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68
광마전생 (268)
가장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모용진이 곧바로 공성 대사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하지 않은 이유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방풍이 밝힌 현재 공성 대사가 숨어 있는 곳은 광동.
그것도 옛 하오문이 있던 곳이라고 했다.
방풍의 자백이 거짓말일지도 모르지만 모용진은 그 상황에서 그가 공성 대사를 위해 거짓말을 할 정도로 충성심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째서 공성 대사가 그 먼 광동까지 도망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모용진에게는 큰 희소식이었다.
왜냐하면 모용진이 흑천파를 비운 사이 공성 대사가 급습을 강행할 확률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개방의 본거지가 박살 나고 방주를 포함한 다수의 권력자들이 대거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개방의 분타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렇다면 개걸굴과 개방이 완전히 박살 났다는 소문은 자연스레 공성 대사의 귀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이는 그를 더욱더 움직일 수 없게 만들 것이다.
공성 대사의 귀와 눈이 완전히 파괴된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모용진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 통합무림은 완벽하게 산산조각이 난 것과 다름이 없다. 중원의 온 백성들은 그들을 배척하고 있고 우두머리인 공성 대사는 저 먼 남쪽 광동에 그리고 그들의 눈과 귀가 되던 개방은 우리가 완전히 박살 내 버렸으니까.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갈라져서 빠르게 움직이려고 한다.”
“황보세가와 남궁세가 그리고 화산파를 동시에 치실 생각이군요.”
“그래 당가는 황보세가. 은월령은 남궁세가를 향한다. 그리고 십대제자와 조종려는 나를 따라서 화산으로 이동한다.”
“그 후에 다시 지정된 장소로 모이는 것입니까?”
당철삼의 질문에 모용진은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당가는 황보세가를 점령한 뒤 하남부터 산서, 산동까지. 하북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에 위치한 구역의 모든 세가와 문파들을 정리한다. 여기서 정리라는 뜻은 그들을 모두 해치우란 뜻이 아니다. 통합무림과의 연관성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관아에서 행하는 조사에 성실히 나서게 하란 뜻이지. 물론 그 대상 문파가 우리가 알고 있는 통합무림에 속한 곳이라면 너희들의 방식으로 확실하게 처리해도 좋다.”
당가는 하북과 통하는 하남과 산서, 산동.
은월령은 안휘와 강소, 강서, 절강을 포함한 주변의 동쪽의 모든 일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용진과 십대제자들은 섬서와 감숙을 포함한 서북 쪽.
모용진은 착실하게 주변 일대를 장악하며 일을 진행하고 싶었고 이는 모두 하북에 있는 흑천파를 최대한 안전하게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장악하며 나아가게 되면 몰래 흑천파의 뒤를 치려는 자들도 어쩔 수 없이 모용진을 맞닥뜨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원은 넓기에 얼마든지 모용진의 눈을 피해 하북을 향할 수도 있겠지만 통합무림의 귀와 눈이 막힌 지금 자신들의 문파가 언제 흑천파의 위협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데 목숨을 걸고 통합무림을 위해 나설 이들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한마디로 지금 흑천파와 통합무림의 전쟁은 이미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완벽한 흑천파의 승리로.
지금 명령을 내리는 모용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전쟁은 흑천파의 승리로 끝이 났고 자신의 복수만이 남았다고.
더 이상 힘들 일도, 힘들 것도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섬서에 발을 들였을 때.
모용진은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흑천파가 셋으로 갈라져 그가 화산을 향하고 있을 때 모용진에게 하나의 소문이 들어왔었다.
그 소문이란 바로 구파일방 중의 하나인 공동파가 누군가의 손에 단 하루 만에 몰살당했고 문파는 물론 공동파가 있는 공동산까지 모조리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모용진은 반신반의했었다.
왜냐하면 아무 이유도 없이 그 공동파가 하룻밤 사이에 무너졌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용진은 이를 일종의 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흑천파의 눈을 속이고 살아남으려고 거짓 소문을 퍼뜨렸거나 통합무림에서 자연스럽게 공동파를 향해 눈을 돌리게 만들려고 철저한 계산을 통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하지만 섬서에 발을 들이는 순간 모용진은 그 소문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화산으로 향하는 길에 그를 마주쳤기 때문이다.
온몸에 짙은 혈향을 흩뿌리고 걸어 다니는 자.
한 손에 검을 쥐고 다른 손에 수박과 같은 둥그런 무언가를 들고 있는 그자는 모용진의 눈에도 매우 익숙한 얼굴을 가진 자였다.
“남궁혁?”
“으음? 네놈이 본 좌를 아는가?”
남궁혁과 모용진 그들이 마주친 곳은 바로 화산에 오르는 입구였다.
서로를 마주한 그 둘은 상대를 보는 순간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 남궁혁이 현경에 올랐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네가 말하는 남궁혁이 본 좌를 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놀라야 하는 것은 오히려 나다. 이상하군. 자네는 도원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왼손에 쥔 열매 같은 것을 던져 버리는 남궁혁.
모용진은 그제야 그 열매 같은 것들이 사람의 수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아는 남궁혁이 아니라는 뜻인가? 뭐, 설사 그렇다고 해도 사람의 머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다니는 광인을 못 본 척 지나갈 수는 없지.”
“본 좌에게도 그런 취미는 없다. 다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나는 한시라도 빨리 공성 대사 그놈을 찾아 찢어 버려야 하니까 말이다.”
공성 대사라는 이름이 나오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란 모용진이 그제야 남궁혁이 내던진 두 개의 수급을 유심히 살펴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수급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공동파의 장문인 상여지와 종남파의 장문인 종소유.
그 수급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모용진은 예의 그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원흉이 바로 눈앞의 사람이라는 것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남궁혁과 모용진.
갑자기 시작된 무거운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모용진이었다.
“아무리 봐도 제가 후배인 듯하니 인사 올리지요. 저는 모용세가의 하나뿐인 핏줄, 모용혁의 아들인 모용진이라고 합니다.”
“모용세가? 이미 옛날에 명맥이 끊겼다고 들었는데. 모용혁이라……. 아비의 이름이 본 좌의 이름과 같군. 자네가 이름을 먼저 댔으니 어쩔 수 없군. 본 좌는 남궁세가의 남궁혁이다. 네가 아는 그 남궁세가의 남궁혁보다는 훨씬 오래된 과거의 사람이지.”
그 순간 모용진은 천마손과 천외천이 떠올랐다.
“천외천……?”
“호오……. 그 이름을 아는 것이냐? 그러면 폐관 중에 새로이 도원에 들어온 놈인가?”
“아닙니다. 저는 아직 그 도원이라는 곳에 발을 들이지 못했습니다.”
“흐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내 안목이 틀릴 리가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네놈, 방금 ‘공성 대사’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눈빛과 말투가 바뀌는 것을 보아하니 그놈에 대해서 아는 것이냐? 아니면 그놈이 내게 보낸 놈인가?”
“알긴 하지만 그놈이 보낸 놈은 아닙니다. 저는 제 의지로 이곳에 서 있는 것이고 저 역시 그놈을 죽이고 싶습니다.”
모용진의 말에 남궁혁은 흥미가 간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디뎠다.
쿵.
순식간에 모용진의 등 뒤에 선 남궁혁.
잠시 후 엄청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더니 모용진의 뒤쪽에서 숨죽이고 있던 이들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호오……. 다 날려 버리려고 했는데. 제법 하는 놈들이 있구나?”
남궁혁이 제법 한다고 말한 이들은 바로 십대제자와 조종려였다.
그들은 날아간 문도들과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게 충격파를 버티고 서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정말로 끄떡없었던 것은 오직 조종려뿐. 나머지들은 갑작스러운 충격파에 대비하지 못해 어느 정도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많이 짓궂으시군요. 제가 여기에 있는데 말입니다.”
“그저 흥미가 생긴 것뿐이다. 천외천도 아닌 놈이 현경의 경지에 오르고 괴물 같은 애들을 끌고 다니니 말이다.”
“그건 제가 해야 할 말 아니겠습니까? 제가 아는 남궁혁이 아니라 훨씬 오래된 과거의 사람이라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괴물이니 말이지요.”
“호오.”
자신의 힘을 가감 없이 드러냈음에도 전혀 물러서지 않는 모용진을 보며 강한 흥미를 느낀 남궁혁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재밌군. 마음에 들어. 좋다. 나는 네놈이 마음에 들었다. 공성 대사를 죽이고 싶다고 했느냐? 나와 함께 가자. 그렇다면 네놈에게 공성 대사 놈의 최후를 양보해 주마.”
“제안은 감사하나 거절하겠습니다.”
“거절? 네놈에게 거절이라는 선택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풋.”
남궁혁의 말에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모용진이 그를 향해 가볍게 한 걸음 내딛더니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남궁혁의 앞에서 사라졌다.
쿵!
“말씀드렸다시피 사람의 머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다니는 광인과 어울리고 싶진 않아서요.”
모용진의 목소리는 그의 바로 뒤쪽에서 들려오고 있었으나 그의 행보는 앞서 남궁혁이 보인 것과는 정반대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가 조종려 쪽이 아닌 온전히 남궁혁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크큭. 오만하구나. 고작 그깟 이유로 지금 본 좌랑 대적하겠다는 말이냐?”
“예. 미쳐 날뛰는 광인은 저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크하하하핫! 재밌군.”
“그리고 전 제 사람을 건든 이는 절대 살려 두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 순간 둘 사이에는 엄청난 광풍이 휘몰아쳤다.
주변의 나무가 꺾일 듯이 휘어지는 광풍.
그 광풍은 단순한 내기의 충돌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뒤를 돌아본 두 사람의 일격이 같은 방향을 향했기 때문이다.
쾅!
바닥이 갈라질 정도의 엄청난 위력.
둘은 어느새 거리를 벌린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모용진의 손에는 검이 쥐어져 있었다.
“오, 대단하군. 본 좌의 옷깃을 스칠 줄이야.”
자신의 잘려 나간 소매를 보며 감탄사를 내뿜는 남궁혁.
“일부러 봐드린 겁니다. 첫 합에 쓰러지신다면 다른 이들의 눈에 현경(玄境)이라는 경지가 우습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봐줬다는 식으로 말하는 모용진이었지만 그의 소매 역시 남궁혁과 똑같이 잘려 나가 있었다.
“네놈의 언변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구나. 절악명 그놈이 본다면 참으로 기뻐하겠군.”
“관심 없습니다. 그러니 들어오시지요.”
자세를 낮춘 모용진이 남궁혁을 향해 손을 뻗더니 그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멋대로 제 수하들을 건드리신 빚은 선배님의 목숨으로 돌려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