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50
광마전생 (50)
왕우는 어렸을 적 개방에 몸담고 있었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태어나니 개방의 거지들의 손에 키워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중 개방의 분타주의 눈에 들어 개방의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그가 개방을 나왔을 때엔 어린 나이에 호법이라는 위치에 올라가 있었다.
개방의 호법이라 하면 개방 내에선 그리 높진 않았지만 한 지역을 관할할 정도의 위치였는데, 그런 그가 개방을 나오게 된 것은 바로 이 ‘곤봉’ 때문이었다.
어쩌다가 쥐게 된 짧고 뭉툭한 곤봉.
거지나 산적들도 쓰지 않는 이 곤봉에 꽂혀 버린 그는 곤봉을 더 깊게 익히고 무공으로써 널리 알리기 위해 개방을 나온 것이었다.
백호학관에 들어와 곤룡회를 만든 것도 모두 곤봉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었고 최종 목표는 곤봉 사용자 최초로 무림맹에 들어가 이름을 드높이는 것이었다.
물론 이를 무시하고 깔보는 이도 많았다.
하지만 왕우는 그런 이들을 모두 곤봉으로 때려 눕혔고 지금은 당당히 백호학관 동호회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왕우는 무공 실력에 있어서는 꿇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지금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이여립이라는 신입 관도 앞에서.
‘어……?’
왕우는 자신이 왜 무릎을 꿇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기습적으로 곤봉을 휘두른 것은 왕우였다.
그런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무릎이 꿇려졌다.
게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치 한 몸 같았던 곤봉이 어느새 이여립의 손에 뺏겨 있었고 자신의 손은 빈손이었다.
“곤봉이라. 나쁘지 않지. 무게감도 있고 휘두르기도 편하고.”
손바닥 위에서 가볍게 곤봉을 돌린 모용진은 잠시 고민했다.
이 왕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그 사건 이후 동호회에 들어오라고 권유는 많이 받았지만 이렇게 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게 시작이라는 것을.
한번 도전한 이가 나왔으니 곧 더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도전장을 던져 올 게 분명했다.
‘날파리들 만큼 귀찮은 게 없는데 말이지. 그럼 여기선…….’
모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곤봉을 꽉 쥐더니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왕우라고 했지? 미안하지만 넌 본보기가 되어 줘야겠다. 귀찮은 건 질색이라서 말이야.”
왕우는 모용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른쪽 어깨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이번엔 왼쪽 허벅지가 아파 왔고 그다음은 머리가, 목이, 팔이, 가슴이, 배가…….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전신을 구타당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전달되는 어마어마한 충격.
그의 눈에 모용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빨라서 보이지 않은 게 아니다.
이미 눈탱이밤탱이가 되어 눈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퍼버버버버버버벅!
무서울 정도로 울려 퍼지는 엄청난 연타 소리.
이는 모용진의 구타를 지켜보는 진가은과 왕세진이 깜짝 놀랄 정도로 찰진 소리였다.
“와…… 곤봉으로 사람을 저렇게까지 때릴 수 있네요. 가은 형님, 여립 형님의 손이 보이십니까?”
“보이긴 하는데…… 따라 하진 못할 것 같군. 저건 사람의 손놀림이 아니야.”
진가은의 말대로 모용진의 몸놀림은 진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신(神)이 들린 듯한 몸놀림.
그 엄청난 몸놀림과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타격음에 왕우와 같이 나타났던 곤룡회원들 역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쳐다만 보고 있었다.
더 신기한 것은 모용진에게 얻어터지고 있는 왕우가 아무런 신음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내지 않는 게 아니라 그는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지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난타당하는 부위 중에는 목도 당연히 포함이 되어 있었기에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입만 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투다다다닥!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구타의 지옥.
그 지옥은 끝내 고통을 못 이긴 왕우가 기절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털썩.
“휴. 아, 오랜만에 몸 좀 푸니까 시원한걸?”
쓰러진 왕우의 앞에서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용진.
그가 주변을 둘러보자 그가 바라던 대로 구경꾼이 잔뜩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쓰러진 왕우에게 곤봉을 홱 던져 버린 모용진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더니 은근슬쩍 몸을 빼고 있는 곤룡회의 회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어딜 도망가려고? 너희 회주가 여기에 누워 있는데 데려가야 할 것 아니야.”
모용진의 말에 그들은 살짝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다가와 왕우를 부축하여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곤룡회를 막아서는 모용진.
뚜둑.
그는 팔짱을 낀 채 목을 꺾으며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미안한데 아직 몸이 덜 풀려서 말이야. 그러니까 너네도 조금만 맞아 줘.”
* * *
곤룡회가 괴인삼방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처참하게 짓밟혔다는 소문은 백호학관 내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당시 목격자가 너무나도 많았기에 뜬소문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고 과장 또한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과장할 것도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처참했으니까.
곤룡회 육 인과 괴인삼방 중 대장 일 인의 싸움이었는데, 대장인 이여립이 일방적으로 그 여섯 명을 구타했기 때문이다.
그 사건으로 곤룡회 전원은 현재 약원에 누워 있었고 한 명도 성한 이가 없었다.
이 소문이 퍼져 나가자 이여립에겐 새로운 호칭이 생겨났다.
‘광견(狂犬)’.
말 그대로 미친 개를 뜻하며 그 현장을 목격한 이가 모두 그 상황을 말로 설명할 때 ‘마치 그 모습이 미친 개 같았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광견이라니,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다른 호칭도 있을 텐데 말이야.”
“하아…… 그나마 곤룡회에 귀족 자제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아?”
모용진의 말에 남궁도는 머리가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조금은 주의해 주십시오, 주인님. 아무리 실력을 중히 여긴다는 백호학관이지만 주변의 눈이 있습니다. 윗분들에게 잘 보이려면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 둬선 안 됩니다.”
그날 밤 이후 남궁도는 모용진의 완벽한 개가 되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이여립을 권력에 미쳐 자신의 누나를 이용해서라도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인물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모용진은 남궁도에게 그 모든 사실을 덮어 줄 테니 자신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고 은근슬쩍 실력을 조금 보여 주었다.
그리고 약속했다.
자신에게 충성을 다한다면 그 옆자리에 남궁도를 함께 올려 주겠다고.
이에 남궁도는 완벽히 혹하고 말았다.
그는 남궁세가의 사람이지만 서자.
게다가 세가의 눈 밖에 나 이런 학관에서 선생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어떻게 보면 모용진은 그에게 있어 일종의 기회였던 것이다.
게다가 젊은 나이의 모용진이 가진 무위도 어느 정도 엿보았기에 남궁도는 모용진의 제안을 수락했고 스스로 고독을 먹었다.
그 이후 남궁도는 모용진의 호출엔 이렇게 업무도 제쳐 두고 달려와 그의 부름에 답했다.
“그래서 선생들 사이에선 아무 말이 없고? 특히 제갈영이라든가…….”
“제갈영 선생 말입니까? 음…… 제갈영에게선 딱히 이렇다 할 것은 없었습니다. 다른 선생들에게선 왕왕 말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나쁜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듣자 하니 수업에는 성실하고 예의범절이 뛰어나시다고…….”
“그건 당연한 거지. 흠, 그나저나 아무런 말도 없다라…….”
“왜 그러십니까? 제갈영 선생이랑 무슨 인연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인연이라기보다는 입관 시험 때 내가 조금 장난을 쳤었거든. 그 후로 말이 없는 게 이상해서 말이지.”
장난을 쳤다는 말에 남궁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하긴 제갈영 선생의 용모가 나쁘진…….”
“내가 너 같은 놈인 줄 아냐. 제갈영의 시험 내용에 조금 장난을 쳤었다 이 말이지.”
“아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었던 모용진이지만 간신히 참아 낸 그는 남궁도에게 이만 가 보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가 봐.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알려 주고.”
“그…… 가 보기 전에 질문이 하나 있는데, 해도 되겠습니까?”
“질문? 뭔데?”
남궁도는 살짝 긴장한 듯 숨을 내쉬더니 모용진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 보기에 주인님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통합무림에 들어갈 수 있으실 걸로 보입니다. 제가 저희 세가에 한마디만 해도…… 충분히 가능하실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왜 굳이 백호학관에 입관하셔서 사신무까지 치르려고 하시는지…….”
남궁도는 은근슬쩍 자신을 이용하면 곧바로 통합무림에 들어갈 수 있음을 흘리고 있었다.
모용진이 남궁도를 이용하게 되면 남궁도는 좀 더 확고한 위치에 오를 수 있고 모용진이 쉽사리 자신을 내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당연히 모용진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음흉한 남궁도의 속내 역시 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겠지. 하지만 그럴 순 없어. 그 이유는 두 가지나 있지.”
“두 가지요?”
“그래. 첫 번째는 내가 어떻게 이만큼 강해졌는지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지. 하늘이 내리신 천운에 기연을 획득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그 기연의 장소는 이미 소실되었고 만약 이를 해명하자면 많은 힘이 들 거야. 난 출신도 뭐도 아무것도 없는 하층민이니까.”
“그, 그렇습니까.”
“그리고 두 번째. 네가 어떻게 설명할 건데? 나와 너의 연관성을 말이야. 어쩌면 나랑 너 사이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걸 그대로 너희 세가에 고해도 상관이 없나?”
모용진의 말에 남궁도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빠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니지요. 그랬다간 전…….”
“그래. 그런 거야. 내가 학관에 들어온 이유는 내 미천한 기반을 새로 닦기 위해서야. 여기서 실력을 숨긴 채 여러 인연과 줄을 만들어 내고 백호학관에 다니며 성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지. 그럼 내 출신에도 의문을 갖지 않을 것이고 후에 통합무림에 속한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그렇군요.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큼…… 그런데 요즘같이 너무 눈에 띄는 건…….”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만 가 봐. 본보기를 보여 줬으니까 아마 당분간 덤벼드는 놈들은 없을 거야.”
모용진의 말에 남궁도는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고 방에는 모용진 혼자 남게 되었다.
술잔에 담긴 죽엽청을 한 번에 털어 넣는 모용진.
그가 지금 있는 곳은 백호학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기루였다.
원래 관도는 허락 없이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됐지만 그는 모용진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백호학관에서 몰래 빠져나오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잠잠하겠지. 혹시 모르니 남궁도 말처럼 한동안은 조용히 지내야겠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토납법의 이해’ 수업을 듣고 나온 모용진은 깨달았다.
세상일은 자기 생각대로 되는 법이 없고.
백호학관에 모인 젊은이의 혈기를 너무 간과했다는 사실을.
“본도의 이름은 지여락! 점창파(點蒼派)의 이대제자이며 현재 풍이유신(風利流神) 풍호종 장로님을 사부로 모시는 풍여지검(風吕志劍) 풍하운 님을 스승으로 두고 있는 중원의 새로운 바람! 나 지여락이 괴인삼방의 광견 이여립, 그대에게 정식으로 비무를 신청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