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6
광마전생 (6)
2장
솔직히 학관이라는 말에 살짝 기대가 있어서 그랬는지.
실제로 모용학관을 본 모용진은 살짝 실망했다.
“이걸 학관이라고……. 이건 그냥 폐가 수준이잖아.”
정소촌 외곽에 조용히 자리 잡은 모용학관은 무(武)를 가르치는 학관이라기엔 너무나도 작고 볼품이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객잔이 모용학관의 두세 배는 커 보일 지경이었다.
수련을 하는 연무장은 다 부서져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돌무더기 같은 느낌이었고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는 울타리는 나무가 썩어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그리고 맨 끝에 있는 학관의 본관.
본관이랄 것도 없었다.
거기엔 웬 조그마한 창고가 있었고 그 옆엔 다 부서져 가는 목도들이 잔뜩 꽂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련 생도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었다.
‘이 좁은 학관에 수련 생도가 여덟 명이나 있네? 아버지가 팽가에서 도법을 배웠다고 하니…… 그 때문에 애들이 좀 있는 건가?’
팽가의 도법은 아무나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팽가는 하북에서 가장 이름을 날리는 세가였기에 이 근방에서 발휘하는 힘이 남달랐다.
만일 기초라도 팽가의 도법을 익힌다면 그런 팽가에 고용되기에 유리했고.
그 덕분에 이런 허름한 학관에도 생도들이 찾아온 것이다.
모용진은 모용학관의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서 몸을 은신한 채 아버지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몰래 지켜봤다.
모용혁의 도법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팽가의 도법은 패도적이고 실전에 매우 능한 도법.
도법으로서는 팽가가 무림에서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삼류…… 아니, 기초를 가르치는 데에 있어선 일류나 다름이 없네.”
말 그대로였다.
아버지의 실력은 삼류였지만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는 일류를 넘어선 느낌.
자세도 완벽하고 기초에 매우 충실했으며 아이들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는 눈도 가지고 있었다.
누구를 가르치는 스승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인재.
어떻게 이런 누더기 같은 학관을 운영하면서 모용진을 먹여 살렸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왜 아버지가 삼류인지도 알 수 있었다.
너무 우직하고 너무 정확하다.
오로지 배운 것만 그대로 사용할 뿐 도를 휘두를 때 몸이 경직되는 걸로 보아 배운 것 외엔 그 어느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몸놀림이었다.
“역시 우리 아버지는 우직한 게 산적이라니까. 제대로 된 스승만 있었다면 절정까지는 쉽게 올라갔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살짝 미안했다.
만일 천기린일 적 자신이 본관을 박살 내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좋은 스승을 만나 뛰어난 무인이 되어 있었을지도 몰랐다.
본관이 부서진 뒤의 일은 내가 벌인 일이 아니지만.
그건 이번 생에 모용진으로서 차차 밝혀낼 생각이다.
뭐, 생각이 난다면 말이지.
그렇게 모용진이 조용히 모용혁을 훔쳐보고 있는 그때.
쾅!
큰 소리와 함께 모용학관의 문이 박살 나며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거,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엉?”
자욱하게 일은 먼지가 걷혀 나가며 등장한 사내는 호리호리한 몸에 거대한 도를 들고 있는 사내였다.
그의 이름은 팽이종.
그냥 보기엔 날건달 같아 보이지만 하북팽가의 삼공자였다.
모용진은 그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모용혁을 웅묘산적으로 만든 게 바로 저 녀석이라는 것을
‘근골이 큰 걸로 유명한 팽가치고는 작은 골격. 하지만 날카로운 기세와 거대한 도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걸 보니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를 익혔군. 절정에 달한 고수는 아니지만 못해도 일류다.’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는 팽가의 도법 중 하나로 쉽게 말하자면 벼락과 천둥을 섞어 만든 듯한 패도적인 도법이었다.
원래라면 근골이 큰 팽가의 사람들이 사용하기 매우 좋은 도법인데 그에 반해 팽이종의 몸은 너무나도 얇았다.
‘딱 보니 팽가 내에서 알력 싸움으로 억지로 익힌 거군. 몸이 호리호리해도 혼원벽력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던 건가. 어리구나, 어려.’
사람에게는 제각각 몸에 맞는 다른 약이 있듯이 무공도 마찬가지였다.
삼공자인 팽이종이 일류에 머물고 있는 것도 바로 몸에 맞지 않은 무공을 익혔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군.’
“감히 허락도 안 받고 이런 촌구석에서 우리 가문의 도법을 가르쳐? 내가 어제 분명 경고했었지? 그만두고 학관을 내리라고 말이야.”
“왜 이러십니까, 삼공자님. 저는 분명 팽기문 어른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네 녀석이 감히 우리 숙부님의 이름을 들먹여?! 내가 그럴 줄 알고 어제 숙부님에게 기별을 보냈지. 그리고 이게 그 답장이다.”
팽이종이 품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꺼내 모용혁에게 던졌고 그걸 받아 든 모용혁은 조심스럽게 펼쳤다.
그 두루마리에는 딱 세 글자와 팽기문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知不得.」
지부득. 즉 알못질.
자신은 알지 못한다. 모른다. 이런 뜻이었다.
“그, 그럴 수가……. 이게 정녕 팽기문 어른의 서신이 맞습니까?”
“네놈의 눈은 장식이냐! 거기 우리 숙부님의 도장이 보이질 않는 것이냐?!”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는 정말…….”
“에잇, 시끄럽고! 당장 이곳에서 나가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다 박살 내 버리겠다!”
그렇게 말한 팽이종의 도에서 기세가 일어나더니 얼핏 샛노란 벼락 같은 게 번쩍거렸다.
혼원벽력신공(混元霹靂神功)을 익힌 자에게 보이는 기의 특징이었다.
팽이종의 흉흉한 기세에 학관의 생도들은 깜짝 놀라며 울음을 터뜨렸고 모용혁은 황급히 그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호오, 너도 같이 나가야지? 모용학관은 지금 이 기점으로 폐관이다.”
“그럴 순 없습니다. 이곳은 저와 자식의 생명 줄과 같은 곳. 게다가 제 일생의 일념이 새겨진 학관입니다. 절대 물러날 수 없습니다.”
날이 반쯤 나간 도를 들고 맞서는 모용혁.
그는 삼류였지만 그가 일생 동안 해 온 정직한 자세에서는 얼핏 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널 죽이고 이 학관도 파괴하는 수밖에!”
패도적으로 떨어지는 팽이종의 도.
샛노란 뇌전이 피어오르는 그의 도에는 엄청난 힘이 실려 있었다.
모용혁에게 일말의 여지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한 묵직한 한 방.
설사 모용혁이 막아 낸다고 해도 팽이종에게는 그 막아 낸 검마저 박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이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혼원벽력도를 끝까지 휘두를 수 없었다.
“에잇.”
뒤쪽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그 아이의 목소리와 함께 팽이종은 사타구니 사이에서 엄청난 고통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콰직!
“억! 컥!”
뭔가가 박살 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굳어 버린 팽이종.
비명도 끝까지 못 지를 정도의 고통에 그의 눈은 튀어나올 것처럼 커져 있었고 온몸은 전기에 감전된 듯 덜덜 떨고 있었다.
“박살 났나? 설마 멀쩡한 건 아니겠지?”
그곳이 박살 난 걸 걱정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박살 나지 않았을까 봐 걱정하는 아이.
그 아이는 바로 모용진이었다.
신을 신고 있음에도 날카롭게 세워진 그의 발가락이 얼마나 정확하고 정밀하게 그곳을 타격했는지 잘 알려 주고 있었다.
“확실히 두 개다 느낌은 있었는데 말이야.”
한 남성의 인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박살 내 버리려는 모용진은 완전 굳어 버린 팽이종을 손으로 쳐서 넘겨 버렸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팽이종.
고통을 참지 못한 그는 기절한 듯 입가에 잔뜩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진…… 진아! 네가 어떻게 이곳을……?”
“아버지 눈이 웅묘가 돼서 웅묘산적이 되어 버렸는데 어떻게 집에 잠자코 있습니까. 몰래 따라 나왔죠.”
“어쩌자고 이러는 것이냐! 이 분은 하북팽가의 삼공자 팽이종이시다. 이걸 빌미로 네게 해코지라도 한다면…….”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아버지. 어쩌자고 그러시는 겁니까. 방금 팽이종인지 팽이종이인지 하는 놈이 펼친 도법은 아버지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딴 학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리시겠다는 겁니까?”
“이딴 학관이라니! 이곳은 너를 살리기 위해 내가 일생을 바친 학관이다! 내 생명과도 같은 학관이란 말이다!”
모용진의 말에 분노하듯 일갈을 내지르는 모용혁.
사실 모용진도 모용혁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모용진은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해 줘야 했다.
“하아……. 아까 아버지는 이놈이 저에게 해코지할까 봐 걱정하셨죠? 하지만 만일 방금 그 일격으로 아버지가 죽었으면 전 어떻게 됐을까요? 아버지도 잃고 아버지가 아끼던 학관도 잃었을 겁니다. 만일 아버지가 이 학관을 지키려 하지 않았으면 당연히 제가 팽이종이의 그곳을 걷어차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습니까?”
한숨으로 시작된 모용진의 거침없는 말에 모용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들의 말이 모두 옳았기에 그 어떤 변명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침울해진 모용혁의 얼굴을 보며 모용진은 옅게 미소 지었다.
‘참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분이라니깐.’
“그래도 팽이종이에게 당당히 맞서는 아버지의 모습, 무인답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팽, 팽이종이가 아니라 팽이종이다……. 큼…… 그래, 멌있었구나……. 큼큼.”
멋있다는 말에 부끄러워하는 아버지를 보며 모용진은 팽이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웅묘산적의 멋있음은 여기까지만 논하고 이제 이 팽이종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논의해 보죠.”
“팽이종이가 아니라 팽이종이라니깐…….”
* * *
“아무도 모르게 뒷산에 올라가서 묻을까요? 제가 길이 험해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곳은 어떻게 아느냐.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거늘……. 근데 산사람을 묻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그건 사파 놈들이나 하는 짓 아니냐.”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사파, 정파가 어딨습니까. 이 팽이종이 놈이 한 행실이 사파 짓거리지.”
“크흠…….”
지금 모용 부자가 있는 곳은 모용학관 뒤쪽의 작은 창고였다.
대놓고 바깥에서 의논하다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지도 몰랐기에 모용진은 팽이종의 도를 빼앗고 그의 몸을 밧줄로 꽁꽁 감아 창고의 기둥에 묶어 놨다.
마치 거미줄에 꽁꽁 묶인 듯한 팽이종은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었는데 아직도 기절한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양헤강에 던져 버리는 건 어떨까요? 거긴 수심이 깊진 않지만 유속이 빠른 곳이 있어서 작은 바위에 묶어 던져 버리면 완벽합니다. 거센 물살에다 바위의 무게로 혼자 헤엄쳐서 나오지 못할 겁니다. 큰 바위를 사용하면 확실하지만 지금 저희 둘의 힘으로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들아, 대체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은 것이냐……? 나는 분명 너를 집에만 있게 하였는데…….”
“에이, 어디 자식들이 부모 마음대로 되는 것 봤습니까? 아버지가 집에 있으라고 해도 이리저리 다녔죠.”
“그…… 그렇긴 하지…….”
물론 거짓말이었다.
모용진은 얌전히 집 근처에만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한 오해를 받는 것보단 거짓말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모용진이었다.
그런 모용진을 보는 모용혁은 왠지 묘한 느낌이었다.
분명 난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좋지 않은 상황인데 자신의 아들인 모용진은 이 상황에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왤까?
팽이종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때마다 아들의 눈은 번쩍이고 있었다.
“독을 쓰는 것도 좋고 매장하는 것도 좋은데……. 쓰읍, 어떻게 해야 잘 처리했다고 소문이 날까?”