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9
광마전생 (29)
“사형제 대전…….”
“그러니까 무공 실력으로 사형제의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홍송도의 질문에 모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솔직히 너 지금까지 중경녹림채의 채주였는데 가야허에게 사형이라고 부르는 거 딱히 좋진 않잖아? 아니꼬우면 실력으로 눌러서 네가 위로 올라가면 돼. 단 실력으로 누를 수 있는 건 오직 ‘사형제 대전’이 열릴 때뿐. 그때까진 자기보다 윗배의 사형제들에게는 절대복종이 기초적인 원칙이다.”
모용진의 말에 눈을 빛낸 것은 홍송도뿐만이 아니었다.
광천악도 주화자도.
자신의 무공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이들은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있다는 것에 눈에 불을 켰다.
“참고로 앞으로는 각자가 받아 가는 봉급도 이 순위에 따라 결정될 거다. 아마 내 계산대로라면 첫째 제자인 가야허가 받는 봉급과 아홉째인 철풍견이 받는 봉급은 적어도 열 배 이상은 날걸?”
봉급까지 실력으로 정해진다는 말에 광천악의 눈에서는 이제 불까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홍봉도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다섯째, 말해 봐.”
“그, 그게…… 저는 회계일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무공에는 소질이 별로 없어 깊게는 익히지 못했으니, 저한테 ‘사형제 대전’은 너무나도 불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용기 있는 홍봉도의 발언에 그의 형인 홍송도가 깜짝 놀라며 모용진을 쳐다봤지만 모용진은 딱히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홍봉도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맞지. 좋은 지적이다, 홍봉도.”
“감…… 감사합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아. ‘사형제 대전’은 그대로 개최할 것이며 실력순으로 사형제의 위치는 바뀔 것이다. 그래도 너희들보고 불리한 대전을 하라는 게 아니야.”
짝짝.
모용진의 손뼉에 시비 몇 명이 뭔가를 들고 회장으로 들어오더니 홍봉도와 군마전 그리고 백리강에게 뭔가를 건네주었다.
“이, 이건……?”
소양단보다 더 작은 단약.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다.
그 단약이 절대 평범한 단약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손에 올려놓기만 했는데도 상쾌한 자연의 냄새가 사방으로 진동했기 때문이다.
“그건 청류환(淸流丸)이라는 내가 직접 만든 단약이다. 워낙 조잡해서 소림의 대환단(大還丹)만큼의 효과는 없지만 소환단(小還丹)정도는 될 거야. 내공으로 따지면 한…… 반의 반 갑자 정도? 그 정도 되려나 모르겠네. 암튼 십 년 내공 정도는 메꿀 수 있겠지.”
모용진의 말에 청류환(淸流丸)을 받아 든 이들은 물론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조잡한 거라고?’
‘십 년의 내공이면 화산의 자소단(紫霄丹)에 버금가는 영약이 아닌가!’
“업무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련 시간이 적은 애들은 간간이 지원을 해 줄 생각이다. 그러니까 노력만 하면 지금 자리를 유지할 수도, 더 위로 올라갈 수도 있겠지. 그리고 가야허.”
모용진의 손짓에 가야허가 앞으로 나오자 시비 한 명이 세 권의 책을 들고 와 그에게 내밀었다.
“문파라면 제대로 된 독문 무공이 필요하겠지. 그 세 권의 비급은 내가 직접 만든 무공이다. 《열화신공(熱火神功)》, 《열악도(熱惡刀)》, 《은산신보(隱山迅步)》. 예전에 만들어 둔 거긴 한데. 너희들에게 맞춰 개량한다고 시간이 조금 걸렸어.”
모용진이 육 개월 동안 녹수각에 박혀 나오지 않았던 이유.
그 이유가 바로 이 세 권의 비급 때문이었다.
비급을 작성하고 무공을 개량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몸에 불순물이 거의 없는 깨끗한 아이들에게 무공을 익히는 것과 오랜 산적 생활로 개판 난 어른들이 무공을 익히는 것은 결이 달랐다.
그래서 기존 모용학관에서 가르쳐 줬던 그 무공들을 한층 더 개량한 것이었다.
“이게…… 흑천파의 독문 무공…….”
직접 무공을 만들었다는 말에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 비급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게 진짜 비급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용진 같은 실력자가 만들었다고 하니 가짜는 아닐 것 같았다.
게다가 문파의 독문무공이 될 거라고 하니 무림에서 비급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아는 이들은 모두 눈이 돌아가 있었다.
“나는 이걸 여기 있는 모두들에게 가르쳐 줄 생각이야. 그래야 너희도 날 사부라고 부르기가 쉽지 않겠어?”
“오오.”
“드디어 우리에게도 독문 무공이라는 게 생기는 건가?!”
기뻐하는 이들 중에서도 주화자는 눈에 띄게 좋아하고 있었다.
그는 원래 녹림도의 관리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무공을 전수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녹림에 제대로 된 무공이 있을 리가 만무했기에 주화자가 전수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에 떠도는 잡무공뿐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하지만’이라는 모용진의 말에 모두가 일제히 숨을 죽였다.
“당연히 아무나에게 가르쳐 줄 생각은 없다. 이 무공들은 우리 흑천파(黑天派)의 독문 무공. 그러니까 흑천파(黑天派)에 들어온 사형제들에게만 가르쳐 줄 예정이다.”
“흑천파랑 녹림을 따로 구분하시겠다는 뜻입니까?”
눈치 빠른 가야허의 질문에 모용진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차피 녹림은 이제 곧 흑천파(黑天派)가 될 예정이야. 흑천 놈들을 직접 치기 전까지는 외적으로 녹림이라는 이름을 대겠지만, 잘 생각해 봐. 흑천파에 들어온다면 무공을 가르쳐 준다. 그런데 안 들어올 녹림도들이 있을까?”
“흐음…… 확실히 아마 모두 들어오려고 할 겁니다. 강제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산적인 몸으로 외람된 말이지만 녹림도들은 대부분 근본이 없는 그냥 일개 평민이나 나쁜 짓을 일삼던 ‘흑도(黑道)’들입니다.”
“신용할 수 없다, 이 말이지?”
“확실히 제 입장에선 그렇습니다. 어디서 흑천파의 비밀이 새어 나갈지, 무공들이 유출될지 모릅니다.”
가야허의 말에 모용진은 턱을 쓰다듬으며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산적이면서도 묘하게 눈치가 빨라 잠시 일 순위로 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가야허는 머리가 비상한 자였다.
사형제 대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밀려날 거라 생각했는데 밀려나도록 놔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어차피 흑천파에 들어오는 자들은 그 누구도 배신할 수 없을 테니까.”
“어떤 묘수라도 가지고 있으신 겁니까?”
“응. 그 묘수, 지금 너희들 배 속에도 있잖아?”
* * *
모용진의 말은 진짜였다.
그는 정말로 ‘고독’을 일종의 방지 장치로 사용했다.
녹림도들에게 녹림도 내에 새롭게 무공을 가르치는 모임이 생겼다고 전파하곤 가입을 하는 이에겐 ‘고독’을 먹였다.
그것도 대놓고 어떤 ‘고독’인지 어떤 효능이 있는지 모두 알려 주면서 말이다.
대놓고 고독의 위력을 보여 주는 시연도 했지만 놀랍게도 거의 모든 녹림도들은 ‘흑천파(黑天派)’로 들어왔다.
왜냐하면 산적으로 내몰린 그들에게 더 이상의 뒤는 없었고 무림에서는 무공만큼 중요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녹림에 갑자기 나타나 중경녹림 전체를 장악한 초고수가 ‘독문 무공’을 가르쳐 준다?
이건 그 어떤 산적들도 거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유혹이었다.
물론 흑천파에 들어오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나이가 있거나 소일거리를 하는 여자들뿐이었다.
회의가 끝난 지 칠 일.
이미 중경녹림은 ‘흑천파’가 되어 있었다.
“이제 중경녹림은 ‘흑천파’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물론입니다. 역시 사부님의 혜안은 제가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턱을 쓰다듬는 모용진과 고개를 숙이는 가야허.
그들은 지금 중경녹림 내에 새롭게 만든 연무장 위에 서 있었다.
그렇다고 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엔 가야허부터 철풍견까지 모용진의 아홉 제자가 모두 모여 있었다.
“그래. 오늘 이렇게 또 모이게 한 것은 그 ‘사부’ 노릇을 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말이야. 모두들 비급 내용은 숙지했겠지?”
모용진의 말에 제자들의 눈이 번쩍이며 빛을 발했다.
그 모용진이 드디어 자신들에게 직접 무공을 전수해 준다는 말.
예전 같았으면 이런 반응을 보일 리 없던 그들이었지만 칠 일간 세 개의 비급을 착실하게 익힌 그들은 이제 완전히 모용진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열화신공, 열악도, 은산신보.
이 세 가지의 무공은 그들이 보기에도 절대 평범한 무공이 아니었다.
열화신공은 신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차원이 다른 내공 축적이 가능했고 열악도는 진짜 거대 문파의 독문 무공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무공이었다.
게다가 은산신보.
녹림도들이 흔히 사용했던 녹림산보(綠林山步)는 은산신보에 비교하면 그냥 기어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자, 그럼 우선 열화신공부터 볼까.”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용진의 가르침.
가르침을 주는 모용진의 모습은 제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르침이라고 하고 막무가내로 두들겨 팰 줄로만 알았는데 모용진은 정말 진지하게 호흡법을 지적하며 자세까지 교정해 주고 있었다.
평소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모습밖에 보지 못했던 그들에게 이런 진지한 모용진의 모습은 매우 의외였고 모용진에 대한 신뢰도는 더더욱 오르고 있었다.
“후우…….”
모두의 자세와 호흡을 지적해 준 모용진은 자신이 개량한 화룡호염술(火龍呼炎術)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 지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걸? 이 정도면 다들 금세 쓸 만해지겠어.’
아홉 명의 제자 중에서도 칠 일 동안 특히 많이 변한 것은 가야허와 백리강이었다.
가야허는 눈치도 빠르지만 머리도 비상한 만큼 무공의 재능도 있었다.
그 비상한 눈치와 머리를 높게 산 모용진이 따로 그를 불러 수련에 도움을 주었고 내공심법만 보면 지금 일 등은 가야허임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야허가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이 아홉 명의 제자 중에서도 가장 특출나게 눈에 띄게 변한 한 인물.
그것은 바로 백리강이었다.
뜻하지 않게 녹림도가 되었다가 강제로 흑천파에 들어오게 된 백리세가의 공자.
매일 돌려보내 달라고 징징거렸던 그녀였지만 이젠 오히려 스스로 돌아가지 않을 기세였다.
사실 백리강은 가문의 절기인 백리강검(百里岡劍)이 있었기에 흑천파의 무공을 익히지 않을 생각이었다.
애초부터 백리세가로 돌아가는 게 그녀의 최종 목적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어쩌다가 본 가야허의 수련하는 모습에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화룡호염술(火龍呼炎術)을 하며 열기를 내뿜는 가야허의 몸으로 엄청난 내기가 빨려 들어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자신도 백리세가에서만 내려오는 내공심법이 있었지만 화룡호염술에 비교하면 내공심법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백리강은 맛만 보려고 했다.
아주 살짝 맛만.
하지만 맛만 보려 했던 열화신공은 너무 맛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 백리강은 이미 그것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고 나자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절악도.
그녀는 결국 그 달달함에 못 이겨 결국 절악도의 비급에 손을 대고 말았고 그길로 백리강검은 백리강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절악도는 그녀가 검을 버리고 도를 들게 만들 정도로 꿀맛이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홍송도도 광천악도 그들이 오랫동안 익혀 왔던 무공과 무기를 버리고 절악도로 갈아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모용진은 ‘흑천파’의 장문인이자 그들의 진짜 사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모용진에게 얻어터지고 많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악노와 철풍견까지 이제 모용진을 진정한 사부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자, 그만.”
울려 퍼지는 모용진의 청명한 목소리에 모두가 일제히 눈을 뜨더니 모용진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엔 모용진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면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열망이 잔뜩 드러나고 있었다.
그 눈빛이 마음에 든 듯 모용진이 환한 미소를 짓더니 검지를 들어 올렸다.
“제일중경관문까지 선착순 한 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용진은 엄청난 경공을 보이며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잠시 멍하게 그들은 가야허가 달려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일제히 중경관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지옥보다 더 끔찍하다는 모용진의 체력 단련 시간이 찾아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