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33
광마전생 (33)
한 식경 전.
모용진은 사실 멀리서 신호를 보낼 불만 피울 생각이었다.
사형제 대전을 통해 발전한 제자들의 실력도 볼 겸 굳이 나서기도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라면 신호를 보내고 높은 곳에서 제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신호를 보내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한 남성을 마주쳤는데 그는 바로 장강십팔수적의 우두머리인 조종찬이었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조종찬은 인근 마을에 잠시 들렀다가 가락골로 복귀하던 도중에 모용진을 발견했고 지나치기엔 그가 너무 수상했다.
왜냐하면 모용진이 있는 언덕은 가락골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었고 평소엔 중경장강의 수적들이 근무를 서 가며 지키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조종찬은 도를 뽑아 들며 모용진을 위협했지만 모용진은 그를 무시한 채 마른 장작에 불을 피우려 했다.
“이 자식이. 지금 날 무시하는 거냐?!”
하지만 조종찬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고 그는 모용진이 쌓아 둔 장작들을 걷어차 버렸다.
“하아…… 조용히 불만 피우고 갈 생각이었는데 꼭 그렇게 해야 속이 시원했냐?”
“네놈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우리 장강수로(長江水路)의 영역이다.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빨리 무슨 이유로 불을 지피려고 했는지 밝히는 것이 좋을 게야. 그렇지 않다면 내 수심검(水深劒)이 네놈의 목을 벨 것이다.”
목을 벤다는 말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 올린 모용진은 조종찬과 눈을 맞췄다.
“네가? 나를? 뭘 봐줬는데?”
“지금 네가 살아서 나불거리는 것도 나의 자비 아니겠나?”
“그래? 한낱 수적 따위가 너무 거만한 거 아냐?”
‘수적 따위’라는 말에 조종찬의 이마에 핏줄이 올라오더니 은빛 섬광과 함께 그의 검이 휘둘러졌다.
정확하게 모용진의 목을 노린 검격.
사실 조종찬이 봐주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긴 했다.
조종찬은 원래부터 호승심이 강하고 성질이 급해 적이라고 생각한 인물에게는 가차 없이 검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다만 모용진에게 검보다 말을 먼저 건 것은 그가 하고 있는 행동이 궁금했기 때문이었고 방금의 모욕에도 참을 조종찬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는 참았어야 했다.
자신의 소중한 이빨들을 위해서.
콰작!
분명 검을 휘두른 건 자신인데, 조종찬은 어느새 자신이 허공을 날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 보이는 붉고 새하얀 돌멩이들.
그것은 놀랍게도 조종찬의 이빨들이었다.
단 일격에 조종찬의 이빨 여덟 개를 부러뜨린 모용진은 저 멀리 굴러다니는 장작을 보자 왠지 모를 짜증이 치솟았다.
“내가 이걸 주워 온다고 허릴 몇 번이나 굽혔는데…… 쓰읍…….”
다시 주워 올 수도 있었지만 이미 짜증이 나 버린 상태였고 눈앞에는 아주 잘 타오를 것 같은 장강수로의 전각이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저걸 불태우는 수밖에.”
그렇게 일어난 전각의 폭발.
극양초열권을 오성까지 올린 모용진에게 이 정도의 폭발은 화약이 없어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사실 모용진은 전각을 폭파시킨 이때만 해도 다시 물러나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제자들의 실력을 보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걸.
파괴시킨 전각 안쪽에서는 모용진이 전혀 상상치도 못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동물을 가둬 두기 위해 만든 우리 속에 갇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말도 하지 못하게 입에 재갈이 물려 있었고 손과 발에는 철로 된 족쇄가 걸려 있었다.
화려한 전각의 최상층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장면.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기에 모용진은 전각의 입구에 앉아 기다렸다.
그런 큰 폭발이 일어났으니 당연히 누구라도 올라오는 게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난 두 번째 수적.
그는 놀랍게도 모용진…… 아니, 천기린에게 구면인 인물이었다.
“뭐야? 쪼종이 네가 왜 여기 있어?”
장강수로십팔채의 주인 장강왕 조종려.
수궁전(水宮殿)에서 일어난 거대한 폭발에 깜짝 놀라 헐레벌떡 뛰어 올라왔던 조종려는 난데없이 들려오는 반말에 눈을 치켜떴다.
피웅!
조종려는 대답 대신 곧바로 장법을 펼치며 계단 위에 있던 모용진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고 모용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곧바로 뒤로 몸을 뺐다.
조종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마치 물을 머금은 듯한 푸른 내기였고 그 내기는 순식간에 전각의 천장에 구멍을 만들어 냈다.
“그 성질머리도 여전하네. 무조건 손바닥부터 내미는 그 버릇 아직도 못 고쳤냐?”
모용진이 무슨 말을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순식간에 계단을 밟고 뛰어오른 조종려는 허공에서 손을 마구 교차시키며 장법을 흩뿌렸다.
파바바바바박!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강기와 강기가 충돌하여 계속해서 궤도가 바뀌더니 수십 가닥의 강기가 순식간에 모용진을 둘러쌌다.
조종려의 독문 무공인 천수수뢰장(千手水瀨掌).
한낱 수적인 그를 무림의 백대고수 반열에 오르게 한 장법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센 물살 같은 공격이 특징이었다.
게다가 조종려가 화경에 이르며 이 장법은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애초부터 이 장법은 ‘강기’를 사용함에 있어 더욱더 빛을 보는 무공이었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살처럼 거세고 그 물살 속에서 갑자기 튀어 오르는 한 마리의 물고기처럼 변화무쌍한 장법.”
천수수뢰장을 꿰뚫어 보는 듯한 모용진의 말에 조종려가 살짝 놀라며 눈을 치켜뜬 그때, 더욱 놀라운 일이 그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화려하게 허공을 수놓는 모용진의 손바닥.
조종려의 강기가 부딪치기 직전에 움직인 모용진의 손바닥이 사방으로 덮쳐 오는 조종려의 천수수뢰장을 모두 튕겨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뭣?!”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조종려는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강기를 보며 당황한 듯 장법을 마구 내질렀고 그 결과 강기와 강기의 충돌로 엄청난 폭발을 만들어 냈다.
쾅!
천수수뢰장을 완벽하게 파훼한 것도 모자라 그대로 되돌려 보낸 모용진.
그렇다.
놀랍게도 이 천수수뢰장은 천기린이 직접 만들어 낸 장법이었다.
“생각보다 잘 익혔는걸. 장(掌)에 수기(水氣)가 어려 있는 걸 보면 대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겠군.”
“넌…… 뭐 하는 놈이냐.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폭발에 날아가 버린 벽면.
하지만 조종려는 그 강렬한 폭발에도 멀쩡히 서 있었다.
몸을 두른 호신강기(護身罡氣)가 그를 지켜 준 것이었다.
“뭐 하는 놈이긴, 쪼종아. 난 진짜 네가 수적이 되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지…….”
‘쪼종이.’
조종려는 그게 자신을 부르는 칭호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쪼종은 어린 시절 점소이로 일하던 그의 별명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그 굴욕적인 생활.
그때의 일상이 다시 떠오른 조종려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내기를 끌어올렸다.
“말하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입을 열게 해 주마!”
마주 본 조종려의 양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두 마리의 수룡(水龍).
완벽한 용의 형태를 한 물줄기는 정말로 살아 있는 용처럼 꿈틀거리며 하늘로 치솟았다.
“오…….”
그 엄청난 장면에 모용진은 감탄을 하며 하늘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종려는 곧 대성을 이루는 게 아니라 이미 대성을 이룬 상태라는 것을.
“수룡장파(水龍掌波)!”
천수수뢰장의 최고 절기인 수룡장파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천기린이 천수수뢰장을 만든 이유가 바로 물놀이를 하며 술 한잔을 기울일 때 안주 삼아 볼 수 있는 장관을 연출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수수뢰장이나 수룡장파가 약한 무공인 것은 아니었다.
강함에 아름다움을 가미했을 뿐.
그 본질은 강함에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두 마리의 수룡.
“잘 가라.”
조종려는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는 모용진의 모습을 보며 작별의 인사를 꺼냈다.
수룡장파의 아름다움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에게 최후를 맞이한 이는 수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또 한 번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가만히 수룡을 바라보고 있던 모용진의 온몸에서 일어난 불꽃이 한 마리의 화룡이 되더니 수룡과 부딪쳤기 때문이다.
수기와 화기.
그리고 강기와 강기의 기 싸움.
‘저건 강기?! 역시 나와 같은 화경의 고수인가!’
천수수뢰장을 반사시켰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긴 했지만 조종려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눈앞의 사내는 얼핏 봐도 약관이 되지 않았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화경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조금 과장해서 입신(入神)의 경지라고 할 정도였고 화경에 오르기만 해도 무림백대고수의 반열에 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아이가 화경에 들었다는 것은 무림의 흉복 따위가 아닌, 역사적으로 뒤집힐 만한 사건이었다.
퍼엉!
폭발음과 함께 수룡과 화룡은 말끔히 소멸됐다.
전각 내를 가득 채운 수증기와 열기. 그리고 수룡이 분해되며 내리는 비까지.
전각 내는 순식간에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이 되었고 그 수증기와 빗발 사이에서 조종려와 모용진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종려는 호신강기를 최대한 펼치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모여드는 수기와 함께 그의 손 위에 생성되는 물방울이 새로운 손을 만들어 냈다.
“대체 넌 누구냐.”
장내에 무겁게 내려앉는 저음.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진한 내기와 함께 경고의 메시지가 심어져 있었다.
모용진의 피부를 따끔하게 만드는 목소리의 파동.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면 진심으로 공격하겠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조종려의 그런 무거운 경고에 되돌아온 것은 모용진의 무척이나 가벼운 목소리였다.
“애초부터 죽이려고 공격한 거 아니었어? 이미 절기도 다 써 놓고선 이제 와서 무게를 잡으면 뭐 하나.”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쥔 모용진의 손에서 거센 불꽃이 일어나더니 강렬한 열기가 주변의 수증기를 몽땅 날려 버렸다.
“보아하니 내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나는가 본데. 내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친절하게 기억이 나도록 도와줄게.”
“나를 알고 있는 건가?”
“그럼 물론이지. 그러니까…….”
그 순간 조종려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눈앞에 있던 모용진이 마치 연기처럼 잔상만 남기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설마 이형환위(移形換位)?’
이형환위는 경공 중에서도 최상위 경공.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으로 거의 환술에 가까운 기예였다.
이형환위를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기에 그의 두 눈은 마치 개구리처럼 크게 뜨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목소리.
“맞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억이 나지 않을까? 우리 쪼종이 씨?”
그 순간 빠르게 고개를 돌린 조종려의 눈에 들어온 모용진의 표정.
그 익숙한 미소와 입꼬리에 조종려는 잠시 누군가가 그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광마(狂魔) 천기린.
그에게 천수수뢰장을 가르쳐 주고 점소이에서 벗어나게 해 준 스승이자 은인.
하지만 한편으로는 살아 있는 지옥을 맛보게 해 줬던 최악의 남자.
그는 조종려가 점소이에서 벗어나 어엿한 무림의 후기지수가 되었을 때도 계속해서 ‘쪼종이’라 부르며 장난쳤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왜냐하면 천기린으로 추측되는 남성의 주먹은 이미 코앞에 당도해 있었으니까.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