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87
광마전생 (287)
“얼마 전 저희는 한 무리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이곳 흑천파가 습격받았다는 말씀이십니까?”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습격을 받았다는 말에 놀란 사마중이 되묻자 제갈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습격을 한 이들은 저희가 유심히 관찰하던 인물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들이 누굽니까?”
“무당파, 태허 진인과 그 잔당들이었습니다.”
며칠 전 새벽.
흑천파에는 난데없는 불꽃이 치솟았고 불이 났다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이에 놀라 잠에서 깬 제갈영은 황급히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뛰쳐나왔으나 놀랍게도 그녀가 나왔을 땐 이미 상황이 종료된 뒤였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출정에 참여하지 않은 일대제자들과 사자들이 나서서 순식간에 침입자들을 제압했는데 그 침입자들이 바로 태허 진인과 무당파의 장로였다.
태허 진인은 천기린이 무당파를 향한다는 소식에 가만히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이에 그가 떠올린 것이 흑천파의 본진을 치는 것이었다.
때마침 천용현이 천기린과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고 접선해 왔고 신이 자신을 돕는다고 생각한 태허 진인은 무적자 장일체와 천용현을 미끼로 삼아 곧바로 하북으로 떠났다.
태허 진인의 계획은 이러했다.
지금 천기린이 이끄는 흑천파가 전국을 누비고 있으니 본진은 최소한의 방어만 하고 있을 거라고 판단.
새벽에 흑천파를 쳐서 그들을 인질로 삼아 협상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시작부터 보기 좋게 박살이 났고 그는 별다른 저항도 못 해 보고 붙잡힌 것이었다.
그가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고 하지만 아쉽게도 상대는 흑천파였다.
제갈영은 반드시 누군가가 몰래 흑천파를 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고 이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항시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약간의 불이 난 것도 일부러 적을 안심시켜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계획 중의 하나였다.
태허 진인은 흑천파 내로 들어서자마자 기관진식과 진법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고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양손이 포박된 채로 흑천파의 고수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태였다.
“태허 진인이라면 무당파의 장문인이 아닙니까? 그런 이를 큰 피해도 없이 잡아냈다는 말씀이십니까?”
“피해가 없었다는 것은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큰 피해가 있었다면 제갈영님의 표정이 그렇게 무덤덤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사마중의 말에 제갈영은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뭐 중요한 것은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후에 그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문제지요.”
태허 진인을 붙잡은 제갈영은 사천당가에게 부탁해 미혼산(迷魂散)과 춘약(春藥)을 섞어 만든 독으로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여 정보를 불게 만들었고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의 입에서 모든 것을 토하게 만들었다.
“천외천이 이 중원을 뒤엎어 버릴 계획을 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 이치에 통달하여 내세를 떠난 이들이 아닙니까?”
“천외천에 대하여 아십니까?”
“예, 지금 전국 각지에서 여러 무림인들의 정보가 황궁으로 모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 그렇다고 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이것은 황궁이 흑천파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도 저희 나름 정보가 있어야 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마중은 혹시나 제갈영이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할까 싶어 그녀의 눈치를 봤지만 제갈영은 당연히 황궁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별생각 없이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아무튼, 그 천외천이 무슨일을 벌이고 있단 말이라는 것이지요?”
“예, 처음에는 사실 저도 그들이 뭘 위해 그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신뢰할 수가 없었으나 얼마 전 제 귓가로 소식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지금 마교가 있는 천산에 병력들이 집결하고 있다는 정보였습니다.”
“마교…….”
“마교는 지금 임시적으로 봉문을 한 상태지만 원래 통합무림의 일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뒤에 천외천을 두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천외천이 마교의 뒷배라…….”
“그리고 원래 천외천을 뒷배로 두고 있는 걸로 예상되었던 명교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보고도 올라왔습니다. 제 생각엔 아무래도 그들 역시 저희 흑천파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마교가 있는 신강으로 도망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 말씀인즉…… 마교로 그들의 모든 세력이 모이고 있다는 뜻이군요.”
사마중의 말에 제갈영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이 지도를 살펴보더니 지도에 있는 호남을 손으로 가리켰다.
“지금 흑제께선 호남에 계신다고 했지요.”
“예.”
“그럼 그분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실 테니 다시 올라오고 있는 중이겠군요.”
“아닙니다. 아직 그분께는 알려 드리지 않았습니다.”
“예? 어째서…….”
“지금 흑제께선 그토록 바라던 복수를 행하고 계신 중입니다. 그런 그분께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상까지 치른 그분께 이 사실을 알려 조급하게 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요.”
제갈영은 마교가 있는 신강의 끄트머리에 말을 하나 세우더니 새끼줄 하나를 풀어 그 말에서 흑천파가 있는 하북까지의 길을 만들어 냈다.
“신강에서 하북까진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평탄한 평지가 아닌 고산지가 대부분이고 그 사이에는 황하를 끼고 돌고 있지요. 만일 그들이 움직인다면 그 정보는 순식간에 저희의 귓가로 들어오게 될 겁니다. 그사이에 적이 계속해서 진격한다고 해도 감숙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고 저희는 적군에 대비할 충분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지리적 이점이군요. 확실히 아무리 날고 기는 무림인이라고 해도 이 먼 거리와 험한 길을 쉽게 넘을 순 없을 겁니다. 게다가 숫자가 많을수록 진격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려지니까 최소 엿새 정도 짧으면 닷새가 되겠군요.”
“예,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하나 황궁의 병사들과 흑천파의 문도들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적을 막아 내려 한다면…….”
“한 달도 너끈하게 버틸 수 있겠지요.”
이제야 제갈영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된 사마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갈영님이 제게 하고 싶은 말씀이 눈에 보이는군요. 그리고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도 함께 말이죠.”
“저는 꽤나 사람을 험하게 굴리는 편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사마중 님.”
“저도 상관을 꽤나 험하게 굴리는 편입니다. 게다가 이번 일은 단순한 무림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황궁의 안위와 이 전국의 평안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기에 오히려 제갈영 군사님께서 힘겨워하실지 몰라 걱정되는군요.”
입으로는 무척이나 도전적인 말을 내뱉는 사마중이었지만 그의 손은 정중하게 제갈영을 향해 뻗어 있었고 이에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마중 책사님.”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제갈영 군사님.”
* * *
제갈영과 사마중.
희대의 천재 두 명이 결탁함으로써 흑천파가 더더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
모용진은 광동의 땅을 밟고 있었다.
광동은 그에게도 있어서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천기린이 자랐던 곳이 바로 이곳 광동이었으니까.
그때의 광동은 하오문과 여러 흑도들의 문파들로 가득해 절강에 못지않은 유흥 거리로 유명한 곳이었고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하게 나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래도 사람이 꽤나 많이 살았으나 지금은 거의 유령 성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천기린이 어렸을 적 일어난 ‘그 사건’ 이후로.
모용진은 익숙한 산과 들판을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었지만 새삼 생각해 보니 추억이랄 것도 이곳엔 없었다.
어렸을 때의 그는 매일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었으니까.
“역시 광동에는 아직 사람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군요. 역시 그 사건 때문인가.”
모용진은 광동에 혼자 오지 않았다.
같이 장을 치른 조종려와 십대제자들을 비롯한 흑천파의 일대제자들까지.
거의 한 개의 군을 끌고 온 것과 마찬가지였는데 이는 모용진의 의도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다.
조종려와 그들이 모용진을 따라 가고 싶어 했고 단지 모용진이 이를 거부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홍송도, 그 사건이 뭔지 알고 있나?”
“아 옙, 당연히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니었지만 제 아버지께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당시 제 아버지께서는 목존문이라는 작은 중소방파에 속해 계셨는데 그 사건을 실제로 목도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말로는 당시에 엄청났다고 하더군요. 온통 황금빛으로 물드는 검기과 그 검기에 사람들과 건물들이 두부처럼 썰려 나갔다고. 아버지는 정말로 운 좋게 살아남으셨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그곳에 가면 그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말이지요.”
“확실히 그랬지.”
모용진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사건은 그의 두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그것은 모용진에게 있어서도 평생 잊힐 수 없는 사건이었다.
어쩌면 그 사건 덕분에 지금의 모용진이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그 사건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계속해서 나아가던 모용진.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발걸음은 멈춰 있었다.
“저건…….”
* * *
쿠르릉.
갑작스럽게 하늘에 울려 퍼지는 천둥.
맑았던 하늘은 어느새 검은 구름으로 가득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절악명은 마시던 차를 입에서 떼어 내며 말했다.
“검은 구름에 천둥이라. 한바탕 쏟아지겠구나.”
“예, 스승님. 아마 곧 쏟아질 듯합니다.”
너무나도 평온하게 대답하는 천용현을 보며 절악명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찻잔을 완전히 내려놨다.
“비오는 날을 그토록 싫어하는 네놈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절악명의 말에 천용현은 살짝 미소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항상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물론 그에게도 말이지요.”
“스승과 제자?”
“제 생각대로라면 아마 그들은 곧 만나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든 저희에게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 * *
모용진이 발견한 것은 엄청나게 수상한 기류였다.
검게 물든 검녹색의 자연의 기가 어디론가로 일제히 빨려들어 가듯 모이고 있었고 그 기류의 끝에는 높은 절벽을 끼고 있는 언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언덕에 마구 모여든 기류는 검은 회오리가 되어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모용진은 그 거친 폭풍 속에서 어떠한 기운을 느꼈다.
너무나도 미약하지만 익숙한 기운.
그리고 그 기운이 공성 대사의 것임을 알게 된 것은 폭풍을 마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어딜 가시는 겁니까! 아무리 스승님이라고 해도 저 폭풍은 위험합니다!”
모용진이 갑자기 그 폭풍을 향해 걸어가려 하자 조종려가 그의 손목을 붙잡으며 이를 만류했지만 모용진은 괜찮다며 그의 손을 떼어 냈다.
“저곳에 공성 대사가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놈이 버티는 것을 내가 버티지 못할 리가 없으니 말이야.”
그렇게 모용진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려는 그때.
스아악!
폭풍보다 몇십 배는 거센 바람이 그의 코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허공에 흩날리는 잔상.
그 잔상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금빛을 띠고 있었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