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80
광마전생 (280)
“이런 말도 안 되는…….”
몽무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시작은 갑작스런 단 한 명의 여성의 등장이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여성.
하지만 몽무는 그녀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황군과 북해빙궁의 군사를 이끌고 있는 적의 총대장 설백.
여태껏 그녀를 잘 막아 왔기에 이번에도 쉽게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몽무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이것이…… 북해빙궁의 대장군…….”
쩌저저저적!
몽무는 짧은 한마디를 남긴 채 완전히 얼어붙었고 그런 그의 앞에는 설백이 서 있었다.
며칠 동안 무너지지 않았던 금서의 성벽은 설백 단 한 사람의 힘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사파연합 역시 성벽 내부에 있던 모든 사파연합의 병사들이 얼어붙으면서 그 힘을 다했다.
“공주님!”
황군의 진영으로 다시 돌아온 설백.
그녀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바로 빙월과 빙설자였다.
아무리 설백이라고 해도 많은 내력을 소모했는지 그녀는 빙월에게 몸을 기대었고 이에 빙월은 그녀를 부축하여 숙소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북해빙궁의 대주 빙설자.
그는 단신으로 금서를 함락시키고 온 설백을 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글러 먹었군. 저분이 계시는 한 내가 바라던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으니.”
설백은 금서를 함락시키면서 의도치 않게 또 다른 이의 마음을 함락시키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상황이 좋게 흘러가고 있는 요녕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청성파와 아미파 그리고 석가장이 자리하고 있는 사천이었다.
사천은 지금 예정된 전쟁의 발발로 크나큰 전투만 벌써 두어 차례 벌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전쟁의 중심에는 당연히 석가장의 장주 석산우가 있었다.
그는 황궁의 명령에 몸을 숙이지 않았고 오히려 할 만하다는 생각에 사천의 아미파와 청성파를 비롯한 사천의 크고 작은 문파들을 결집시켜 황군의 군에 거세게 저항했다.
‘관무불가침’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저항한 그는 나름 자신감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에겐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이란 인간사에 있어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
여태껏 석산우는 그 돈을 단순히 통합무림과 무림에만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뇌물은 무림을 넘어 황궁 깊숙한 곳까지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사천을 쉽게 손에 넣은 것도 그 뇌물의 힘으로 사천을 다스리는 제후까지 모두 섭렵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들을 믿고 흑천파와 황군에 대해 거세게 저항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곧 황제가 될 황태자라고 해도 수많은 제후들의 압박을 이겨 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의 전투가 벌어졌음에도 이렇다 할 소식은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 석산우가 점점 초조해져 가는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이 그의 귀로 전해져 왔다.
“뭐? 아미파와 청성파가 하룻밤 사이에 함락당했다고? 지금 그걸 내게 믿으란 말이더냐?”
“그게 아무래도 사실인 듯하옵니다. 어젯밤 한 무리의 복면인들이 청성파와 아미파를 동시에 습격했고 그들은 여태껏 상대하던 황궁과 흑천파의 군세와 달리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성도에 머무르던 청성파의 장문인이신 마 대협과 아미파의 현월 사태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성도를 떠났고 이러한 서한을 남기셨습니다.”
보고자가 석산우에게 건넨 서한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마 대협과 현월 사태의 말이 적혀 있었고 이에 석산우는 그 서한을 손으로 마구 찢어 버렸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 것을! 제후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곧 정리는 끝날 것인데 고작 이딴 압박을 버티지 못하여 달아나다니. 그 한심함에 토가 나올 지경이구나!”
“저…….”
“또 무엇이냐! 아직도 할 말이 더 남았다는 게냐?”
“그게 아뢰기 죄송하옵니다만 아직 보고드리지 못한 말이 또 있습니다.”
그가 보고드리지 못한 말이 있다면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가지 않자 석산우가 빨리하라는 듯이 그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이에 보고자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무릎을 꿇더니 소리쳤다.
“하룻밤 사이에 함락된 것은 아미파와 청성파뿐만이 아닙니다!”
“뭐? 그럼 또 어느 중소 방파가…….”
석산우가 질문을 던지는 순간 무릎을 꿇었던 보고자가 고개를 떨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깥을 향해 뛰쳐나갔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놀란 석산우가 아무것도 못 한 채 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로 들어왔다.
“그가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한 추진력을 말이지. 그러니 너도 지금 무릎을 꿇는 것이 어떨까?”
“누구냐! 감히 어떤 놈이 이 몸의 앞에서 그런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냐! 당장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까!”
석산우는 소리를 지르면서도 내기를 이용해 주변을 살폈지만, 그 어디에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그의 뒤통수를 손가락으로 건드렸고 깜짝 놀란 석산우는 빠르게 몸을 날리며 바닥을 굴렀다.
“나다 씹새끼야.”
바닥을 기는 석산우의 눈에 들어온 자.
그는 바로 모용진이었다.
“어…… 어떻게…….”
석산우는 무림맹을 통해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사천을 내어주고 통합무림을 배신하게 한 이여립이 바로 천기린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중원을 휩쓸고 있는 황태자의 세력인 흑천파의 수장 역시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석산우는 항시 천기린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이여립이 천기린이라면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이 분명했으니까.
청화 진인과 방풍이 어떻게 죽임을 당했는지도 알고 있었고 흑천파의 손에 무너진 문파들도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는 게 많다.
그것은 크나큰 두려움이 될 만한 것이었지만 지금 석산우는 도망치지 않고 이 자리에 있었다.
그것도 흑천파와 대적하면서.
그 말의 의미는…….
“올 거라 믿고 있었다, 천기린.”
표정이 싹 바뀐 석산우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곧바로 모용진이 서 있던 자리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시뻘건 불길이 솟아올랐다.
콰아아앙!
그는 현 상황에서 천기린에게 도망가는 것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라 판단했다.
왜냐하면 그에게 있어 모든 것이란 바로 돈이었으니까.
도망친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지만, 자신이 모아둔 피 같은 돈은 확실히 사라지게 된다.
이는 그에게 있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는 철저하게 준비했다.
천기린이 자신을 찾아오면 곧바로 죽이기 위해서.
“크크크, 아무리 네놈이 괴물이라고 해도 몸은 똑같은 인간. 칼에 찔리고 베이고 터지면 죽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 그런데 어쩌나 이 정도로 난 죽지 않는데 말이야.”
놀랍게도 모용진은 석산우의 말에 대답까지 하며 불길 속에서 튀어나왔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옷에 붙은 불꽃을 손으로 털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석산우 역시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큰 표정 변화 없이 모용진을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
“그 정도야 나도 알고 있지. 네놈이 어떤 괴물인데 말이야. 아니, 오히려 이 정도에 쓰러지면 실망인걸? 널 위해 준비해 둔 것이 한두 개가 아니거든.”
“호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석산우가 손가락을 까닥거렸고 이에 땅이 크게 뒤흔들리더니 마구 무너져 내렸다.
건물과 함께 폭삭 내려앉는 바닥.
그 엄청난 규모의 지진에서 석산우는 빠르게 바깥을 향해 뛰쳐나갔고 모용진은 무너지는 천장을 박살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쓸데없는 짓을.”
“지금 분명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이걸 받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먼지구름을 뚫고 나온 모용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엄청난 크기의 화살이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닌 수백 수천 개의 화살들.
흘끗 내려다본 아래에는 마치 그가 날아오를 것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수십 개의 커다란 연노가 펼쳐져 있었다.
쒜엑!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화살.
모용진은 곧바로 호신강기를 펼쳤지만, 화살은 이를 가볍게 꿰뚫고 들어왔다.
“호오, 평범한 화살이 아니란 건가?”
곧바로 검을 꺼내 든 모용진은 몸을 회전시키며 백색의 검강을 흩뿌렸고 그 검강에 화살은 물론 바닥에 박혀 있던 연노들까지 몽땅 박살 났다.
꿀꺽.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석산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는 많이 당황한 듯 보였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괴물도 이런 괴물이 없구나. 어떻게 이것들을 한 방에…….”
모용진의 예상대로 연노와 화살은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특별하게 제작한 것은 물론 화살에 내공을 실어 호신강기를 찢어발길 수 있게 진법까지 구현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모용진의 검강은 단 한 방에 그 화살들을 모조리 박살 낸 것도 모자라 연노와 진법까지 완벽하게 박살 냈다.
탁.
여유롭게 착지한 모용진은 뒷걸음치는 석산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폭발에 붕괴 그리고 연노까지, 다양하게도 준비한 것 같은데. 이제 더 남은 것은 없나? 그럼 슬슬 내가 들어가도 되겠지?”
모용진의 말에 뒷걸음치던 석산우의 표정이 싹 바뀌더니 피식 웃기 시작했다.
“들어올 수 있다면 들어와 봐.”
석산우의 말에 모용진이 발을 떼려던 그 순간.
쩌걱!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발을 붙잡는 느낌이 들었다.
그 특이한 느낌에 모용진이 고개를 내리자 어느새 바닥은 초록색의 늪처럼 바뀌어 있었고 발은 점점 그 아래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늪인가?”
“크크크, 아니 도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널 위해 특별하게 준비한 것이지. 아무리 화경의 고수인 네놈이라도 그곳에서 쉬이 빠져나올 순 없을 것이다.”
석산우의 말대로 모용진의 발은 엄청나게 강한 끌어당기는 힘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그리고 빠져나올 시간 역시 주지 않을 생각이고 말이야.”
석산우의 손짓에 어디선가 날아오는 구체들.
흉흉한 검은색 연기를 내뿜고 있는 그것은 바로 독용구(毒鎔球)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이는 쇠도 녹여 버리는 독을 가진 구체라는 뜻으로 실제로 강철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산을 지니고 있는 무기였다.
강렬한 맹독이 담겨 있는 독구의 숫자는 총 10개.
그것들은 정확하게 모용진의 머리 위에서 터져 나갔다.
순간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용진이 빠르게 호신강기를 펼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내공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이 늪이 내공을 빨아들이는 건가?!’
“하…… 이건 생각지도 못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