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81
광마전생 (281)
촤아아악!
독용구(毒鎔球)에서 마구 쏟아지는 독수(毒水)는 순식간에 모용진을 덮쳤고 그 광경에 석산우는 크게 입을 벌리며 웃었다.
“하하하핫! 그 천하의 천기린이 또 한 번 내 손에 죽게 되다니 말이야!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지. 크하하하핫!”
석산우에겐 이다음의 수와 또 그다음의 수 그리고 마지막 비장의 수까지 아직 세 가지의 수가 더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모용진이 독용구를 뒤집어쓴 이상 더 이상의 수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완벽한 함정에 스스로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크나큰 오만이자 실수였다.
그는 지금 웃고 있어선 아니 되었고 모용진을 확실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뭔가를 했어야했다.
그 오만이 만들어 낸 빈틈.
그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 버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푸쉬이이이이!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모용진이 있는 곳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연기.
석산우는 처음엔 독용구의 독수가 모용진의 몸을 녹여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늪지대로 변한 땅이 점점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실을 눈치채자마자 다음 수를 사용하려 손을 뻗었지만 날카로운 섬광이 그의 손목을 훑고 지나갔다.
서걱!
“네놈이 뭔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꼭 손짓을 하더군. 그것도 왼손을 말이야.”
“아…… 아!”
연기 속에서 튀어나온 모용진의 모습에 깜짝 놀란 석산우는 자신의 손목이 잘려 나갔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독수를 뒤집어 썼음에도 너무나도 멀쩡한 모용진의 모습.
그는 상의만 녹아 사라졌을 뿐 그 어디에도 상처나 부상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그가 한걸음 더 내디디며 완전히 연기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바닥에 깔려 있던 도술까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어, 어떻게…….”
“그 놀라는 모습도 조금 질리는군. 내가 어떻게 살아 나온 건지 궁금한 건가? 하지만 그전에 네 손목이 어떻게 됐는지 살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크아아악!”
모용진의 말에 그제야 자신의 손목이 잘려 나갔다는 것을 깨달은 석산우가 비명을 지르며 크게 물러나더니 모용진을 향해 남은 손을 휘둘렀다.
손가락 다섯 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채찍과도 같은 기공.
그것은 바로 혈교의 무공인 오혈지(五血指)였다.
석산우의 오혈지는 그가 무공에도 어느 정도 정진했다는 것을 보여 주듯 예전에 보여 줬던 것보다 훨씬 강한 힘과 예리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는 모용진의 앞에선 그저 하찮은 발버둥에 불과했다.
스악!
오혈지에 대응하듯 가볍게 휘둘러진 모용진의 검.
그 검은 석산우의 눈에도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느렸으나 어느새 석산우의 손목은 모용진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의 검강에 잘려 나가 있었다.
손목이 먼저 잘려 나간 뒤 오혈지의 붉은 기공이 갈려 나가는 기이한 현상.
석산우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눈으로는 알고 있어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깔끔하게 잘려 나가 피가 흘러나오는 양 손목을 보며 자리에 주저앉은 석산우.
그는 단 두 번의 검격에 자신의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의 출혈이라면 수 분 내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석산우가 죽음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느끼게 된 것은.
‘안 돼. 이대로 죽을 수 없어! 내가 모아 둔 재물과 황금! 그것은 내 것이야. 절대 누구도 건들 수 없…….’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한 공포는 모용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가 모용진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의 허벅지에 검이 박혔을 때였다.
“끄아아아악!”
“고작 손목 두 개 잘려 나간 것으로 반항하기를 포기한 건가? 이러면 재미없는데?”
모용진의 말에 석산우가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의 허벅지에 박힌 모용진의 검이 꺾이며 엄청난 고통을 만들어 냈다.
“으어어어…….”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의 고통.
모용진은 그런 석산우의 턱을 손으로 붙잡더니 한 번 더 검을 꺾었다.
“벌써부터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면 안 돼. 네 놈의 죽음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네 왼손은 초열의 몫, 오른손은 영진의 몫 그리고 지금 관통당한 허벅지는 전악의 몫이야. 아 그들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사실 나도 그들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아.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데 말이지. 하지만 걱정 마. 모용학관에 다녔던 내 제자들의 숫자는 대략 천 명 정도 된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으니까.”
천 명은 거짓말이었다.
그 정도로 모용학관이 유명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천 명분의 복수를 해 주고 싶었던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으…….”
서걱!
고통을 못 이긴 석산우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는 그 순간 허벅지를 휘젓고 있던 모용진의 검이 그대로 석산우의 허벅지를 갈라 버렸다.
“끄아아아악!”
석산우는 너덜너덜해진 허벅지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의 손은 이미 잘려 나간 상태.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기는 것뿐이었다.
모용진은 그런 그를 보며 검을 들어 올리더니 이번엔 종아리를 향해 검을 꽂아 넣었다.
푹!
“아 참, 깜빡 잊고 있었는데 말이야. 지금 네 가족들도 내가 모두 붙잡고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들이 너의 귀중한 돈을 마음껏 사용하게 놔 두진 않을 거니까. 네 돈은 내가 아주 좋은 곳에 사용해 줄게.”
“가, 가족…… 허억.”
대답할 기회 따윈 주지 않겠다는 듯 모용진은 다시 한 번 검으로 그의 허벅지를 관통시켰다.
“돈은 내가 사용하고 가족들은 곧바로 네 곁으로 보내 줄게. 응? 뭐야 그 표정은? 에이 설마 가족들을 살려 달라는 건 아니겠지? 남의 가족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육해 놓고 자기 가족만 살려 달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아?”
검에서 손을 뗀 모용진은 그대로 석산우의 머리채를 붙잡더니 흙바닥에 내리찍었다.
“너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지옥에서 너를 찾아 복수하고 싶을 만큼만 괴롭히고 보내 줄게. 어떤 형식으로 괴롭힐진 네 상상에 맞기도록 하고 그럼 시작해 볼까?”
모용진은 시작한다고 했지만 이미 석산우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엄청난 출혈에 의식이 거의 반쯤 날아간 그는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식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따뜻하게 느껴지는 죽음.
하지만 모용진은 그에게 그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놔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석산우의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려는 그때 모용진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내기.
그 기는 순식간에 석산우의 머리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 나가더니 멀어져 가던 석산우의 의식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었다.
“허억!”
오히려 아까 전보다 훨씬 생생하고 고통스러운 느낌에 놀란 석산우가 숨을 거세게 들이켜자 모용진이 웃으며 그의 뒤통수를 세게 갈겼다.
“어때, 신기하지? 기(氣)라는 것은 참 신기하단 말이지 만져지지 않는 것인데 만져지게 할 수도 있고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살릴 수도 있으니 말이야. 뭐 그래도 오래 버티긴 힘들겠지만 내 능력이면 최소 한 시진 정도는 유지할 수 있더라고?”
한 시진이라는 말에 석산우가 온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들자 그곳엔 자신의 눈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모용진의 손이 있었다.
“자, 지금부터 네 인생에서 가장 긴 한 시진이 시작될 거야. 너무 고통스러우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 그럼 멈춰 줄 테니까.”
* * *
서경과 장도준.
그들은 곡형이 알려 준 곳을 향해 호기롭게 찾아갔다.
그것도 날이 밝은 대낮에.
그들이 이렇게 대놓고 움직인 것은 흑천파가 그랬던 것처럼 정정당당하게 그들을 마주하여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들은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흑천파는 여러 문파들을 정면으로 박살 냈고 소문엔 그 과정에서도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려 주는 것이었고 아무리 서경과 장도준이 화경의 고수라고 해도 둘만으로는 절대 흑천파를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정면 돌파를 하는 이유.
그것은 흑천파 무인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는 것으로 자신들의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기습이 아닌 정면으로 쳐들어가게 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대개 약한 무인들이었으니까.
아랫것들을 거느린 고수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나서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생각은 흑천파에 발을 들이는 순간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무당파의 장도준!”
“나는 화산파의 서경이라고 한다!”
호기롭게 문을 박살 내며 흑천파가 있다는 장원에 들어선 장도준과 서경.
하지만 그들은 눈앞에 있는 사내들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뭐냐 이곳은…… 모두가 최소 절정의 고수가 아닌가?’
‘이곳이 정녕 신생 문파가 맞는 것인가?’
둘을 놀라게 만든 것.
그것은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약한 무인들’ 때문이었다.
주변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온통 절정의 고수들이었고 그 어디에도 약한 무인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흑천파의 입장에서 그들은 ‘약한 무인’이 맞았다.
왜냐하면 지금 흑천파 내의 수준이 너무 높아졌기에 출정에 나선 이들 중엔 절정 아래의 고수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당파의 장도준과 화산파의 서경이라…….”
엄청난 고수들의 숫자에 놀란 서경과 장도준이 멈칫거리고 있는 그사이.
그들의 앞에 나타난 한 명의 인영.
그녀의 등장에 서경과 장도준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화경의 고수인 그들이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 소저는 누구시오!”
난생처음 보는 엄청난 고수의 모습에 장도준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이에 여성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는 흑천파의 홍련이라고 합니다. 두 분은 그래서, 무슨 일로 저희 흑천파를 찾으신 건가요? 그것도 대문을 박살 내면서까지 말이죠.”
나긋나긋한 홍련의 목소리.
하지만 장도준과 서경은 그 목소리에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목소리에 담겨 있는 살기가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피부가 날카로운 칼에 찢겨 나가는 듯한 느낌의 살기.
실제로 고통은 없었지만 그 정도로 소름 돋는 살기였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뭐 그런 걸 묻고 있어. 그냥 죽여 버리면 될 것을.”
갑자기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놀란 서경과 장도준은 몸을 움직여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몸은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몸은 어느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얇은 실에 구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실의 주인은 바로 흑련이었고 그녀는 완전히 굳어 버린 서경과 장도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아니지, 화산파의 화산검귀(華山劍鬼) 서경과 무당파의 무직자(武直自) 장도준. 무림맹의 걸출한 화경의 고수 두 분이 우리 흑천파의 대문을 박살 낸 이유를 한번 들어 봐야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