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57
광마전생 (57)
콰자자자작!
얼얼해져 오는 손바닥에 진가은은 깜짝 놀라며 최양을 쳐다봤다.
일개 산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어마어마한 힘.
날아오는 도끼를 완벽하게 흘렸다고 생각한 진가은이었는데 그 힘에 밀려 손바닥은 찢어졌고 살짝 내상까지 입은 느낌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튕겨 낸 도끼가 향한 곳이 바로 거대한 바위였는데 도끼는 그 바위에 튕겨 나가기는커녕 깊숙이 파고들며 박살을 내 버렸다.
‘엄청난 고수!’
진가은은 속으론 크게 동요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 약한 모습을 보였다간 어금니에 목을 물어뜯길 테니까.
“이제 도끼는 못쓰게 되었는데 어떻게 할 거지? 맨손으로 날 상대할 텐가?”
진가은의 말에 최양은 피식 웃더니 보란 듯이 허리춤에서 도를 뽑아 들었다.
“요즘 도를 배우고 있거든. 너 정도의 애송이라면 이걸로 충분하다.”
“십사적부(什死赤斧)라는 별호를 가진 산적이 도를? 나를 우롱하는 것이냐!”
무기를 바꿔 든다는 것이 별일 아닌 듯 보이겠지만 무림인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변동이었다.
왜냐하면 보통의 무림인들은 하나의 무기를 정하고 그 무기를 평생 숙련하여 무공을 정진시키는 게 보통이니까.
게다가 무기에 관련된 별호까지 있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 그 무기에 공을 들여왔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별호가 있을 정도로 숙련도가 높은 도끼를 던져 버리고 갑자기 도를 꺼내 든다?
이는 진가은에게 있어서 엄청난 도발이었다.
“도발인지 아닌지는 부딪쳐 보면 알 것이다.”
슈우욱!
갑자기 진가은의 전신을 타격하는 강렬한 바람.
생각지도 못한 강렬한 바람과 함께 진가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한 줄기 섬광이었다.
카앙!
튀는 불똥과 함께 진가은의 몸은 거의 이 장을 날아가듯이 밀려났다.
‘전혀 낌새도 못 느꼈는데!’
그는 최양이 발을 떼는 것도 날아오는 것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사람이 대지를 박찰 땐 확실한 소리가 나고 몸도 움직임이 보여야 정상인데 최양은 마치 유령처럼 사라졌다 나타났다.
그것도 자신이 뚫어져라 보는 앞에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유령처럼 사라졌다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다시 되짚어 보면 분명히 최양은 그곳에 있었다.
이제 진가은이 그것을 알아채는 데 오래 걸렸을 뿐.
최양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은신(隱身)과 경공(輕功)에 진가은은 감탄하고 말았다.
“많이 놀란 모양이군. 하지만 생사결을 하고 있는 상대 앞에서 그런 표정은 좋지 않지.”
나지막이 들려오는 최양의 목소리에 진가은은 흠칫 놀라며 검을 휘둘렀다.
캉! 캉!
두 번의 불꽃을 시작으로 매섭게 쏘아지는 최양의 도.
그것은 난생처음 보는 패도적인 도법이었다.
한 번 한 번 부딪칠 때마다 전신이 떨려 오는 느낌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도의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었다.
쾌(快)와 중(重)을 같이 담고 있는 검.
게다가 일개 산적이 휘두르는 도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섬세했다.
‘정확하게 내 급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진가은 역시 곤륜의 소문주.
그는 최대한 침착하게 최양의 도를 막아 내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확실히 외공의 실력은 최양이 자신보다 위에 있었다.
하지만 내공에 있어서는 자신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진가은은 그 점을 이용하려고 상황을 보고 있었다.
외공 싸움에서 순수 내공 싸움으로 바뀌게 된다면 그에게도 승산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는 큰 도박이었다.
내공만으로 싸우려면 저 검을 봉인시킨 채 최양을 손으로 붙들어야 했으니까.
진가은이 내공 싸움을 걸어온다고 해도 최양이 얌전히 받아 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진가은의 눈에 기회가 들어왔다.
살짝 빠지는 도의 움직임.
진가은은 그 공격을 막지 않고 최대한 몸을 비틀어 피해 냈다.
촤악!
어깨가 살짝 베였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내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허공을 갈랐다는 걸 깨달은 최양은 황급히 도를 회수하려고 했으나 그 순간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진가은의 검이 최양의 도를 내려쳤다.
카앙!
회수할 수 없게 검으로 최양의 도를 누른 진가은은 빠르게 금나수(擒拿手)를 펼쳐 최양의 팔을 잡으려 했다.
‘됐……!’
이제 내공 싸움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진가은의 입에 미소가 지어지려던 그때.
그는 보고 말았다.
최양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을.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그 미소와 함께 아래에서 강렬한 열기(熱氣)가 느껴졌고 진가은은 금나수를 펼치려던 손을 황급히 회수하여 검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쾅!
폭발음과 함께 진가은의 몸은 크게 밀려 나갔고 모래 먼지를 뒤집어쓴 그의 양 소매는 놀랍게도 열기에 그을려 있었다.
“크윽…….”
만일 양손으로 검을 잡지 않았다면 자신의 검은 날아갔을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해 공격을 모두 막아 내지 못해 큰 피해를 입은 채 쓰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방금 그 말도 안 되는 열기를 담은 폭발에 진가은은 큰 내상을 입고 말았으니까.
아직 쓰러지지 않았지만 이미 패배는 확실시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판단력이 좋군. 하지만 이제 끝이다.”
“어떻게 일개 산적이 이만한 힘을…….”
진가은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최양.
이제 승산은 없었다.
진가은은 큰 내상을 입었고 방금 전 폭발로 더 찢겨 나간 손바닥 때문에 검을 잡고 있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설사 죽을지언정 꼴사납게 패배할 수 없는 게 바로 무림인(武林人)이었으니까.
죽을 땐 죽더라도 최고의 절기를 보여 주겠다는 일념으로 진가은은 검을 움켜잡았다.
자신은 곤륜의 소문주니까.
운룡대팔식의 자세를 잡으며 머릿속으로 태허도룡검법의 검리(劍理)를 떠올리자 그의 몸에서 푸른 내기가 옅게 빛을 발했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최고의 한 수를 위해 집중하는 진가은의 눈에는 현기마저 맴돌고 있었다.
“죽을 준비가 되었나 보군. 그럼 이제 끝을 내 볼까.”
최양 역시 끝을 내 보자며 도를 날카롭게 세우더니 내공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도가 아까처럼 강렬한 열기를 내뿜기 시작하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 서로 간의 거리는 고작 이 장.
긴장이 극도에 달한 숲은 고요하여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간격에 들어가는 그때.
동시에 거센 기합이 터져 나왔다.
“이야아압!”
“하아아압!”
쿵.
그 순간 너무 긴장했던 것일까.
진가은은 뭔가에 자신의 몸이 균형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이런 실수를…….’
발이라도 잘못 헛디딘 걸까.
꼴사납게 이런 죽음이라니.
그렇게 진가은의 얼굴이 바닥을 향하는 그때.
“컥!”
목 뒤가 당겨지는 느낌과 함께 목이 졸려 왔지만 다행히도 바닥과 얼굴이 인사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괜찮냐?”
들려오는 목소리에 진가은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모용진이 서 있었다.
최양에게 너무 몰두해서 모용진이 있었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그는 안도감과 동시에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큰거리는 발목과 모용진의 알 수 없는 미소.
‘설마……!’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지만 진가은은 제발 아니길 빌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한 법.
그의 눈동자엔 한쪽 무릎을 부복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최양의 모습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때? 네가 고작 산적이라고 하던 애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지?”
* * *
십사적부 최양의 갑작스러운 습격.
그것은 모두 모용진의 계획이었다.
진가은은 평소 모용진의 현 본거지가 녹림이라는 말에 그런 어마어마한 계획을 실행하는 데 고작 산적으로 되겠냐는 듯한 말을 달고 살았었다.
그래서 모용진은 이번 기회에 진가은의 밑바닥을 눈으로 볼 겸 그의 인식도 바꿔 주기 위해서 이런 마차 습격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호북 녹림채주. 십사적부 최양이 흑제를 뵙습니다.”
“흑제를 뵙습니다!”
모용진의 앞에서 단체로 무릎을 꿇은 산적들을 보며 진가은은 살짝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신이 옛날에 했던 말이 생각나면서 무엇보다 오만했던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수고했어. 그래서 네가 본 진가은의 실력은 어떤가?”
“하하. 그야말로 우수한 분이셨습니다. 내공도 엄청나고 집중력과 검술도 나이대에 비하면 무척이나 뛰어나셨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그야말로 순살(瞬殺)당했겠지요.”
최양의 입에서 나온 칭찬에 얼굴이 달아오른 듯 진가은이 고개를 푹 숙이자 모용진이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랬다잖아. 넌 혹시 뭐 최양에게 질문할 거라든가 그런 거 없어?”
모용진의 말에 진가은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최양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아직 수련이 부족하여 아둔했던 소인(小人)에게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귀공(貴公)의 본문(本門)이 어딘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하하. 전 본문이라고 댈 거창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애초부터 천한 출신이었고 쭉 산에서 생활해 왔으니까요.”
“아니, 그럼 대체 어떻게 그런 실력을…….”
진가은의 말에 최양의 시선이 모용진을 향했다.
“모두 여기 계신 흑제 님 덕분입니다. 흑제께서 무공을 하사하여 짧은 시간 만에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흑천파의 모든 무공은 흑제 님이 창안하시고 전수하셨고 저희들은 모두 흑제 님의 제자입니다.”
“그 무공들을…… 여립이 만들었다고……?”
최양의 무공을 모두 모용진이 창안했다는 말에 깜짝 놀란 듯 진가은이 눈을 크게 뜨며 모용진을 바라봤다.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부끄럽게. 그리고 최양, 자네가 왜 본문이 없나? 설마 흑천파(黑天派)는 본문이 되지 못한다는 말인가?”
모용진의 말에 최양이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아서 그런 실언을……!”
“뭐, 한 번은 그럴 수도 있지. 대신 다른 애들한테도 전해라. 자신의 본문이 흑천파라는 것을 똑똑히 새겨 두도록.”
“명 받들겠습니다!”
자신이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고수를 마치 아이 다루듯이 하는 모용진의 모습에 그를 바라보는 진가은의 시선은 확 달라졌다.
그저 큰 꿈과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고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젠 그의 얼굴에서 위엄이 흐르는 게 보일 정도였다.
사실 진가은은 그가 이야기해 준 모든 것들을 다 믿지 않았었다.
솔직히 그 광마 천기린의 환생이라는 것도 너무나도 허구적이었고 그 후에 그가 말한 행보도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젠 그 사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만일 그가 곤륜과 적이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자신이 압도당한 최양의 실력은 곤륜 내에서도 손꼽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만일 모든 녹림의 채주들이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의 힘만으로도 쉽게 곤륜을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 이만 가 봐.”
최양과 산적들은 모용진의 축객령에 곧바로 숲으로 사라졌고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여립.”
“응?”
“하나만 질문해도 될까?”
“하나로 되겠어? 궁금한 게 매우 많아 보이던데.”
“그럼 두 개…… 아니야. 가면서 물어볼 테니까 하나만 답해 줘.”
“그래. 말해 봐.”
말해 보란 말에 진가은은 살짝 심호흡을 하며 한 차례 숨을 돌리고는 모용진을 쳐다봤다.
“방금 최양이라는 그 사람. 솔직하게 너의 그 문파에서 몇 번째야? 순수 실력으로만 따지면.”
“순수 실력으로? 흐음…….”
진가은은 최양을 최소 다섯 손가락 이내의 실력자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구파일방 중 하나인 곤륜에도 그만한 실력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모용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그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잘 쳐줘도 사십 위? 그 정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