
현초월은 그 외에도 좀 더 묻고 싶은 게 있었으나 절악명은 조금 있으면 알게 된다며 더 이상 말해 주지 않았다.
“그것보다 초월아, 지금부터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예. 하명만 하십시오.”
“남궁혁. 놈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잔뜩 흥분한 채로 말이지. 저대로 놔두게 되면 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그러니 네가 놈을 이곳으로 데려와야겠다.”
“제가…… 그 남궁혁을 직접 데리고 오라는 말씀이십니까? 절악명 님의 명을 따르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미천한 힘을 가진 제가 어찌 그자를…….”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녀석도 바보는 아니니 말이야.”
절악명이 남궁혁을 데려오라는 명을 내리는 그 시각.
그 주인공인 남궁혁은 감숙에 위치한 공동산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공성 대사가 도망친 방향을 고려해 그쪽 방향에 위치하면서도 도원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동파를 노린 것이었다.
공동파는 무림맹에 소속된 구파일방이자 통합무림의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세력 중 하나였으니까.
남궁혁은 이곳에 공성 대사가 숨어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곧바로 공동파를 향했다.
갑자기 공동파의 정문 앞에 나타나 단 한 방에 정문은 물론 그 주변의 무사들과 건물들까지 일격에 날려 버린 남궁혁.
그 어마어마한 힘에 공동파의 장문인인 상여지는 그가 예사 인물이 아님을 알고 일단 정중하게 그를 맞이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 상여지의 호의에 돌아온 것은 공성 대사는 어디 있냐는 말과 함께 쏘아진 날카로운 검기였다.
남궁혁의 검기를 두 눈으로 직접 본 상여지는 이를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곧바로 회피했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도 참담했다.
단 하나의 검기로 허리가 잘려 나간 본관의 건물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이에 상여지는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우리는 공성 대사가 어디에 있는지 정말로 모른다! 그러니…….”
하지만 남궁혁에게 대화란 통하지 않았다.
그는 분노로 상여지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의 검은 순식간에 상여지와 공동파 전체를 쓸어버렸다.
남궁세가의 초대 검성 남궁혁의 힘.
그 어마어마한 힘은 공동파라는 거대한 문파 하나를 일각도 걸리지 않아 전멸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 그가 공동파를 휩쓸고 지나가며 남긴 한마디는 참으로 간결했다.
“없군.”
* * *
방풍은 결국 사망했다.
모용진의 손에.
그리고 방풍이 사망함과 동시에 구파일방 중의 하나였던 개방 역시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용진이 정말로 개걸굴의 모든 거지들을 죽인 것은 아니었다.
순순히 투항한 이들은 무공이 폐(閉)해지는 것으로 살아남았고 법개 아래의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모두 살려 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남았다고 해도 개방이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었다.
개방의 핵심 무공인 타구봉법은 장로에게까지만 전수되고 또 다른 핵심 무공인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은 방주에게만 전수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없다고 해서 무공이 완전히 유실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용진이 비급마저 모조리 불태워 버리며 그 명맥을 끊어 버렸다.
한순간에 사라진 ‘개방’이라는 세력.
그 중심에 서 있는 모용진은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방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한 희망을 품었군. 어쭙잖은 희망은 독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고 말이야.”
방풍은 죽었지만 모용진은 모든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었다.
한번 희망을 맛본 방풍이 그 희망에 기대어 모든 것을 말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용진은 그의 앞에서 절대 자비를 펼치지 않았다.
끝끝내 마지막을 본 모용진.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흑천파 모두의 시선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모용진의 모습.
그 모습은 끔찍할 정도로 두려웠고 심장이 얼어 버릴 정도로 차가웠다.
잔인하면서도 냉혹한 그 ‘복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공포감이 물씬 올라왔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의 변화를 모용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용진은 오히려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이는 자신이 제대로 복수를 시작했다는 ‘증거’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당철삼, 우리 쪽의 피해는?”
“부상자가 몇 있으나 크게 다친 이는 없습니다. 거동에 문제가 있는 이는 없으니 바로 출발하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흠……. 뒤처리는 대충 마무리가 되었나?”
“예.”
“관아에도 기별을 넣도록. 이곳은 마무리가 끝났다고 말이지.”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당철삼에게서 성아에게로 고개를 돌린 모용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혹시 오늘의 내 모습에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군.”
“아닙니다. 조사님의 복수는 곧 저희의 복수. 저희 은월령은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행이야. 혹시나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거든. 지금 은월령만큼 소중한 인력은 없으니 말이야.”
“반드시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용진의 고개가 마지막으로 돌아간 곳은 조종려와 십대제자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모용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조종려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심하고 너희들에게 임무를 맡겨도 되겠군. 방금 깨달았거든. 이렇게 우리가 뭉쳐 다니는 게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말이야. 성아야,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문파나 세가의 위치는?”
“가장 가까운 것은 산동에 위치한 산동악가와 무림맹과 소림사가 있는 숭산이지만 둘 다 현재로서는 전혀 의미가 없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이를 제외한다면 안휘에 있는 남궁세가와 섬서에 있는 화산파 그리고 황보세가가 있습니다.”
“남궁세가와 화산파 그리고 황보세가라…….”
모용진이 잠시 고민하는 듯 턱을 쓰다듬자 곁에 있던 당철삼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이미 그곳의 위치는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곳을 바로 향하지 않고 주변을 먼저 살피시는 겁니까?”
이러한 그의 질문에 모용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간단해. 너희도 알다시피 나는 맛있는 건 가장 나중에 아껴 먹는 습관이 있거든. 공성 대사는 내 복수에 있어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그러니 최대한 아껴 먹어야 제맛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