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88
광마전생 (288)
갑자기 모용진의 눈앞에 나타난 금빛 검기는 대지를 가르며 날아가더니 먼 거리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두 동강 내며 사라졌다.
“오랜만이구나, 제자놈아.”
바위가 박살 나는 굉음에 자칫 묻힐 뻔한 목소리였지만 모용진의 귓가에는 그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모용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그리운 사내의 것이었고 그의 눈은 빠르게 주변을 훑고 있었다.
그렇게 마주 보게 된 남성.
훤칠한 키에 상처가 많은 근육질 몸매.
그리고 숱이 많은 긴 머리카락을 올려 묶고 있는 그는 매우 강렬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스승님…… 진짜 스승님입니까?”
사실 모용진은 한눈에 그가 자신의 스승인 금왕(金王)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확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의 외모가 전혀 늙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봤을 때와 완전히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금왕.
금왕은 그런 모용진을 바라보며 피식 웃더니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너도 이제 알고 있지 않느냐. 이 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도 많다는 것을. 천용현도 그리고 너도.”
천용현의 이름이 나오자 모용진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렇다는 것은 설마…….”
“그래, 아쉽지만 이 스승도 천외천의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천용현의 명을 받아. 이곳에서 너를 상대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지.”
확실하게 못을 박는 금왕의 말에 모용진은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인물이 하필 적의 사람이었으니까.
“천용현, 그자가 스승님께 무엇을 명했습니까?”
“신검 천일. 내 것이었던 검과 천기린. 내 것이었던 제자를 돌려받으라고 하더군. 물론 나는 거절하고 싶었다. 둘 다 이미 내 손을 떠난 것들이니까.”
“그러면 어째서 지금 이곳에 절 막으려 나타나신 겁니까.”
“아쉽지만 내가 천용현 그자에게 진 큰 빚이 하나 있었다. 그 빚을 갚으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얼마나 큰 빚을 지셨길래 하나뿐인 제자를 향해 검을 들고 계시는 겁니까.”
“꽤나 큰 빚이었지.”
어느 정도 거리에서 금왕이 멈춰 선 채로 모용진을 바라보자 모용진은 자신의 제자들을 향해 손을 뻗어 뒤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주었다.
“네 제자들이라고 들었다. 제자 따위는 절대 들이지 않는다던 네놈치고는 꽤나 훌륭하게 키워 냈구나?”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지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승님과의 약속은 지켰으니.”
“하하하하, 그 케케묵은 약속을 아직도 지키고 있었단 말이냐? 갑자기 사라진 스승놈 따위의 약속인데 가볍게 무시했으면 됐을 것을.”
“그래도 당신은 제 스승님이셨고 전 아직도 스승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용진의 말에 금왕은 살짝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폭풍으로 온갖 것들이 거칠게 흩날리는 들판.
둘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오직 눈으로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의 대화가 끝났을 때.
먼저 자세를 취하며 검을 뽑아 든 것은 모용진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제가 저인 것을 어떻게 알고 계셨습니까?”
어떻게 모용진이 천기린임을 알고 있었냐는 말.
그런 그의 질문에 금왕은 피식 웃으며 제자인 모용진과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스승이란 항상 제자를 지켜보는 존재니까. 내가 너를 알아보지 못하면 그 누가 너를 알아보겠느냐?”
그 말에 모용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금왕(金王).
자신이 그토록 애타게 찾고 그리웠던 유일한 스승님.
하지만 지금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벽이 되어 있었다.
옛날부터 장난기가 많았던 금왕이었지만 모용진은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막아서려 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모용진은 검을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스승님이라고 하여도 신검 천일과 자기 자신을 뺏길 수는 없었으니까.
다시 눈을 뜬 모용진은 어느새 금왕의 코앞에 다가가 있었다.
그의 손에서 검으로 회오리치며 빨려들어 가는 백색의 내기.
그리고 그런 모용진을 상대하는 금왕의 손에도 똑같은 형태의 금빛 내기가 검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었다.
“창천신검(猖天神劍) 6초식 파성폭일(破星爆一).”
“창천신검(猖天神劍) 6초식 파성폭일(破星爆一).”
곧게 내질러진 두 개의 검은 서로 맞닿기도 전에 엄청난 폭음을 내며 주변을 초토화시키더니 그 엄청난 압력을 이겨 내고 두 개의 검이 서로 맞부딪히자 천지가 뒤흔들리며 사방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큭!”
멀리서 이를 보던 조종려는 황급히 호신강기를 펼치며 모두에게 빠르게 물러서라고 외쳤으나 그보다 거대한 기의 충돌로 발생한 충격파가 순식간에 흑천파를 덮쳤다.
다행히도 십대제자들과 모용진의 빠른 대처로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부 인원들은 내상을 입거나 날아온 파편에 자잘한 타박상을 입었다.
“이것이…… 창천신검의 위력…….”
겨우 딱 한 번 검을 맞대었을 뿐인데 그로 인해 일어난 것은 거의 자연재해에 가까운 것이었고 이에 조종려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감탄하는 것과 흑천파를 더욱더 뒤로 물리는 것뿐이었다.
다시 거리를 벌리고 서 있던 모용진과 금왕은 서로를 관찰하듯 바라보더니 이번엔 금왕이 먼저 움직였다.
쿵!
그가 발을 구르는 순간 그의 신형은 사라져 있었고 이에 맞춘 듯이 모용진의 신형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허공 위였다.
서로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
서로의 공격을 피해 냄과 동시에 공격을 하는 둘의 모습은 가히 경이로울 정도였다.
엄청난 칼바람에 금왕의 머리카락이 살짝 잘려 나가자 잠시 후 모용진의 소매도 잘려 나갔고 모용진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자 반대로 금왕의 소매가 잘려 나갔다.
엄청난 공수 교환을 보여 주던 그들은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상대의 몸을 밀어내며 동시에 거리를 벌리더니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돌던 그들은 거리를 좁히나 싶더니 거의 동시에 검기를 흩뿌렸다.
“창천신검(猖天神劍) 7초식 월아천격(月牙穿挌).”
“창천신검(猖天神劍) 7초식 월아천격(月牙穿挌).”
똑같은 외침과 똑같은 자세 그리고 똑같은 기운까지.
하지만 두 검기에 차이점이 있다면 색깔이었다.
한없이 순백에 가까운 모용진의 검기에 반해 휘황찬란하게 금빛을 내뿜는 금왕의 검기.
카앙!
두 검기는 중앙에서 만나 엄청난 불꽃을 튀기더니 동시에 소멸해 버렸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콰과가가가각!
서로를 향해 마구 흩뿌려지는 검기 다발들.
허공을 수놓는 백색의 검기와 금빛의 검기는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나 그 아름다움에 심취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바위도 가볍게 두 동강 내 버리는 검기들은 마치 재앙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재앙을 서로에게 흩뿌리는 금왕과 모용진.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그 검기에 아무런 상처도 입고 있지 않았다.
검기 따위는 그저 연막과도 같은 것.
그들의 눈은 서로의 빈틈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 빈틈을 먼저 찾아낸 것은 바로 금왕이었다.
초원의 풀 위를 가볍게 내디디며 검기 사이로 몸을 날리는 금왕.
아슬아슬하게 검기를 피하며 모용진의 앞에 나타났지만, 그는 모용진의 코앞에서 멈춘 것도 모자라 오히려 반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제법이구나.”
“별말씀을.”
서걱!
뒤늦게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금왕의 손등 위로 흘러내리는 핏물.
그의 어깨엔 언제 생긴 지 모를 작은 절상이 생겨 있었다.
그 짧은 찰나에 모용진이 빈틈을 보인 것은 금왕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모용진은 자신의 스승이기에 노릴 수 있는 빈틈을 일부러 만들어 냈고 그가 반드시 그것을 놓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예상 지점에 미리 검을 꽂아 넣는 기행을 보였다.
하지만 그 기행은 정확하게 들어맞았고 그 결과 금왕의 어깨가 베였다.
만일 금왕이 이를 조금만 더 늦게 눈치챘다면 어깨가 베인 것으로 끝나지 않고 최소 팔 하나는 날아갔을 일이었다.
“궁금한 게 하나 더 생겼습니다.”
“아까 마지막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것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쯧…… 아직도 그 오만방자함은 버리지 못했구나. 벌써 승리한 사람인 것처럼 행세를 하다니.”
“곧 그렇게 될 겁니다.”
모용진의 자신감에 금왕은 인상을 찌푸리거나 기분 나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기분이 좋은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럼 스승인 날 이긴다면 네 질문에 답해 주마.”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증명하란 것입니까.”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래 청출어람이다.”
청출어람.
쪽에서 우러난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말.
금왕은 유독 이 말을 좋아했고 모용진은 항상 이 말을 들으며 단련했었다.
언젠가 스승인 금왕보다 더 뛰어난 무공 실력을 가지기 위해서.
그것은 은인의 바람이었고 하나뿐인 스승의 채찍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용진은 그 청출어람의 뜻이 참으로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금 맞대본 스승의 검은 현경 이상의 것.
천기린의 몸으로는 감히 이륙하지 못한 경지에 다다라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모용진인 그에게는 그 청출어람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손을 뻗는다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
지금의 그는 스승의 바람을 충분히 이뤄 줄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턴 최선을 다해 스승님을 뛰어넘겠습니다.”
“마치 언제는 그러지 않았던 것처럼 이야기하는구나.”
“예.”
단답으로 대답하는 모용진의 목소리는 한없이 진지했고 순간 금왕은 온몸으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모용진이 짧게 숨을 들이켰을 뿐인데 그 순간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확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아까 전까지 활기차게 날뛰던 그의 기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 고요함이 주는 울림은 마치 금왕을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순간 심연(深淵)에 빠져들 뻔한 금왕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겉으로는 크게 내색하지 않으며 조금 뒤로 물러섰다.
“하핫.”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린 그는 떠올렸다.
‘제 목표는 중원 아니 세계 최강의 남자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언젠간 반드시 스승님도 넘어서고 말 겁니다. 제힘으로.’
어린 시절의 천기린이 자신을 보면서 했던 말.
자신의 제자는 비록 천기린의 몸으로 그 약속을 지키진 못했지만 이렇게 새로운 몸으로 그 약속을 지켜 내려 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보여 다오. 네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