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36
광마전생 (36)
‘長江陷落’.
전서구로 장박형에게 날아온 소식은 바로 장강의 함락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뒤쪽의 문구였다.
‘黑天派 跆 長江王’.
흑천파가 장강왕을 짓밟다.
짓밟다는 표현은 하오문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 아니었다.
이는 말 그대로 압도적인 무력을 나타내는 용어였고 더 놀라운 것은 그 뒤의 대상이 장강왕이라는 것이었다.
“장강왕을 짓밟았다니…… 그는 화경의 고수가 아닌가? 어떻게 그런 일이…….”
서신의 내용에 장박형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렸다.
이는 그가 뭔가를 굉장히 고민할 때 하는 행동이었다.
“녹림에 이어 장강까지 순식간에……. 그 흑천파(黑天派)의 장문인은 대체 뭐 하는 놈이지?”
처음 모용진이 녹림을 장악했을 때부터 장박형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흑도들 사이에는 이미 하오문의 간자가 깊게 숨어들어 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박형은 처음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흑도들의 주인이 바뀌는 일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더 강한 강자가 나타난다면 시도 때도 없이 주인이 바뀌는 것이 흑도의 무리.
이는 녹림도 마찬가지였다.
호태산은 약하진 않지만 녹림의 규모에 비해 그렇게 강한 인물은 아니었고 장박형은 충분히 그 자리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강은 달랐다.
옛 장강의 주인은 바로 그 조종려였으니까.
조종려는 화경의 고수로 알려져 있었고 무림에서도 인정해 주는 백대고수중 한 명.
만일 흑천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흑도 중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짓밟히다는 표현을 당할 정도로 패배하다니.
이 말은 녹림에서 새롭게 출범한 흑천파(黑天派)가 흑천(黑天)과 거의 대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화륵!
장박형은 누가 볼 새라 손에 쥔 쪽지를 불로 태워 허공에 던져 버렸고 품에서 쪽지를 꺼내 답신을 작성한 후 전서구에 다시 매어 날려 보냈다.
“흑천파라……. 흑천과 같은 세력인 줄 알았는데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흑천의 아래에서 움직이는 놈들은 아냐. 그렇다면 대체 뭐 하는 놈들인 거지? 설마 그쪽 놈들인 건가?”
그가 걱정하는 것은 흑천의 안위나 하오문의 안위가 아니었다.
지금 그가 걱정하는 건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었다
장박형은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남자였고 그로 인해 하오문의 문주가 될 수 있었던 남자였다.
자신만 떵떵거리고 살 수 있으면 어디에도 붙을 수 있는 박쥐와도 같은 남자.
그가 바로 장박형이었다.
“만일…… 흑천파가 그쪽 놈들이라면…… 흑천과의 손은 놓는 게 좋겠지.”
장박형이 벌써부터 흑천을 배신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그때.
뒤쪽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려왔고 장박형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누구냐!”
장박형의 호통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두운 밤에도 빛날 것만 같은 새하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이 여성의 이름은 청화.
천기정루(千氣靖樓)의 청루주를 맡고 있는 하오문의 간부이자 기녀였다.
“무슨 일이지? 내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을 터인데.”
“죄송합니다, 문주. 하지만 제가 감당하지 못할 분이 찾아오셔서…….”
“감당하지 못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접니다, 팔장로.”
놀랍게도 장박형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청화가 아니었다.
그녀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장한 덩치의 사내.
마치 귀공자 같은 외모를 가진 그는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철퇴를 등에 매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유운호.
흑천의 일장로이자 흑제 도원영의 오른팔인 남자였다.
“오랜만이오, 팔장로. 설마 내가 찾아와선 안 될 곳에 온 건 아니겠지요?”
* * *
경지가 같다고 해서 무공의 실력까지 같다는 것은 아니다.
조종려는 지금 옛날 천기린이 수련 내내 했던 말을 다시 되새기는 중이었다.
‘고작 일 년간의 수련으로 그 산적들을 이 정도 실력으로 올려놓다니…….’
흑천파의 장로가 된 이후 조종려는 장강십팔수적과 함께 본거지를 중경녹림으로 옮겼다.
그리고 모용진의 명에 따라 새로 생긴 아홉 명의 사제들과 호태산 그리고 장강십팔수적에게 무공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들의 격차가 너무나도 심하게 난 것이었다.
분명 이 아홉 명의 사제들은 장강십팔수적과 비슷하거나 낮은 경지를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장강십팔수적은 조종려가 열심히 키운 제자들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모두 절정을 넘는 고수들이었으니까.
사실 광천악이나 홍송도도 잘해 봐야 오번대 아래와 비등비등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아직 일류를 벗어나지 못한 홍봉도라는 이가 장강십팔수적의 대장이자 자신과 의형제를 맺은 조종찬을 너무나도 쉽게 제압해 버린 것이었다.
조종찬은 초절정의 초중입에 이른 고수.
호태산조차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일류의 무공에 무너지고 말았다.
‘스승님이 또 말도 안 되는 무공을 창안하셨군…….’
내력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한 홍봉도가 조종찬을 이긴 이유.
그것은 바로 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무공 때문이었다.
열화신공, 열악도, 은산신보.
이 세 가지 무공은 각각 분리해서 봐도 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한 무공이었는데 합치면 그 효율이 배가 되었다.
말 그대로 일류밖에 되지 않는 내공으로도 초절정에 이른 자를 이길 수 있는 무공.
단 열 번도 안되는 합에 너무나도 허무하게 제압당한 조종찬을 보고 조종려는 고개를 내저으며 가야허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장강…… 아니, 장로님.”
“그래. 그러니까 지금 조종찬과 싸운 홍봉도가 서열을 제외하고 사제들 중에 가장 약하다는 뜻이지?”
“예 그렇습니다.”
“일류가 초절정을 꺾는 무공이라……. 그런데 스승님이 나에게 지금 너희들을 가르치라고 하신 거냐?”
“옙. 사부님이 말씀하시길 장로님께서는 저희보다 오랜 기간 동안 사부님의 아래에서 가르침을 받았고, 한 단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깨달음을 전수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깨달음이라…….”
깨달음을 가르친다.
그것보다 막막한 일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깨달음의 벽이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깨는 것 외에는 그 누구도 정확하게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인데 모용진은 지금 자신에게 그걸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부님께서 이런 말씀도 남기셨습니다.”
“무슨 말씀?”
“열화신공, 열악도, 은산신보는 백리강에게 전수받고 싹수가 보이는 장강십팔수적에게도 전수하라. 그리고 그 대가로 천수수뢰장과 깨달음에 대한 조언을 얻으라고…….”
가야허의 말에 조종려는 깜짝 놀라며 몸을 살짝 떨었다.
열화신공, 열악도, 은산신보.
이 세 가지 무공은 누가 봐도 문파의 절기 같은 것이었다.
물론 자신은 천기린의 제자였기에 새롭게 익히는 것도 별문제가 없었으나 장강십팔수적은 달랐다.
그들은 조종려의 사람이었고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를 붙여도 수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수적에게도 무공을 전수하라는 것은 모용진이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게 정말이냐?”
“예.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흑천파에 들어와서 문파의 무공을 배우려는 자들은 모두 똑같은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시험? 그게 뭔가?”
조종려의 말에 품에서 단약 하나를 꺼내 드는 가야허.
그것은 다름 아닌 ‘고독’이었고 이는 옛 제자인 조종려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거대한 관문이었다.
가야허에게 모든 설명을 들은 조종려는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가야허의 손에서 건네진 고독을 손에 쥐었다.
“스승님이 이번 생에 아주 독기를 품으셨구나.”
그 말과 함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독을 삼키는 조종려.
그를 보는 가야허의 눈빛에는 살짝 놀람이 어려 있었고 조종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뭐가 그리 놀라운 게냐.”
“아…… 아닙니다. 그저 장로님께서 한 번에 드시기에…… 화경에 이른 고수이신 장로님이라면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화경의 고수.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화경의 고수가 자신의 실력에 강한 자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렇기에 고독 같은 이런 위험한 수를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는데 단번에 이를 받아들인 조종려의 모습에 많이 놀란 것이었다.
“죄송할 필요는 없다. 그저 스승님은 나에게 있어 아버지와도 같은 분이니까. 아버지가 권유하신 것을 내가 거부해서 쓰겠느냐.”
그렇게 말한 조종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야허의 등을 두드렸다.
“왠지 너는 나랑 잘 맞을 것 같군. 가야허라고 했지?”
“예. 장로님.”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리고 스승님도 말이야.”
조종려와 장강십팔수적이 흑천파의 새로운 장로로서 흑천파에 적응해 가는 그 시각.
모용진은 홀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험악한 산맥을 단숨에 뛰어넘는 엄청난 경공.
나무를 밟고 밟으며 날아다니는 그의 모습은 마치 허공답보를 하는 신선과도 같았다.
거센 강과 울창한 산맥으로 가득한 중경을 순식간에 넘나드는 모용진의 목적지는 바로 호북이었다.
말 그대로 하나의 지역을 넘는 것으로 험한 중경의 산새로 인해 표사들이 아무리 빨리 이동해도 족히 열흘은 걸릴 거리를 모용진은 단 반나절 만에 통과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내달린 모용진은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늦은 시간에 호북 이천(利川)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그가 향한 곳은 바로 백리강의 본가인 백리세가였다.
백리세가는 꽤나 이름을 날리는 세가답게 거대한 규모의 땅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규모에 걸맞은 거대한 출입문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 봐도 여긴 문 하나만큼은 으리으리하다니깐…….”
이번이 첫 방문이 아니었기에 모용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백리세가의 정문을 향해 걸어갔고 당연히 그곳은 백리세가의 문지기들이 지키고 있었다.
모용진이 천천히 다가오자 백리세가의 문지기들이 창을 교차시키며 문 앞을 가로막았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밤늦은 시간이라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너무 늦어 객을 받지 않는다는 문지기의 말.
하지만 모용진은 그러한 경고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당황한 문지기들은 창의 날을 세우며 모용진을 막아섰다.
“웬 놈이냐! 여기는 백리세가(百里世家). 네놈이 어쭙잖은 생각으로 침입할 그런 곳이 아니다!”
백리세가의 무사 주조혼.
그는 백리세가에 들어온 지 이제 한 달이 된 무사로 일명 초임 무사였다.
그는 나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문지기로 임명된 후 그런 자신의 실력을 뽐낼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자신의 실력을 백리세가에 보여 줄 수 있게 도와줄 불청객이.
‘좋아. 심사 날 너무 긴장해서 삼군(三軍) 문지기로 임명되고 말았지만, 이번 기회로 이군(二軍)으로 올라가는 거야.’
승진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푼 심장을 진정시키며 주조혼은 최대한 근엄하게 불청객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불청객을 박살 내어 이군으로 승진한 것도 모자라 어쩌다 백리세가의 여식과 눈이 맞아 결혼하여 세가의 일원이 되는 꿈까지 꾸고 있었다.
아름다운 백리세가 여식과의 결혼 그리고 증손녀까지 보고 온 그는 너무 기대에 부푼 나머지 손이 먼저 나가고 말았다.
퍽!
큰 소리와 함께 불청객의 몸에 꽂힌 창대.
그는 창대가 불청객의 몸에 꽂히고 나서야 자신의 선배인 문지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덜덜 떠는 선배의 모습.
“어? 선배, 왜 그러고 계시…….”
그 선배를 보며 놀라 뱉은 한마디.
그리고 그것은 주조혼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고 한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